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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 소영슈퍼와 수정마트


대형마트 이야기? 초대형슈퍼(SSM) 이야기?
둘 다 아니다. 그냥 몇달전 가슴에 자리잡았던 이웃 이야기를 이제야 꺼집어 내려는 것이다.
 
한 후배와 함께 마산 양덕동의 경남도민일보 입구에서 홈플러스 쪽으로 걸었었다.
중간쯤인 버스정류소 뒤편 인도에 작은 화분들이 깜찍하게 놓였다.
"아유, 이뻐라"
다소 퉁명한 후배에겐 어울리지 않는 감탄사였지만, 화분은 정말 이뻤다.
그때 난 생각했다.
'이 자리에 본래 이런 게 있었나?'
한참 생각한 끝에 예전의 그 자리가 떠올랐다.
그냥 수더분한 작은 화단이었고, 화분에 담기지 않았던 풀이며 꽃들이 있었고, 거기에 낯색이 검었던 어른이 물을 주고 있었지...

아, 맞다. 그 어르신네!
순간, 나는 고개를 들어 그 어른이 일했던 '소영슈퍼' 간판을 찾았다.
간판마저 깜찍한 화단의 화분처럼 바꼈다.
'수정마트'
'무슨 일이 있었을까?
그때 난 내가 이 가게 앞을 몇달만에 지나간 것 같기도 했고, 가게 앞을 지나간다는 걸 몇달만에 실감한 것 같기도 했다.

그리고 며칠 뒤, 
알 수 없는 감정으로 수정마트에 들어갔다.
들어가자 말자 알아차렸다.
가게 안의 변화가 바깥의 변화보다 커다는 것을...
예전의 어른은 가게 안에서 어슬렁거리지 않았고, 저 안쪽 시커먼 방안에서 고개를 내밀고 있지도 않았다.
그보다 10년 이상 젊어보이는 말끔한 아줌마가 잽싸게 나왔고, 새로 갖춘 냉장고와 선반 위에서 내가 원한 음료수와 과자를 찾아주었다.
화사한 웃음과 함께.

예전 그 어른의 회색및 웃음도,
내가 잔돈을 받고 "감사합니다" 하면 "내가 감사하지" 하던 퉁명한 응대도
거기엔 없었다.
그래서 아줌마에게 여쭸다.
"주인이 바뀐 겁니까?"
"그라먼예, 벌써 두어달 됐는데."
"전에 그 어른은 예?"
"할아버지 말이요?" "예!"
"올 1월에 돌아가싰습니더. 3월에 내가 들어왔고."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말기 폐암으로. 한참을 앓았다 하시던데..."

그 어른에게 일어난 일도,
그렇게 일어난 소영슈퍼의 유고와 수정마트의 등장도, 
그 이후에도 몇달간을 까마득하게 모르고 지나다닌 나의 무감각도,
그때 나에겐 정말 낯설게 느껴졌었다.

깜찍한 작은 화분 뒤에 숨었던 변화.
그 변화를 몰랐던 나는
껍데기만 '버적버적' 소리를 내며 걸어다녔던 모양이다.

9월 1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