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다음날 아침 일찍, 나는 우리 아파트 1층이 빈 곳은 없는지부터 둘러봤다. 어젯밤의 흥분을 떨치지 못한채 "씩씩"거리면서.
없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비어 있었어도 보고 싶지 않았을 것 같다. 방범참으로 빈틈 하나 없이 빽빽하게 베란다를 둘러친 1층 아파트들을 자세히 보고싶지 않았다.
어쨋든 없었다.
약 1키로 떨어진 동읍 중심지 '덕산'까지 가서 더 많은 아파트의 1층들을 봤다.
아파트의 1층도 참 가지각색이었다.
아주 높은 곳, 반 지하처럼 돼 있는 곳, 좁은 곳, 넓은 곳...
공통적인 건, 방범창으로 빽빽하게 베란다를 둘러치고 있다는 점.
드문드문 1층이 비어 있었지만, 더 자세히 알고 싶지 않아졌다.
아, 차라리 욕을 듣고, 눈치 코치 다 보여도 지금 있는 곳에서 살아야지 그렇게 빤한 결론을 내리는데 두 시간이 걸렸다.
돌아오는 길에 우리 아파트가 있는 신방마을이나 도로 건너편 용잠마을의 마당 너른 농가들도 부러운 듯 둘러봤다.
철모르는 내 새끼들. 이렇게 거실을 뛰어다니니 밑에서 안 올라올 수 있나. 그래서 요즘은 매트를 깔았다.
이런 느낌이 들었다.
신방마을은 1백호는 족히 넘는 큰 마을이고 용잠은 아파트나 도로와 약간 거리가 있는 호젓한 마을. 두 마을의 농가들 대부분이 큼직큼직한 대지에 너른 마당을 갖고 있었다. 그 마당은 간밤에 아래층 아주머니 기세에 눌려 큰방 이불밑으로 숨어들었던 우리 애들 생각이 절로 나게 했다.
하지만, 그 마당들을 10분이고 20분이고 쳐다보고 있어도 애들은커녕, 어른들도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그 마당의 진짜 주인이 돼야 할 아이들을 찾기란 마을 전체에서도 드물다.
그 시간에 아이들은 대부분 도심지 아파트의 그늘진 모래흙 놀이터에 있겠지. 부모들 온갖 질책과 눈치를 살펴가면서 아파트 거실을 살금살금 주춤발로 걸어다니든지.
창원 동읍 신방마을의 한 농가 마당. 장난감 놓인 마당은 그래도 허전하지 않기가 한결 낫다.
특히, 용잠마을에서 본 농가 마당은 더 허전해 보였다. 쓰레기 하나 없이 깔끔하게 정리된 널찍한 마당이라 더 그렇게 느껴졌다. 어쩌면 그 너른 마당을 혼자 지키고 있던 백구 한마리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가만히 지켜보면 저쪽 마당끝에서 이쪽을 향하는 백구 한마리를 볼 수 있다. 동읍 용잠마을 한 농가의 마당 풍경이다.
만약, 저 마당에 우리 아이들 단 한 시간이라도 풀어놓을 수 있다면. 그러면 그날 하루는 아파트 거실에서도 지쳐서 아예 뛸 생각 못할텐데.
2009년 10월 26일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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