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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기록

논어 속의 인간관계 - 지금 웃는가, 화내는가

 

지금 웃는가, 화내는가

 

지금 웃는 사람은 아마 평균적으로도 잘 웃겠죠?

 

지금 화내는 사람은 그 반대의 경우일 거고요. 화를 자주 내는 사람은 화 내는 일에

 

익숙하죠.

 

인간관계 측면에서도 웃는 것과 화 내는 것은 영향이 다르겠죠. 웃는 얼굴에 침 못뱉

 

는다 했고, 화 내는 사람 앞에 웃는 얼굴 하기는 어려우니까요.

 

하지만, 반대의 해석도 있습니다.

 

한국학중앙연구원 한형조 교수는 지금 우리 사회를 위로와 격려, 풍요에 사로잡힌

 

뇨병 사회라고 진단했습니다.

 

점점 더 달콤한 말에만 익숙해져, 따끔한 질책의 소리를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죠.

 

그러면서 논어를 비롯한 유학에서 이를 어떻게 해석하는지 설명합니다.

 

유학에서는 위로를 진통제 혹은 따뜻한 속임수로 봤다. 일시적 효과에 그치는 마사

 

지라는 거다. 유학은 내가 받은 상처, 타인에게서 받은 부당한 대우를 자연과 운명의

 

거대한 손 안에서 피할 수 없는 길이라고 본다. 이걸 어떻게 타개하느냐가 관건이다.”

 

결국 타개책을 따뜻한 위로와 격려에서 찾을 수 없다는 거죠.

 

논어 15편 위령공에서 공자는 순간의 감정 표현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군자는 궁지에 몰려도 한결같으나, 소인은 궁지에 몰리면 함부로 한다.’

 

그러면서 지혜를 강조했죠.

 

무슨 일에서나 억지가 없으려면 지혜를 갖추어야 한다. 지혜가 있으면 잘할 일만 가

 

려서 한다. 잘할 일만 하니, 무슨 어려움이 있겠는가? 지혜는 자신을 바로잡는 데서

 

생긴다.’

 

그리고 16편 계씨에서 시를 배웠느냐?”고 묻습니다.

 

시를 배워 사람의 기본적 감성을 풍부히 한 후에 예를 배워 그 표현을 딱딱하지 않고

 

각박하지 않게 하라는 것입니다.


그 내용을 볼까요.

 

 


15편 위령공

 

衛靈公 위나라의 영공

 

君子固窮 小人窮其濫矣(固窮고궁, 궁지에서도 견뎌내다. , 넘치다 함부로 하다)

 

군자는 궁지에 몰려도 한결같으나, 소인은 궁지에 몰리면 함부로 한다.

 

너는 내가 많이 배우고 잘 외운다고 생각하느냐. 그렇지 않다. 나는 하나로 꿰고 있

 

을 뿐이다. 予一以貫之. 하나로 꽤고 있다는 것은 안목을 갖추었다는 뜻이다. 꿰뚫어

 

보는 안목 그것은 통찰이다. ... 이치는 통찰로 꿰뚫어야 하는데 잘 외우는 것은 그런

 

통찰을 갖추는데 오히려 장애가 된다. 외운 것은 곧 변수를 간과하게 만들고 맹목적

 

으로 적용하게끔 만든다. 그래서 외우는 자는 똑똑한 자가 아니다. 어리석은 자가 외

 

운다.

 

 

志士는 도에 뜻을 둔 사람이다.

 

목숨과 바꿀 수 있는 것은 오직 어짊뿐이다. 어짊은 목숨을 이어가야 할 지고한 이유

 

이고, 목숨을 기꺼이 내버리고 얻을 만한 성금이다. 어짊은 나를 완전하게 하고 만물

 

과 어우러지게 하기 때문이다. 눈을 한 번 돌려서 보라. 바람 나무 새들, 구름과 바

 

, 하늘 땅 사람들까지, 존재하는 모든 것이 그대로 어짊이다. 생명의 약동이 곧 어

 

짊이다. ... 어질게 되려면 어진 이를 만나는 것이 최상이다. 어진 이를 어떻게 만날

 

? 먼저 공부를 하라. 내가 안목이 없다면, 그런 사람을 만나서 배우고 따라야 한다.

 

 

나는 아직 여색을 좋아하듯 덕을 좋아하는 자를 만나지 못했다.

 

여색을 좋아하는 것은 본성이다. 덕을 좋아하는 것도 본성이다. 같은 본성인데, 어찌

 

하나는 저절로 좋아하고, 하나는 좋아하는 것 자체가 그리도 버거운가? ... 뒤에 제대

 

로 설명이 안 된다.

 

 

巧言亂德 小不忍 則亂大謀

 

번드러운 말은 덕을 어지럽힌다. 작은 일을 참지 못하면 큰일을 그르친다.

 

이미 사사로움이 자리를 잡고 있는 마음에 참됨이 솟아날 리 없다. 참됨이 없는데 어

 

찌 덕이 갖추어지겠는가? 어둠과 밝음은 한곳에 동시에 자리할 수 없다.

 

 

過而不改 是謂過矣

 

허물이 있는데도 고치지 않는 것, 이것을 허물이라 한다.

 

자신의 허물을 스스로 돌아보는 것, 이것이 인문의 시작이다. 공자의 사상이 인문학일

 

수 있는 이유다. 사람이 자각적인 존재라는 사실을 천명한 것이다. 애초에 사람은 허

 

물이 있고, 그 허물은 지고한 존재를 통해서 고쳐진다든지 하는 것은 인문이 아니다.

 

 

 

16편 계씨

 

季氏 노나라의 계씨

 

열흘 붉은 꽃이 없다고 하였다. 해는 중천에 오르면 그때부터 진다. 달이 차면 기운

 

. 역사의 법칙 또한 마찬가지다. 영원한 권력이 어디 있는가? 다툼이라고는 없는

 

자연에도 차고 기우는 일이 있는데, 하물며 서로 권력을 차지하겠다고 경계하고 다투

 

는 데서야 오죽하겠는가.

 

 

보탬이 되는 벗이 셋이요, 뒤지게 하는 벗이 셋이라 했다. 곧은 이를 벗하고, 헤아릴(

 

)줄 아는 이를 벗하고, 많이 듣는 이를 벗하면 보탬이 된다. 알랑거리는(便)

 

를 벗하고, 잘 따르는 자를 벗하고, 말을 번드럽게 하는 자를 벗하면 뒤지게 된다.

 

 

군자를 모시면서 저지르는 허물이 셋 있다. 아직 말할 때가 아닌데 말을 하는 것,

 

것은 성마름(, 성마르다 조급하다)이다. 말을 할 때인데도 하지 않는 것, 그것은

 

감춤()이다. 낯을 보지 않고 말하는 것, 그것은 민눈(, 소경)이다.

 

 

사물에는 결이 있다. 그 결은 드러나 있지 않다. 사물의 결을 읽고 그 결대로 하는

 

것이 이치를 알고 이치대로 사는 것이다. 그 결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나를 들여다

 

보면 된다. 나의 결을 읽는 데서 공부는 시작된다. 반성적 사유라는 것이 이것이다.

 

나를 들여다보지 않고 진리를 탐구하겠다는 것은 5리를 갈 수 없는 사람이 천리를 가

 

겠다는 것과 같다. ... 성이 나는 것은 나와 남과 일이 어떻게 얽혀 있는지를 꿰뚫어

 

보는 안목이 없어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