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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요즘 버럭씨와 득구


산지니출판사의 <아파트키드 득구>를 장식했던 버럭씨와 득구.
작년 8월 말에 제가 원고를 마무리했으니까 9, 10.... 또 6개월이 흘렀네요.
<경남도민일보>에 한번씩 나는 광고 문구가 이렇죠.
"득구야?"
"왜 아빠?"
너는 친구도 없어? 왜 밖에 나갈 생각을 안해?"
"친구는 학교가야 있잖아"
"아파트엔 없어?"
"없어. 말 걸지 마. 지금 게임하고 있단 말야!"
책 서문 속의 대화였지만,
버럭씨는 아파트생활을 비롯해 이런저런 이유로 밖에 나가기 싫어하는 득구를 답답해합니다.
나름대로 애도 많이 써죠. 
틈만 나면 놀이터로 학교운동장으로 데리고 나가고, 일요일엔 등산도 자주 다녔습니다. 덕분에 득구는 또래아이들에 비해서 올라가본 산이 훨씬 많을 겁니다.
창원 동읍 구룡산에서 시작해 마산의 무학산 쪽 종주를 했고, 창원의 불모산까지도 종주를 했으니까요.

그리고 6개월 뒤인 2월 19일 토요일 버럭씨와 득구.
휴일 아침부터 버럭씨 화내는 소리가 들립니다.
"야, 거실에 책가방하고 책하고 안 치우나? 아빠 청소하고 있잖아"
거실 TV앞에 굼벵이처럼 누운 득구는 잠시 꿈틀하더니 그대로 이불속으로 오그라듭니다.
버럭씨는 한번 더 소리지르려다 이불을 확 벗겨버립니다.
"소파로 올라가!"
휴일이라 11시쯤 돼서 엄마가 밥상을 차렸고, 아빠가 거실로 옮겼습니다.
배가 고팠던지 재빨리 밥상앞에 앉은 득구는 숟가락을 들고서도 TV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습니다.
버럭씨는 말도 하지 않고 TV를 꺼버립니다.
"밥 먹을 땐 TV 안보기로 했지!"
"누가 그러자고 했어?"
"어쨌든 이미 약속된 거잖아. 그냥 이야기하면서 밥 먹어"
하지만 득구는 하라는 이야기는 안하고 밥을 먹으면서 옆에 있던 만화책을 슬쩍 꺼집어댕깁니다.
"야, 밥 먹을 때 책 보지 말랬지"
책을 다시 놓은 득구 입이 쑥 나옵니다.
아, 이렇게 여전합니다. 6개월이 지난 지금도.

아니 더 할 수도 있습니다. 득구는 더 움직이기 싫어하고, 버럭씨 짜증은 더해졌습니다.
휴일엔 아점 먹고 한두시간 늘어져있다가 밖에 나갔었거든요. 산에 가든지.
그런데 득구는 날씨 춥다며 요지부동입니다.
버럭씨 생각엔 오늘이 우수, 날 다 풀렸는데 말이죠.
무슨 딱정벌레처럼 컴퓨터 앞에 착 달라붙거나, 굼벵이처럼 TV앞에 누워버리는 득구에다,
동생 진구는 콩콩거리면서 거실로, 안방으로, 작은방으로 뛰어다닙니다.
밑에 17층 분들 안 올라오는게 다행이죠. 정말.
또다시 버럭, 화를 내는 버럭씨.
"야, 둘다 옷입어라. 나가자!"
그런다고 순순히 옷 입겠습니까. 씻기로 입히고 다 해야죠.
온갖 고함, 짜증 다 내가면서.
유난히 추웠던 지난 겨울, 날씨때문에 한동안 산이든 밖이든 못나갔더니 애들 움직임은 더 줄어들어버렸습니다.
한시간쯤 지나 애들 많이 뛰어노는 학교운동장.
콩콩거리던 진구는 그런대로 뛰어놉니다. 유치원 친구랑 만나서는 제법 대화도 하구요^^
그런데 득구는요,
비실비실, 제가 공을 던져도 빨리 움직이지도 않고, 몇번 못이기는 척 공을 던지더니 벤치에 앉아버리네요. 재미없다면서...
아, 버럭씨 속으로 부글부글 끓습니다.
애들 속에서 뭐라 할 수도 없고.
그때가 오후 2시.
어쨌든 오늘 버럭씨와 득구의 대화는 정상적이지 않습니다.
화를 내고 짜증을 내면서 뭔가 소리지르는 버럭씨, 쑥 들어간 목소리로 칭얼대는 득구, 뭐 이런 식입니다.
그리고 버럭씨는 그런 양상의 원인을 여전히 아파트생활에서 찾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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