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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사시는 아파트엔 어떤 구석이 있나요

점점 더 따뜻한 구석을 찾아들 때다.

구석이란 말이 한편으론 추레해 보여도 생각해보면 참 정감 있는 말이다.

"왜 집구석에만 처박혀 있냐"거나 "해가 중천에 뜨도록 방구석에서 나올 생각을 안 한다"고 어른한테 욕을 들어도 그건 그만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

그래서 해외 여행을 하든, 가까운 관광지를 갔다 오든 사람들은 말한다.

"뭐니뭐니 해도 내 집구석이 제일 편해"

 

구석의 또다른 맛은 일말의 가능성을 의미할 때다.

"전혀 가능성이 없다"거나 "신문구독 일절 사양"이라며 바늘구멍만큼의 여유를 주지 않는 삭막한 표현에 비해선 일말의 여지를 주는 따듯한 말이다. 아무리 사면초가에 처해도 사람들은 그래서 '비빌 구석'이나 '믿을 구석'을 찾아보는 데서 한숨이나마 돌리는 것이다.

 

구석은 그래서 참 푸근한 말이다.

집처럼...

대놓고 집구석 집구석 하듯이 집과 구석은 연결이 자연스럽다. 그래선지 예전 단독주택엔 비빌 구석, 숨을 구석, 구석구석, 정말 구석이 많았다.

비가 와 밖에 나가 놀지 못해 형제간에 숨바꼭질을 할 때, 주로 숨었던 곳을 생각하자.

다락, 장농 속, 마루 밑, 장독대, 계단 밑의 광, 좁은 뒤안, 옥상...

어른들은 행여 애가 안 보이면 "구석구석 찾아봤냐?"고 퉁명스레 말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러면 요즘 국민들 60% 이상이 산다는 아파트의 구석은?

마당과 옥상이 없는 구조로 인해 구석의 존재가 그만큼 줄어든 건 사실이다. 예전 아이들이 자신만의 공간을 찾아 집안 구석구석을 찾듯, 단절과 고립, 편안한 휴식 본능을 자극하는 게 아파트인데도 말이다.


하지만, 아파트에도 구석이 될만한 여지는 있다.

앞 뒤 쪽 베란다나 그 옆에 붙은 창고, 용도에 따라 각각의 모양을 하고 있을 작은 방들, 큰 방에 별도로 딸린 화장실이나 가구의 뒤편...

 

오늘,

살고 계신 아파트의 구석구석을 찾아보시는 건 어떨까.

오늘 난 우리 집 진구의 희한한 아파트 구석을 목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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