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아파트

아파트의 내일


2010년 5월 중순, 득구가 변화를 시도했다.
순전히 지 스스로.
이런 식의 변화는 내게 감동을 줄줄 알았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허전한 게, 왠지 내 존재감을 잃은 것 같다.

득구가 그저께부터 자기 방 침대에서 자기 시작했다.
누가 시킨 것도, 권한 것도 아니다. 지 판단에 따라서.
비록 동생 진구를 꼬셔서 둘이서 자는 것이긴 하지만, 이건 너무 재밌어 하는 게 득구를 끼고 자던 나는 완전 새 된 기분이다.
키득키득 불꺼고 둘이서 웃고 장난치다가 한 이틀잠 그냥 잠드는 걸 보면 내가 허전해진다.
과연 며칠이나 갈까 의문이지만, 득구의 변화는 요즘 눈에 띤다.
몇달 전 친구들하고 전화로 약속을 잡고, 근처에서 만난다면서 혼자 외출하던 일 이후의 또다른 변화다.

우리가 사는 1807호처럼 콘크리트 성냥갑 속에 한 부분 웅크리고 있던 아이가 슬슬 기지개를 펴는 건가.
아파트키드 득구가 아파트의 외형과 구조를 부지불식 중에 극복하려는 걸까.
요즘 그 비슷한 사회적 노력이 드물지 않다.
우선 서울시가 지난 2007년 도입한 아파트 디자인 심의기능의 강화를 들 수 있다.
외형이나 규모가 거의 비슷한, 그래서 '성냥갑'이라고 불리던 아파트 디자인의 차별화를 제일 목표로 삼는다는 목적이었다.
그 성과가 궁금하지만, 사회 전반적인 이런 추세에 대해서 이미 삼성경제연구소가 연구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주택의 미래변화와 대응방안'이라는 제목의 이 자료에서 연구팀은 오는 2020년 경 아파트 변화의 뚜렷한 방향을 '다양성'으로 전망했다.
규모나 실내 디자인 모두가 수요자의 요구에 맞게 다양하게 맞춤한다는 것인데, 1~2인 소형가구를 겨냥한 소형 주택이나 고소득 노년층을 위한 실버주택 등을 예로 들었다.

연구팀은 또다른 아파트 디자인의 변화 방향으로 건강과 안전형(health & safety), 지능형(smart), 절전형(zero energy) 등을 꼽았다.
다들 익히 짐작이 가는 개념이지만, 하나하나 구체적 컨텐츠를 설명해놓은 게 여간 흥미롭지 않다.

5.31  아파트의 내일 1

'아파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파트의 내일 3  (2) 2010.06.06
아파트의 내일 2  (0) 2010.06.01
아파트키드의 협소한 계층 인식  (1) 2010.05.26
속 편한 이웃  (0) 2010.05.24
야, 니넨 몇평이야?  (0) 2010.05.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