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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득구 진구 4 - 아파트의 개

요즘 들어 득구의 상태가 안 좋다.
욕구불만에다 아빠가 뭔가 강하게 시키거나 화를 내면 곧바로 반발한다. 
"왜 아빠 맘대로 해?" "조용히 말하지 왜 화를 내?" 
어쩌면 득구 상태가 안 좋다기 보다는 내 상태가 좋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득구의 강한 반발 정서는 전에 없는 것이다. 
득구가 극도로 화가 나면 눈을 부릅뜨고 아빠를 보거나, 콧김을 숨사쁘게 내쉬면서 "씩씩"거린다. 
나는 그때 화가 극도로 난 개를 생각했다.

오늘밤 진구는 지쳐 잠이 들었다.
여섯살이라지만, 사실 만 4년 5개월을 살았다는 게 이 아이의 성장정도를 더 정확하게 표현한다.
진구는 오늘 초저녁부터 유난히 설쳐댔다.
아래층에 소리가 그대로 전달되는데도 거실, 안방에서 뛰고 구르고, 아빠 엄마가 뭐라 그러면 아예 아래층 들으라는 듯, 발로 바닥을 찌어대기까지 했다. '콩, 콩, 콩...'
난 결국 진구를 통째로 끌어안고 엉덩이를 찰싹 찰싹 손바닥으로 때렸다. 
소용없었다. 더 화를 내고, 앵겨들고...
할 수 없이 회초리를 들었다. 아래층은 까마득히 잊은채 바닥에다 회초리를 쳤다.
그때뿐. 조금 있으니 이놈, 이제는 눈 부릅뜨고 이빨까지 간다.
아, 그 뒤에 이야기는 하지 않으련다. 그렇게 울고불고 하다가 지쳐 잠이 들었다.
여하튼, 이놈 성질머리가 그 정도다.
난 오늘밤 진구를 보면서 성질 사나운 강아지를 또 연상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어떨 때 애들 앞에서 화 내는 내 모습도 바로 개의 모습이다.
오늘밤처럼 진구 혼자가 아니라 득구 진구 둘이서 거실이나 안방에서 설쳐대면 나는 미친다.
그리고는 집이 떠나갈듯 괴성을 지른다.
"이노무 새끼들! 조용히 안하나!" 
아, 이건 전달이 안된다. 그건 괴성으로는 표현 안되는 기괴한 동물의 울음소리다.
"크아아아앙! 크아아아앙!"
그리고는 옆에 보이는 쇼파 베개나 그냥 베개-얍씰하게도-를 애들 근처로 집어던진다.
정말이지, 증말이지 그 소리가 클수록, 그 행동이 클수록 애들한테는 먹힌다.
"형아, 아빠 정말 무섭제?"
아, 아, 나는 이 아파트의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애들 앞에서 개가 된다.
나나 애들이나 아파트의 개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