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아파트

아파트생활이 주는 단절


아파트 생활이 불러오는 단절에는 크게 두 유형이 있다. 순전히 제가 볼 때는요^^
생활 속에 나타나는 구체적인 단절 현상과 공간 그 자체가 단절의 성격을 띤 단절 공간 등이다.
단절 현상에 대해 먼저 보자.
이해하기 아주 쉬운 단절의 현상은 아파트 주민들이 정말 자주 하는 단적인 다음의 말에서 비롯된다.
"왜 아파트에 사는데? 이웃 신경쓰지 않고 자기들 편할려고 사는 거 아닌가?"
가끔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특히 젊은 아파트 입주민들은 대부분 이렇게 말한다.
이보다는 조금 더 복잡한 현상도 있는데, 앞서 언급한 사례가 있다. 
진주 연갑이집의 경우다. 연갑이는 대놓고 이렇게 말했었다.
"살림살이 서로 비슷해야 어울리는 것도 편한 거 아이가. 서로 달라봐라. 그게 얼마나 이질감을 주고 스트레스를 주는데."
인제대 오찬옥 교수도 점잖게 맞장구를 쳤었다.
"애들 교육을 위해 한 아파트 안에 계층을 섞어놓아야 한다고 가르치지만, 점점 더 분리돼 가는 게 현실이에요. 사람들 자체가 그러기를 원하지 않아요?"
그 속에서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단절과 분리의 필요성을 접한다.
연갑이 부인의 말씀.
"분위기가 많이 달라요. (같은 아파트 안이지만) 아무래도 임대쪽은 애들이 놀이터에서 노는 시간이 더 길죠. 그만큼 맞벌이 부부가 많으니까요. 그래서 가까이 있는 일반 입주민들은 그쪽 놀이터의 소음문제를 제기해요. 자기집 애들이 거기서 놀까 걱정도 하고..."
어디 걱정만 할까. 어떤 부모들은 드러내놓고 "임대쪽 놀이터에 가서 놀지 말라"고 하지 않을까?
당연히 그런 분위기에서 아이들에게는 단절 의식이 생기고, 뭔가 거리를 두어야 한다는 생각이 자리를 잡을 것이다.
그래서 득구는 연갑이 딸 유정이에게 한 방 먹지 않았나^^
"야, 니네집은 몇 평이야?" "로얄층이야?"
자기 집이 몇 평인지 생각해본 적도 없고, 더구나 로얄층이라는 단어조차도 몰랐던 득구는 유정이 앞에서 꿀먹은 벙어리였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그렇게 유정이와 득구는 살짝 단절을 맛보지 않았을까.

아파트로 인해 애들이 느끼는 것과 어른이 느끼는 단절 현상은 또다를 것이다. 
오래 전 만취해 아파트단지 안에서 그만 길을 잃었던 나나, 역시 만취한채로 비틀비틀하면서 30분 거리의 다른 아파트단지와 연결되는 미로같은 통로를 구불구불 잘도 찾아가던 용식이나 근저의 단절 의식은 비슷하지 싶다.
그런데 이런 류의 생각이 대개 지나치게 추상적인 것이라, 말 하거나 글을 쓰도 다른 분들의 공감을 얻기가 참 어렵다.
하지만 내게는 아주 단적인 경험이 하나 있다.
마산의 대동아파트에서 겪었던 일이었는데, 이는 아파트의 단절 공간과도 연결된다.

 

'아파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극단적 단절  (0) 2010.07.02
단절의 공간  (1) 2010.07.02
단절된 일상  (0) 2010.07.01
밖에 나가 놀기 싫어!  (1) 2010.06.18
아파트 아이들의 정서적 경향  (0) 2010.0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