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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기록

지방식민지 독립선언-2

저자인 강준만 교수는 지방자치단체에 주문합니다.

"지자체여, 지방자치를 위해 정부와 통계 전쟁에 나서라" 

"말로만 고통받는다 하지 마시고, 지방의 낙후로 인해 각 분야에서 발생하는 국가적 차원의 손실을 통계화해서 장기적으로 발표하라. ...지방에도 수많은 대학과 연구소와 언론과 인력이 있지만,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들이여, 관변단체에 쓸 돈 좀 아껴 '통계 의제설정'에 좀 쓰시라. 관변단체에 돈을 써도 좋으니 제발 지방의 고통을 통계로 포착하는 관변단체를 육성하시라."

중앙정부에 예속된 지자체 문제, 나아가 중앙의 식민지화하는 지방의 문제를 지속적으로 의제화하자는 주문입니다.- 238쪽 


#개천 미꾸라지를 모멸하는 '개천에서 용 나는' 모델

경남도 홍준표 지사의 정책이 소개된 부분이 있네요. 4장 왜 한국 대학은 부동산산업으로 분류되나 중 166쪽.

"2015년 7월 1일 경남지사 홍준표는 도청 강당에서 열린 '경남 미래 50년을 향한 브랜드 슬로건 선포식' 도정 2기 취임 1주년 기자 간담회에서 수도권 대학에 다니는 경남 출신 대학생을 위해 재경 기숙사 '남명학사' 건립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200억 원을 들여 400명을 수용하는 규모다."

강 교수는 "이 지자체들이 내세운 인재육성정책이자 지역발전전략은 믿기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자기 지역 출신 학생이 서울 명문대에 진학해 서울에서 출세하면, 즉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요직을 차지하면, 그 권력으로 자기 지역에 좀더 많은 예산을 준다든가 기업을 유치하는데 도움을 줄 거라고 본다. ... 그건 지역발전전략이 아니라 '지역황폐화전략'이다."

홍 지사도 "개천에서 용이 나야 한다"는 말을 자주 하죠. 그 용을 키우기 위해 서울에다 학사를 짓겠다는 것이고요.

강 교수의 논리는 "왜 개천에서 나는 용인가? 용은 뭔가, in 서울인가? 왜 용을 키우는 돈으로 더 많은 개천의 미꾸라지를 돌보지 않는가"라는 거죠. 

그리고 단언합니다. "그 인재들은 고향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통계를 하나 내놓습니다. "부산 출신으로 '인서울'에 진학한 학생의 출신지역 회귀율은 9.5%에 불과하며, 85.3%가 수도권에서 일자리를 구한다."

5장 왜 지방자치는 '지역토호들의 반상회'로 전락했나 편 220쪽에 서울에서 대전으로 옮겨 사는 주부 이성은 씨 이야기가 실렸군요.

"서울 사람들은 새벽부터 전쟁터로 가는지, 일터로 가는지 정말 딱합니다. 대전에 내려온지 6년째. 서울에선 작은 아파트에 전세를 살았습니다. 하층민이었죠. 대전에 오니 그 전세자금으로 35평 아파트를 샀습니다. 졸지에 중산층이 된 것 같아 기분 좋았습니다. 그렇지만 다시 서울로 갈 기회가 있다면 가고 싶습니다. 아이들 교육문제 때문이지요." 

순간 저도 제 아이들 생각을 했습니다. 

제 스스로 다짐했습니다. "아이들에게 중요한 건 스스로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이다. 그곳이 서울이든, 지방이든"

좀 뜽금 없나요?

그렇진 않아 보입니다. 강 교수도 뒤쪽 맺음말에서 이런 말을 하거든요.

"청년들이여 고향을 지향하라. 아니다. 현실적으로 말하자. 고향을 지향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제발 고향 떠나는 것이 지역발전의 길이라고 범지역 차원에서 부추기는, 내부식민지 근성만큼은 깨보자."



#국무회의에 시도지사를 번갈아 참석시켜라

올해 7월 전국시도지사협의회장인 이시종 충북지사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시도지사들이 대통령, 중앙정부와 대화할 수 있는 공식 채널이 없다. 청와대에서 날짜를 잡아 불러주면 가는 게 아니라 정례적으로 만나야 나라가 잘된다. 중앙정부가 지방정부를 모르면 정치도, 경제도 제대로 안된다."

그래서 강 교수는 제안합니다.

"서울시장만 국무회의에 참석하게 할 것이 아니라, 지방 광역 자치단체장들도 돌아가면서 국무회의에 참석케 해야 한다."


#'공무원 신문' 하려면 이렇게

이 책에서는 아주 많은 자료 인용자들이 등장합니다. 그중 가장 많이 소개되는 사람이 경남도민일보 김주완 출판미디어국장입니다.

지방의 식민지화 현상의 하나로 지역신문의 위축과 난립 문제가 소개되는데요. 지역신문의 위축은 일반 독자의 축소로 나타납니다. 그러다보니 관공서와 기업, 대학이 주된 독자층을 이루고, 거기서 생긴 말이 '공무원 신문'이라는 탄식조의 표현이 나옵니다.

그런데 김주완 국장은 "이왕 공무원 신문이라면 이렇게 하는 게 어떻냐"하고 제안합니다.

"단체장이나 도의원, 시의원들의 입을 중요시하자. 그가 어떤 자리에서 무슨 말을 했는지를 중요하게 보도해야 한다. 지역현안이 발생하면 반드시 해당 단체장이나 관련 도의원, 시의원의 코멘트를 받아야 하고, 그의 말을 비중 있게 처리하자. 이를 통해 지역의 유명인을 키우자. ...영웅을 만들어도 좋다. 스타를 만들어내자." 


#서울과 중앙, 지역과 지방이라는 용어

미디어를 권력자들이 악용하듯, 그 권력이나 미디어가 구사하는 용어 또한 묘하게 악용됩니다. 주문효과, 각인효과를 가지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가 흔히 쓰는 중앙과 지방이라는 용어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이 책에 나옵니다.

앞서 소개된 김주완 국장은 이런 지적을 합니다.

"경남도민일보에서는 '중앙지'라는 말 대신 '서울지'라는 표현이 정착돼 있다. 나는 전국의 모든 지역일간지에서 '중앙지'라는 말부터 없애버리자고 제안하고 싶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서울지는 하루에 지면을 40페이지에서 무려 60페이지까지 제작한다. 그중 지역소식을 전하는 지면은 고작 1페이지에 불과하다. 그것도 부산 울산 경남을 묶어서 낸다. 어떤 신문은 대구 경북까지 묶어 영남판을 내기도 한다. 그럼에도 서울지들이 지역 신문시장을 거의 장악할 수 있는 것은 그들이 만들어내고, 고착화시킨 중앙집권 문화 때문이다."

강원도 최문순 지사는 '지방'이라는 말을 쓰지 말자로 주장합니다.

"지방이란 말은 중앙의 상대적인 개념으로 차별과 하대의 의미가 있습니다. 또 지방분권이라는 말도 쓰지 말라고 그럽니다. 분권이라는 말은 권력을 좀 나눠달란 뜻이니까 수동적이잖아요. 저는 지역주권이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