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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왠 득구 타령? 이 블로그에 올리는 글에 대해 문득 궁금해 하는 분이 있었다. 후배였다. "왜 매번 득구 진구 이야기냐"고 했다. 내겐 그 말이 "무슨 이야기가 하고 싶은 거냐"로 들렸다. 덧붙인 질문도 있었다. "내 기억엔 애들 이름이 득구 진구가 아니었던 것 같은데요?" 너무나 반가운 관심에 막혀있던 물길이 틔인 것처럼 나는 말했다. "물론 득구 진구는 내 아들이야. 가명이지만. 쓰다보면 때론 각색할 수도 있으니까. 난 평소 갖고 있던 아파트라는 주거의 한계를 내 아들들이 커가는 모습에 비쳐보고 싶었어." 내가 아파트를 자세히 들여다보기로 한 건 7~8년 전 만취해 길을 잃어버렸을 때부터였다. 어느 술취한 겨울밤, 난 내가 사는 아파트단지 안에서 내가 사는 아파트 동을 잃어버렸다. 만취했었지만 난 그때 그 잔영이 지.. 더보기
아파트의 개 득구는 아파트 안에서 걸을 때 이상하리만치 발을 쿵쿵거린다. 아래층 분들도 신경 쓰이고, 이 소리를 들으면 여간 불편해지는 게 아니다. 발뒤꿈치에 힘을 줘 걷기 때문이다. 득구는 매번 말한다. "조심한다고 하는 거야!. 이게 조심해서 걷는거야" "고쳐라" "고쳐라" 해도 여전히 고쳐지지 않는다. 과연 득구의 진심인지, 일종의 저항인지, 그런 생각도 든다. 동생 진구는 아파트 안에서 화가 머리 끝까지 나면 아예 한 자리에서 펄쩍펄쩍 뛴다. 엄마 아빠가 가장 싫어하는 소리, 그래서 개처럼 왈왈거리게 만드는 그 소리를 눈치챈 것이다. '쿵쿵! 쿵쿵' 진구는 씩씩거리면서 아예 머리까지 용두질해가면서 두 발에 힘을 준다. 완전히 돌아버린다. 그때부터 난 진짜 '개'가 된다. '으르르렁! 왈왈! 왈왈! 어쨌든 우리.. 더보기
수컷의 냄새 나도 가끔 직장의 후배들에게서 '남성'을 느낄 때가 있었다. 이런 건 뭐, 같은 남자인 내게 게이 성향이 있다 없다는 차원과는 다르다. 특히 남자 후배들이 직장 안에서건 바깥 술자리든 몇몇 여자 동료들과 함께 있을 때, 나 혼자 은밀히 느끼는 그런 직감 같은 것이다. 그들은 대부분 대화를 주도하려 애쓰고, 대화에서 빠지지 않으려 기를 쓴다. 이럴 때 그들에게서는 원초적인 수컷의 냄새가 난다. 발정기의 수컷처럼 혀를 내두르거나, 코를 벌름거리거나, 꼬리를 비벼대는 형상을 연상하게 한다. 라는 책에서 저자 마이클 거리언은 남자들의 이런 심리를 본능이라고 했다. 거부할 수 없는... '우리는 곳곳에서 남자아이들의 생태를 엿볼 수 있다. 운전하면서 공원을 지나다보면 축구를 하는 남자아이들을 자주 접한다. 그들은.. 더보기
득구 진구 - 스트레스 아침이 문제다. 스트레스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할 때가 아침이다. 통제도, 여과도 되지 않는다. 그냥 그대로 표출된다. 특히 바깥 공기를 전혀 씌지 않은 아파트의 아침은 더 그렇다. 폐쇄된 공간이 불쑥 솟아오른 스트레스를 가중시키거나 부채질한다. 나쁜 감정의 화살이 마치 당구대 위의 다마(?)처럼 한정된 공간을 벗어날 수 없다. 벽에 부딪히고 또 부딪혀서 결국 어느 누구에게 충돌한다. 득구와 나, 득구와 엄마, 나와 아내는 그렇게 아침이면 곧잘 감정이 충돌한다. 물론 누적된 스트레스의 결과다. 8시가 돼도 일어나지 않는 득구, 8시 30분이 돼도 옷 하나 제대로 입지 않은 득구, 나와 아내는 그래서 밤새 사라지지 않은 스트레스의 노예가 된다. "안 일어나나? 8시다 8시!" "야가 정신이 있나 없나? 아직.. 더보기
득구 진구 11 - 아토피 1 몇번 말하지만, 요즘 아내는 큰아들 득구에게 무관심한 편이다. 적어도 그 전에 비해서는, 또 둘째 진구에 비해서는 더 그렇다. 본인은 부정할까? 그렇지 않다. 인정한다. 이렇게. "어휴, 내가 저거, 아토피때문에 고생한 거 생각하면... 치가 떨린다. 지금도 내가 "당신, 요즘 득구한테 너무 무신경한 거 아이가?" 하면 대뜸 말한다. "와, 어때서, 인자 쫌 마음 놔도 안 되나?" 이렇게 아예 대놓고 말하니, 내가 기가 질린다. "그게 도대체 말이 되는 기가, 안 되는 기가?" 하지만, 기억을 더듬어보면 아내의 그런 태도에 고개가 끄덕거려지기도 한다. 득구의 아토피... 한참 심했을 때가 준이 태어나기 전인 2003~4년 구암동 대동아파트 살 때 였던 것 같다. 그때 득구는 배에, 등에, 팔 다리에 아토.. 더보기
득구 진구 10 - 득구와 엄마 이 구절을 읽을 때 나는 마음이 아팠다. '소년들의 격렬한 활동성을 인정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 그리고 그것을 마음껏 발산할 수 있는 안전한 장소를 마련해주라.' '아들 심리학'의 마지막장 '우리의 아들들에게 꼭 필요한 것' 한 대목이다. 나는 그 대신에 이제 열살 득구, 여섯살 진구에게 "(아파트에서) 제발 뛰지말고 가만히 좀 있어라!"고 병적으로 고함을 질러대온 것이다. 환장할 노릇이다. '활동성은 나이 어린 소년들에게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 10대 소년들도 만나기만 하면 서로 부딪치고 밀쳐대기에 바쁘다. 소년들은 그저 그 자리에 앉아 있으면 되는 때조차도 몸과 몸을 부딪친다.' 몇 번의 짧은 여행 때를 제외하고 득구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단 하루도 아파트를 벗어난 적이 없다. 더구나 여덟살.. 더보기
득구 진구 9 - 득구와 아빠 득구가 급기야 지가 불던 리코더를 쳐들었다. 분노에 찬 눈길로 씩씩 거리면서 아빠를 때리겠다고. 그 전 일처럼 역시 학교 숙제 때문이었다. 하지도 않으면서 징징대길래 "할려면 하든지, 하지도 않으면서 왜 징징대느냐"고 쏘아붙였더니 이렇게 눈을 뒤집은 것이다. 나도 충격이 컸다. 요즘 득구 정서야 모르는 바 아니지만 '이 정도로 아빠에게 공격성을 드러낼 줄이야' 안되겠다 싶었다. 득구의 심리를 더 자세히 들여다봐야 되겠다. 당장 창원 고향의봄 도서관을 찾았더니 '아들심리학'이라는 책이 있었다. 아동, 청소년문제 전문 심리학자라는 미국의 댄 킨들론과 마이클 톰슨 공저였다. 서문 한 구절이 머리를 쳤다. '나는 상당수 소년들의 감정도구 상자에 빠져 있는 항목 한 가지가 무엇인가를 규명하려 노력했고, 그것이 유.. 더보기
득구 진구 8 - 아파트가 준 상처 요즘 득구는 정말 장난 아니다. 조금만 맘에 안들면 드러내는 왕짜증은 정말 버겁다. 대충 득구가 짜증을 내거나 화를 내는 분위기를 때우려 해도, 꼬박꼬박 말대꾸를 하거나 달려들기 시작하면 나의 자제심도 서서히 흔들린다. 아빠로서 내가 득구 편에 서서 자기 어려움을 거들어주는 말을 했는데도 아랑곳하지 않을 때는 더 그렇다. 그저께 밤 일이다. 학교에서 숙제로 낸 일기 때문에 득구가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그냥 일기도 아니고 '밥상 일기'라는 희한한 숙제를 받아왔으니 딴에는... 가족과 함께 식사하는 밥상에서 나눈 이야기를 일기로 옮긴다는 취지였다. 하도 징징대길래 조금은 결과가 의심스러웠지만 내가 말했다. "득구야, 오늘 저녁에 우리 꼬지 만들어 먹었잖아. 그거 써!" 그런데 이놈이 더 짜증을 내면서 소리.. 더보기
득구 진구 7 - 아파트 엘리베이트 공포 다만 나의 느낌일 수도 있다. 아파트의 엘리베이트는 사람들이 느끼는 공포심의 두 축을 갖고 있다. 폐쇄 공포와 고소 공포. 좁은 공간이 주는 답답함, 숨 막힘은 원초적 폐쇄공포증을 가끔 살려낸다. 비단 엘리베이트 뿐만은 아니지만, 아파의 고층이 으레 가져다주는 고소 공포증. 때로는 고층 아주 높은 위치에 엘리베이트가 붕 뜨 있다는 두려움이 현실화될 때도 있다. 멈췄을 때 더욱 심각하다. 그런데 아파트의 엘리베이트가 주는 공포감은 그 안에서 만나는 사람들로 하여 더욱 커질 수도 있고, 훨씬 줄어들 수도 있다. 물론, 심야에 만나는 엘리베이트 동승자는 그 사람을 알지 않는 한 어느 쪽이든 서로에게 두려움을 줄 수밖에 없다. 이런 단적인 경우가 아니더라도 대개의 아파트 엘리베이트가 그렇듯, 동승자끼리 인사도 .. 더보기
득구 진구 6 - 아파트 엘리베이트 공포 득구가 여덟 살이 되서야 혼자서 아파트 밖으로 나갈 수 있었던 데는 엘리베이트가 초래한 원인도 컸다. 일곱 살 초까지 살았던 마산 구암동 대동아파트의 당시 엘리베이트 소리가 별났기 때문이다. 쿠-우우웅 하는 소리가 어른이 듣기에도 기괴했다. 하물며 아파트 고층에 살면서 활동력이 떨어진 어린 애에게는 어땠을까. 득구가 그곳에 살았던 기간은 4년, 세살 때부터 일곱 살 초반까지 였다. 심지어 이런 일도 있었다. 득구가 새벽 3~4시만 되면 우는 것이다. 그것도 엄마 아빠 모두 깨울 정도로 크게, 집요하게. 원인이 그 고요한 시간에 더욱 크게 들릴 수밖에 없는 엘리베이트 소리라는 걸 아는데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런 득구도 그 공포의 엘리베이트를 혼자 타야 할 순간이 닥쳤다. 대여섯살 때부터 유치원 마.. 더보기
득구 진구 5 - 여덟살 득구의 첫 외출 지금 열 살 득구에게 예전의 그런 기미를 느낄 수는 없다. 혼자 외출하지 못하던 득구, 더 정확히 말하면 혼자 아파트 밖을 나가지 못하던 득구였다. 여덟살 까지 그랬던 것 같다. 초등학교에 들어가고, 이웃 이모집 복도식 아파트 생활이 익숙해졌을 때부터 득구는 혼자 나다니는 용기를 얻게 됐다. 9층 같은 통로에 여름이면 집집마다 문을 열어놓고 지내는 아파트, 거기다 이종사촌인 한살 위 수현이, 한살 아래 은수가 그렇게 뛰노는 걸 본 득구가 차츰 논을 뜬 것이다. 지금은 열한살인 수현이는 자기 휴대폰으로 친구랑 약속도 잡는다. 은수도 무작정 친구를 찾아 나가서 오후 내내 종 무소식인 적도 있다. 아직 득구에게 그까지는 무리다. 이모집 아파트에서는 모를까, 우리 아파트에서 득구는 혼자 잠깐 나가서 슈퍼에서 과.. 더보기
득구 진구 4 - 아파트의 개 요즘 들어 득구의 상태가 안 좋다. 욕구불만에다 아빠가 뭔가 강하게 시키거나 화를 내면 곧바로 반발한다. "왜 아빠 맘대로 해?" "조용히 말하지 왜 화를 내?" 어쩌면 득구 상태가 안 좋다기 보다는 내 상태가 좋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득구의 강한 반발 정서는 전에 없는 것이다. 득구가 극도로 화가 나면 눈을 부릅뜨고 아빠를 보거나, 콧김을 숨사쁘게 내쉬면서 "씩씩"거린다. 나는 그때 화가 극도로 난 개를 생각했다. 오늘밤 진구는 지쳐 잠이 들었다. 여섯살이라지만, 사실 만 4년 5개월을 살았다는 게 이 아이의 성장정도를 더 정확하게 표현한다. 진구는 오늘 초저녁부터 유난히 설쳐댔다. 아래층에 소리가 그대로 전달되는데도 거실, 안방에서 뛰고 구르고, 아빠 엄마가 뭐라 그러면 아예 아래층 들으라는 듯, .. 더보기
득구 진구 2 - 아파트의 아들 진구 왜 진구일까 생각했다. 도라에몽 속의 노진구? 무학소주 광고에 나오는 진구? 그냥 지금은 '득구, 진구'가 좋겠다 정도다. 아, 이 글 속에서 득구로 나오는 호정이 동생 호준이 이야기다. 준이를 진구로 쓰려는 거다. 득구가 열 살, 진구가 여섯 살. 둘이서 어울리면 그렇게 조용하지 않다. 소곤소곤, 0000, 그렇게 정답게 놀지 않는다. 쉽게 말해 시끄럽다. 서로 밀고 뛰고 넘어지고, 그러다 때리고 엉겨붙고 울고 불고. 그런다. 조용할 때가 물론 있다. 컴퓨터 앞에 둘이 앉았을 때다. 비록 득구가 독점하는 편이지만 진구도 조용히 따른다. 이 말 저 말 주워섬기며 한 시간 이상 컴퓨터 앞에서 조용히 논다. 일이 터진 건 2009년 설날 밤이었다. 마산의 본가에 갔다가 밤 9시쯤 창원 동읍의 아파트로 돌아왔.. 더보기
득구 진구 1 - 아파트의 아들 득구 왜 득구일까 생각했다. 고등학생 때 나를 통째로 흔들었던 김득구? 작년에 읽었던 완득이? 쉽다, 친근하다, 씩씩하다, 뭐 그런 느낌? 나는 지금부터 아파트의 아이 '호정이'를 쓰려 한다. 출생과 성장, 정신과 육체 모두 아파트와 함께 생장한 내 아들 호정이를. 그래서 호정이를 득구라 하려 하는데 어울리나? 안 어울려도 될 것 같다. 이래 저래 이유는 갔다 붙이면 되는 거니까. 그런 득구가 요즘 틈만 나면 눈을 부릅뜨고 아빠를 노려본다. 눈매가 제법 무섭다. 분노를 넘어 거의 증오에 가깝다. 콧김까지 씩씩거리면서 뿜어낸다. 그러면서 하는 말은 이런 거다. 씨이, 씨-히-히, 왜 아빠 맘대로 하는데. 득구는 이제 억압이 뭔지 알았나보다. 동생 준이를 내가 꾸중하거나 회초리로 때리려 할 때도 그런다. 왜 그러.. 더보기
아파트의 재난 3 -고층아파트의 화재피난 상식 2010년 1월 1일, 김해시 진영읍의 아파트단지. 진영자이(16개 동 970여 가구)와 진영코아루(11개 동 953가구), 중흥S-클래스(17개 동 1382가구) 등이 모인 대규모 아파트 단지다. 오후 2시 30분부터 걷기 시작해서 각각 한 동씩 옥상 입구까지 올라갔다 내려오고, 인근 진영소방서까지 들렀다 오는데 2시간이 걸렸다. 그렇다. 오늘 진영읍 아파트단지를 배회한 목적은 옥상 쪽 화재피난로가 확보돼 있는지 알아본다는 것이었다. 겸사겸사, 각 가구마다 비치돼 있는 소화 설비도 알아봤다. 진영자이나 코아루의 경우, 각 라인별 아파트 입구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그다음 나타난 중흥S도 그렇게 통제되는 줄 알았고, 그래서 처음엔 아파트 안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아, 오늘 여기서 옥상 상태를 보기는 어.. 더보기
아파트의 재난 2 - 소방차의 진입 장애 결국, 창원의 아파트 화재현장에는 인명구조용 사다리차가 접근하지 못했다. 아파트 주변의 전기선 때문이었다. 현장을 목격한 주민은 진화용 소방차 또한 주차 차량으로 인해 건물에 가장 가까운 거리로 접근하지는 못했다고 했다. 앞서 말했듯, 이에 대해서는 우리 사회의 근본적인 주차문제라는 진단과 함께 진화에 장애가 되는 차량을 현장에서 즉각 견인할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등의 대책이 제시됐다. 그래서 나는 이 문제를 내가 사는 창원시 동읍 대한아파트의 주차 현실을 조사하고, 이를 인근 동읍소방서를 찾아 담당 소방관과 인터뷰함으로써 실증해보았다. 창원 도계동 아파트를 찾았던 날로부터 사흘이 지난 12월 오전 8시 대한아파트 앞 주차장에서 조사를 시작했다. 총 720여세대가 한 동으로 묶인 이곳의 지상주차는 .. 더보기
아파트의 재난 1 창원 아파트 화재, 그 후 2009년 6월 7일 아침, 주로 창원 마산의 매체들은 떠들썩했다. 담당 사회부와 카메라 기자들은 창원의 한 아파트 화재현장으로 일제히 몰렸다. 새벽 4시 15분경 진화된 이 화재로 일가족 4명이 모두 숨졌기 때문에 사고의 파장이 더욱 컸다. 이후 2~3일간 모든 매체의 뉴스들이 이 사고로 왜 4명이나 사망해야 했는지에 초점을 맞췄다. 경찰 추정 발화 시간이 3시 55분이었던 점을 감안할 때, 주방 천장과 거실 일부만 탄 채 단 20여분만에 진화된 화재치고는 사망자가 많았던 것이다. 특히, 베란다 쪽 안방 창문을 열고 5분 넘게 구원을 요청하다가 끝내 창문 밖으로 뛰어내려 숨진 부인의 죽음을 두고는 소방관의 구호 활동에 비난이 빗발쳤다. 밑에서 빤히 보고 있으면서도, 매트리스를.. 더보기
아토피 2 큰 아들 호정이는 지금도 과자나 아이스크림을 먹으면 몸을 긁는다. 물어보면 진짜 가려워서이기도 하고, 그냥 가려운 것 같아서 긁는다고도 한다. 지금 사는 창원의 동읍 대한아파트로 3년 전에 이사오기 전인 6살때까지 그만큼 아토피를 심하게 겪었다. 그때 우리 부부에겐 큰 방의 침대와 거시 소파를 치우는 문제로 다퉜전 적도 있었다. 둘 다 곰팡이의 온상이라는 아내의 주장 때문이었다. 나는 업자를 불러 청소를 하자고 했으니 근본적 개선론자는 아니었던 셈이다. 그런데 다른 이유도 없지 않았다. 그때 나름 알아봤던 아파트 내 곰팡이 서식처가 비단 침대와 소파뿐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특히 일정한 곳은 외벽에 직접 면한 베란다 창고의 벽체나 베란다 쪽 벽체다. 새 아파트의 경우 콘크리트를 굳히는 과정에서 생기는 열.. 더보기
아파트-그러면 아파트에 사는 어른은? 그러면 아파트에 사는 어른은? 술에 취해 밤늦게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타는 것은 아주 흔한 일이다. 새벽 1~2시의 엘리베이터 속. 혼자 타고 있는 그 속에서 유별난 존재가 거울이다. 고층의 아파트 층수만큼이나 무한하게 반복되는 거울 속 또 거울, 또 그 속에 거울. 나는 그걸 잘 견딜 수 없었다. 어떨 땐 무서웠고, 어떨 땐 아득했다. 어느날 밤 창원 상남동의 성원이나 대동 아파트 단지 속에서 술에 취해 내가 갈 방향을 잃었던 때처럼. 앞서 아이들이 아파트에 사는 영향을 말했다. 그렇다면 아파트에 사는 어른들이 받는 영향은 어떤 게 있을까. 그 속에 사는 사람들의 성격이나 공간감각에 영향을 줄 것이다. 그게 추상적으로 들린다면 한 집안의 구성요소를 다루는 능력, 쉽게 말해 뭘 고치거나 새로 만드는 재주가.. 더보기
아파트 - 내 집이란 게 과연 뭐지? 사람들은 흔히 ‘내 집 마련’ ‘내 집 마련’ 한다. ‘내 집’ ‘내 집’ 하는 사람들이 과연 '내 집'이 갖추어야 할 조건이 무엇인지 생각할 수도, 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나는 한때, 이왕이면 내가 생각 하는 내 집의 조건이 무엇인지 깊게 생각했던 적이 있다. 특히, 요즘 보편적인 '아파트'라는 주거조건과 결부해서. 우선 든 생각이 ‘내 아이들의 성장 환경에 맞는가, 그렇지 않은가’였다. 이건 말처럼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육체적 정신적 양면으로 영향을 미치는 환경이기 때문이다. 주거공간이 미치는 아이들의 육체적 환경 중에서 가장 이해하기 쉬운 것이 질병문제다. 새집증후군의 가장 흔한 사례인 아토피, 비염 등이 그 예가 된다. 태생 때부터 창원 팔룡동의 벽산아파트에서 2년, 마산 구암동의 대동.. 더보기
득구 진구 3 - 층간소음 문제에 몰린 우리 가족 그 다음날 아침 일찍, 나는 우리 아파트 1층이 빈 곳은 없는지부터 둘러봤다. 어젯밤의 흥분을 떨치지 못한채 "씩씩"거리면서. 없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비어 있었어도 보고 싶지 않았을 것 같다. 방범참으로 빈틈 하나 없이 빽빽하게 베란다를 둘러친 1층 아파트들을 자세히 보고싶지 않았다. 어쨋든 없었다. 약 1키로 떨어진 동읍 중심지 '덕산'까지 가서 더 많은 아파트의 1층들을 봤다. 아파트의 1층도 참 가지각색이었다. 아주 높은 곳, 반 지하처럼 돼 있는 곳, 좁은 곳, 넓은 곳... 공통적인 건, 방범창으로 빽빽하게 베란다를 둘러치고 있다는 점. 드문드문 1층이 비어 있었지만, 더 자세히 알고 싶지 않아졌다. 아, 차라리 욕을 듣고, 눈치 코치 다 보여도 지금 있는 곳에서 살아야지 그렇게 빤한 결..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