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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아파트키드 진구 2 - 엘리베이터에 약한 엄마


 

유치원 끝나고 오늘도 난 이모집에 있었다.


이모집 아파트는 우리 아파트와 다르다. 길다란 복도가 있다.


현수 형아랑 상현이 형아랑 찬성이 형아랑 복도를 막 뛰어다니면서 논다.


인라인을 탈 때도 있고, 어떤 형아는 자전거까지 탄다.


자전거 타는 걸 어른들이 보면 막 혼을 내지만.


복도에서 조금이라도 시끄럽게 하면 아빠가 화를 내는 우리 집이랑 다르다. 우린 집안이나 집밖이


나 소리를 낼 수 없기는 똑 같다.


현수 형아는 이모집 형아고, 상현이 형아랑 찬성이 형아는 현수 형아랑 같은 층에 산다. 창현이 형


아는 상현이 형아의 형아다.


난 현수 형아랑 놀고 싶지만 형아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귀찮아 한다. 모험놀이하러 나갈 때는 날 데려가지만, 집안에서 놀 때는 귀찮아 한다.


현수 형아, 닌텐도 같이 하고 놀자~”


싫어. 저리 가. 슈퍼마리오 할 거야


...


저리 가라구


눈을 부라린다.


형아가 인상을 쓰면 정말 무섭다.



하고 소리를 낼 수도 없다. 주먹이 날라올까 무서워서.


난 할 수 없이 집밖으로 나와버린다.


그리고는 상현이 형아나 찬성이 형아 집으로 간다.


형들 집 문은 열려 있고, 벨을 누르지 않아도 난 그냥 집안으로 들어간다.


우리집 아파트에선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오늘도 그랬다.


현수 형아는 인상을 썼고, 화가 난 나는 상현이 형아 집으로 갔다.


그런데 형아 집에서 그걸 볼 줄은 몰랐다.


내가 좋아하는 닌자고 레고.


직접 본 건 처음이다.


보기만 해도 가슴이 막 뛰었다.


상현이 형아, 나 좀 만지자 응?”


안 돼. 나도 오늘 처음 샀단 말야


형아, 제발 응?”


...


~ 형아?”


...그래, 조금만 만지는 거다


!”


, 이걸 직접 만지다니 기분이 날아갈 것 같다.


금방이라도 살아 움직일 것 같다.


상상을 했다.


눈앞에 그림이 막 그려졌다.


닌자고와 내가 악당을 부수려고 간다.


뛰기도 하고 날기도 한다.


그 다음, 그 다음....


하지만, 형아 큰 소리에 상상이 멈춰버렸다.


, 이제 그만 줘


형아가 로봇을 뺏어갔다.


치사해서 정말...


화가 나서 이모집으로 와버렸다.


나도 오늘 기필코 사고야 말거야.


난 엄마가 빨리 오기만을 기다렸다.


엄마가 일을 마치고 이모집에 오는 오후 6시가 지나자 난 가슴까지 콩닥콩닥 뛰었다.


이제 엄마가 오면 나의 닌자고를 갖는 거야.


그런데 엄만 왜 이렇게 안 와?


띵동~


드디어 엄마가 왔다. 안 봐도 안다.


어이구 내 아들, 잘 놀았어?”


하면서 나를 안아올리는 엄마다. 평소 같으면.


그런데 오늘은 아니다.


씽긋 미소만 짓고 이모에게 뭐라뭐라 하고 금방 집을 나섰다.


피곤한가?


엄마가 기분이 좋아야 되는데...


이럴 때일수록 더 확실하게 해야 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면서 엄마에게 달라붙었다.


"엄마, 엄마. 나 오늘 장난감 사줘~. 닌자고 사야된단 말야."


여전히 말이 없다 엄마는.


"엄마~ 제발. 동현이 형아 꺼 만졌는데 금방 뺏겼단 말이야 응?"


그제서야 엄마는


"엄만 오늘 좀 피곤하거든. 그리고 진구 장난감 산지 얼마 안 됐잖아. 오늘은 그냥 집에 가자!"


"안 돼. 엄마~ , 사야 돼. 으응 응?"


그사이 엄마 차가 출발했다.


아파트 상가를 절대 지나쳐서는 안 된다. 오늘 낮에 상가 문방구에서 닌자고를 봐뒀다.


응 엄마 제발. 칠성 문방구에 판단 말야 응 응 응?”


울음소리까지 섞였다.


그런데도 엄마 차는 결국 상가를 지나쳤다.


, 정말...


오늘 정말 왜 그러지 엄마는?


이 정도 하면 사주는데...


그렇다고 포기할 수 없다. 아니, 포기가 안 된다.


"? 제발~" "응 엄마?"


나는 학교 앞 문방구를 떠올렸다. 2차 목표다.


엄마, 닌자고 사주면 오늘 나 밥 다 먹으께. ?”


아참, 엄마 아빤 나에게 정말 많이 하는 말이


밥 먹어 응?”이다.


정말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다.


내가 일부러 그러는 것도 아닌데.


난 정말 먹기 싫은 게 많다.


당근, , , 김치, 고추장 고춧가루, 매운 것, 계란 덜 익은 것, 애기 때는 계란만 만져도 몸에 이상


한 게 솟았다.


싫어하는 것보다 좋아하는 걸 말하는게 빠르겠다.


라면, , 소시지, 햄버그, 쵸코렛, 핫쵸코, 바나나우유, 밥도 그냥 맨 밥은 좋아한다.


...


그런데 오늘은 엄마 반응이 없다.


여전히 앞만 보고 운전만 했다.


내일까지 밥 다 먹으께. 정말이야


...


, 할 수 없다.


난 울어버렸다.


정말 울었다.


~ ~”


서럽게 울었다.


엄마 손에 이끌려 울면서 우리집 아파트 엘리베이터 입구까지 왔다.


우리 아파트 아줌마들이 뒤따라 왔다. 재호 할머니도 그 속에 있었다.


순간, 내 머리에 불이 켜졌다.


마지막 작전을 세웠다.


'맞아! 엄만 엘리베이터 안에서 약해. 아줌마들 앞에서 허락을 받아야지.'


엄마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약하다.


사람들이 많이 있을 때 내가 막 조르면 안 되는 게 없다.


블록 아이링고도, 월드카 플래쉬 앤 대쉬도 그렇게 샀다.


다른 엄마들도 그렇다.


아이들에게 막 화를 내다가도 엘리베이터만 타면 목소리가 달라진다


표정도 확 달라진다.


왜 그렇지?


어쨌든, 난 필사적으로 말했다.


"? 엄마? 닌자고 사줘 제발~. 재호도 샀단 말야~"


15층 재호 할머니가 엘리베이터에 타는 걸 아까 봤다.


"우리 진구 왜 그러지? 재호가 뭘 샀다고?"


"닌자고요. 어제 저한테 자랑했단 말이에요."


"그래...?"


"? 엄마, 제발~"


엄마 얼굴이 약간 빨개졌다. 이 때다. 몰아붙여야지.


"? 엄마? 사줘!"


"..."


이상하다? 이 정도 되면 엄마가 "그래!" 해야 되는데?


정말, 오늘 엄마가 왜 저러지?




-아파트에서 나고 자란 득구와 진구.


득구가 열한살, 진구가 일곱살 때부터의 이야기입니다.


아파트 키드의 위태롭고도 깜찍한 성장기를 연재 형태로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