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아들 호정이는 지금도 과자나 아이스크림을 먹으면 몸을 긁는다.
물어보면 진짜 가려워서이기도 하고, 그냥 가려운 것 같아서 긁는다고도 한다. 지금 사는 창원의 동읍 대한아파트로 3년 전에 이사오기 전인 6살때까지 그만큼 아토피를 심하게 겪었다.
그때 우리 부부에겐 큰 방의 침대와 거시 소파를 치우는 문제로 다퉜전 적도 있었다. 둘 다 곰팡이의 온상이라는 아내의 주장 때문이었다. 나는 업자를 불러 청소를 하자고 했으니 근본적 개선론자는 아니었던 셈이다.
그런데 다른 이유도 없지 않았다. 그때 나름 알아봤던 아파트 내 곰팡이 서식처가 비단 침대와 소파뿐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특히 일정한 곳은 외벽에 직접 면한 베란다 창고의 벽체나 베란다 쪽 벽체다. 새 아파트의 경우 콘크리트를 굳히는 과정에서 생기는 열과 습기의 영향으로 곰팡이가 생육할 수밖에 없다. 또 시간이 지나도 이곳에는 외부와 실내의 온도 차이 때문에 이슬맺힘(결로) 현상이 생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곰팡이는 호정이 앓던 아토피이 원인 중 일부에 불과했다. 그때부터 아파트 아토피의 원인 추적이 시작됐다.
'주생활컨설턴트'라는 독특한 직업의 이현숙 씨는 자신의 책 <콘크리트 아파트에서 건강하게 사는 49가지 방법'에서 아파트와 아토피의 관계를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아파트의 아이들이 흔히 아토피를 겪는 가장 큰 원인은 벽지와 바닥재 등 인테리어 마감재에서 뿜어져나오는 포름알데히드와 유기성화합물질(VOCs)이다. 특히 새 아파트의 건축자재와 내장재에서 심하기 때문에 이놈들은 '새집증후군(Sick House Syndrome)'이라는 용어를 만들어낸 주범이다.
포름알데히드는 방부제의 주재료로 나무로 된 마감재 즉, 마루 바닥재, 문짝, 창틀, 단열재 등의 합판, 보드에 반드시 들어간다. 눈과 코, 목에 자극을 주고, 기침, 설사, 어지러움과 피부질환을 불러일으킨다. 특히 천식을 앓고 있는 사람에게는 매우 해롭다.
휘발성유기화합물의 대표 성분인 벤젠은 혈액을, 스틸렌은 신경계와 피부를, 톨루엔은 간장 신장 혈액 신경계 등을, 크실렌은 신경계를 손상시킨다. 파티클보드와 접작체, 페인트와 니스, 벽재, 단열재와 바닥용 왁스 등에 함유된 이들 성분은 피로와 두통, 구토, 현기증 등을 불러일으킨다.
지난 2004년 2월부터 당시 환경부가 전국 90개 신축 아파트를 대상으로 실내 공기 오염실태 조사를 했다. '다중 이용시설 등의 실내 공기 질 관리법'이라는 법을 본격적으로 시행하기 위한 조치였다. 대상은 모두 지은 지 1년이 안 된 아파트들.
그중 46.7%에 해당하는 42개 아파트에서 포름알데히드의 농도가 일본의 권고 기준치(100㎍/㎥, 1㎍=100만분의 1g)를 훨씬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농도가 높은 곳은 자그마치 기준의 세 배(308.5㎍/㎥)가 넘었다.
여기서 일본의 기준치를 적용한 것은 일본이 1996년 정부와 환경단체 공동의 연구팀을 만들어 주거용 건물 내 주요 오염물질의 기준농도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아파트에 포름알데히드나 휘발성유기화합물을 준동하게 하는 요인에는 흔히 '웃풍'을 꺼리는 우리의 문화 탓도 있다. 하기야 문틈에서, 창틈에서 밤새 솔솔 들어오는 외부의 바람을 누군들 반길까.
아파트에는 그래선지 웃풍이 거의 없다. 콘크리트 벽 자체가 치밀한 건축재인데다, 꽤 큰 베란다 창도 튼튼하고 견고한 새시로 처리돼 있다. 사방 벽면의 단열처리도 잘 돼 있다.
하지만, 근래에 와서 '새집증후군' 같은 문제가 나타난 배경에는 이처럼 단열과 창호 처리 기술의 발달이 한몫 한다. 단열이 잘 되고 새시로 창호를 빈틈없이 막은 결과, 건물이 더욱더 견고하게 밀폐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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