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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식민지 독립선언-2 저자인 강준만 교수는 지방자치단체에 주문합니다. "지자체여, 지방자치를 위해 정부와 통계 전쟁에 나서라" "말로만 고통받는다 하지 마시고, 지방의 낙후로 인해 각 분야에서 발생하는 국가적 차원의 손실을 통계화해서 장기적으로 발표하라. ...지방에도 수많은 대학과 연구소와 언론과 인력이 있지만,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들이여, 관변단체에 쓸 돈 좀 아껴 '통계 의제설정'에 좀 쓰시라. 관변단체에 돈을 써도 좋으니 제발 지방의 고통을 통계로 포착하는 관변단체를 육성하시라."중앙정부에 예속된 지자체 문제, 나아가 중앙의 식민지화하는 지방의 문제를 지속적으로 의제화하자는 주문입니다.- 238쪽 #개천 미꾸라지를 모멸하는 '개천에서 용 나는' 모델경남도 홍준표 지사의 정책이 소개된 부분이 있네요.. 더보기
지방식민지 독립선언-1 지방식민지라.... 처음엔 저자인 강준만 교수의 과장된 표현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마침 1장(왜 지방은 내부식민지가 되었는가) 34쪽 '식민지라는 말이 끔찍하다고?'에 설명이 나오네요.1970년대 남미에서 종속이론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이론으로 마누엘 카스텔이 중남미의 도시화를 종속적 도시화로 개념지었다는군요. 남미에서 생산된 잉여가치를 착취하는 과정에서 잉여가치의 송출구 역할을 했다는 거죠. 갸우뚱...한 장 넘겨 최장집 교수와 강준만 교수의 논리를 읽으니 좀 더 다가오네요."중앙-지방 관계를 사회전체의 문제가 놓여있는 근본적인 모순의 소재로 인식할 때 하나의 단일한 요인을 통하여 전체 문제를 풀려고 하는 도식화나 환원주의로 빠질 가능성이 있다" - 최장집"과연 우리 현실이 지역모순이라는 하나의 단일한 .. 더보기
뮌헨 아파트의 기억 이 기록은 지난 7월 8일 독일 뮌헨의 아파트를 방문한 기억을 바탕으로 합니다.전국 11명의 지역신문 기자들과 함께 독일의 에너지 자립 노력을 취재하러 갔습니다만, 그중 뮌헨에서 만났던 아파트를 소개하려 합니다. 독일 뮌헨건축센터는 이름보다 훨씬 독특한 곳입니다.다양한 건축 양식을 소개하는 곳이 아닙니다. 전기를 아끼는 건축, 에너지를 덜 쓰는 건축을 소개하고 상담하는 곳입니다. 민간기구가 아니라 뮌헨시 예산을 써는 공공기구입니다.나이가 몇인지 묻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독어 발음이 그렇게 매력적일 수 있다는 걸 전해준 건축사 나탈리 노하우젠은 뮌헨건축센터에서 파트타임으로 봉사하는 에너지 컨설턴트입니다.두어시간, 에너지 이야기를 한 나탈리가 뮌헨박람회장 지역의 림 주거단지를 안내했습니다. 패시브하우스, 즉.. 더보기
단전과 대맥 단전호흡 이야기를 가끔씩 할까 합니다. 작년 3월부터 창원 소답동 석문호흡 도장에서 단전호흡을 배우기 시작했으니 이제 만 1년 6개월 정도 되었네요.깊고 긴 호흡을 하기 위해 배우기 시작했구요. 지금은 배꼽 아래 단전 위치를 의식하면서 호흡할 때가 그 전보단 많아졌습니다.호흡을 명료하게 의식하고 길고 깊에 하면 마음이 차분해집니다. 제 몸속엔 화와 열이 많은 편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것까지 차분해졌다고 확실히 말하진 못하겠네요. 하지만 그 목표를 갖고 있습니다.처음 8개월동안 누워서 호흡하기가 지금까지 호흡수련 과정 중 가장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누워서 45분 동안 자기 호흡을 의식하고 집중하면서 버티기가 쉽지 않았습니다.하지만 누구든 누워서 호흡을 해보면 자신의 호흡 길이와 깊이를 알 수 있습니다.가슴까.. 더보기
빼지게 오지랖 부리는 남자 박종권 ‘고리1호기 폐로’ ‘경주 월성1호기 수명연장 반대’ 도내 19개 단체로 구성된 탈핵경남시민행동 기자회견 때마다 뵙던 그 분은 깡마른 인상만큼 딱딱 해보였습니다. 어차피 기자회견이란 게 기자와 취재원 사이에 필요한 말만 주고받으니 인간적 여 운 같은 건 느끼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그날은 달랐습니다. 기자회견 때와 그렇게 다르지 않은 말인데 느낌이 많이 달랐습니다. “다른 건 다 복구가 되는데 핵발전소만은 복구가 안 됩니다. 핵발전소를 막는 일을 죽을 때까지 할 겁니다. 지금 나는 행복합니다.” 그는 활짝 웃었고 정말 행복해보였습니다. 기자회견 때는 볼 수 없는 모습이었습니다. 갱상도블로 거공동취재단이 25일 밤 경남도민일보 강당에서 탈핵경남시민행동 박종권(64) 대표를 만났을 때 였습니다. “나는 행복합.. 더보기
바다를 떠나 또 바다를 찾는 건 도대체? 바다를 떠나 또 바다를 찾는 건 도대체? 갈증 때문이겠죠 뭐. 갇힌 바다에서 느끼는 답답함 아닐까요? 툭 트인 바다를 보지 못하는 아쉬움... 전에 언급했던 의 저자 김준형 씨의 생각도 그랬죠. “마산 앞바다에 가득 찬 바닷물이 어디론가 흘러갑니다. 따라가려 하면 점점 도망갑니다. 흘러가는 그 바다를 만나고 싶은 욕구가 동해, 서해, 그리고 해외 로 떠나게 했습니다.” 마산만을 빠져나가는 썰물을 따라가다보니 동해로 서해로, 나중에는 아예 해외 로 떠나게 했고, 스페인까지 찾아간 저자는 플라멩고를 만납니다. 향수의 바다가 상상력이 된 거죠. 바다는 상상력이기도 합니다. 마산만. 멀리 보이는 마창대교 방향으로 만을 벗어난 썰물이 진해와 거제 쪽 남해로 흘러나간다. 그래선지 마산바다를 끼고 사는 저도 이곳을 .. 더보기
마산바다에서 느끼는 향수 칼바람 온몸으로 맞으며 마산바다 앞에 섰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시절 대부분을 보냈던 산호동 자유무역지역 정문 건너동네다. 한땐 똥물이었지 만 제법 깨끗해진 바다가 추위를 더해 새파랗다. 나는 잘 몰랐다. 이 바다 풍경이 내 어린 시절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하지만, 요즘 내가 하는 짓 거리나 생각의 경향을 되새기면 전혀 영향을 끼치지 않은 건 아니다 싶다. 점점 사라지는 마산 바다에 향수(鄕愁)를 느끼는 분들은 많았다. 지난해 6월부터 10월까지 ‘마산해양신도시 20년간의 매립 기록’ 취재를 하면서 만났던 택시 기사 들 대부분이 그랬다. 70대. “지금 수출(자유무역지역) 들어선 봉암 앞바다만 해도 짱어가 팔뚝만한기 안 잡힜나. 그거 두어 마 리 잡아다가 주변에 돌리믄 인심 얻고 내는 내대로 푸지게 해.. 더보기
사시는 아파트엔 어떤 구석이 있나요 점점 더 따뜻한 구석을 찾아들 때다. 구석이란 말이 한편으론 추레해 보여도 생각해보면 참 정감 있는 말이다. "왜 집구석에만 처박혀 있냐"거나 "해가 중천에 뜨도록 방구석에서 나올 생각을 안 한다"고 어른한테 욕을 들어도 그건 그만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 그래서 해외 여행을 하든, 가까운 관광지를 갔다 오든 사람들은 말한다. "뭐니뭐니 해도 내 집구석이 제일 편해" 구석의 또다른 맛은 일말의 가능성을 의미할 때다. "전혀 가능성이 없다"거나 "신문구독 일절 사양"이라며 바늘구멍만큼의 여유를 주지 않는 삭막한 표현에 비해선 일말의 여지를 주는 따듯한 말이다. 아무리 사면초가에 처해도 사람들은 그래서 '비빌 구석'이나 '믿을 구석'을 찾아보는 데서 한숨이나마 돌리는 것이다. 구석은 그래서 참 푸근한 말이다... 더보기
화낼 바에야 하지 마세요 오전 9시. 득구 진구 쿨쿨. 엄마는 출근.버럭씨는 설겆이를 멈추고 애들을 깨웠다. 9시인 것이다.득구야 진구야 일어나. 응 응 앙 앙 악!설겆이를 끝내고 압력밥솥에 밥을 새로 앉히고 나서 아빠가 본격적으로 나섰다.안 일어나? 이것들이 정말.뿌석뿌석 눈 비비며 밖으로 나오는 아이들.9시 20분. 득구야 나오지 말고 이불 개라.또 뿌석뿌석 들어가는 득구. 아빠는 어제 남은 삼겹살 굽고 감자 양파 햄 채써려 볶음을 만든다.이불 잘 개는지 힐끔힐끔 보면서.9시 30분. 밥이 되고 찬이 되고 멸치 다신 물에 쉬어빠진 김치 씻어서 끓인 김칫국까지 대충 아침상이 차려졌다.오이라 밥묵자. 오이라 밥묵자.밥묵자 응 응 앙 앙 악 악!또 뿌석뿌석 자리에 앉는 득구 진구.여전히 눈을 비빈다.아빠 나 밥 안 먹으면 안돼?내.. 더보기
아침에 30분 밤에 30분 만난 득구 진구 퇴근해서 밤 11시에 만난 진구. 아마 30분 뒤면 잠들거다. 오늘 아침에 출근 전에 30분 같이 있었나? 아, 오늘은 진구를 1시간 본 거구나.회사 사람들하고는 8시간 가까이 같이 있는데... 정말 일 열심히 하면서 사는구나. 진구야 오늘 주민운동장 갔어?아니.그럼 놀이터에는 갔어?아니.우진이 만나러는 나갔어?아니.그럼 뭐했어?컴퓨터.그리고는 씨익 웃는다. 왜 웃는 걸까.컴퓨터만 생각하면 좋은 건가. 아니면 아빠가 기대한 것처럼 밖에 나가서 놀기를 안해서 부끄러웠던 건가. 그러는 버럭씨는?오늘 늦잠을 자 오전 9시반에 일어났다. 그리고 10시에 수련원. 12시반에 혼자서 점심식사. 1시부터 8시반까지 근무. 밤 9시에 구암동 본가에서 저녁식사. 아버지와 소주 4잔. 그리고 10시반 학원끝난 득구만나서 .. 더보기
2014년 7월 27일 득구 진구 버럭씨는 아침부터 열받을 준비가 돼 있었다. 이상하게 몸이 무겁다. 오른쪽 팔꿈치뼈가 아프고 어제부터 허리통증이 심했다. 아침부터 바람 한 점 없는 무더운 날씨가 화를 더 돋궜다. 아마 그 무엇보다 열받게 하는 건 오늘 다시 출근을 해 한 주간 또 일을 해야 하기 때문이었을 거다. 오전 9시에 눈을 떠 진구가 켜놓은 EBS 어린이 만화를 멍청하게 누워서 보던 버럭씨. 그때까지 세상모르고 자고 있던 득구 볼때기를 쓰다듬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신경질이 날 정도는 아니었다. 문제는 TV 잘보고 있던 진구가 9시반쯤 털고일어나더니 "아빠 나 컴퓨터할께" 했을 때부터였다. 어차피 막을 수 없는 거, 에라 모르겠다 하고 내버려둬도 될 일이었다. 하지만 반사적으로 화를 냈다 버럭씨는. "뭐 벌써부터 컴퓨터야? 쫌 있.. 더보기
아파트키드 진구 9 - 네모난 아빠 2013년 9월 10일. 난 2학년이 됐고 세상은 더 살기 힘들어졌다. 여전히 아침 8시에 일어나야 하고 억지로 씻고 옷 입고 먹기 싫은 밥을 먹어야 한다. 처음엔 좋은 소리로 구슬리던 아빠가 곧 화를 내고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는 것도 그대로다. 아니 그대로가 아니다. 1학년 땐 다니지 않던 영어학원을 새로 다니게 됐다. 1학년 땐 하지 않았던 구구단 공부도 해야 한다. 숫자 외우기가 정말 싫은 나는 수업 끝나고 남는 일이 다반사지만, 여전히 구구단은 내 머릿속에 들 어오지 않는다. 2단 3단은 그런대로 왼다. 4 1은 4, 4 2 8, 4 3 1...12, 4 4...14? 15? 16? 4 5...4 5 20, 4 6 2...22? 23? 아, 정말 모르겠다. 정말 짜증난다. 왜 내가 이걸 하고 있어.. 더보기
아파트키드 진구 8 - 시킨대로 했을뿐이야 학교에 대한 환상이 깨지는데는 한달도 걸리지 않았다. 교실 밖에서 손들고 서서 친구들 눈치를 받을 때부터 그랬다. 나는 정말 창피한 게 싫은데, 거의 매일 그랬다.8시 40분, 등교 시간을 지키지 못하니까 어쩔 수 없었다.하지만 오늘 일은 그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다.교실 밖에서 서 있는 차원을 넘어 꿇어 앉았으니까.그렇지만 난 내 잘못을 모르겠다.선생님이 시킨대로 했을 뿐인데... 오늘 점심시간에 선생님은 말했다."오늘은 점심 먹고 나가서 맘껏 놀아도 돼!"우린 와 소리를 질렀다.입학하고 나서 지금까지 나가서 논 적이 별로 없었다. 아직 학교가 어떻게 생겼는지 잘 몰라서 교실 밖을 많이 벗어나지 못했다. 선생님도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 교실 주변에서 놀라고 하셨다. 그런데 맘껏 놀라니.그때 생각이 난.. 더보기
아파트키드 진구 7 - 새로운 세계 2012년 3월 오늘, 나는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아파트나 유치원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세계. 내가 좋아하는 파란 잔디가 깔린 운동장에서 매일 뛰어 놀 수 있다. 같은 반 교실에 앉은 친구들도 많다. 30명도 넘을 것 같다. 어제는 재미있게 놀았다가 오늘은 티격태격 싸우는 재호나 유진이는 상대도 안될 걸. 입학식에는 아빠가 따라왔다. 쫌 창피하다. 아빠가 막 손들고 선생님에게 뭐라고 그럴 것 같다. 게다가 평소처럼 말을 막 하거나 화를 내면 어쩌지? 지금은 화낸 티를 전혀 내지 않고 교실 뒤에서 그냥 나를 쳐다보고 있다. 어쩐 일이지? 아... 교실 앞에 서 계신 선생님. 짧은 머라에 똥그란 눈, 정말 예쁘다... "학부모님들,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키가 작지만 목소리가 크다. 이윽고 벨이 울렸다. 그.. 더보기
아파트키드 진구 6 - 친구 현수 형아와의 일로 풀이 좀 죽긴 했다. 정말, 끔찍했던 밤이었다. 땅콩집 좋았더 기억마저 싹 가셨다. 싹 가셨다? 그건 아닌 것 같다. 아직도 집안의 계단과 다락방은 그립다. 가보고 싶어. 하지만 그 일로 형아와 외출은 한동안 금지됐다. 그대신 우리 아파트에 사는 재호랑 유진이랑 돌아다니는 시간이 많아졌다. 엄마나 아빠가 이모집에 서 나를 데리고 가는 시간도 당겨졌고, 평일이나 주말에 우리 아파트에서 노는 시간이 길어졌다. 재호는 한 살 아래지만, 나보다 훨씬 크다. 걸핏하면 힘을 써서 기분 나쁘긴 하지만, 이것저것 도움 되는 게 많다. 아파트 안에서 구석구석 아는 것도 많다. 아파트 옥상 입구나 지하 주차장 창고, 놀이 터 한쪽 옆 개구멍 같은 곳은 재호 때문에 알게 됐다. 재호는 벌써 용돈을 받고 .. 더보기
아파트키드 진구 5 - 실종 아파트키드 진구 5 - 실종 이모집 현수 형아만 만나면 신난다. 어떨 땐 무섭지만, 언제나 나를 재밌게 해준다. 형아가 이모집 아파트 밖으로 이곳저곳 다닐 때 따라다니면 정말 신기한 게 많다. 어제는 형아 아파트 울타리 사이로 난 개구멍으로 저수지에 갔다. 형아는 그걸 모험놀이라고 했다. 아파트에서는 볼 수 없는 풀숲이 있고, 흙이랑 물이랑 장난칠 게 너무 많다. 가끔 개구리나 지렁이, 어떨 땐 뱀도 볼 수 있다. 하지만 뱀은 너무 무서워서 자세히 본 적은 없다. 며칠 전엔 형아가 개구리를 잡아 서 비닐에 넣고 왔는데, 돌아와서 보니 죽었다. 으이그 끔찍해. 난 못 보겠어. 그런데 형아는 아무렇지도 않은듯 비닐채로 던져버렸다. "히히히" 하면서. 멋있게 보였다. 오늘 오후에도 형아랑 아파트 밖으로 나왔다.. 더보기
악마의 글쓰기 문학평론가 김윤식의 창작집 (1957)의 후기에서 작가는 이렇게 썼다. '이 두 작품을 쓸 무렵의 처참한 심정이 되살아나서 며칠은 꿈까지 좋지 않았다. 잊어버리고 싶고 외면하고 싶은 작품들이었다. 이 작품들을 쓸 때 나는 악마가 아니었던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고발의식이라고들 했다. 그런데 의외로 나는 독자로부터 고발에 대한 갈채보다는 동정을 받았다.' 그 이유는 자명하다. 사회에 대한 고발이기엔 너무도 절박하고 처연한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그것은, 작가의 글쓰기가 아니라 악마의 글쓰기, 곧 소설이자 동시에 소월 초월이었음에서 말미암았다....는 (내용대로)을 일어로 읽을 줄 아는 진영이 아들을 잃고 쓴 소설이다. 진영으로 하여금 성당과 법당을 싸잡아 비판케 한 것도 이 책이었다. 이 책이 아니었던들, .. 더보기
아파트키드 진구 4 - 땅콩집 우리 집에서 형아랑 숨바꼭질을 하면 숨을 데가 정말 없다. 기껏해야 장롱 속이나 안방 화장실이다. 득구 형아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숨어봐야 소용없다. 발견되면 그 속에서 뛰어나가야 ‘00’ 을 할 수 있는데, 그러면 이미 늦다. 장롱 속은 숨바꼭질 할 때 말고도 필요하다. 엄마 아빠가 엄청 화 낼만한 말썽을 부렸거나, 형아 먹을 걸 내가 먹어버렸을 때다. 형아 장 난감을 못 쓰게 만들었을 때도… 반대로 엄마 아빠가 내 말을 안 들어줄 때나, 형아가 나를 내버려두고 혼자 놀러갔을 때도 나는 그 속에 숨는다. 장롱 속에서 난 숨을 수도 있고, 울어도 되고, 막 욕을 해도 된다. 아파트 안에서는 정말이지 거기 밖에는 없다. 안방 화장실은 너무 크고 어두워서 무섭고, 부엌 쪽 베란다는 너무 춥다. 그런데 아.. 더보기
아파트키드 진구 3 - 투명인간 엄마가 저렇게 나오면 좀 복잡하다. 화가 난 건지 피곤한 건지…. 판단이 잘 안 된다. 어떻게 해야 할지 정말 모르겠다. 아빠가 화났을 때와는 다르다. 아빠는 화를 내는 것도, 화를 푸는 것도 쉽다. 아빠를 화나게 하려면 그냥 난 아무 말 안 하면 된다. 가만히 있으면 아빠는 혼자서 씩씩거리다가 부글부글 끓고 곧 폭발한다. 오늘 아침도 그랬다. 오전 9시 30분에 나는 유치원 차를 탄다. 그런데 난 유치원 가는 게 전혀 기쁘지 않다. 서두를 이유가 없다. 오늘도 난 베개를 붙잡고 이불을 뒤집어쓰고 가만히 있었다. 그사이 엄마와 형아 소리가 들린다. “진구, 이제 일어나지? 엄마 먼저 가께” “진구야, 나 학교 갔다 오께”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자 아빠의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진구야, 일어나." 어림없.. 더보기
아파트키드 진구 2 - 엘리베이터에 약한 엄마 유치원 끝나고 오늘도 난 이모집에 있었다. 이모집 아파트는 우리 아파트와 다르다. 길다란 복도가 있다. 현수 형아랑 상현이 형아랑 찬성이 형아랑 복도를 막 뛰어다니면서 논다. 인라인을 탈 때도 있고, 어떤 형아는 자전거까지 탄다. 자전거 타는 걸 어른들이 보면 막 혼을 내지만. 복도에서 조금이라도 시끄럽게 하면 아빠가 화를 내는 우리 집이랑 다르다. 우린 집안이나 집밖이 나 소리를 낼 수 없기는 똑 같다. 현수 형아는 이모집 형아고, 상현이 형아랑 찬성이 형아는 현수 형아랑 같은 층에 산다. 창현이 형 아는 상현이 형아의 형아다. 난 현수 형아랑 놀고 싶지만 형아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귀찮아 한다. 모험놀이하러 나갈 때는 날 데려가지만, 집안에서 놀 때는 귀찮아 한다. “현수 형아, 닌텐도 같이 하고.. 더보기
마산어시장 앞바다 다시 매립공사 먼저 그림부터 보시죠. 창원시 마산합포구 신포아이파크 옥상에서 바라본 마산어시장 앞바다 전경입니다.앞쪽부터 장어거리, 횟집촌과 수산물센터, 수협어판장과 수산물냉동창고, 선박제조시설과 오동동 마산관광호텔 순서로 육지면이 배치돼 있습니다.이곳 육지면 앞바다 5만8000㎡를 매립하려고 하는 거죠.왜? 누가?언제부터?조금 길지만, 제가 경남도민일보 여론면에 실은 다음 글을 보시겠습니까. 마산 구항 방재언덕매립공사 주민·상인보호대책위 위원들이 지난 주말 마산지방해양항만청 최준욱 청장과 이 지역 이주영 의원을 잇달아 만났다. 대책위 이름대로 마산 구항 앞, 즉 마산어시장 일대 앞바다에 들어설 방재언덕 계획 재검토와 함께 공사 강행 시 생업피해 최소화 방안을 요구했다. 성과는 없었다. 최준욱 청장은 방재언덕 공사가 .. 더보기
아파트키드 진구 1 - 빨간 눈 아저씨 쳇, 엄마 아빠가 또 말을 듣지 않는다. 할 수 없지. 나만의 무기를 쓰는 수밖에. 난 가만히 서서 오른발 뒤꿈치로 큰방 방바닥을 차기 시작했다. 쿵쿵쿵. 네번짼가 다섯번짼가 아빠가 나를 안는 바람에 더 이상 차지 못했다. 그것 봐. 겁을 내면서. 아빠가 나를 거실 소파 위에 내동댕이치고는 뭐라고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 화가 머리 끝까지 나 빨개진 눈으로 이리 저리 삿대질까지 하면서. 하지만 무섭지 않다. 한두번도 아니고 예상 못했던 것도 아니다. 내가 누군데. 엄마 아빠의 약점을 다 알고 있는데. 그런데 이번엔 뭔가 달랐다. 갑자기 집밖에서 쿵쾅거리는 소리가 났다. 그리고는 현관벨 소리가 서너번 계속 울렸다. 이건 뭐지?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다. 아빠가 주섬주섬 바지를 입고는 "누구십니꺼" 하고 문을.. 더보기
마산만은 도화지? 낙서장? 11월 8일 마산만. 가을하늘이나 가을바다 색깔이 똑같네요. 새파랗습니다. 청명합니다. 오전 11시, 신포동의 한 아파트 옥상에서 마산만 이곳저곳을 담았습니다.멀리, 마창대교가 보입니다. 마산만 입구죠.만추가 깃든 모습부터 먼저 보실까요? 찬란하죠.마산만 입구 수심을 13m로 파내겠다는 계획에서 모든 게 시작됐죠. 마산해양신도시 매립계획의 모든 것 말입니다.무슨 말이냐구요?마창대교 오른쪽에 완공단계인 가포신항이 조금 흐릿하게 보입니다.전에 가포뒷산에서 찍었던 신항전경을 한번 보시죠. 가포신항입니다.이곳에 컨테이너 전용부두를 짓고, 5만t 이상 컨테이너선박을 유치하려면 지금 수심 갖고는 안 된다고 했죠. 적어도 13m 깊이로 파내야 하고, 거기서 발생하는 준설토를 버릴 장소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버릴 장.. 더보기
논어 속의 인간관계 - 군자불기 화이부동 논어 2편 위정에서 이렇게 일렀죠. 君子不器 한정된 그릇이 되지 말라고 했습니다. 전문가, 전문가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나는 ~한 사람이야, 내 스타일은 ~해 하지 말 라는 것입니다. 에서 신영복 선생은 그 근거를 이렇게 제시했죠. ‘그릇이란 각기 그 용도가 정해져서 서로 통용될 수 없는 것입니다. ... 이 구절은 막 스 베버가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를 논하면서 바로 이 구를 부정적으 로 읽음으로써 널리 알려졌습니다. 베버의 경우 기는 한마디로 전문성입니다. 바로 이 전문성에 대한 거부가 동양 사회의 비합리성으로 통한다는 것이 베버의 논리입니다. 군자불기를 전문성과 직업적 윤리의 거부로 이해했습니다. ... 우리는 막스 베버의 논 리가 자본주의를 최고의 가치로 전제하고 그것을 합리화시키는 논리임.. 더보기
논어 속의 인간관계 - 시를 배웠느냐 공자가 백어에게 “시를 배웠느냐”고 물었습니다. 백어가 “아직입니다”라고 대답하니 공자는 “시를 배우지 않으면 말할 것이 없다” 하 였습니다. 그 뒤 백어가 시를 배웠다 합니다. 다시 공자가 백어에게 “예를 배웠느냐”고 물었습니다. 백어가 “아직입니다” 하고 대답하니 공자는 “예를 배우지 않으면 설 데가 없다” 하였 답니다. 논어 17편 양화에서 공자는 예의는 긴장하게 만들고, 음악은 이완하게 만든다고 했습 니다. 예의는 이성의 영역이고, 음악은 감성의 영역이라는 것이죠. 예의만 있으면 딱 딱해지고, 음악만 있으면 느슨해진다는 것입니다. 마치 직장이나 단체 안에서 개미와 배짱이 같은 거죠. 공자는 시가 이 둘을 잘 조화시킨 것이라 했습니다. 사람의 마음을 율격이 있는 언어 로 표현한 것, 그래서 시를 배.. 더보기
논어 속의 인간관계 - 지금 웃는가, 화내는가 지금 웃는가, 화내는가 지금 웃는 사람은 아마 평균적으로도 잘 웃겠죠? 지금 화내는 사람은 그 반대의 경우일 거고요. 화를 자주 내는 사람은 화 내는 일에 익숙하죠. 인간관계 측면에서도 웃는 것과 화 내는 것은 영향이 다르겠죠. 웃는 얼굴에 침 못뱉 는다 했고, 화 내는 사람 앞에 웃는 얼굴 하기는 어려우니까요. 하지만, 반대의 해석도 있습니다. 한국학중앙연구원 한형조 교수는 지금 우리 사회를 위로와 격려, 풍요에 사로잡힌 ‘당 뇨병 사회’라고 진단했습니다. 점점 더 달콤한 말에만 익숙해져, 따끔한 질책의 소리를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죠. 그러면서 논어를 비롯한 유학에서 이를 어떻게 해석하는지 설명합니다. “유학에서는 위로를 진통제 혹은 따뜻한 속임수로 봤다. 일시적 효과에 그치는 마사 지라는 거다. 유.. 더보기
논어 속의 인간관계 - 내 갈 길 간다 “니나 잘해라” 흔히 듣는 말이죠. 아닌가요^^ 그렇다면 당신이 없는 자리에서 이럴 지도 모릅니다. “지나 잘하지” 상대를 질책할 때 가장 흔하게 하는 말입니다. 니 할 일이나 잘 하고 난 뒤에 뭔가 다른 원망을 하라는 말입니다. 논어 첫 편이 이렇게 시작됐죠.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아도 성내지 않는다면 군자가 아니겠는가. 13편 자로와 14편 헌문에서도 시종일관 이같은 뜻을 전합니다. “제 몸이 바르면 시키지 않아도 사람들은 하고, 제 몸이 바르지 않으면 시켜도 사람 들은 따르지 않는다.”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 것을 걱정하지 말고, 내가 남을 알아주지 못하는 것을 걱정 하라." 관계의 기본은 자신을 바로 세우는 것. 내 갈 길 제대로 간다는 자세부터 가지라는 거죠. 13편 자로 子路問政 子曰 先之.. 더보기
논어 속의 인간관계 - 조직에서 당신은 개미입니까 배짱이입니까 격세지감입니다. 요즘은 개미보다 배짱이 선호도가 높거든요. 오늘 TV 프로그램 '풀하우스‘에서 이렇게 물었죠. “당신은 조직사회에 필요한 존재가 개미라고 생각하나요, 배짱이라고 생각하나요?” 그랬더니 13명의 출연자 중 7명이 배짱이라고 답을 했습니다. 배짱이는 아시다시피 일 중심이 아니죠. 인간관계를 중심에 두는 존재입니다. 일을 처리하고 연구하는 시간 보다는, 어슬렁 어슬렁 다니면서 대화하고 웃고 뭔가 나누는데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죠. 물론 개미는 일 중심입니다. 주어진 일은 빛과 같은 속도로 처리하죠. 뿐만 아니라 앞에 펼쳐질 일도 미리 준비합니다. 그러다보니 관계에는 약하죠. 왜? 일 중심으로 사람을 보니까요. 웃으라고 만든 프로그램이지만, 배짱이에 손든 비율만 봐도 세상 많이 바뀌었습니다. 동.. 더보기
논어 속의 인간관계 - 술에 대해선 뭐라고 했지? 흔히 술이 문제라고 하지요. 뭐, 저도 그렇게 생각하는 편입니다. 결국은 술이 문제고, 입이 문제입니다. 특히 술을 많이 마시면 입이 가벼워지니 더 큰 문제지요. 인간관계에서 화를 부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면 논어에서는 술에 대해 뭐라고 했을까요? 궁금하지 않습니까. 술에 대한 언급이 많지 않습니다만, 오늘 실을 9편 자한과 10편 향당에 세 가지 이야기가 나옵니다. '나아가서는 공경을 섬기는 것, 들어와서는 부형을 섬기는 것, 상을 당했을 때 감히 힘쓰지 아니함이 없는 것, 술주정하지 않는 것, 내게 무슨 어려움이 있겠는가.' 아, 술에 대한 언급이 술주정 즉, 酒困으로 먼저 나오는군요. 썩 긍정적이진 않을 것 같습니다. 다음, 10편을 보죠. ‘비록 술이 정해진 양은 없었으나 어지러울 정도에 이르.. 더보기
논어 속의 인간관계 - 왜 싫은가, 정말 싫어할만한가? 논어에서는 그 사람이 왜 좋은지, 왜 싫은지, 정확히 이유를 알라고 했습니다. 좋아하는 정도도, 싫어하는 정도도 분명히 알고 알맞게 표현하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되나요? 좋아하는데, 또 싫어하는데 구구절절 이유 달고 하나요? 좋아하는 정도, 싫어하는 정도를 무게 달아서 표현하나요? 어려운 이야기죠. 하지만, 싫어하는 이유는 정말, 분명히 해야겠다 싶네요. 무턱대고 싫어하는 건 아닌 지, 시기심이나 질투에서 시작된 건 아닌지 헤아려봐야 되겠다 싶습니다. 극단적으로, 정말 싫어할 값어치조차 없는 사람에 대해 감정낭비하는 건 아닌지 하는 것도요. 그래선지 논어 5편 公冶長에는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제 허물을 제대로 보고 안으로 자신을 꾸짖는 자, 내 아직 보지 못했다.” 논어의 5편 공야장과 6편 옹..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