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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후보들의 개헌 전략 지방사람들이 탄핵과 대선 정국 속에서 수도권 사람들과 달리 관점을 가져야 할 게 뭘까요. 권력과 자본, 인구와 대학 등 사회 전반의 수도권 집중, 그래서 생기는 지방과 편차를 줄이는 일이 겠지요. 그 첫걸음이 1987년 이후 30년만에 재개된 개헌작업에 어떻게든 지방을 집어넣는 일이 아닐까 합 니다. 국회 개헌특위 역시 30년만에 구성됐습니다. 문제는 개헌 시기나 범위 논란이 차기 대선전략에 활용되는 형태로 진행된다는 점입니다. 정략없는 정치도 정당도 없다는 현실에서 보면 어쩔 수 없는 일이랄 수도 있죠. 하지만 그렇게 되면 지방사람들 입장에서는 제대로 된 지방분권 개헌 기회를 잃을 수도 있습니다. 일단 복잡한 이야기는 뒤로 미루고, 현재 대선 후보들의 개헌 전략 구도가 어떤지 수박 겉핥기부 터 해볼까요.. 더보기
10년전 그 골목에 갔다 - 요정골목 10년 전 그 골목에 갔다. 골목을 찾았던 이유? 그때는 사라져가는 골목을 기록하기 위해서라고 지면에 썼었다. '피식' 웃기는 이야기다. 지금 생각하면 골목에 숨기 위해서가 아니었을까 싶다. 골목에 숨으면 나는 평화로워졌고, 내 취재는 은밀해졌다. 골목과 사람(4)마산 오동동 아구찜 골목 2006년 03월 25일 토요일 마산시사 등에서는 현 남성동 제일은행 마산지점 자리에 조선 영조 때인 1760년 마산창이 설치됐 다고 했다. 앞서 설명된 대로 조창은 대동미의 수납과 운반을 맡은 기관이다. 여러 자료에서는 이 곳 마산창이 설치된 것을 계기로 마산포가 다시 도시적 형태를 띠면서 발전하기 시작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마산포가 현 남성동 일대에 삼각형 모양의 구역을 이루었다는 기록도 있다. 마산포와 마산창을 중.. 더보기
AI 현장 취재 AI 취재기 조류 인플루엔자(Avian Influenza) 기사는 지난 12월 7일 자에서 이렇게 시작됐다. 경남에도 고병원성 조류독감(AI)이 발생했다. 낙동강유역환경청은 지난 5일 밤 창녕군 우포늪에 서 발견된 고니 사체에서 AI 확진이 거의 확실시 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경남도는 대책 마련에 들어갔으며, 우포늪은 탐방객 출입금지 조치가 이뤄질 예정이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영남을 제외한 7개 시·도, 19개 시·군 80개 농가로 확산됐다. 6일 현재 고병원성 AI 현황을 보면 충북 10건(음성4, 진천3, 청주2, 괴산1), 경기 7건(안성1, 양주 1, 이천2, 평택1, 포천1, 화성1), 충남 5건(아산2, 천안3), 전남 4건(나주1, 무안1, 해남1, 장성1), 전 북 1건(.. 더보기
신문마다 내세운 신년기획들 신문의 신년기획은 그 사회의 오늘을 비추고 내일을 가늠하는 거울입니다. 통찰과 직관, 구체성까 지 갖춘 주제를 잡기 위해서 신문사 안에서는 연말 치열하게 집단지성을 발휘합니다. 새해 첫날 신문이 나온 1월 2일 오늘은 신문마다 그 결과물을 볼 수 있습니다. 먼저 경남과 부산 지방지부터 볼까요? 는 ‘우리가 주인이다’라고 신년기획 제목을 붙였습니다. 대한민국의 주인은 대통 령도, 정치인도 아닌 국민이라고, 지금껏 그것을 알면서도 스스로 내버려둔 어리석음을 반성합니 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정치면의 비선을 이기는 시스템, 사회면의 부조리에 맞서는 노동자들, 자 치면의 분권 기초의회 바로 세우기부터, 경제면의 소비자주권, 스포츠면의 나는 두 번째 감독, 문 화면의 1020 청춘예찬 등이 배치됐습니다. 은 ‘힘.. 더보기
한 해를 보내며 한 해를 보내며 숲을 보기가 참 어렵다. 눈앞에 나무가 너무 빽빽하다. 수많은 상념들, 걱정, 욕심 설렘. 가정. 떨칠 수 없는 조바심, 불안감이 아이들에게 끊임없이 간섭하게 했다. 불안감은 때로 아내를 향하 기도 했다. 이제 그 나무들 앞에서 눈을 감는다. 숨을 길게 내쉬고 또 들이쉰다. 왜 그런 감정들이 주로 들었을까? 내버려둔다. 그 감정들에는 다 이유가 있었을 거다. 다만 믿음, 포용, 대화, 웃음 같은 게 조금씩 섞 였으면 좋겠다. 그래야 숲을 볼 수 있다. 직장. 더해지는 무력감, 소외감, 시기심. 점점 어색해지고 초라해지고... 뒷방늙은이 취급은 싫다고 나 부대지만, 오버가 되기 일쑤다. 다시 눈을 감는다. 길게 호흡한다. 왜 그럴까? 그런 감정들을 가만히 내버려둔다. 다 이유가 있어서 생긴.. 더보기
지방사람들이 살 길은 왜 지방자치가 지방사람들 살 길일까? 사실, 납득이 안 될 때가 많죠. ‘금품 제공·수수 혐의 창녕군의회 의장·부의장 구속, 김해시의회·사천시의회 의장 수사….’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더 그렇습니다. 1995년 민선 1기부터 지금의 6기까지 끊이지 않는 지자체 선거 선출직들의 부패·부조리 실태는 정말이지 원성이 절로 나오게 합니다. “왜 쓸데없이 지방자치를 하나? 말 많고 탈 많고 되는 일은 하나도 없는데. 좁은 땅에서 중앙집권 하면 되지!” 이해할만 합니다. 그럴 수 있죠. 하지만 한번쯤 더 생각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수도권 1극 집중입니다. ‘국토의 12% 이 좁은 수도권에 대한민국 모든 것이 몰려 있다. 인구의 50%, 100대 기업 본사의 95%, 전국 20대 대학의 80%, 의료기관의 51%,.. 더보기
지방사람들이 산다는 것 2016년 9월 16일 이번 추석 연휴 중 서울 사는 처남이 고2, 중3 조카들에게 말했습니다. “너희들 애매한 지방대 나와서 공무원시험 준비하는 꼴 면하려면 지금부터 공부 열심히 해라.” 뒤집어 말하면 ‘알아주는 서울소재 대학 나와서 전문직 종사자가 돼라’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었 는데, 물어보진 않았습니다. 뭔가 겁먹은 듯 큰 눈망울로 삼촌 말 듣고 있던 고2, 중3 아이들은 별 말이 없었지만, 머릿속에 뭔 가 각인된 건 분명해보였습니다. 역시 연휴 중에 만난 고3 담임 대학 동문은 공부 어중간하게 한다는 고2 딸을 둔 또 다른 동문에게 말했습니다. “공부가 전부는 아이다. 학교 방송반에다 단체활동을 그렇게 잘하면 서울성공회대 같은 곳에 보내 봐라. 사회과학 기본기 교육이 탄탄한 곳이니까.” 고 신영.. 더보기
아파트키드 진구 - 공간 며칠 전 진구가 말했습니다. 아빠 아파트키드 진구는 왜 안 써? 쓸까? 응 보고 싶어. 왜? 나도 그런 책에 나와보고 싶어. 진구는 자신을 드러내는데 형 득구보다 확실히 적극적입니다. 득구는 지가 다니는 중학교 도서관에서 를 봤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걸 읽지는 않았다고 했습니다. 자기 이야기기 거기 실려있는 게 거북하고 싫었다고 했습니다. 하여튼 진구를 잠시 지켜볼까요. 며칠 뒤엔 5학년이 되는 진구. 작고 은밀한 공간에 대한 호기심이 큰 진구는 아파트 안에서도 그런 공간을 집요하게 찾습니다. 대표적인 곳이 큰방 장롱 속입니다. 이불장 위 라면박스만한 공간. 이불을 눌러 자기가 웅크릴 장소를 만들고 장롱 문을 닫아버립니다. 심각한 사생활 침해지만, 문 닫기 전 아빠가 급하게 찍었습니다. 그런데 그 정도.. 더보기
고리원전 겉핥기 2015년 지역신문발전기금 원자력 현장연수 마지막 날인 4월 24일.간밤에 음주가 좀 과했지만, 나는 새록새록 전투력을 회복했다. 우리 지역 고리원전을 방문하는 날이다. 상업운전 30년을 채울 고리 1호기 폐쇄 문제는 지역뿐만 아니라 전국적인 과제다. 원전정책의 분수령이다. 경남도민일보 5월 18일 자를 보자. 고리원전은 경남 양산시 전역과 김해시 일부, 부산시와 울산시 시민들 반경 30㎞ 생활권 속의 원전이다. 부산시 기장군 장안읍 입구부터 긴장감이 있었다.'마이 돌맀다 아이가? 인자 고마 돌리자!' '약속한 이주 통해 새 삶터 보장하라!'길천리이주대책위 이름으로 플래카드가 곳곳에 붙었다. 동네가 죽었다는 의미인지 마을 스피커에서 장송곡이 흘러나왔다.10시 홍보관 내 접견실. 홍보팀 여성진 차장이 브리.. 더보기
원자로에 들어갔다 2015년 4월 22일 경주여행은 아주 독특했다. 남산을 가거나 토함산 불국사나 석굴암을 둘러보는 그런 여행이 아니었다. 5월 4일 자 경남도민일보에 행적이 실렸다. 한국언론진흥재단 원자력 연수 이틀째인 4월 22일 오후 3시 반 경주에 들어섰다. 이날은 독특한 경주여행이다. 월성원자력발전소행.연수 기자 중 영남일보 송종욱 기자가 1970년대 말 박정희 정부가 추진했던 중수로형 월성원전의 배경과 2005년 방사성폐기물처리장 유치과정의 이면을 설명했다. 고도 경주가 원전 도시가 돼버린 과정이다.4시에 도착한 곳은 경주시 양북면 와읍리 원자력안전위원회(KINS) 월성방사능방재센터. KINS 월성주재검사팀 김대지 박사가 방사선 비상사태부터 설명했다."방사성 물질이나 방사선이 누출되는 사태, 혹은 누출될 우려가.. 더보기
원자력과 만났다 기억을 기록하면 경험을 넘어선다. 2015년 4월 21일 오후 1시.대전 KTX역 동광장은 생각보다 멀다. 하지만 어렵잖게 언론재단 김병수 차장을 만났다. 그는 파마머리였다. 그 전에 양산시민신문 한관호 국장을 만났다. 그도 취재기자 입장이었다.누군가 늦게 왔다. 그래서 버스가 대전역을 출발한 건 1시 반이 넘었다. 대전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으로 간다고 했다. 2015년 4월 28일자 경남도민일보 기획 '눈 부릅뜨고 보는 원자력' 1편부터 보자. 고리원자력발전소 반경 150㎞ 안에 대부분 경남도민들이 산다. 방사능이 누출되면 몇 시간 안에 사정권에 든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원전 안전성에 대해 근본적 우려를 확산시켰다. 고리 1호기 정전 은폐와 품질서류 위조, 경주 신월성 3호기 노동자 3명의.. 더보기
득구 진구와 함께 한 낙남정맥2 그 다음 산행은 시간이 좀 걸렸어.이유가 뭔지 정확하게 기억나진 않지만, 시험이다 날이 덥다 등등 이유가 많았던 것 같애. 추진력하면 자신있는 아빠도 미적미적 했으니까 말야.본래 낙남정맥은 고성 무량산을 지나 절골, 백운산, 양전산을 거쳐 사천 봉대산, 돌장고개 쪽으로 넘어가는 거야. 그리고는 진주 금곡으로 들어가 무선산, 죽봉재, 화동을 거쳐 하동땅 돌고지재로 연결돼.처음엔 그 순서따라 사천, 진주, 하동 대표 산을 등산하려던 아빠도 우왕좌왕했어. 그렇게 두어달 보내고는 이거 안 되겠다 싶었지. 에라 모르겠다, 전부 다는 못가겠고 확실한 산 한 곳을 가자. 정맥 코스는 아니지만, 남해가 훤히 보이는 산으로 가자. 그게 사천 와룡산이었어. 성사시키는데 두 달 넘 게 걸려 9월에야 우리 등산을 재개했지. .. 더보기
득구 진구와 함께 한 낙남정맥1 득구야 진구야,작년에 아빠랑 아저씨랑 함께 했던 낙남정맥 등산 이야기 있잖아.어젯밤 득구 학원 마치기를 기다리면서 생각했어. 안 되겠다, 사진도 기억도 모두 까먹기 전에 기록을 해놔야 되겠다 싶었어.우리가 3월부터 11월까지 모두 여섯번 낙남정맥 구간을 등산하게 된 건 아주 우연이었지.그전 겨울방학에 대전과학관에 놀러가던 길이었지. 그때 아빤 중부내륙고속도로를 운전하다가 소백산 줄기를 보게 됐어. 정말 장관이더군. 마치 용이 꿈틀거리면서 움직이는 것 같았어."득구야 한번 봐. 저게 우리나라 국토의 등줄기야. 살아꿈틀거리는 거 같지 않아?"..."백두대간이라고 하는 건데, 저 북쪽 백두산에서 흘러내린 등줄기가 저기 소백산을 타고 남쪽 지리산까지 가는 거야.""그래?"난 득구 너의 작은 반응을 놓치지 않았지.. 더보기
지방식민지 독립선언-2 저자인 강준만 교수는 지방자치단체에 주문합니다. "지자체여, 지방자치를 위해 정부와 통계 전쟁에 나서라" "말로만 고통받는다 하지 마시고, 지방의 낙후로 인해 각 분야에서 발생하는 국가적 차원의 손실을 통계화해서 장기적으로 발표하라. ...지방에도 수많은 대학과 연구소와 언론과 인력이 있지만,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들이여, 관변단체에 쓸 돈 좀 아껴 '통계 의제설정'에 좀 쓰시라. 관변단체에 돈을 써도 좋으니 제발 지방의 고통을 통계로 포착하는 관변단체를 육성하시라."중앙정부에 예속된 지자체 문제, 나아가 중앙의 식민지화하는 지방의 문제를 지속적으로 의제화하자는 주문입니다.- 238쪽 #개천 미꾸라지를 모멸하는 '개천에서 용 나는' 모델경남도 홍준표 지사의 정책이 소개된 부분이 있네요.. 더보기
지방식민지 독립선언-1 지방식민지라.... 처음엔 저자인 강준만 교수의 과장된 표현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마침 1장(왜 지방은 내부식민지가 되었는가) 34쪽 '식민지라는 말이 끔찍하다고?'에 설명이 나오네요.1970년대 남미에서 종속이론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이론으로 마누엘 카스텔이 중남미의 도시화를 종속적 도시화로 개념지었다는군요. 남미에서 생산된 잉여가치를 착취하는 과정에서 잉여가치의 송출구 역할을 했다는 거죠. 갸우뚱...한 장 넘겨 최장집 교수와 강준만 교수의 논리를 읽으니 좀 더 다가오네요."중앙-지방 관계를 사회전체의 문제가 놓여있는 근본적인 모순의 소재로 인식할 때 하나의 단일한 요인을 통하여 전체 문제를 풀려고 하는 도식화나 환원주의로 빠질 가능성이 있다" - 최장집"과연 우리 현실이 지역모순이라는 하나의 단일한 .. 더보기
뮌헨 아파트의 기억 이 기록은 지난 7월 8일 독일 뮌헨의 아파트를 방문한 기억을 바탕으로 합니다.전국 11명의 지역신문 기자들과 함께 독일의 에너지 자립 노력을 취재하러 갔습니다만, 그중 뮌헨에서 만났던 아파트를 소개하려 합니다. 독일 뮌헨건축센터는 이름보다 훨씬 독특한 곳입니다.다양한 건축 양식을 소개하는 곳이 아닙니다. 전기를 아끼는 건축, 에너지를 덜 쓰는 건축을 소개하고 상담하는 곳입니다. 민간기구가 아니라 뮌헨시 예산을 써는 공공기구입니다.나이가 몇인지 묻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독어 발음이 그렇게 매력적일 수 있다는 걸 전해준 건축사 나탈리 노하우젠은 뮌헨건축센터에서 파트타임으로 봉사하는 에너지 컨설턴트입니다.두어시간, 에너지 이야기를 한 나탈리가 뮌헨박람회장 지역의 림 주거단지를 안내했습니다. 패시브하우스, 즉.. 더보기
단전과 대맥 단전호흡 이야기를 가끔씩 할까 합니다. 작년 3월부터 창원 소답동 석문호흡 도장에서 단전호흡을 배우기 시작했으니 이제 만 1년 6개월 정도 되었네요.깊고 긴 호흡을 하기 위해 배우기 시작했구요. 지금은 배꼽 아래 단전 위치를 의식하면서 호흡할 때가 그 전보단 많아졌습니다.호흡을 명료하게 의식하고 길고 깊에 하면 마음이 차분해집니다. 제 몸속엔 화와 열이 많은 편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것까지 차분해졌다고 확실히 말하진 못하겠네요. 하지만 그 목표를 갖고 있습니다.처음 8개월동안 누워서 호흡하기가 지금까지 호흡수련 과정 중 가장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누워서 45분 동안 자기 호흡을 의식하고 집중하면서 버티기가 쉽지 않았습니다.하지만 누구든 누워서 호흡을 해보면 자신의 호흡 길이와 깊이를 알 수 있습니다.가슴까.. 더보기
빼지게 오지랖 부리는 남자 박종권 ‘고리1호기 폐로’ ‘경주 월성1호기 수명연장 반대’ 도내 19개 단체로 구성된 탈핵경남시민행동 기자회견 때마다 뵙던 그 분은 깡마른 인상만큼 딱딱 해보였습니다. 어차피 기자회견이란 게 기자와 취재원 사이에 필요한 말만 주고받으니 인간적 여 운 같은 건 느끼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그날은 달랐습니다. 기자회견 때와 그렇게 다르지 않은 말인데 느낌이 많이 달랐습니다. “다른 건 다 복구가 되는데 핵발전소만은 복구가 안 됩니다. 핵발전소를 막는 일을 죽을 때까지 할 겁니다. 지금 나는 행복합니다.” 그는 활짝 웃었고 정말 행복해보였습니다. 기자회견 때는 볼 수 없는 모습이었습니다. 갱상도블로 거공동취재단이 25일 밤 경남도민일보 강당에서 탈핵경남시민행동 박종권(64) 대표를 만났을 때 였습니다. “나는 행복합.. 더보기
바다를 떠나 또 바다를 찾는 건 도대체? 바다를 떠나 또 바다를 찾는 건 도대체? 갈증 때문이겠죠 뭐. 갇힌 바다에서 느끼는 답답함 아닐까요? 툭 트인 바다를 보지 못하는 아쉬움... 전에 언급했던 의 저자 김준형 씨의 생각도 그랬죠. “마산 앞바다에 가득 찬 바닷물이 어디론가 흘러갑니다. 따라가려 하면 점점 도망갑니다. 흘러가는 그 바다를 만나고 싶은 욕구가 동해, 서해, 그리고 해외 로 떠나게 했습니다.” 마산만을 빠져나가는 썰물을 따라가다보니 동해로 서해로, 나중에는 아예 해외 로 떠나게 했고, 스페인까지 찾아간 저자는 플라멩고를 만납니다. 향수의 바다가 상상력이 된 거죠. 바다는 상상력이기도 합니다. 마산만. 멀리 보이는 마창대교 방향으로 만을 벗어난 썰물이 진해와 거제 쪽 남해로 흘러나간다. 그래선지 마산바다를 끼고 사는 저도 이곳을 .. 더보기
마산바다에서 느끼는 향수 칼바람 온몸으로 맞으며 마산바다 앞에 섰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시절 대부분을 보냈던 산호동 자유무역지역 정문 건너동네다. 한땐 똥물이었지 만 제법 깨끗해진 바다가 추위를 더해 새파랗다. 나는 잘 몰랐다. 이 바다 풍경이 내 어린 시절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하지만, 요즘 내가 하는 짓 거리나 생각의 경향을 되새기면 전혀 영향을 끼치지 않은 건 아니다 싶다. 점점 사라지는 마산 바다에 향수(鄕愁)를 느끼는 분들은 많았다. 지난해 6월부터 10월까지 ‘마산해양신도시 20년간의 매립 기록’ 취재를 하면서 만났던 택시 기사 들 대부분이 그랬다. 70대. “지금 수출(자유무역지역) 들어선 봉암 앞바다만 해도 짱어가 팔뚝만한기 안 잡힜나. 그거 두어 마 리 잡아다가 주변에 돌리믄 인심 얻고 내는 내대로 푸지게 해.. 더보기
사시는 아파트엔 어떤 구석이 있나요 점점 더 따뜻한 구석을 찾아들 때다. 구석이란 말이 한편으론 추레해 보여도 생각해보면 참 정감 있는 말이다. "왜 집구석에만 처박혀 있냐"거나 "해가 중천에 뜨도록 방구석에서 나올 생각을 안 한다"고 어른한테 욕을 들어도 그건 그만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 그래서 해외 여행을 하든, 가까운 관광지를 갔다 오든 사람들은 말한다. "뭐니뭐니 해도 내 집구석이 제일 편해" 구석의 또다른 맛은 일말의 가능성을 의미할 때다. "전혀 가능성이 없다"거나 "신문구독 일절 사양"이라며 바늘구멍만큼의 여유를 주지 않는 삭막한 표현에 비해선 일말의 여지를 주는 따듯한 말이다. 아무리 사면초가에 처해도 사람들은 그래서 '비빌 구석'이나 '믿을 구석'을 찾아보는 데서 한숨이나마 돌리는 것이다. 구석은 그래서 참 푸근한 말이다... 더보기
화낼 바에야 하지 마세요 오전 9시. 득구 진구 쿨쿨. 엄마는 출근.버럭씨는 설겆이를 멈추고 애들을 깨웠다. 9시인 것이다.득구야 진구야 일어나. 응 응 앙 앙 악!설겆이를 끝내고 압력밥솥에 밥을 새로 앉히고 나서 아빠가 본격적으로 나섰다.안 일어나? 이것들이 정말.뿌석뿌석 눈 비비며 밖으로 나오는 아이들.9시 20분. 득구야 나오지 말고 이불 개라.또 뿌석뿌석 들어가는 득구. 아빠는 어제 남은 삼겹살 굽고 감자 양파 햄 채써려 볶음을 만든다.이불 잘 개는지 힐끔힐끔 보면서.9시 30분. 밥이 되고 찬이 되고 멸치 다신 물에 쉬어빠진 김치 씻어서 끓인 김칫국까지 대충 아침상이 차려졌다.오이라 밥묵자. 오이라 밥묵자.밥묵자 응 응 앙 앙 악 악!또 뿌석뿌석 자리에 앉는 득구 진구.여전히 눈을 비빈다.아빠 나 밥 안 먹으면 안돼?내.. 더보기
아침에 30분 밤에 30분 만난 득구 진구 퇴근해서 밤 11시에 만난 진구. 아마 30분 뒤면 잠들거다. 오늘 아침에 출근 전에 30분 같이 있었나? 아, 오늘은 진구를 1시간 본 거구나.회사 사람들하고는 8시간 가까이 같이 있는데... 정말 일 열심히 하면서 사는구나. 진구야 오늘 주민운동장 갔어?아니.그럼 놀이터에는 갔어?아니.우진이 만나러는 나갔어?아니.그럼 뭐했어?컴퓨터.그리고는 씨익 웃는다. 왜 웃는 걸까.컴퓨터만 생각하면 좋은 건가. 아니면 아빠가 기대한 것처럼 밖에 나가서 놀기를 안해서 부끄러웠던 건가. 그러는 버럭씨는?오늘 늦잠을 자 오전 9시반에 일어났다. 그리고 10시에 수련원. 12시반에 혼자서 점심식사. 1시부터 8시반까지 근무. 밤 9시에 구암동 본가에서 저녁식사. 아버지와 소주 4잔. 그리고 10시반 학원끝난 득구만나서 .. 더보기
2014년 7월 27일 득구 진구 버럭씨는 아침부터 열받을 준비가 돼 있었다. 이상하게 몸이 무겁다. 오른쪽 팔꿈치뼈가 아프고 어제부터 허리통증이 심했다. 아침부터 바람 한 점 없는 무더운 날씨가 화를 더 돋궜다. 아마 그 무엇보다 열받게 하는 건 오늘 다시 출근을 해 한 주간 또 일을 해야 하기 때문이었을 거다. 오전 9시에 눈을 떠 진구가 켜놓은 EBS 어린이 만화를 멍청하게 누워서 보던 버럭씨. 그때까지 세상모르고 자고 있던 득구 볼때기를 쓰다듬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신경질이 날 정도는 아니었다. 문제는 TV 잘보고 있던 진구가 9시반쯤 털고일어나더니 "아빠 나 컴퓨터할께" 했을 때부터였다. 어차피 막을 수 없는 거, 에라 모르겠다 하고 내버려둬도 될 일이었다. 하지만 반사적으로 화를 냈다 버럭씨는. "뭐 벌써부터 컴퓨터야? 쫌 있.. 더보기
아파트키드 진구 9 - 네모난 아빠 2013년 9월 10일. 난 2학년이 됐고 세상은 더 살기 힘들어졌다. 여전히 아침 8시에 일어나야 하고 억지로 씻고 옷 입고 먹기 싫은 밥을 먹어야 한다. 처음엔 좋은 소리로 구슬리던 아빠가 곧 화를 내고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는 것도 그대로다. 아니 그대로가 아니다. 1학년 땐 다니지 않던 영어학원을 새로 다니게 됐다. 1학년 땐 하지 않았던 구구단 공부도 해야 한다. 숫자 외우기가 정말 싫은 나는 수업 끝나고 남는 일이 다반사지만, 여전히 구구단은 내 머릿속에 들 어오지 않는다. 2단 3단은 그런대로 왼다. 4 1은 4, 4 2 8, 4 3 1...12, 4 4...14? 15? 16? 4 5...4 5 20, 4 6 2...22? 23? 아, 정말 모르겠다. 정말 짜증난다. 왜 내가 이걸 하고 있어.. 더보기
아파트키드 진구 8 - 시킨대로 했을뿐이야 학교에 대한 환상이 깨지는데는 한달도 걸리지 않았다. 교실 밖에서 손들고 서서 친구들 눈치를 받을 때부터 그랬다. 나는 정말 창피한 게 싫은데, 거의 매일 그랬다.8시 40분, 등교 시간을 지키지 못하니까 어쩔 수 없었다.하지만 오늘 일은 그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다.교실 밖에서 서 있는 차원을 넘어 꿇어 앉았으니까.그렇지만 난 내 잘못을 모르겠다.선생님이 시킨대로 했을 뿐인데... 오늘 점심시간에 선생님은 말했다."오늘은 점심 먹고 나가서 맘껏 놀아도 돼!"우린 와 소리를 질렀다.입학하고 나서 지금까지 나가서 논 적이 별로 없었다. 아직 학교가 어떻게 생겼는지 잘 몰라서 교실 밖을 많이 벗어나지 못했다. 선생님도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 교실 주변에서 놀라고 하셨다. 그런데 맘껏 놀라니.그때 생각이 난.. 더보기
아파트키드 진구 7 - 새로운 세계 2012년 3월 오늘, 나는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아파트나 유치원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세계. 내가 좋아하는 파란 잔디가 깔린 운동장에서 매일 뛰어 놀 수 있다. 같은 반 교실에 앉은 친구들도 많다. 30명도 넘을 것 같다. 어제는 재미있게 놀았다가 오늘은 티격태격 싸우는 재호나 유진이는 상대도 안될 걸. 입학식에는 아빠가 따라왔다. 쫌 창피하다. 아빠가 막 손들고 선생님에게 뭐라고 그럴 것 같다. 게다가 평소처럼 말을 막 하거나 화를 내면 어쩌지? 지금은 화낸 티를 전혀 내지 않고 교실 뒤에서 그냥 나를 쳐다보고 있다. 어쩐 일이지? 아... 교실 앞에 서 계신 선생님. 짧은 머라에 똥그란 눈, 정말 예쁘다... "학부모님들,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키가 작지만 목소리가 크다. 이윽고 벨이 울렸다. 그.. 더보기
아파트키드 진구 6 - 친구 현수 형아와의 일로 풀이 좀 죽긴 했다. 정말, 끔찍했던 밤이었다. 땅콩집 좋았더 기억마저 싹 가셨다. 싹 가셨다? 그건 아닌 것 같다. 아직도 집안의 계단과 다락방은 그립다. 가보고 싶어. 하지만 그 일로 형아와 외출은 한동안 금지됐다. 그대신 우리 아파트에 사는 재호랑 유진이랑 돌아다니는 시간이 많아졌다. 엄마나 아빠가 이모집에 서 나를 데리고 가는 시간도 당겨졌고, 평일이나 주말에 우리 아파트에서 노는 시간이 길어졌다. 재호는 한 살 아래지만, 나보다 훨씬 크다. 걸핏하면 힘을 써서 기분 나쁘긴 하지만, 이것저것 도움 되는 게 많다. 아파트 안에서 구석구석 아는 것도 많다. 아파트 옥상 입구나 지하 주차장 창고, 놀이 터 한쪽 옆 개구멍 같은 곳은 재호 때문에 알게 됐다. 재호는 벌써 용돈을 받고 .. 더보기
아파트키드 진구 5 - 실종 아파트키드 진구 5 - 실종 이모집 현수 형아만 만나면 신난다. 어떨 땐 무섭지만, 언제나 나를 재밌게 해준다. 형아가 이모집 아파트 밖으로 이곳저곳 다닐 때 따라다니면 정말 신기한 게 많다. 어제는 형아 아파트 울타리 사이로 난 개구멍으로 저수지에 갔다. 형아는 그걸 모험놀이라고 했다. 아파트에서는 볼 수 없는 풀숲이 있고, 흙이랑 물이랑 장난칠 게 너무 많다. 가끔 개구리나 지렁이, 어떨 땐 뱀도 볼 수 있다. 하지만 뱀은 너무 무서워서 자세히 본 적은 없다. 며칠 전엔 형아가 개구리를 잡아 서 비닐에 넣고 왔는데, 돌아와서 보니 죽었다. 으이그 끔찍해. 난 못 보겠어. 그런데 형아는 아무렇지도 않은듯 비닐채로 던져버렸다. "히히히" 하면서. 멋있게 보였다. 오늘 오후에도 형아랑 아파트 밖으로 나왔다.. 더보기
악마의 글쓰기 문학평론가 김윤식의 창작집 (1957)의 후기에서 작가는 이렇게 썼다. '이 두 작품을 쓸 무렵의 처참한 심정이 되살아나서 며칠은 꿈까지 좋지 않았다. 잊어버리고 싶고 외면하고 싶은 작품들이었다. 이 작품들을 쓸 때 나는 악마가 아니었던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고발의식이라고들 했다. 그런데 의외로 나는 독자로부터 고발에 대한 갈채보다는 동정을 받았다.' 그 이유는 자명하다. 사회에 대한 고발이기엔 너무도 절박하고 처연한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그것은, 작가의 글쓰기가 아니라 악마의 글쓰기, 곧 소설이자 동시에 소월 초월이었음에서 말미암았다....는 (내용대로)을 일어로 읽을 줄 아는 진영이 아들을 잃고 쓴 소설이다. 진영으로 하여금 성당과 법당을 싸잡아 비판케 한 것도 이 책이었다. 이 책이 아니었던들,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