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3월 오늘,
나는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아파트나 유치원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세계.
내가 좋아하는 파란 잔디가 깔린 운동장에서 매일 뛰어 놀 수 있다.
같은 반 교실에 앉은 친구들도 많다. 30명도 넘을 것 같다.
어제는 재미있게 놀았다가 오늘은 티격태격 싸우는 재호나 유진이는 상대도 안될 걸.
입학식에는 아빠가 따라왔다.
쫌 창피하다.
아빠가 막 손들고 선생님에게 뭐라고 그럴 것 같다.
게다가 평소처럼 말을 막 하거나 화를 내면 어쩌지?
지금은 화낸 티를 전혀 내지 않고 교실 뒤에서 그냥 나를 쳐다보고 있다.
어쩐 일이지?
아...
교실 앞에 서 계신 선생님.
짧은 머라에 똥그란 눈, 정말 예쁘다...
"학부모님들,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키가 작지만 목소리가 크다.
이윽고 벨이 울렸다.
그것을 신호로 선생님이 칠판에다 자기 이름을 얼굴만한 크기로 썼다.
'이승연'
그리고 아이들을 한명씩 불렀다.
남자 16명, 여자 14명. 30명이 모두 1학년 3반이었다.
선생님은 인사를 전부 다같이 해보자면서 노래와 율동을 먼저 했다.
간단해서 모두 금방 따라 했다.
유치원에서 익숙해져 있는 일인 걸 뭐.
교실 앞 큰 화면에 교장선생님이 나타났다.
큰 눈을 크게 뜨니까 눈동자가 튀어나올 것 같았다.
키득키득...
애들이 여기저기서 웃기 시작했다.
교장선생님은 말하는 것도 마치 동화책을 읽는 것처럼 입모양을 아주 크게 했다.
그게 더 웃겨서 이제는 교실 뒤 학부모도 다들 웃었다.
교장선생님은 화면 속에서도 웃음소리가 다 들리는지 이제는 아예 개그콘서트 흉내까지 내셨다.
이제는 아예 교실이 웃음바다다.
'뭐야 이거?'
'유치원하고 다른 거 없잖아. 괜히 쫄았네"
게다가 똥그란 눈에 목소리 큰 선생님도 "학교 오는 것 무섭지 않죠?"라고 했다.
"지금부터 재미있게 공부해보는 거예요"라고도 했다.
자신감을 얻은 나는 손을 번쩍 들었다.
선생님은 의외라는 듯 "어? 왜?" 하셨다.
"선생님, 혹시 득구 형아 아세요? 이제 4학년 올라갔는데 우리 형아거든요?"
그순간 주변의 웃음소리.
나는 진지하게 질문을 한 건데.
잠시 웃던 선생님이 말했다.
"아니, 선생님도 이번에 이 학교로 왔어요. 그래서 잘 모르겠는데"
그리고 나에게 찡긋 눈웃음까지 지었다.
하지만, 그건 속임수였다.
학교 다니는 게 그렇게 재미있는 일이 아니라는 건 며칠 안돼 뽀록이 났다.
선생님의 눈웃음도 험상궂은 눈초리로 변했다.
월요일에 입학하고 오늘이 금요일.
나는 수요일 빼놓고는 모두 지각을 했다.
오늘 아침에는 선생님이 화난 얼굴로 말했다.
"진구! 도저히 안되겠다. 너 밖에 나가 손들고 서있어!"
지각 첫날엔 "진구, 왜 이렇게 늦었어요?" 하시던 선생님이었다.
아...
나에겐 아침 8시 40분까지 학교에 오는 게 정말 기적같은 일인데...
오전 9시 30분에 아파트 앞에 오던 유치원 차도 번번히 놓쳤었는데. 이걸 한 시간 가까이 당겨야 하니 나는 정말 힘들다.
거기다 나는 걸음도 느리다.
학교에 같이 가는 득구 형아도 미치려고 한다.
"아 쫌 빨리 걸어. 니때매 맨날 지각하잖아"
복도에 손들고 서 있는 나를 보고 애들이 실실 웃는다.
아, 창피해.
나는 창피한 게 이 세상에서 제일 싫은데...
*아파트에서 나고 자란 진구의 깜찍하면서도 조금은 위태로운 성장기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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