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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뮌헨 아파트의 기억

이 기록은 지난 7월 8일 독일 뮌헨의 아파트를 방문한 기억을 바탕으로 합니다.

전국 11명의 지역신문 기자들과 함께 독일의 에너지 자립 노력을 취재하러 갔습니다만, 그중 뮌헨에서 만났던 아파트를 소개하려 합니다.

독일 뮌헨건축센터는 이름보다 훨씬 독특한 곳입니다.

다양한 건축 양식을 소개하는 곳이 아닙니다. 

전기를 아끼는 건축, 에너지를 덜 쓰는 건축을 소개하고 상담하는 곳입니다. 민간기구가 아니라 뮌헨시 예산을 써는 공공기구입니다.

나이가 몇인지 묻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독어 발음이 그렇게 매력적일 수 있다는 걸 전해준 건축사 나탈리 노하우젠은 뮌헨건축센터에서 파트타임으로 봉사하는 에너지 컨설턴트입니다.

두어시간, 에너지 이야기를 한 나탈리가 뮌헨박람회장 지역의 림 주거단지를 안내했습니다. 

패시브하우스, 즉 집에 들어온 열을 절대 밖으로 빼앗기지 않는 단열하우스 형태의 아파트단지를 소개해주기 위해서입니다.

나탈리와 한국의 취재기자들부터 먼저 보실까요.





아하, 기자는 맨 오른쪽 울산매일 김준형 기자 뿐이네요. 그 옆이 통역을 했던 베를린대 염광희 연구원, 그 옆이 나탈리 노하우젠 건축사입니다. 

그 뒤 아파트가 패시브하우스 시스템의 아파트 중 공동체 주거 형태에 초점을 둔 곳이라고 했습니다. 좀 있다 더 자세히 설명하죠.

보시는대로 5층 아파트입니다. 림 주거단지 대부분이 5층 이내 저층 아파트단지였습니다.

그래서 나탈리에게 물었죠.

"뮌헨에서 가장 높은 아파트는 몇 층이죠?"

"모르겠는데요. 제 관심사가 아니거든요?"

"10층이나 20층 이상 아파트도 있나요?"

"아니요. 제가 알기로는요. 근데 그런 곳에서 왜 살죠?"

그럼 뮌헨 아파트 건축의 컨셉은 무엇인지 물었습니다.

저는 디자인이나 편의성, 실용성 같은 대답 유형을 예상했죠.

그렇지 않아도 림 주거단지 입구에서 독특한 디자인의 아파트를 봤거든요.







뭐 그렇게 독특하진 않죠?

어쨌든 이런 식의 질문이 체질에 맞았던지 좀 길게 설명을 하더군요.

"3가지 정도 컨셉이 있어요. 사회적 약자를 위한 건축, 에너지를 절약하는 건축, 뮌헨시의 공공주택 정책 등. 그게 따로따로는 아니에요. 오늘 여기서 볼 건 주로 패시브하우스형 아파트에요."

그리고는 뒤쪽 아파트단지를 가리키더군요.




 

어떤 특징을 가진 패시브하우스형 아파트일까요?

....

콘크리트 건물로 보이죠?

아닙니다.

순수한 목재 건축물이랍니다.

절대 들어온 열을 밖으로 빼앗기지 않는다는군요.

하지만 단지 안으로 들어갈 아파트는 이곳이 아니라네요. 

어떤 곳인지, 이유가 뭔지는 좀 있다 설명한다면서 뮌헨 아파트의 쓰레기 분리수거기를 먼저 소개하네요.






겉으로 드러난 수거기 입구는 좁지만, 지하 쓰레기통은 엄청나게 크다네요.

그리고 소개해준 아파트는 패시브하우스에 공동체 컨셉의 아파트였습니다. 

이름은 '바그니스'.

입주민들은 우선 '작은 면적의 아파트에 산다'라고 작정하고 들어온다는군요. 그걸 위해 책은 집에 두지 않고 도서관에 두고 읽고, 컴퓨터 작업은 공동 컴퓨터룸에서 하고, 집 수리에 필요한 연장까지 공동으로 연장보관소에 둔다는군요. 

겉모습에서 그런 특징을 읽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 뒤에 반전이 있습니다.







이게 뭐냐구요?

앞서 말한 공동 도서관, 컴퓨터룸, 연장보관소 같은 게 모여 있는 아파트 공동체 공간입니다.

아파트 건물과 구름다리로 연결돼 있는. 

아쉽게도 그 안에 들어가보진 못했지만, 상상하는 것도 재미있더군요.

컨셉을 재산가치가 아닌 살아가는 행위 그 자체에 두면 여러가지 모습의 아파트가 나올 수 있겠죠.

그냥 지나치긴 아쉽다 싶은 뮌헨 림 주거단지 내 아파트의 모습을 그래서 담아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