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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땅콩집이 넘어야 할 벽


아파트에서처럼 아이들에게 뛰지 말라고 매일같이 윽박지르지 않기 위해,
시골 전원주택 같은 땅콩집을 지어 과감히 이사하려는 결단을 내리신 분들께 부디 폐가 되지 않기를 다시 바랍니다.
하지만, 현실을 직시해야 하기에,
그래야 땅콩집의 앞날에 놓인 벽을 넘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정말, 아이들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농가의 현실을 사진을 통해 보여드리기로 하겠습니다.

 

휑뎅그레하다고 하죠. 
어제였죠. 4월 17일 오후 6시 쯤 창원 동읍 신방마을의 한 농가 마당입니다. 사람이 있을 법한 일요일 저녁 무렵이지만, 현관에 신발 한 짝도 찾을 수 없군요. 참고로 신방마을은 땅콩집 맞은편 동네이고, 동읍사무소가 있는 마을이라 반 농촌이라고 해야 합니다. 


 

넓은 마당에 아이들은 물론, 인적을 찾기 힘든 건 근사한 목조 주택도 마찬가집니다.
신방마을은 140~150호가 모여있는 꽤 큰 마을이고, 사진처럼 현대식 목조 주택도 군데군데 찾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마당이 휑한 건 앞에 나온 집이나 차이가 없습니다.


 

 


이 집에서는 마당 한 가운데에 놓인 유모차를 보고 혹, 아이의 존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했습니다.
하지만, 대문 밖에 붙여진 '독거노인의 집'이라는 푯말에서 그만 힘이 쭉 빠져버립니다.
요즘 할머니들이 흔히 운동삼아 유모차를 끌고 다니시는 거죠.
이 동네 이장님께 들은 말씀입니다만, 주민들 다수를 이루는 노인들 중에서는 요 몇년 사이에 창원 도심에서 이사오시는 분들도 있다고 합니다. 도심지 주거비를 도저히 감당할 수가 없어서 이곳으로 이사를 온다는 거죠. 월세 입주자가 되는 거죠.
이렇게 한해에 몇집 씩 노인들이 이사를 오는 반면에, 아이들을 둔 젊은 사람들이 이사를 오는 경우는 최근에 거의 없었다고 합니다.


 

제가 일요일 오후에 둘러본 신방마을 주택 중에서 유일하게 아이가 있을 법한 집이었습니다. 아이들 신발이며, 자전거가 너무나 자연스럽게 흐트러져 있었거든요. 간이의자 뒤엔 공도 하나 보이고, 비록 사람을 대신하긴 했지만, 강아지 쫑긋한 모습이 얼마나 반가웠는지요. 심지어 빨래줄에 달린 빨래집게 까지도 생동감있게 느껴졌지요.
마을 이장님은 이 동네 140여호에 사는 초등학생들이 학년별로 2~3명 정도는 될 거라고 했습니다. 열서넛 된다는 거죠.
하지만, 그 정도의 아이들조차도 문득 만나기가 어렵습니다. 이 집에서도 곧 사람이 나올까 금방 사진을 찍고는 아무 일도 없는 듯, 한참을 서성거렸지만 결국 사람을 보지는 못했습니다.
도대체 아이들은 어딜 가야 만날 수 있을까?


 

이곳 신방마을 바로 옆에 있는 대한아파트 놀이터에 가서야 비로소 아이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또, 모르죠. 마을 아이들이 아파트 놀이터에 와서 놀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마을과 아파트 사이에 가로놓인 울타리나 철조망 같은 장애물은 그런 시도가 쉽지 않으리라는 걸 짐작케 합니다.
결론을 이렇게 되면 될까요?
요즘 아이들은 대개, 아파트에 산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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