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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구 진구 2 - 아파트의 아들 진구 왜 진구일까 생각했다. 도라에몽 속의 노진구? 무학소주 광고에 나오는 진구? 그냥 지금은 '득구, 진구'가 좋겠다 정도다. 아, 이 글 속에서 득구로 나오는 호정이 동생 호준이 이야기다. 준이를 진구로 쓰려는 거다. 득구가 열 살, 진구가 여섯 살. 둘이서 어울리면 그렇게 조용하지 않다. 소곤소곤, 0000, 그렇게 정답게 놀지 않는다. 쉽게 말해 시끄럽다. 서로 밀고 뛰고 넘어지고, 그러다 때리고 엉겨붙고 울고 불고. 그런다. 조용할 때가 물론 있다. 컴퓨터 앞에 둘이 앉았을 때다. 비록 득구가 독점하는 편이지만 진구도 조용히 따른다. 이 말 저 말 주워섬기며 한 시간 이상 컴퓨터 앞에서 조용히 논다. 일이 터진 건 2009년 설날 밤이었다. 마산의 본가에 갔다가 밤 9시쯤 창원 동읍의 아파트로 돌아왔.. 더보기
득구 진구 1 - 아파트의 아들 득구 왜 득구일까 생각했다. 고등학생 때 나를 통째로 흔들었던 김득구? 작년에 읽었던 완득이? 쉽다, 친근하다, 씩씩하다, 뭐 그런 느낌? 나는 지금부터 아파트의 아이 '호정이'를 쓰려 한다. 출생과 성장, 정신과 육체 모두 아파트와 함께 생장한 내 아들 호정이를. 그래서 호정이를 득구라 하려 하는데 어울리나? 안 어울려도 될 것 같다. 이래 저래 이유는 갔다 붙이면 되는 거니까. 그런 득구가 요즘 틈만 나면 눈을 부릅뜨고 아빠를 노려본다. 눈매가 제법 무섭다. 분노를 넘어 거의 증오에 가깝다. 콧김까지 씩씩거리면서 뿜어낸다. 그러면서 하는 말은 이런 거다. 씨이, 씨-히-히, 왜 아빠 맘대로 하는데. 득구는 이제 억압이 뭔지 알았나보다. 동생 준이를 내가 꾸중하거나 회초리로 때리려 할 때도 그런다. 왜 그러.. 더보기
혼자 외출하는 호정이 새해에 열살이 된 호정이. 아빠가 기억하기엔, 호정이는 여덟살 어느 무렵까진 혼자 아파트 밖으로 외출하지 못했다. 그때는 무섭기 때문이라고 했다. 나는 그 이유 중 하나는 호정이가 한 해도 빠짐없는 아파트 키드이기 때문이라고 본다. 호정이는 2001년 1월 태어나서 2년간 창원 팔룡동 벽산아파트에 살았고, 정신적 성장기인 3~6세 때 마산 구암동 대동아파트의 맨 꼭대기 22층에 살았다. 거기다 대동아파트의 엘리베이트는 어른이 듣기에도 거북한 기괴한 더보기
아파트의 재난 3 -고층아파트의 화재피난 상식 2010년 1월 1일, 김해시 진영읍의 아파트단지. 진영자이(16개 동 970여 가구)와 진영코아루(11개 동 953가구), 중흥S-클래스(17개 동 1382가구) 등이 모인 대규모 아파트 단지다. 오후 2시 30분부터 걷기 시작해서 각각 한 동씩 옥상 입구까지 올라갔다 내려오고, 인근 진영소방서까지 들렀다 오는데 2시간이 걸렸다. 그렇다. 오늘 진영읍 아파트단지를 배회한 목적은 옥상 쪽 화재피난로가 확보돼 있는지 알아본다는 것이었다. 겸사겸사, 각 가구마다 비치돼 있는 소화 설비도 알아봤다. 진영자이나 코아루의 경우, 각 라인별 아파트 입구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그다음 나타난 중흥S도 그렇게 통제되는 줄 알았고, 그래서 처음엔 아파트 안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아, 오늘 여기서 옥상 상태를 보기는 어.. 더보기
아파트의 재난 2 - 소방차의 진입 장애 결국, 창원의 아파트 화재현장에는 인명구조용 사다리차가 접근하지 못했다. 아파트 주변의 전기선 때문이었다. 현장을 목격한 주민은 진화용 소방차 또한 주차 차량으로 인해 건물에 가장 가까운 거리로 접근하지는 못했다고 했다. 앞서 말했듯, 이에 대해서는 우리 사회의 근본적인 주차문제라는 진단과 함께 진화에 장애가 되는 차량을 현장에서 즉각 견인할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등의 대책이 제시됐다. 그래서 나는 이 문제를 내가 사는 창원시 동읍 대한아파트의 주차 현실을 조사하고, 이를 인근 동읍소방서를 찾아 담당 소방관과 인터뷰함으로써 실증해보았다. 창원 도계동 아파트를 찾았던 날로부터 사흘이 지난 12월 오전 8시 대한아파트 앞 주차장에서 조사를 시작했다. 총 720여세대가 한 동으로 묶인 이곳의 지상주차는 .. 더보기
아파트의 재난 1 창원 아파트 화재, 그 후 2009년 6월 7일 아침, 주로 창원 마산의 매체들은 떠들썩했다. 담당 사회부와 카메라 기자들은 창원의 한 아파트 화재현장으로 일제히 몰렸다. 새벽 4시 15분경 진화된 이 화재로 일가족 4명이 모두 숨졌기 때문에 사고의 파장이 더욱 컸다. 이후 2~3일간 모든 매체의 뉴스들이 이 사고로 왜 4명이나 사망해야 했는지에 초점을 맞췄다. 경찰 추정 발화 시간이 3시 55분이었던 점을 감안할 때, 주방 천장과 거실 일부만 탄 채 단 20여분만에 진화된 화재치고는 사망자가 많았던 것이다. 특히, 베란다 쪽 안방 창문을 열고 5분 넘게 구원을 요청하다가 끝내 창문 밖으로 뛰어내려 숨진 부인의 죽음을 두고는 소방관의 구호 활동에 비난이 빗발쳤다. 밑에서 빤히 보고 있으면서도, 매트리스를.. 더보기
아토피 2 큰 아들 호정이는 지금도 과자나 아이스크림을 먹으면 몸을 긁는다. 물어보면 진짜 가려워서이기도 하고, 그냥 가려운 것 같아서 긁는다고도 한다. 지금 사는 창원의 동읍 대한아파트로 3년 전에 이사오기 전인 6살때까지 그만큼 아토피를 심하게 겪었다. 그때 우리 부부에겐 큰 방의 침대와 거시 소파를 치우는 문제로 다퉜전 적도 있었다. 둘 다 곰팡이의 온상이라는 아내의 주장 때문이었다. 나는 업자를 불러 청소를 하자고 했으니 근본적 개선론자는 아니었던 셈이다. 그런데 다른 이유도 없지 않았다. 그때 나름 알아봤던 아파트 내 곰팡이 서식처가 비단 침대와 소파뿐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특히 일정한 곳은 외벽에 직접 면한 베란다 창고의 벽체나 베란다 쪽 벽체다. 새 아파트의 경우 콘크리트를 굳히는 과정에서 생기는 열.. 더보기
기록 - 담배 담배 11.1 일요일 오전 10시 안민고개에서 경현이와 등산을 시작했다. 시루봉까지 왕복 5시간 14㎞. 요즘 왔다갔다하는 담배생각이 이내 들었다. 끊는다는 것과 핀다는 것. 결핍과 결여, 결단력, 반면에 담배가 줄 수 있는 자유와 여유, 일탈감. 며칠 전 난 담배를 피지 않는 결핍과 결여감을 글을 쓰는 것으로 연결하자 했었다. 그렇다면 쉽지 않은 나의 휴식은? 흔치 않은 나의 일탈과 자유는? 결국 그 시간을 줄여서, 그 방황과 배회의 시간을 줄여서 글을 쓰자는 것인데... 그렇다면 내 글쓰기에 지금 필요한 건? 지금 모자란 건? 꾸준한 연구와 취재, 집필일까. 순간순간 무한하게 펼쳐지는 자유와 상상력일까. 아이디어일까. 아, 담배는 내 휴식의 상징인가, 철저히 고인 내 우유부단의 증거인가. 돌아오는 길.. 더보기
아파트-그러면 아파트에 사는 어른은? 그러면 아파트에 사는 어른은? 술에 취해 밤늦게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타는 것은 아주 흔한 일이다. 새벽 1~2시의 엘리베이터 속. 혼자 타고 있는 그 속에서 유별난 존재가 거울이다. 고층의 아파트 층수만큼이나 무한하게 반복되는 거울 속 또 거울, 또 그 속에 거울. 나는 그걸 잘 견딜 수 없었다. 어떨 땐 무서웠고, 어떨 땐 아득했다. 어느날 밤 창원 상남동의 성원이나 대동 아파트 단지 속에서 술에 취해 내가 갈 방향을 잃었던 때처럼. 앞서 아이들이 아파트에 사는 영향을 말했다. 그렇다면 아파트에 사는 어른들이 받는 영향은 어떤 게 있을까. 그 속에 사는 사람들의 성격이나 공간감각에 영향을 줄 것이다. 그게 추상적으로 들린다면 한 집안의 구성요소를 다루는 능력, 쉽게 말해 뭘 고치거나 새로 만드는 재주가.. 더보기
아파트 - 내 집이란 게 과연 뭐지? 사람들은 흔히 ‘내 집 마련’ ‘내 집 마련’ 한다. ‘내 집’ ‘내 집’ 하는 사람들이 과연 '내 집'이 갖추어야 할 조건이 무엇인지 생각할 수도, 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나는 한때, 이왕이면 내가 생각 하는 내 집의 조건이 무엇인지 깊게 생각했던 적이 있다. 특히, 요즘 보편적인 '아파트'라는 주거조건과 결부해서. 우선 든 생각이 ‘내 아이들의 성장 환경에 맞는가, 그렇지 않은가’였다. 이건 말처럼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육체적 정신적 양면으로 영향을 미치는 환경이기 때문이다. 주거공간이 미치는 아이들의 육체적 환경 중에서 가장 이해하기 쉬운 것이 질병문제다. 새집증후군의 가장 흔한 사례인 아토피, 비염 등이 그 예가 된다. 태생 때부터 창원 팔룡동의 벽산아파트에서 2년, 마산 구암동의 대동.. 더보기
기록 - 소영슈퍼와 수정마트 대형마트 이야기? 초대형슈퍼(SSM) 이야기? 둘 다 아니다. 그냥 몇달전 가슴에 자리잡았던 이웃 이야기를 이제야 꺼집어 내려는 것이다. 한 후배와 함께 마산 양덕동의 경남도민일보 입구에서 홈플러스 쪽으로 걸었었다. 중간쯤인 버스정류소 뒤편 인도에 작은 화분들이 깜찍하게 놓였다. "아유, 이뻐라" 다소 퉁명한 후배에겐 어울리지 않는 감탄사였지만, 화분은 정말 이뻤다. 그때 난 생각했다. '이 자리에 본래 이런 게 있었나?' 한참 생각한 끝에 예전의 그 자리가 떠올랐다. 그냥 수더분한 작은 화단이었고, 화분에 담기지 않았던 풀이며 꽃들이 있었고, 거기에 낯색이 검었던 어른이 물을 주고 있었지... 아, 맞다. 그 어르신네! 순간, 나는 고개를 들어 그 어른이 일했던 '소영슈퍼' 간판을 찾았다. 간판마저 깜.. 더보기
득구 진구 3 - 층간소음 문제에 몰린 우리 가족 그 다음날 아침 일찍, 나는 우리 아파트 1층이 빈 곳은 없는지부터 둘러봤다. 어젯밤의 흥분을 떨치지 못한채 "씩씩"거리면서. 없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비어 있었어도 보고 싶지 않았을 것 같다. 방범참으로 빈틈 하나 없이 빽빽하게 베란다를 둘러친 1층 아파트들을 자세히 보고싶지 않았다. 어쨋든 없었다. 약 1키로 떨어진 동읍 중심지 '덕산'까지 가서 더 많은 아파트의 1층들을 봤다. 아파트의 1층도 참 가지각색이었다. 아주 높은 곳, 반 지하처럼 돼 있는 곳, 좁은 곳, 넓은 곳... 공통적인 건, 방범창으로 빽빽하게 베란다를 둘러치고 있다는 점. 드문드문 1층이 비어 있었지만, 더 자세히 알고 싶지 않아졌다. 아, 차라리 욕을 듣고, 눈치 코치 다 보여도 지금 있는 곳에서 살아야지 그렇게 빤한 결.. 더보기
습작 - 코고는 사람과 자는 법 새벽 3시 정도 됐을까. 희한한 꿈으로 잠은 깨버렸고, 전날 저녁 잠시 잠잠했던 두통이 다시 살아나 지끈거리기 시작했다. 게다가 옆에 누운 주병이의 코고는 소리는 두 시간 전 잠이 들 때보다 몇 배는 커져 아예 천정을 울릴 정도다. 베개가 없어 대신 밴 딱딱한 배낭 때문에 제대로 누워있을 수도 없다. 두통은 잠을 이루지 못하는 시간만큼 점점 더 육중해져 이제는 머리가 터질 지경이 됐다. 암담했다. 그렇게 밀양시 교동 밀양강변의 맑은물소리 펜션의 절망감이 칠흙의 어둠처럼 깊어졌다. 할 수 없이 나는 베란다 문을 열고 나갔다. 오싹할 정도로 시원한 새벽공기가 온몸을 감쌌다. 차가운 새벽공기처럼 불현듯 떠오른 생각이 있었다. ‘명상’ 베란다문 한쪽을 방충만만 남기고 그 안쪽에서 좌선을 시작했다. ‘그래, 오늘.. 더보기
독서 - 사진가의 여행법 사진가의 여행법/진동선, 북스코프 그리하여 여행 내내 강조한 것이 바로 ‘물리적, 정신적 LCDF’에 대한 사유와 적용이다. 사진의 이론과 실전에서 중요한 것은 바로 물리적, 정신적 LCDF이다. 물리적 LCDF에서 L은 ‘빛(Light)’이다. 사진을 찍을 때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 빛이고 또 그림자이다. 이것들은 한 몸이다. 빛이 감싼 어둠이고, 어둠이 감싼 빛이다. 사진은 빛으로 시작해서 빛으로 끝이 나고, 어둠으로부터 생성되어 어둠으로부터 소멸한다. 빛과 그림자를 제대로 볼 수 있을 때 세상의 위치 및 관계, 조화, 균형을 파악할 수 있다. C는 ‘색(Color)’이다. 사진에서 빛이 형상을 만드는 형태의 근간이라면, 색은 빛을 통해 본질에 다가서게 하는 이성과 감정의 그물망이다. 사진에서 색이 .. 더보기
습작 - 샘솟다 아침에 슬쩍 손을 얹었다. 서해의 팔위에. 맨 살에. 곧바로 짜증이 섞인 채 튀어나온 말. “아이 참, 잠 깨우지 말라 안 카나. 손 치아라!” “와, 가마 있어라. 스킨십아이가. 니는 그냥 자라~” “싫다. 고마. 말도 하지 마라!” 팽 돌아눕는 그녀. 나는 손을 뗀 자세 그대로 정지해버렸다. 가슴 한쪽이 싸해졌다. 상처... 퀭해진 나는 갑자기 그날 밤을 떠올렸다. 그때 서해와 난 ‘rock' 공연장을 막 빠져나왔다. 별로 취미 없었지만, 내 손에 이끌렸던 서해는 공연 막판에 머리까지 흔들어댔다. “Say Hey" "Hey!" "Say Yo" "Yo!" 소리까지 질러댔다. 이마와 귀밑에 송글송글했던 땀. 나오자마자 화장실부터 찾는 그녀에게 말했다. “씻지 마라.” “왜? 죽겠구마는. 땀이 자꾸 안 나.. 더보기
독서 - 개밥바라기별 사람은 씨팔... 누구든지 오늘을 사는 거야. 거기 씨팔은 왜 붙여요? 신나니까... 그냥 말하면 맨숭맨숭하잖아. 고해 같은 세상살이도 오롯이 자기의 것이며 남에게 줄 수 없다는 것이다. 나는 저도 모르게 뛰는 가슴을 억누르며 표내지 않고 그에게 물었다. 나가면 어디루 갈 거요? 글쎄... 집에 들러봐야지. 마누라하구 애가 둘이야. 돈 조금 모아놓은 거 떨궈주구 와야지. 이젠 여름이니까 바닷가루 가볼까? 우리 두 병이야. 대위가 회계에 얘기하고 소주 두 병을 박스에서 뽑아다 아직도 꿈틀대는 오징어 한 마리를 식칼로 쑹덩쑹덩 서너 토막으로 큼직하게 썰어서는 쟁반 위에 던져놓았다. 우리는 병째로 들고 꿀꺽이며 소주를 넘기고 오징어를 초장에 찍어 우물우물 씹었다. 그제서야 일 꾼난 뛰의 나른한 피로가 기분 쫗..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