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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아파트의 매력


사람들은 흔히 '집구석'이라는 말을 쓴다.
열흘 넘게 해외여행을 갔다와서 이렇게 말한다.
"역시 내 집구석만큼 편한 데가 없어!"
내집만큼 편한 데가 없다는 말인데, 여기엔 좀 더 생각하면 흥미로운 근거가 있다.
왜 집구석이라고 할까?
비빌 구석, 기댈 구석, 누울 구석...
내 집안에는 그만큼 내 몸 편하게 의지할 구석이 많다는 것이다.
그러면, 아파트에는 그런 구석이 있을까?

물론, 아파트는 예전 단독주택 만큼의 은밀한 구석이 적다.
어릴 때 내몸 숨겨 은밀한 짓거리를 가능하게 했던 다락방, 비올 때 볕들 때 그대로 낭만의 자리가 됐던 툇마루, 숨바꼭질 하면 단골 은신처였던 장독대나 뒤켠...
그런 곳이 아파트에는 없다.
아파트 안에서도 베란다 같은 곳을 나름대로 꾸미긴 하지만, 구석을 연상하게 하는 아파트의 공간개념은 그런 종류와 다르다.
아파트 공간 전체가 일종의 은밀한 구석이라고 볼 수 있다.

아파트는 건물 자체가 아파트단지라는 큰 덩어리에 둘러싸여 있는데다, 한 호 한 호마다 현관문만 '탁'하고 닫아버리면 그대로 세상과 차단된다.
생각하기에 따라 답답한 일이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더 많지 않을까.
내가 옷을 홀라당 벗고 있어도 표시나지 않는다.
게다가 치안문제에서도 상대적으로 안전하기 그지없다.
절대 방해받지 않는 나만의 공간, 가족만의 공간.
단절의 편안함, 간섭받지 않는 자유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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