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진구일까 생각했다.
도라에몽 속의 노진구? 무학소주 광고에 나오는 진구?
그냥 지금은 '득구, 진구'가 좋겠다 정도다.
아, 이 글 속에서 득구로 나오는 호정이 동생 호준이 이야기다. 준이를 진구로 쓰려는 거다.
득구가 열 살, 진구가 여섯 살.
둘이서 어울리면 그렇게 조용하지 않다. 소곤소곤, 0000, 그렇게 정답게 놀지 않는다. 쉽게 말해 시끄럽다.
서로 밀고 뛰고 넘어지고, 그러다 때리고 엉겨붙고 울고 불고. 그런다.
조용할 때가 물론 있다. 컴퓨터 앞에 둘이 앉았을 때다. 비록 득구가 독점하는 편이지만 진구도 조용히 따른다. 이 말 저 말 주워섬기며 한 시간 이상 컴퓨터 앞에서 조용히 논다.
일이 터진 건 2009년 설날 밤이었다.
마산의 본가에 갔다가 밤 9시쯤 창원 동읍의 아파트로 돌아왔다.
보통 이 시각이 되면 한 놈은 잠이 드는데 그날은 그렇지 않았다. 둘 다 기운이 남아있었다.
밤 늦게 들어와서 아침에 미처 치우지 못했던 방, 거실 청소를 하느라 아빠도 엄마도 신경써지 못했던 탓도 컸다.
처음에 툭탁거리던 아이들이 한 10분쯤 뛰어다녔을까.
그때야 평소의 민감을 되찾은 아내가 "심상찮다"고 했다. 나도 아이들을 안방 이불 위로 내몰았다. 하지만, 늦었다.
현관 벨이 울렸다. 평소에 없던 일.
"누구십시까?" 행여나, 인터폰을 들었다.
"밑에서 왔습니다." 속절 없었다. 문을 열었다. 20대 초반, 아래층 아들이었다.
"이거, 이거, ... 너무 심한 거, 아임니꺼!" "우째, 잠을 자라는 깁니꺼"
"아이구, 미안합니더. 정말 미안합니더."
이랬어야 했다. 당연히 그랬어야 했다.
그런데 그때까지만 해도 우리 부부는 사태 파악이 안 됐었다. 그때까지 너댓번 비슷한 일이 있었지만, 아래층 분들이 쪼금 심하다 생각했고, 우리도 미안해 할 만큼 했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선지, "미안하다"는 말이 바로 안 나왔다.
내 말은 이랬다.
"잠깐 들어와 보소!"
그 친구를 안방으로 이끌었다. 이불속에 앉아있던 아내와 옹송옹송한 아이 둘을 보여줬다.
"이 어린 애들을 어떻게 할 거요?"
잠깐 머뭇머뭇 했을까. 다시 현관으로 나온 이 친구가 다시 정색을 하고 말했다. 현관이 거실보다 조금 낮지만, 키 큰 이 친구가 나를 내려다 봤다.
"벌써 몇번쨉니꺼. 바닥에다가 뭘 쫌 깔던지, 아무 조치도 없고."
그때 현관 문을 연 아래 층 아저씨가 더 무서웠다.
"가자! 고마 하고!"
그렇게 두 사람은 내려 가고 상황은 끝났다.
초토화..
우리집엔 겉으로 아무 변화가 없었지만, 그건 초토화였다.
물론, 그건 우리 심정이었겠지. 밑엔 밑에대로 얼마나 팍팍했을까. 명절날 밤에.
하지만 그땐 그랬다.
밑엔 밑에고, 이대론 못 산다.
난 그때 생각했다.
내일 아침에 할 일이 있다.
"여기나, 이 주변 아파트 1층에 빈 집이 없나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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