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창원의 아파트 화재현장에는 인명구조용 사다리차가 접근하지 못했다. 아파트 주변의 전기선 때문이었다. 현장을 목격한 주민은 진화용 소방차 또한 주차 차량으로 인해 건물에 가장 가까운 거리로 접근하지는 못했다고 했다. 앞서 말했듯, 이에 대해서는 우리 사회의 근본적인 주차문제라는 진단과 함께 진화에 장애가 되는 차량을 현장에서 즉각 견인할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등의 대책이 제시됐다.
그래서 나는 이 문제를 내가 사는 창원시 동읍 대한아파트의 주차 현실을 조사하고, 이를 인근 동읍소방서를 찾아 담당 소방관과 인터뷰함으로써 실증해보았다. 창원 도계동 아파트를 찾았던 날로부터 사흘이 지난 12월 오전 8시 대한아파트 앞 주차장에서 조사를 시작했다. 총 720여세대가 한 동으로 묶인 이곳의 지상주차는 바깥쪽 주차선 외에 주차선 병행주차, 건물 쪽 병행주차의 형태로 이뤄진다. 상대적으로 차량이 많은 일요일 아침, 주차된 차량 간격은 최소가 3m 30cm 정도였다. 새삼스럽게 “아! 이 공간으로 소방차가 들어올까?” 싶었다. 이를 기준으로 양쪽에 두 곳 있는 아파트 입구를 살폈다. 경비실 쪽은 4m 이상으로 넓었고, 반대쪽 입구는 차량 한 대가 주차한 상태에서 노폭이 3m 80cm 정도 됐다. 가장 좁은 아파트 앞이 문제였다. 바로 동읍소방서로 갔다. 차량이 상대적으로 많은 일요일 아침 창원 동읍의 대한아파트 앞 주차장. 노폭은 3.5m 안팎이었다.
다행히 고참 소방관 한 분이 인터뷰에 응했다. 먼저, 화재현장에서 가장 활동이 많은 일반 소방차를 보여주며 설명했다. “이 차가 화재현장에 가장 근접하는 차량입니다. 소방관들을 태우기도 하죠. 보시다시피 차폭이 2m 정도 됩니다. 여기서 30cm 정도 더 확보되면 통행이 가능하죠. 그런데 커브를 도는 곡각지점은 여기서 1m 정도 더 확보돼야 합니다. 그건 차체가 긴 사다리차도 마찬가집니다. 적어도 3m 30cm는 돼야 한다는 거죠.” 적어도 2m 30cm는 돼야 일반 소방차가 들어오고, 곡각지점이나 사다리차의 경우 3m 30cm는 돼야 한다는 이야기다.
동읍소방서의 일반 소방차. 차폭이 2m 정도로, 실제 통행을 위해서는 3m 정도의 노폭이 필요하다.
앞서 창원소방서 정호근 대응구조과장이 “화재 이후 일반 소방차량에 매트리스를 2개씩 장착했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이곳 동읍소방서 소방차에도 매트가 설치돼 있었다. 이곳 소방관은 “창원소방서 내 모두 58대의 소방차에 매트가 설치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이 분이 또 하나 확인해 준 사실은 인명구조 목적으로 사용되는 사다리차가 창원소방서 등 일부에 한정돼 있다는 것. 이로 인해 만약 동읍 신방리 대한아파트에 출동할 경우, 최소 25분 이상 걸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어디에서는 전기선 때문에 사람 목숨을 구할 수 없는 사다리차, 또 어디에서는 아예 없어서 출동하는데 20분 이상 걸려야 하는 사다리차, 결국 사람 목숨을 살려야 할 사다리차 문제가 작지 않다는 것이다.
커브를 도는 곡각지점의 경우 일반 노폭보다 1m 이상 더 확보돼야 통행이 가능하다. 사진은 창원 동읍 삼진아파트 2~3동 사이 곡각지점.
차량이 커브를 도는 곡각지점의 경우 일반 노폭보다 1m 이상 더 확보돼야 통행이 가능하다. 사진은 창원 동읍 삼진아파트의 2~3동 사이 곡각 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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