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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아토피 3

'다섯 명 중 한 명이 천식, 여섯 명 중 한 명이 아토피... 어린 아이들 사이에서 아토피 피부염, 비염, 천식 등 알레르기 질환이 급격히 늘어난다.'
주생활컨설턴트 이현숙 씨가 쓴 <콘크리트 아파트에서 건강하게 사는 49가지 방법> 속에는 이런 기록이 있다. 득구는 아토피에 비염까지 앓고 있고, 진구는 지금도 손가락과 왼쪽 다리에 아토피 상처를 갖고 있으니 그 여섯 명 중 하나에 모두 해당되는 셈이다. 뒷구절을 읽으면 득구의 아토피를 처음 발견하던 시기, 아내와 논쟁했던 기억이 생생해진다.
'그 이유에 대한 추측이 구구하다. 유전적인 원인, 음식, 대기오염 같은 환경적인 요인 외에, 이제는 새집증후군을 일으키는 건축자재 유해물질까지, 알레르기를 유발하거나 최소한 악화시키는 원인으로 가세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내용 중에서 아내는 득구의 아토피 원인에 대해 '유전적 원인'을 주로 꼽았다. 매년 여름만 되면 몸 한군데 쯤 습진을 앓고, 겨울이 되면 일종의 건선을 해마다 겪는 내 피부가 근거였다. 하지만 나는 내 나름대로 '아파트 살이'를 이유로 들면서 이를 부정했었다. 
이 논쟁이 말끔히 정리되진 않았지만, 아내가 내 주장을 받아들였던 작은 변화는 있었다. 집먼지 진드기를 원인의 하나로 파악하고, 집안의 침대를 없애고 소파를 진드기가 타지 않는 가죽으로 바꾼 것이다. 어쩌면 아내는 이현숙 씨의 책 중에서 다음 내용을 접했을 수도 있다.
'이 가운데 집먼지 진드기는 알레르기 질환을 악화시키는 가장 고전적이고 대표적인 요인이다. 요놈은 사람의 몸에서 떨어져 나온 각질 등을 먹고 사는데 주로 침대나 매트리스, 소파, 카펫 등에 많이 산다. 난방효율이 좋고 자연환기가 잘 되지 않는 아파트는 집먼지 진드기나 곰팡이류에게 아주 좋은 번식 환경을 제공한다. 난방이 좋으니 일부러 찬바람을 쐬면서까지 창을 열어 환기를 시키는 일이 드물다. 또한 콘크리트의 특성 때문에 실내가 건조해지기 쉬운데, 아이들의 감기나 호흡기 질환을 염려해 가습기를 켜두면, 이번에는 실내가 지나치게 습해져 집먼지 진드기나 곰팡이의 생육조건을 더 좋게 만들어준다. 말하자면, 여간 신경 쓰지 않으면 아토피 천식 환자들의 증상을 완화시키거나 돌보는 데는 극히 불리한 생활환경이다.'

그렇게 우리 집에서는 득구와 진구에게 찾아온 반갑잖은 손님 '아토피'와 옥신각신 지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내가 걱정하는 것은 지금 당장 아토피나 비염으로 인해 득구나 진구가 고통을 겪는 때문이기도 하지만, 지금의 고통 자체가 장기적으로 아이들에게 바로잡을 수 없는 영향을 주지 않을까 하는 것도 있다. 사실 더 큰 걱정이다.
전에 비해 득구나 진구가 아토피 때문에 짜증이 많아진 건 사실이고, 맘껏 뛰어놀고 먹어야 할 나이에 둘 다 상당한 제약을 받고 있끼 때문이다. 그래서 책의 다음 구절은 절로 고개를 끄덕거려지게 했다.
'아이들의 알레르기 질환은 단순히 질환에 그치지 않고 성장 발달에 중대한 장애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래서 성장기의 알레르기 질환은 보다 적극적인 예방과 치유가 필요하다. 한 연구 보고에서는 알레르기 비염을 앓고 있는 아이들의 성장 실태를 조사한 결과 또래 아이들보다 키가 작거나 기억력 감퇴, 집중력 저하 등의 학습 능력 저하, 정서 불안, 소극적인 성격 등이 될 확률이 크다고 발표했다. 또 아토피 피부염을 앓고 있는 아이들은 가려움증으로 잠을 설쳐 성장 호르몬이 제대로 분비되지 못함으로써 또래 아이들보다 키가 작고 편식할 우려도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아파트의 건강한 실내 환경은 아이의 고른 성장에도 중요한 전제라는 뜻이다.'

 

2010. 6.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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