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아파트

득구 진구 11 - 아토피 1


몇번 말하지만, 요즘 아내는 큰아들 득구에게 무관심한 편이다.
적어도 그 전에 비해서는, 또 둘째 진구에 비해서는 더 그렇다.
본인은 부정할까?
그렇지 않다. 인정한다. 이렇게.
"어휴, 내가 저거, 아토피때문에 고생한 거 생각하면... 치가 떨린다.
지금도 내가 "당신, 요즘 득구한테 너무 무신경한 거 아이가?" 하면 대뜸 말한다.
"와, 어때서, 인자 쫌 마음 놔도 안 되나?"

이렇게 아예 대놓고 말하니, 내가 기가 질린다.
"그게 도대체 말이 되는 기가, 안 되는 기가?"
하지만, 기억을 더듬어보면 아내의 그런 태도에 고개가 끄덕거려지기도 한다.
득구의 아토피...
한참 심했을 때가 준이 태어나기 전인 2003~4년 구암동 대동아파트 살 때 였던 것 같다.
그때 득구는 배에, 등에, 팔 다리에 아토피성 피부염이 심했다.
극심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예민한 성격의 아내는 그 꼴을 느긋하게 보지 못했다. 병원도 가고, 한의원도 가고, 약도 바르고, 한약도 먹이고, 한 순간도 손을 놓지 않았다. 
가장 뚜렷한 기억이 매일 저녁 한 시간 이상 득구를 눕혀서 루이보슨지 뭔지 하는 가루를 물에 섞어서 배와 팔 다리에 발라주고 비닐팩을 심혈을 기울여 감아주던 일이다. 마치 도공이 도자기를 빚듯이 정성을 들여 그랬다.
매일 아침 저녁으로 팔 다리의 아토피 부위에 약을 바르고 붕대를 감는 일은 기본이었다.
그 일을 2년여 이상 계속했던 것 같다.

그러니 지금은 좀 풀게 해 달라는 거다.
물론 그럴 권한이 있다면 나야 그러고 싶다. 하지만 문제는 득구다. 
그렇게 쏟아붓던 엄마의 사랑을 받던 아이가 서서히 약화되는 그 강도에 당황하고 불안해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을까. 그런 치료덕분에 아토피야 그럭저럭 약해졌는데, 예전의 그 엄마가 아니니 원...
그래서 그런지 득구는 그때부터 칭얼거리는 성격이 생겼다. 뭔가 뜻대로 안되면 처음부터 칭얼거린다. 애들이야 다 그렇다 하나, 이건 매사에 칭얼거리기 시작하니 나도 아내도 점점 더 질려갔다. 
그전에는 당연히 채워졌던 욕구가 해소되지 못한 탓이었다.
짜증이 많다거나, 언제나 뭔가를 원하면서 끝까지 졸라대는 것도 그렇다. 
그러니 엄마의 태도 변화와 관계가 적을 수 없다. 

욕구불만으로 칭얼거리는 득구는 대개 엄마를 향해 있었다. 희망도 엄마에게 향하고, 들어주지 않아서 절망하고 낙담하는 것도 대개 엄마에게서다. 
간혹, 몇 번을 불러도 대답하지 않는 엄마와 그래서 그만 울상이 돼버리는 득구를 보면 단적으로 느끼게 된다.
요즘 득구에겐 아토피가 세 곳 정도 약하게 남아 있다.
고추 밑 고환 부분과 양쪽 무릅 뒤편의 고랑이다. 물론 그것도 한달 한달 다르게 흔적이 약해진다.
아토피는 약해졌어도 예전의 엄마를 갈망하는 득구의 기대는 여전하다. 

 

'아파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수컷의 냄새  (0) 2010.04.25
득구 진구 - 스트레스  (0) 2010.04.20
득구 진구 10 - 득구와 엄마  (0) 2010.04.11
득구 진구 9 - 득구와 아빠  (0) 2010.04.09
득구 진구 8 - 아파트가 준 상처  (0) 2010.0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