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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아파트의 재난 3 -고층아파트의 화재피난 상식

2010년 1월 1일, 김해시 진영읍의 아파트단지.

진영자이(16개 동 970여 가구)와 진영코아루(11개 동 953가구), 중흥S-클래스(17개 동 1382가구) 등이 모인 대규모 아파트 단지다. 오후 2시 30분부터 걷기 시작해서 각각 한 동씩 옥상 입구까지 올라갔다 내려오고, 인근 진영소방서까지 들렀다 오는데 2시간이 걸렸다.

그렇다. 오늘 진영읍 아파트단지를 배회한 목적은 옥상 쪽 화재피난로가 확보돼 있는지 알아본다는 것이었다. 겸사겸사, 각 가구마다 비치돼 있는 소화 설비도 알아봤다.

진영자이나 코아루의 경우, 각 라인별 아파트 입구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그다음 나타난 중흥S도 그렇게 통제되는 줄 알았고, 그래서 처음엔 아파트 안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아, 오늘 여기서 옥상 상태를 보기는 어렵겠구나…”

할 수 없이 단지가 끝나는 지점 인근에 있는 진영소방서에 갔다. 며칠 전 동읍소방서에는 없던 사다리차가 여긴 있는지, 궁금했다. 있었다. 사진을 몇 컷 찍었다. 소방관 한 분이 의아한 표정으로 나왔지만, ‘왜 사진을 찍는지’ 묻지는 않았다. 오히려 내 쪽에서 다가갔다.

인명구조용 사다리차는 최소 3.5m 이상 노폭이 확보돼야 현장진입이 가능하다. 김해 진영소방서의 사다리차.


 


“그럼요” 이야기는 쉽게 풀렸다. 처음엔 사다리차에 대해, 나중엔 고층아파트의 피난통로에 대해서였다. 그의 설명이었다.

“사다리차는 차폭이 한 2m 되는데, 양쪽으로 1m씩 더 확보돼야 들어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5~6층 정도까지 쓸 수 있습니다. 그보다 더 높은 고층에서는 옆 세대와 통하는 방호벽을 활용하는 편이 낫습니다. 보통 합판으로 돼 있는데, 평소에 통로를 확보해두어야 비상시에 활용할 수 있죠.”

“그리고 고층아파트엔 보통 복도에 방수용기구라고 소방호스가 설치돼 있습니다. 작은 불에는 소화기를 쓰고, 좀 더 큰 불에는 이 호스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제가 경험한 바로는 아파트는 옆집이나 아래, 윗집으로 불이 삽시간에 번지는 경우는 많이 없거든요. 침착하게 대응을 하면 됩니다.”

마지막에 내가 “여기 사다리차가 저쪽 창원의 동읍으로 출동하는 경우도 있냐”고 묻자 그는 “행정구역이 다르니까 그런 경우는 별로 없다”고 답하기도 했다. 그에게 들은 말은 정말, 상식인데도 흔하게 접하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다시 돌아오는 길에는 중흥S, 코아루, 진영자이 순서로 운좋게 한 동씩 아파트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우선 나중에 본 중흥S는 출입구가 통제되지 않았다. 그래서 들어간 102동 18층 옥상 입구. 대부분 아파트가 그런대로 옥상문은 잠겼지만, 입구에 붙여놓은 ‘피난, 방화시설 관리유지 조치안내’가 인상적이었다.

김해 진영신도시의 중흥S-클래스 아파트 옥상입구에 붙어있던 피난 방화시설 조치안내문.






'화시설 폐쇄(잠금까지 포함)나 훼손-1차 50만원, 2차 100만원,3차 200만원 벌금. 계단복도 및 비상구 물건 적치, 장애물 설치 시-1차 30만원, 2차 50만원, 3차 100만원. 소방훈련 및 교육 미이행 시-과태료 200만원. 방화관리자 업무 미이행 시-과태료 200만원. 소방차 출동 방해 시-5년 이하 징역 및 3000만원 이하 벌금.’

이어 들어간 진영코아루 403동 15층 옥상에는 역시 잠겨진 옥상문에다 이렇게 써 붙였다. ‘화재발생 시는 열쇠를 파손한 후 대피공간으로 사용하십시오.’ 글을 읽고 다시 보니 열쇠가 아주 자그만 했다. 끝으로 들어간 진영자이 303동 17층 옥상 역시 ‘옥상대피소’라는 이름만 붙여놓은 채 잠겨있었다.

(위)진영코아루의 옥상에는 특이한 설명문이 있다. 화재 때에는 열쇠를 부수고 대피하라는 것이다.

김해 진영신도시 아파트의 기점에 해당하는 진영자이 303동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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