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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투명인간이 된 진구 진구라고 아세요? 제가 작년에 냈던 속에서 득구 동생이죠. 아파트 안에서 틈만 나면 발을 콩콩 굴러서 엄마 아빠를 안달하게 했던 아입니다. 아파트에서 가장 무서운 층간소음이 되는 거죠. 그래서 아래층 분들이 당장 올라온 경우도 있었구요. 그렇게 하면 엄마 아빠가 환장한다는 것을 잘 알고, 그걸 무기로 삼는 영악한 아이죠. 이야기를 들어보니 진구같은 경우가 많더군요. "우리 애도 그래요. 정말 공감이 가더군요." 책 내고 나서 가장 반가웠던 순간 중의 하나였습니다. 책 속의 진구는 사실, 제 둘째 아이 '호준이'입니다. 이 블로그 앞쪽에 나오는 땅콩집에 등장했었죠. 깜찍한 외모, 생글생글한 웃음, 순전히 아빠인 제 평가이지만, 어쨌든 저희 집안의 귀염둥이입니다. 그런데 이번 주 들어 진구 때문에 온 집안이.. 더보기
땅콩집이 넘어야 할 벽 아파트에서처럼 아이들에게 뛰지 말라고 매일같이 윽박지르지 않기 위해, 시골 전원주택 같은 땅콩집을 지어 과감히 이사하려는 결단을 내리신 분들께 부디 폐가 되지 않기를 다시 바랍니다. 하지만, 현실을 직시해야 하기에, 그래야 땅콩집의 앞날에 놓인 벽을 넘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정말, 아이들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농가의 현실을 사진을 통해 보여드리기로 하겠습니다. 휑뎅그레하다고 하죠. 어제였죠. 4월 17일 오후 6시 쯤 창원 동읍 신방마을의 한 농가 마당입니다. 사람이 있을 법한 일요일 저녁 무렵이지만, 현관에 신발 한 짝도 찾을 수 없군요. 참고로 신방마을은 땅콩집 맞은편 동네이고, 동읍사무소가 있는 마을이라 반 농촌이라고 해야 합니다. 넓은 마당에 아이들은 물론, 인적을 찾기 힘든 건 근사한 목조 주.. 더보기
땅콩집 건축중-동영상 이번에는 동영상입니다. 집 구조도, 제 아들 호준이가 신기해하는 표정도 훨씬 생생합니다. 우선, 건물 내부 영상은 1층 거실에서 계단을 거쳐 2층으로, 3층 다락방으로 옮겨갑니다. 그리고 다시 내려오죠. 건축중인 곳이라, 곳곳에서 작업중인 분들께 폐를 끼치지 않으려 하다보니 구석구석 다 들어가보진 못했습니다. 일단, 내부부터 보실까요. 어떻습니까. 뭐, 건물이야 아직 완성되지 않았으니 느낌이 그렇게 팍 와닿진 않겠죠. 하지만, 거실 밖으로 보이는 마당과 손에 닿을듯 가까운 감나무밭 언덕이 싱그럽지 않습니까. 언덕은 2층 방의 창 밖으로 더 생생하게 보이죠. 하지만 애 아빠인 저로서는 건물 구조나, 바깥 풍경보다는, 건물 아래 위를 신기해서 오르내리는 호준이 모습이 더 재미있었습니다. 일곱살이라지만 이제 .. 더보기
땅콩집 여행 4월 5일자 1면에 났던 이미지 기자의 '한 필지 두 가구 땅콩집, 창원 의창구 동읍에 들어서' 기사를 유심히 봤었지만, 그게 저희 앞 동네 이야긴 줄은 몰랐습니다^^ 기사에 동읍 용잠리라고 나와 있지만, 용잠리는 꽤 넓거든요. 정확히 말하면 땅콩집은 용잠리 용잠본동에 들어서고 있고, 저는 그 동네와 주남저수지 들어가는 국도와 동읍사무소를 사이에 둔 신방리에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욱 반가웠습니다. 바로 달려갔죠. 그게 오늘이었습니다. 일단, 기사속에 표현된 땅콩집 설명부터 보죠. '한 필지에 두 가구용 집을 짓는 듀플렉스 홈의 애칭인 땅콩집' '최근 급상승하고 있는 아파트 가격이 부담스러운 지역민에게 아파트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마당이 있는 전원주택을 지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 이 정도면 땅콩집의 .. 더보기
전세대란을 피하는 법 며칠 전 팔룡동 벽산아파트 32평에 사는 지인이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집주인이 전세금을 1억6000만원으로 올려달라고 한다구요. 기로에 선 거죠. 올려주든지, 나오든지, 아니면 아예 사버리든지. 요즘 창원에서 전세사는 사람들 속이 이렇게 다들 타들어갈 겁니다. 저도 만기가 이 달인데, 조마조마하죠. '올려달라고 연락이 올 것 같은데, 어떻게 하지? 연락 없으면 자동연장 이라는데, 그럼 얼마나 좋을까' 창원의 외곽, 건축한지 15년을 넘긴 동읍의 한 아파트에 살면서도 전세살이 걱정은 똑 같습니다. 집주인의 의지에 따라서 곧 기로에 놓일 수 있는 처지까지도 같은 거죠. 문득,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전국이 전세대란을 겪는다는데, 단독주택도 그럴까? 아파트만 들썩거리는 게 아닐까? 아파트살이 포기하고, 단.. 더보기
요즘 버럭씨와 득구 산지니출판사의 를 장식했던 버럭씨와 득구. 작년 8월 말에 제가 원고를 마무리했으니까 9, 10.... 또 6개월이 흘렀네요. 에 한번씩 나는 광고 문구가 이렇죠. "득구야?" "왜 아빠?" 너는 친구도 없어? 왜 밖에 나갈 생각을 안해?" "친구는 학교가야 있잖아" "아파트엔 없어?" "없어. 말 걸지 마. 지금 게임하고 있단 말야!" 책 서문 속의 대화였지만, 버럭씨는 아파트생활을 비롯해 이런저런 이유로 밖에 나가기 싫어하는 득구를 답답해합니다. 나름대로 애도 많이 써죠. 틈만 나면 놀이터로 학교운동장으로 데리고 나가고, 일요일엔 등산도 자주 다녔습니다. 덕분에 득구는 또래아이들에 비해서 올라가본 산이 훨씬 많을 겁니다. 창원 동읍 구룡산에서 시작해 마산의 무학산 쪽 종주를 했고, 창원의 불모산까지도.. 더보기
저 많은 아파트를 다 어쩌죠? 2월 8일 어제 아침이었어요. 경남도민일보 사장을 했던 허정도 도시공학 박사님이 문자메시지를 보내셨더군요. 지난번 주었던 책 잘 읽었다구요. 제가 작년 11월에 냈던 말입니다. 유익했다면서 끝에 이렇게 덧붙이셨죠. "그런데 저 많은 아파트를 다 어쩌죠?" 그 말의 여운이 길어 이렇게 답장을 드렸습니다. "하나씩 하나씩 무너뜨려 갈까요?" 곧 답장이 왔습니다. "주제를 잘 잡았어요. 바쁘더라도 꼭 잡고갔으면 해요" 그렇잖아도 새 일터때문에 아파트살이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졌었는데, 정말 고마운 충고였습니다. 또 이런 일도 있었죠. 지지난주 금요일이니까 1월 말쯤이었겠네요. 그때 전 대학 후배 이인안씨가 대표로 있는 창원 명서동의 (주)브레인을 찾아갔었죠. 마침 이 대표 옆에는 역시 후배인 Meaning 독서.. 더보기
<아파트키드 득구> 저자와의 만남 오늘이 2011년 1월 3일. 작년 11월 말에 출판했던 저자와의 만남 행사는 12월 23일 밤 부산시내 북카페인 백년어선원에서 열렸다. 쑥스럽지만, 그 저자는 '나'였다. 모자라는 나의 글을 어떻게 책으로 만든 산지니출판사에서 행사를 주최했다. 행사는 예정시간보다 10분을 넘긴 7시 10분에 시작됐고, 그때 교실 반 정도 크기의 선원 안에는 10여명 정도가 자리를 잡았다. "제가 부산에 연고가 없기 때문에 다섯명 정도 오시지 않겠나 싶었는데, 목표를 두배 이상 초과달성 했습니다^^" 썰렁한 유머로 저자인 내가 입을 열었다. '간단히 책 소개부터 하겠습니다. 이 책은 모두 12장 230쪽입니다.- 출판사 사장님께서는 이 분량에 계속 문제를 제기하셨죠. 책이 독자의 선택을 받으려면 최소한 원고가 500매는.. 더보기
내가 살았던 집에 대한 기억 몇살 때인지는 모르겠다. 계속 들으면서 어느새 상상이 심어진 모습일 수도 있다. 마산 상남동의 어느 집, 근처에 과자공장이 있었고, 적당한 크기의 나무가 동네앞에 있었고, 그앞에 도랑이 있었다. 그리고 여섯살땐가 일곱살 땐가 자산동 언덕배기의 집으로 이사갔다. 거긴 기억이 제법 있다. 언덕 쪽으로 창이 뚫린 작은 방과 작은 마루를 통해 이어진 큰방. 그 어느 지점에선가 냄비속의 끓는 물이 뒤집어지면서 동생 명균이가 발등에 화상을 입었다. 그리고 범인가 하는 동네 형들, 이따금 언덕 아랫길로 산너머 화장터로 향하는 시신이 지게에 실려 갔었다. 어떤 누나의 종아리를 만져서 맞았던 빨래터도 기억이 난다. 그때 난 스타킹이 신기했던 것 같다. 그당시에는 국민학교였다. 마산 산호동의 합포국민학교 입학 하기 전에 .. 더보기
잠자는 아파트 깨우기 제가 사는 아파트는 20층 건물이고 저는 18층에 삽니다. 부산 해운대의 주상복합 우신골든스위트 화재를 보면서 당연히 가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제가 사는 아파트 3~4층 쯤에서 불이나 순식간에 20층까지 번저버리는 장면을. 물론 화재에 치명적 약점을 갖고 있는 황금색 외장재 알류미늄 패널을 이곳에서는 두르지 않고 있고, 발코니가 아예 없는 주상복합과는 달리 이곳엔 발코니가 있지만, 이곳엔 알루미늄 패널 이상의 치명적 약점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과연 불이 났을 때 제가 제 가족들을 잘 이끌고 대처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우선, 이곳 18층은 소방용 고가사다리차가 최대한 미칠 수 있다는 15층을 넘어섭니다. 심지어 15층 이상에 사는 아파트 주민들은 스스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끔찍합.. 더보기
아파트키드의 해방 처음엔 늘상 노는 모습이었다. 아니, 그렇게 아파트 거실에서 놀다가 아빠에게 꾸지람듣던 모습이었다. 막상 찍긴 했지만, 아래층 분들에게 미안함이 앞선다. "죄송합니다~ 사실, 아빠인 저는 아이들이 이렇게 노는 걸 가만히 내버려두진 않습니다." 그래도, 점점 세게 뛰는 아이들을 보면서, 이건 아니다 싶어 부랴부랴 데리고 나갔다. 조금 멀지만, 애들을 차에 태워서 김해 진영읍의 널찍한 공설운동장으로 데리고 갔다. 그리고 이렇게 뛰어놀았다. 더보기
아파트의 매력 - 통하는 이웃 통하는 정보 아파트에는 흔히 언급되지 않는 의외의 현실적인 매력이 있다. 살림살이가 비슷한 이웃끼리 모이기 쉽고, 그래서 수준에 맞는 생활정보 교육정보의 교류가 가능하다는 내용이다. 쉽게 말해 통하는 이웃끼리 정보를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같은 아파트단지, 같은 동에 살고 있으니 대충 살림살이가 비슷한 이웃끼리 모이기 쉽다는 점은 누구나 알만 한 사실이다. 그래서 '끼리끼리 문화'와 '동류의식'이 형성될 수 있다는 점은 앞서 진주의 윤연갑 씨 부부에게서 들은 바 있다. 그들은 툭 터놓고 이렇게 말했었다. "요즘 들어서는 솔직히 사정이 비슷한 사람들이 편해요. 직업이나, 경제력이나... 이야기도 통하고, 서로서로 이해가 빠르고 쉽죠." "그런데 격차가 있으면 이게 불편할 때가 많아요. 일이 합리적으로 해결되거나 기.. 더보기
아파트의 매력 사람들은 흔히 '집구석'이라는 말을 쓴다. 열흘 넘게 해외여행을 갔다와서 이렇게 말한다. "역시 내 집구석만큼 편한 데가 없어!" 내집만큼 편한 데가 없다는 말인데, 여기엔 좀 더 생각하면 흥미로운 근거가 있다. 왜 집구석이라고 할까? 비빌 구석, 기댈 구석, 누울 구석... 내 집안에는 그만큼 내 몸 편하게 의지할 구석이 많다는 것이다. 그러면, 아파트에는 그런 구석이 있을까? 물론, 아파트는 예전 단독주택 만큼의 은밀한 구석이 적다. 어릴 때 내몸 숨겨 은밀한 짓거리를 가능하게 했던 다락방, 비올 때 볕들 때 그대로 낭만의 자리가 됐던 툇마루, 숨바꼭질 하면 단골 은신처였던 장독대나 뒤켠... 그런 곳이 아파트에는 없다. 아파트 안에서도 베란다 같은 곳을 나름대로 꾸미긴 하지만, 구석을 연상하게 하는.. 더보기
폐쇄장애? 폐쇄공포증이나 공황장애 같은 생소한 용어들이 부쩍 많이 사용된다. 두 증상은 가끔 같은 의미로 오인되기도 하지만 엄연히 다르다. 폐쇄공포증은 글자 그대로 막힌 공간에 혼자 있으면 왠지 모를 불안감과 함께 극심한 공포증이 밀려오는 증상. 반면, 공황장애는 심한 스트레스나 우울증 때문에 왠지 나한테 불길한 일이 벌어질 것만 같은 상황을 말한다. 어렵게 비슷한 여러 증상을 나열하는 것보다 요즘 우리에게 가장 흔한 게 폐쇄장애 증세가 아닐까. 흔하게 쓰이지 않았던 이런 용어와 증세를 접하게 된 건 TV 드라마 소재로 간혹 등장하면서 부터다. 하지만, 그만큼 우리 주변을 둘러싼 폐쇄적 환경이 그만큼 산재해있기 때문일 것이다. 좁고 네모난 공간... 엘리베이터, CT나 MRI 촬영기 속에서 간혹 엄습하는 압박감 같.. 더보기
극단적 단절 사람이 처하는 가장 극단적 단절상황은 죽음이다. 그걸로서 당사자의 의식, 행동은 끝이다. 사람이 취하는 가장 극단적 단절상황은 자살이다. 자신이 주체가 되어 의도적으로 삶의 모든 것과 단절한다. 경우에 따라 인간관계의 단절과 분리의 공간인 아파트와 그 자체가 가장 극단적 단절상황인 죽음은 묘하게 연결돼 있는 관계다. 지난 2005년 서울대 석사학위 논문으로 '한국인의 자살 경향'이라는 논문이 제출됐다. 1990년부터 2002년까지 12년간 한국에서 일어난 자살 경향을 성별과 연령, 직업, 지역별로 통계를 내면서 특징을 끄집어냈다. 그중에는 자살방법별 분류도 있었다. 전체적으로는 교살, 혹은 어떤 형태로든 질식사한 경우가 34.4%로 가장 많았다. 그 숫자가 모두 2만5015명이었다. 12년간 질식의 형태.. 더보기
단절의 공간 그곳 역시 마산의 아파트였다. 아파트에 대한 나의 기억이 가장 응축됐던 곳. 득구의 성장에 가장 결정적이었던 곳. 2004~5년 경으로 기억된다. 나는 한동안 그곳의 엘리베이트와 씨름했다. 엘리베이트는 당연히 가만히 있었다. 단지 나만 그놈에게 욕하고 삿대질하고 광분했다. 술에 만취하기만 하면 그랬다. 언제나 22층 나의 집 현관앞에서 엘리베이트를 향한채. "야이 **야, 어! 야이 ***아, 꺼지란 말이야!" 몇번은 그 소리를 듣고 기겁을 해서 현관 밖으로 뛰어나왔던 아내에게 개끌리듯 끌려들어갔다. 내가 했던 그 욕설도 나는 기억하지 못한다. 뒤에 아내에게 들었던 것이다. "정말 미친 거 아냐? 그래도 술마실 거야?" 그렇게 몰아부치던 아내도 정말 궁금한듯 물었다. "아니, 도대체 누구한테 그러는 건데.. 더보기
아파트생활이 주는 단절 아파트 생활이 불러오는 단절에는 크게 두 유형이 있다. 순전히 제가 볼 때는요^^ 생활 속에 나타나는 구체적인 단절 현상과 공간 그 자체가 단절의 성격을 띤 단절 공간 등이다. 단절 현상에 대해 먼저 보자. 이해하기 아주 쉬운 단절의 현상은 아파트 주민들이 정말 자주 하는 단적인 다음의 말에서 비롯된다. "왜 아파트에 사는데? 이웃 신경쓰지 않고 자기들 편할려고 사는 거 아닌가?" 가끔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특히 젊은 아파트 입주민들은 대부분 이렇게 말한다. 이보다는 조금 더 복잡한 현상도 있는데, 앞서 언급한 사례가 있다. 진주 연갑이집의 경우다. 연갑이는 대놓고 이렇게 말했었다. "살림살이 서로 비슷해야 어울리는 것도 편한 거 아이가. 서로 달라봐라. 그게 얼마나 이질감을 주고 스트레스.. 더보기
단절된 일상 이제는 자연스럽게 튀어나오는 득구의 말, "밖에 나가기 싫어!" 꼬맹이 진구도 덩달아 하는 말, "컴퓨터 할 거야." "테레비 볼 거야." 아, 이 놈들, 이젠 데리고 나가기도 쉽지 않겠는 걸. 내가 기를 쓰고 애들을 데리고 나가려는 이유가 있다. 단절, 소외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물론 이건 내 성격에서 기인하는 바도 크다. 대인관계에 민감하고 소심한 편인... 그래서 원치 않는데도 사람들 사이에서는 낯을 가린다는 평가를 받는다. 더 큰 문제는 그러면서도 낯을 가림으로 해서 생길 수밖에 없는 일정한 단절, 분리, 심지어 소외되는 현상을 못견뎌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원초적으로 내 본성 안에 그런 두려움이 있어왔다. 아파트 생활은 그런 두려움을 부채질했다. 난데없는 고층 생활, 엘리베이트, 현관문 닫고.. 더보기
밖에 나가 놀기 싫어! 결국 득구의 말은 이랬다. "나, 밖에 나가서 놀기 싫어!" 집안에 있으면서 컴퓨터 하고, TV 보고, 뒹굴면서 만화 보겠다는 거다. 득구가 내세우는 이유는 타당하다. "오늘 한 시간도 못놀았단 말야. 학교 마치고 영어학원 갔다가 피아노 갔다가." 그러니 내 맘대로, 내 편하게 놀 수 있는 시간을 달라는 건데, 이게 조금은 경향성을 띤다는 데 나는 문제를 느낀다. 밖으로 나가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놀기 위해서라도 밖으로 나가려는 애들이 있는데... 지금 이 시각, 밖에서도 노는 애들 소리가 들린다. 아파트 놀이터에서, 아파트 바깥 신방마을 골목 곳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학교 운동장에서. 나는 내심, 득구가 자기의 자유시간이라도 밖에 나가서 다른 애들하고 어울리기를 바라는데 득구 마음이 다른 것.. 더보기
아파트 아이들의 정서적 경향 득구 데리고 일요일마다 등산한지 석달 째 됐다. 한달 쯤 더 됐을 수도 있다. 처음엔 창원 동읍 앞산인 정병산에 올랐고, 이어 동읍과 북면에 걸쳐 있는 백월산에 두 차례 올랐다. 생각보다 득구가 잘 따랐다. 아마, 삼각김밥에 과자 한봉지 사들고 올라가는 재미쪽이 더 컸던 이유였을 거다. 그래서 좀 더 욕심을 냈다. 종주계획을 잡은 것이다. 동읍 뒷산인 구룡산을 거쳐 천주산, 제2금강산을 넘어 마재고개를 통해 무학산까지 매주 일요일마다 구간을 끊어 도전한다는 계획이었다. 총연장 30키로가 넘는 구간이다. 갈 때마다 정말 어렵게 아이를 깨웠고, 조금이라도 오르막이 가파르면 득구가 징징 울어댔지만, 그때마다 등산 전에 슈퍼에서 구입하는 옵션을 하나씩 늘이면서 설득했다. 과자 한 봉지에 음료수 하나, 내려오는 .. 더보기
아토피 3 '다섯 명 중 한 명이 천식, 여섯 명 중 한 명이 아토피... 어린 아이들 사이에서 아토피 피부염, 비염, 천식 등 알레르기 질환이 급격히 늘어난다.' 주생활컨설턴트 이현숙 씨가 쓴 속에는 이런 기록이 있다. 득구는 아토피에 비염까지 앓고 있고, 진구는 지금도 손가락과 왼쪽 다리에 아토피 상처를 갖고 있으니 그 여섯 명 중 하나에 모두 해당되는 셈이다. 뒷구절을 읽으면 득구의 아토피를 처음 발견하던 시기, 아내와 논쟁했던 기억이 생생해진다. '그 이유에 대한 추측이 구구하다. 유전적인 원인, 음식, 대기오염 같은 환경적인 요인 외에, 이제는 새집증후군을 일으키는 건축자재 유해물질까지, 알레르기를 유발하거나 최소한 악화시키는 원인으로 가세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내용 중에서 아내는 득구의 아토피 원인에.. 더보기
아파트의 내일 3 여섯살 진구는 요즘 아예 검퓨터 앞에 산다. 자기 덩지보다 큰 의자에 반쯤 누워 마우스를 이리저리 놀려 인터넷을 깨우는 모습은 정말 가관이랄 수밖에 없다. 그것도 뭔가 프로그램을 응용할 수 없을 터이니 머리에 입력된 것 그대로 언제나 반복한다. 지난 몇달간 기계처럼 반복해서 봐 왔던 게 스펀지밥이었다. 내가 방 밖으로 흘러나오던 대사 소리에 지겨워질 정도였다. 근데 며칠 전부터 그것도 바꼈다. "진구야, 이건 뭐야?" "응, 있잖아, 외계인 짐이야! 얘 아빠는 대왕이다!" 오늘 아침 8시, 누구보다 먼저 일어나 컴퓨터 앞에 앉으려는 진구를 돌려세웠다. "진구야, 약속했잖아 아빠랑~ 오늘 산에 가야지?" "싫어. 형도 안 일어나잖아. 아빠 나 컴퓨터 해도 되지?" "아니, 잠깐만. 그럼 형이 산에 가면 너.. 더보기
아파트의 내일 2 삼성경제연구소 연구팀의 설명을 잠깐 보자. 팀 구성은 이안재 김진혁 수석연구원과 이준환 연구원 등이다. 앞서 적은대로 이들은 2020년 주택의 변화 방향으로 smart, zero energy, health&safety, diversity 등을 꼽았다. 우선 지능형 정도로 해석되는 smart형 주택은 모든 공간에 IT가 결합되고, 모든 기기들이 네트워크에 연결되어 똑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개념이다. 예컨대 주변 상황과 거주자를 인식하여 조명, 냉난방, A/V기기를 자동으로 제어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A/V는 Audio/Visual을 의미한다. 흔히 정보통신업체가 말하는 '스마트홈'인 셈인다. 아마 득구가 좋아할 것이다. 그것도 엄청나게. 일단 지금까지만 따지고 보면, 밖에 나가노는 것보다 집안에서 컴퓨터.. 더보기
아파트의 내일 2010년 5월 중순, 득구가 변화를 시도했다. 순전히 지 스스로. 이런 식의 변화는 내게 감동을 줄줄 알았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허전한 게, 왠지 내 존재감을 잃은 것 같다. 득구가 그저께부터 자기 방 침대에서 자기 시작했다. 누가 시킨 것도, 권한 것도 아니다. 지 판단에 따라서. 비록 동생 진구를 꼬셔서 둘이서 자는 것이긴 하지만, 이건 너무 재밌어 하는 게 득구를 끼고 자던 나는 완전 새 된 기분이다. 키득키득 불꺼고 둘이서 웃고 장난치다가 한 이틀잠 그냥 잠드는 걸 보면 내가 허전해진다. 과연 며칠이나 갈까 의문이지만, 득구의 변화는 요즘 눈에 띤다. 몇달 전 친구들하고 전화로 약속을 잡고, 근처에서 만난다면서 혼자 외출하던 일 이후의 또다른 변화다. 우리가 사는 1807호처럼 콘크리트 성냥.. 더보기
아파트키드의 협소한 계층 인식 아파트에 사는 아이들의 계층 인식에 대해 부분적으로 진단한 책이 김진애 건축가의 이다. 김진애 씨는 결혼 후 가족들의 이사 역사를 전제한 후에 이렇게 기록했다. '우리 아이들은 단독주택으로 이사온 후로 명실상부한 도시의 아이들이 되었다. 그전 올림픽선수촌아파트에 살 적에 우리 아이들은 그냥 아파트단지의 아이들이었다. 학교도 단지 안에서 다니고, 놀이도 단지 안에서 했다. 그런데 동네로 이사온 후로 애들에게는 변화가 생겼다. 아이들의 세계가 커진 것이다. 아파트에서는 다 그만그만한 평수에 살아서 세상이 다 그만그만하다고 생각하거나, 작은 평수에 사는 애들을 마치 못사는 사람처럼 백안시하게 된다. 반면 단독주택 쪽의 동네 친구들은 그야말로 다양하다. 슈퍼집 딸, 세탁소집 딸, 건축업자 딸, 전문직 딸 등으로.. 더보기
속 편한 이웃 유정이 엄마 이야기가 계속 됐다. 흥분한 듯 얼굴에 홍조까지 띠었다. "그게 애들 마음대로 안되나 봐요. 친구들 골고루 사귄다는 게. 요즘 사는 게 그런 구조도 안되고, 애들한테 굳이 그러겠다는 생각도 없고." 목소리까지 약간 올라갔다. "어른들부터 그게 안되는데요 뭐. 아파트에서 친구나 이웃을 골고루 사귄다는 게. 그게 되던가요?" 이건, 답하기 어렵지 않다. "어렵죠!" "그래요. 결국 그렇게 하기 싫은 이유도 있긴 하지만, 아파트에선 그러기 어려운 것 같애요. 의도적으로 이웃 폭을 넓히고, 애들에게 그러라고 하기에는요. 실제 그런 이웃을 사겨도 불편하지 않을까요?" "어떤 경우가 그럴까요?" 잠시 옆자리 남편 얼굴을 쳐다보고는 말을 이었다. "애들 교육 이야기도 그렇죠. 다들 학원 이야길 하는데, .. 더보기
야, 니넨 몇평이야? 득구가 유정이를 만난 건 작년 여름이었다. 아빠의 계모임에서 지리산 대원사 펜션에 놀러갔을 때다. 득구가보다 두 살이 많던 유정이가 득구에게 처음 했던 말이 도전적이었다. "야, 니넨 어느 아파트에 살아? 몇평이야?" "동읍 대한아파트!" 그러고는 우물쭈물했다. 아파트 평수 이야기에 익숙치 않았기 때문. "야, 몇평이냐니까? 그것두 몰라?" 계속 답이 없자 유정이가 연타를 날렸다. "그럼 몇층이야? 로얄층이야?" 산 넘어 산. 득구는 아예 멍해졌다. 그때, 거리를 두고 애들 이야기를 듣고 있던 내가 친구인 유정이 아빠에게 물었다. "무슨 질문이 저렇노? 애들이." "너거 동네에서는 애들이 저런 이야기 안하나? 요즘 아파트 애들 기본 아이가?"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는데?" "사실 한 아파트 안에서 평.. 더보기
친구 며칠 전 득구에게 전화가 왔다. 세상에... 처음이었다. 마침 내가 받았는데, "같은 반 친구"라고 했던 것 같다. 아니 "짝"이라고 했나? 어쨌든 전화를 받아든 득구의 어색한 모습이라니... "음" "음" "어떻게 하라고?" "음" 음" 이건 뭐, 대화가 아니라 '무전 수신' 같았다. 3초 이상 되는 이야기를 득구는 하지 않았다. 그래도 나는 소파에서 득구가 전화하는 모습을 대견하게 바라봤다. 이건 그저께-5월 16일- 벌어진 일이다. 득구랑 진구랑 아파트 뒤편 놀이터에 갔는데, 나랑 야구하던 득구가 어느새 또래 애들 딱지놀이판에 어울렸다. 없던 딱지가 어디서 생겼는지 몇장을 들고는 "나랑 딱지 뜰 사람?" 그랬다. 두어장 빌려서 열 장 정도 땄던 모양이다. 없던 딱지를 손에 열댓장 쥔 것도 그렇고, .. 더보기
득구의 스트레스 일단 중요한 건 득구의 스트레스를 알아내는 것이다. 그래야 이해를 하고, 대책을 세울 것 아닌가. 특히 아파트가 아이들의 스트레스와 어느 정도의 관련이 있는지, 어느 정도 설명해주는 자료가 마침 있었다. 앞서 아파트와 스트레스 연관성을 주제로 논문을 냈던 건국대 강순주 교수가 이번에도 나섰다. 이번에는 심순희 연구원과 함께 2000년 2월 대한건축학회 논문집에 '초고층 및 저층 아파트의 주거환경이 유아에게 미치는 영향'이라는 제목으로 논문을 냈다. 이 논문은 아파트 거주층에 따르는 유아의 놀이 행태를 분석한 점이 더욱 흥미롭다. 우선 연구의 이론적 배경이 다음과 같이 전제됐다. '1960년대 미국과 유럽에서는 45층이 넘는 초고층 아파트의 건설이 이루어졌으나 고층, 고밀주거에 대한 행동학적, 사회병리학적.. 더보기
아파트와 스트레스 고층아파트에 살수록 스트레스가 더 많아질까. 나날이 짜증이 느는 득구 진구를 보면서 든 의문이다. 어디 애들뿐인가. 조금만 상태가 안 좋으면 개처럼 '왈왈'거리는 나 자신을 봐도 한번쯤은 반드시 조사해봐야 할 과제였다. 다행히 자료를 찾을 수 있었다. 취재를 위해 2007년 8월에 확보했던 자료였다. 관련 데이터가 10년 이상 됐다는 점이 문제였지만. 이 점에 관해 당시 나에게 자료를 추천했던 서울시립대 건축과 박철수 교수는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요즘은 대학교수들도 이 분야 연구를 안 해요. 대부분 10년 넘은 자료들이죠. 이유는 아마 아실 거에요." "고층이나 초고층 아파트 건축이 대세가 돼버린 2000년 이후 학계나 전문기관의 비판적 연구가 급격하게 줄어들었어요." 어쩔 수 없는 일. 건국대 건축..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