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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기록

지방식민지 독립선언-1

지방식민지라....

처음엔 저자인 강준만 교수의 과장된 표현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마침 1장(왜 지방은 내부식민지가 되었는가) 34쪽 '식민지라는 말이 끔찍하다고?'에 설명이 나오네요.

1970년대 남미에서 종속이론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이론으로 마누엘 카스텔이 중남미의 도시화를 종속적 도시화로 개념지었다는군요. 남미에서 생산된 잉여가치를 착취하는 과정에서 잉여가치의 송출구 역할을 했다는 거죠. 

갸우뚱...

한 장 넘겨 최장집 교수와 강준만 교수의 논리를 읽으니 좀 더 다가오네요.

"중앙-지방 관계를 사회전체의 문제가 놓여있는 근본적인 모순의 소재로 인식할 때 하나의 단일한 요인을 통하여 전체 문제를 풀려고 하는 도식화나 환원주의로 빠질 가능성이 있다" - 최장집

"과연 우리 현실이 지역모순이라는 하나의 단일한 요인을 통하여 전체 문제를 풀려고 하는 도식화나 환원주의로 빠질 가능성을 염려해도 좋을 상황인가? 지역모순에 대한 인식이 널리 퍼져 있는가? 오히려 지역모순마저 계급모순에 종속시켜 계급모순으로 누르려는 게 현실 아닌가?" -강준만

지역모순이 이 사회의 근본모순이다, 아니다 뭐 그런 이야긴데, 강준만의 주장은 근본모순이다, 그래서 지방은 내부식민지라는 것입니다.

그러면 책을 순서대로 한번 볼까요.


#정부 예산에 종속되는 지방

1장 왜 지방은 내부식민지가 되었는가 48쪽

"감당할 수 없는 복지비용 때문에 지방재정은 파탄 지경에 이르렀고, 그로 인한 혼란을 우리는 지금 목격하고 있다. 2006년부터 2014년까지 지방정부의 사회복지 예산 증가율은 14.5%에 이르렀지만, 같은 기간 지방정부 총예산 증가율은 6.2%에 그쳐"

경남도청 출입한지 10년이 넘은 한 기자가 얼마전에 이런 말을 하더군요.

"앞에 김혁규와 김태호가 대형사업을 많이 벌리지 않았나. 김두관 땐 짧았고, 홍준표가 자리에 앉고보니 부채가 1조7000억을 넘었다. 급기야 재정점검단을 만들었고, 거기서 첫번째 걸린 게 진주의료원이었다. 그리고 두번째 걸린 게 무상급식이었다. 그 과정에서 홍 지사는 '채무0'라는 목표를 내세우게 됐다."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다고 했나요. 

결국 정부의 사회복지사업 지방 이관과 지방세 감소로 지방재정이 약해지고, 거기다 거가대교, 마창대교 같은 대형사업으로 부채가 늘면서 진주의료원 폐원, 무상급식 지원중단 논란으로 비화했다는 측면이 있다는 것입니다.

3장 인사와 예산을 둘러싼 내부식민지 전쟁 130쪽에 예산종속의 실태가 생생하게 표현됩니다.

"2014년 11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회의장에서 국회의원들끼리 공무원들이 보는 앞에서 "깡패"니 "양아치"니 "인마" 하면서 거칠게 싸운 것도 (예산확보 전쟁의) 살벌함을 말해주는 게 아니고 무엇이랴."

앞 부분엔 국회가 다음해 예산을 심의하기 시작하자 국회 본청 6층은 정부 각 부처와 지방자치단체에서 나온 공무원들로 붐빈다고 전합니다. 정부 각 부처와 지방자치단체에서 나온 공무원들입니다. 

경북 상주시 서울사무소 장운기 소장은 상경할 때 이런 다짐을 했다는군요.

"독립운동하듯이 하자. 죽을 각오로 하자."

경남도민일보 기자로 경남도청을 주로 취재하는 저는 예산의 종속 부분을 읽으면서 책임감을 느꼈습니다. 심각한 제한과 제약 속에서 만들어진 지자체 예산의 성격을 아주 조금 인식한 거죠.

며칠 뒤 홍준표 지사가 도의회 본회의에서 2016년 새해 예산안을 설명합니다. 날짜 확실히 파악하고, 이왕이면 예산안 먼저 받아 전체 뼈대 정도는 이해를 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돈은 서울로 몰리고 지방엔 빚만 남는다

공감하고 또 공감할 말입니다. 기가 막힌 현실이죠.

이 표현을 읽으면서 경남도가 내세우는 '2016년 중 채무 0'라는 목표가 떠올랐습니다.

경남 미래 50년 성장산업 준비와 함께 도정의 한 축이기도 합니다. 진주의료원 폐원, 무상급식 지원중단 조치 등과 맞물려 "도대체 누구를, 무엇을 위한 채무0 정책이냐"는 삿대질을 받기도 합니다.

여기에 더해 저는 중앙정부의 제약으로 인해 채무 0가 될 수 없는 구조적 한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생각도 했습니다. 어쨌든 앞으로 제가 도의 예산과 채무 분야를 다루는데 이 책이 안목과 관점을 가지게 해주었습니다.

관련해 강준만 교수는 '지역균형발전기금의 조성이 해법"이라는 대책을 내놓습니다.

"가칭 '지역균형발전기금'의 조성 등과 같은 근본적이고 획기적인 방안으로 풀어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구조적이고 국가정책적인 문제로 인해 특정 지역 주민들이 당하는 경제적 불이익을 그 기금으로 보상해주자는 것이다. 기금은 구조적이거나 국가정책적인 수혜를 누리는 지역에서 유무형의 이익을 일정부분 환수하는 방식으로 조성할 수 있다. 수천억원 수준의 기금을 말하는 게 아니다. 장기적으로 수십조, 수백조, 아니 그 이상의 기금을 형성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