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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아파트키드 진구 2 땅콩집을 한창 짓던 2011년 4월에 버럭 씨는 진구를 데리고 집구경도 했다. 이런 모습이었다. 땅콩집은 간단하게 한 필지에 두 가구용 집을 짓는 것이다. 아파트 가격이 부담스럽거나 아파트 생활 자체가 싫은 사람들을 위해 아파트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마당이 있는 전원주택을 짓는다는 취지다. 당시 언론에 보도됐던 건축주의 소개가 이랬다. "딸에게 매일 뛰지 말라는 소리하기가 정말 싫었어요. 집을 옮기기로 했죠. 그러다가 집 두채를 한 집처럼 사용하는 땅콩집을 알게 됐고, 지금 이렇게 짓고 있는 거에요." 그렇게 친언니댁과 함께 살 집을 짓기 위해 용잠리에 485평방미터(147평)의 대지를 마련했고, 붙어있지만 각각 한 동에 100평방미터(30여평) 정도로 집을 짓고 있다는 것이다. 목조에 1층에는 거실과 주.. 더보기
아파트키드 진구 1 2012. 7. 13일 이제 여덟살 진구. 열두살 된 득구 동생이다. 남자애지만 가족 중에선 드물게 갸름하고 예쁜 얼굴이라 버럭씨 집안의 마스코트다. 버럭 씨 부인의 사랑은 지나칠 정도다. 우리 아들 우리 아들 하다가 왕자님, 000, 잘 나가면 끝이 없다. 그런 진구는 때로는 걱정을 안긴다. 형과 달리 삐쩍 마른 몸에 작은 키 때문에 1학년 반 애들과 같이 있는 모습을 보면 안쓰럽다. 며칠전 장염으로 동네 소아과에 데리고 갔을 때 키가 116센티에 19키로였다. 네살 9개월 빠른 득구는 지금 키 143센티에 37키로다. 물론 먹는 문제 때문이다. 몇가지 좋아하는 음식 빼놓고는 거의 안 먹으려 한다. 하도 안 먹으니까 버럭 씨가 물어본 적이 있다. "진구야, 니가 먹고 싶은 것만 하나씩 이야기해볼래?" .. 더보기
다들 아파트에서 자라서 그래요 대학생 주영민, 이승민 군과 땅콩집 건축가 이현욱 씨의 대화 중에서 주영민 요즘 대학생들은 어학연수 1년은 기본, 인턴도 어디 어디 해야지, 이런 시선에 압박을 많이 받습니다. 이현욱 다들 아파트에서 나고 자라서 그래요. 생각의 다양성이 부족한 거죠. 보세요, 사회는 생각보다 다양한 사람을 필요로 해요. 100명이 저쪽으로 간다면 나는 거꾸로 가야 되는 거죠. 어학연수, 인턴을 한 100명을 원하는 시장이 크긴 하겠지만 거긴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죠. 남들 다 가는 길에서 살아남자니 서로 몰려들어 피해만 주는 거예요. 술 마실 때 아니면 같이 몰려다니지 말아야 해요. 독특한 경력이나 사고방식의 ‘1명’을 원하는 시장은 10개만 있어도 내가 골라 갈 수 있잖아요. 뭐라도 되겠지, 하는 자신감을 갖고 자기 길.. 더보기
진구 친구 재호 진구 친구 재호가 어젯밤 4시간 동안 우리 집에 있었다. 진구가 만 6년 하고 한 달 사는 동안 처음 벌어진 일이었다. 아파트키드 진구가 친구를 집으로 초청한 것이다. 오후 6시에 집에 온 친구가 7시에 저녁 먹고, 8시까지 아무렇지도 않게 버티기에 집으로 가보자고 했다. 함께 갔더니 가족들이 없어서 다시 올라왔고, 그렇게 10시까지 있다가 갔다. 진구는 아주 좋아 했다. 가족이 와서 10시에 재호를 데려갈 때도 좀 더 놀자고 할 정도였다. 그러고 보니 득구는 만 11살 가까이 되는 지금까지 이런 일이 없었다. 왜 그렇지? 유치원 다닐 때나 초등학교 4학년이 된 지금까지 같은 라인에 사는, 아니 같은 아파트에 사는 친구가 없었나? 분명 한 유치원에 다니고, 같은 학교에 다니는 아파트 애들이 있었는데..... 더보기
7.13 준아, 아빠가 미쳤제 준아, 오늘 아침에 아빠가 또 미쳤제. 내 이 솥뚜껑만한(?) 손바닥으로 날갯죽지가 튀어나온 앙상한 니 등짝을 대여섯번 안 때맀나. 툭 툭 툭 소리까지 났지. 나중에는 니 뒤통수까지 두 번 쳤제. 고래고래 고함까지 지르면서. "(치카치카)빨리 안하나? 진짜 이거 미치것네. 시간봐라. 아홉시 안 넘었나. 운제 유치원 가끼고?" "아빠 미워 엉엉엉엉... 엄마, 엄마 보고싶어 엉엉엉..." 결국 넌 울면서 양치를 했고, 우는 얼굴을 내가 씻겼지. 이게 결국 이유는 시간 때문인데... 아니, 내 썽질 때문이겠지. 근데 준아, 어떡하냐? 아빤 시간이라는 벽도 넘을 자신이 없고, 내 썽질이란 벽도 넘을 자신이 없어. 아무리 시간에 쫓기지 말자 다짐을 해도 쫓기지 않을 수 없고, 준이한테 화내지 말자 차라리 놀자 .. 더보기
7.12 소유권이전 등기, 혼자서 해치웠다. "아이가, 안 될낀데... 등기위임장도 그렇고, 요즘은 부동산실거래신고까지 생기가꼬, 안 된다. 마 법무사한테 맡기라." 법무사사무실에서 일하는 상길이가 그랬지만, 딱히 아는 법무사도 없고, 농협모암지점 거래 법무사도 오늘은 시간이 안 된다고 해서 그냥 혼자서 부동산 소유권 등기이전을 하기로 했다. 법무사 의뢰 비용만 30만원이라지 않는가. 우선, 어제 오후에 창원법원 등기과에 가서 위임장양식 받고, 구청 가서 부동산실거래신고서 양식 받아놨다. 그리고 오늘 오전 10시 동읍에 있는 농협모암지점에서 매도인이랑 만났다. 내 생애 최고의 거금 1억5750만원을 매도인 통장으로 넘겼다. 그 액수에 감각이 없어선지, 떨리지도 않았다. 그리고는 등기위임장하고, 부동산실거래신고서 작성을 했다. 매도인이 가져온 인감증.. 더보기
아파트 수천가구에 전세는 3곳 아파트를 비워야 하는데, 이젠 오락가락 음풍농월 할 때가 아닙니다. 전세를 다시 구하든지, 아니면 지금 사는 집을 사든지 양단간에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그래서 저와 아내는 전세를 전세를 구하기로 했습니다. 어제(5월 23일)부터 동읍 신방과 덕산, 자여의 부동산중개소란 중개소를 모두 연결하기로 했습니다. 어제와 오늘, 연락하고 직접 다녀본 실적을 기록해볼까요. 우선, 기준 삼아 지금 제가 사는 33평 아파트는 전세 1억(저희들은 지난 4년간 5500 주고 살아왔습니다. 2배 가까이 뛴 거죠.)에 매매가 1억6000+알파 입니다. 작년 12월만 해도 1억1000이었다네요. 처음 소개받은 곳이 지은지 20년된 덕산 평화맨션 28평형으로, 전세 8000만원이었습니다. 앞에는 남해고속도로, 뒤에는 동읍국도죠... 더보기
아파트를 비워야 하는데 줄곧 아파트 이야기를 써오면서도, 남 일인줄 알았죠. 창원 동읍, 들판 한 가운데 훤출하게 선, 이 아파트에 산 지 4년이 넘었어도, 주인댁은 이래라저래라 잔소리 한번 없었기 때문에, 그냥 그렇게 쭈욱 가는 줄 알았죠. 3~4일 전이었나요. 뭐, 무작정 비우란 말은 아니었습니다. 주인댁은 "집을 팔았으면 좋겠다"고 했죠. "개인 사정 상, 그 집을 계속 소유하고 있을 수가 없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우리가 이 집을 사지 않는 이상, 집을 비워야 하니, 어쩌면 그 말이 그 말이죠. 전세를 구해서 이사를 갈지, 주인댁 희망대로 이 집을 사야 할 지 결정을 해야 하는 거죠. 집을 산다는 것... 이게 어디 쉽나요? 돈도 돈이지만, 앞으로 계속 살지 확신할 수 없는 상태에서... 그래서, 꾸역꾸역 주변 아파트를 .. 더보기
투명인간이 된 진구 진구라고 아세요? 제가 작년에 냈던 속에서 득구 동생이죠. 아파트 안에서 틈만 나면 발을 콩콩 굴러서 엄마 아빠를 안달하게 했던 아입니다. 아파트에서 가장 무서운 층간소음이 되는 거죠. 그래서 아래층 분들이 당장 올라온 경우도 있었구요. 그렇게 하면 엄마 아빠가 환장한다는 것을 잘 알고, 그걸 무기로 삼는 영악한 아이죠. 이야기를 들어보니 진구같은 경우가 많더군요. "우리 애도 그래요. 정말 공감이 가더군요." 책 내고 나서 가장 반가웠던 순간 중의 하나였습니다. 책 속의 진구는 사실, 제 둘째 아이 '호준이'입니다. 이 블로그 앞쪽에 나오는 땅콩집에 등장했었죠. 깜찍한 외모, 생글생글한 웃음, 순전히 아빠인 제 평가이지만, 어쨌든 저희 집안의 귀염둥이입니다. 그런데 이번 주 들어 진구 때문에 온 집안이.. 더보기
땅콩집이 넘어야 할 벽 아파트에서처럼 아이들에게 뛰지 말라고 매일같이 윽박지르지 않기 위해, 시골 전원주택 같은 땅콩집을 지어 과감히 이사하려는 결단을 내리신 분들께 부디 폐가 되지 않기를 다시 바랍니다. 하지만, 현실을 직시해야 하기에, 그래야 땅콩집의 앞날에 놓인 벽을 넘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정말, 아이들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농가의 현실을 사진을 통해 보여드리기로 하겠습니다. 휑뎅그레하다고 하죠. 어제였죠. 4월 17일 오후 6시 쯤 창원 동읍 신방마을의 한 농가 마당입니다. 사람이 있을 법한 일요일 저녁 무렵이지만, 현관에 신발 한 짝도 찾을 수 없군요. 참고로 신방마을은 땅콩집 맞은편 동네이고, 동읍사무소가 있는 마을이라 반 농촌이라고 해야 합니다. 넓은 마당에 아이들은 물론, 인적을 찾기 힘든 건 근사한 목조 주.. 더보기
땅콩집 건축중-동영상 이번에는 동영상입니다. 집 구조도, 제 아들 호준이가 신기해하는 표정도 훨씬 생생합니다. 우선, 건물 내부 영상은 1층 거실에서 계단을 거쳐 2층으로, 3층 다락방으로 옮겨갑니다. 그리고 다시 내려오죠. 건축중인 곳이라, 곳곳에서 작업중인 분들께 폐를 끼치지 않으려 하다보니 구석구석 다 들어가보진 못했습니다. 일단, 내부부터 보실까요. 어떻습니까. 뭐, 건물이야 아직 완성되지 않았으니 느낌이 그렇게 팍 와닿진 않겠죠. 하지만, 거실 밖으로 보이는 마당과 손에 닿을듯 가까운 감나무밭 언덕이 싱그럽지 않습니까. 언덕은 2층 방의 창 밖으로 더 생생하게 보이죠. 하지만 애 아빠인 저로서는 건물 구조나, 바깥 풍경보다는, 건물 아래 위를 신기해서 오르내리는 호준이 모습이 더 재미있었습니다. 일곱살이라지만 이제 .. 더보기
땅콩집 여행 4월 5일자 1면에 났던 이미지 기자의 '한 필지 두 가구 땅콩집, 창원 의창구 동읍에 들어서' 기사를 유심히 봤었지만, 그게 저희 앞 동네 이야긴 줄은 몰랐습니다^^ 기사에 동읍 용잠리라고 나와 있지만, 용잠리는 꽤 넓거든요. 정확히 말하면 땅콩집은 용잠리 용잠본동에 들어서고 있고, 저는 그 동네와 주남저수지 들어가는 국도와 동읍사무소를 사이에 둔 신방리에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욱 반가웠습니다. 바로 달려갔죠. 그게 오늘이었습니다. 일단, 기사속에 표현된 땅콩집 설명부터 보죠. '한 필지에 두 가구용 집을 짓는 듀플렉스 홈의 애칭인 땅콩집' '최근 급상승하고 있는 아파트 가격이 부담스러운 지역민에게 아파트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마당이 있는 전원주택을 지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 이 정도면 땅콩집의 .. 더보기
전세대란을 피하는 법 며칠 전 팔룡동 벽산아파트 32평에 사는 지인이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집주인이 전세금을 1억6000만원으로 올려달라고 한다구요. 기로에 선 거죠. 올려주든지, 나오든지, 아니면 아예 사버리든지. 요즘 창원에서 전세사는 사람들 속이 이렇게 다들 타들어갈 겁니다. 저도 만기가 이 달인데, 조마조마하죠. '올려달라고 연락이 올 것 같은데, 어떻게 하지? 연락 없으면 자동연장 이라는데, 그럼 얼마나 좋을까' 창원의 외곽, 건축한지 15년을 넘긴 동읍의 한 아파트에 살면서도 전세살이 걱정은 똑 같습니다. 집주인의 의지에 따라서 곧 기로에 놓일 수 있는 처지까지도 같은 거죠. 문득,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전국이 전세대란을 겪는다는데, 단독주택도 그럴까? 아파트만 들썩거리는 게 아닐까? 아파트살이 포기하고, 단.. 더보기
요즘 버럭씨와 득구 산지니출판사의 를 장식했던 버럭씨와 득구. 작년 8월 말에 제가 원고를 마무리했으니까 9, 10.... 또 6개월이 흘렀네요. 에 한번씩 나는 광고 문구가 이렇죠. "득구야?" "왜 아빠?" 너는 친구도 없어? 왜 밖에 나갈 생각을 안해?" "친구는 학교가야 있잖아" "아파트엔 없어?" "없어. 말 걸지 마. 지금 게임하고 있단 말야!" 책 서문 속의 대화였지만, 버럭씨는 아파트생활을 비롯해 이런저런 이유로 밖에 나가기 싫어하는 득구를 답답해합니다. 나름대로 애도 많이 써죠. 틈만 나면 놀이터로 학교운동장으로 데리고 나가고, 일요일엔 등산도 자주 다녔습니다. 덕분에 득구는 또래아이들에 비해서 올라가본 산이 훨씬 많을 겁니다. 창원 동읍 구룡산에서 시작해 마산의 무학산 쪽 종주를 했고, 창원의 불모산까지도.. 더보기
저 많은 아파트를 다 어쩌죠? 2월 8일 어제 아침이었어요. 경남도민일보 사장을 했던 허정도 도시공학 박사님이 문자메시지를 보내셨더군요. 지난번 주었던 책 잘 읽었다구요. 제가 작년 11월에 냈던 말입니다. 유익했다면서 끝에 이렇게 덧붙이셨죠. "그런데 저 많은 아파트를 다 어쩌죠?" 그 말의 여운이 길어 이렇게 답장을 드렸습니다. "하나씩 하나씩 무너뜨려 갈까요?" 곧 답장이 왔습니다. "주제를 잘 잡았어요. 바쁘더라도 꼭 잡고갔으면 해요" 그렇잖아도 새 일터때문에 아파트살이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졌었는데, 정말 고마운 충고였습니다. 또 이런 일도 있었죠. 지지난주 금요일이니까 1월 말쯤이었겠네요. 그때 전 대학 후배 이인안씨가 대표로 있는 창원 명서동의 (주)브레인을 찾아갔었죠. 마침 이 대표 옆에는 역시 후배인 Meaning 독서.. 더보기
<아파트키드 득구> 저자와의 만남 오늘이 2011년 1월 3일. 작년 11월 말에 출판했던 저자와의 만남 행사는 12월 23일 밤 부산시내 북카페인 백년어선원에서 열렸다. 쑥스럽지만, 그 저자는 '나'였다. 모자라는 나의 글을 어떻게 책으로 만든 산지니출판사에서 행사를 주최했다. 행사는 예정시간보다 10분을 넘긴 7시 10분에 시작됐고, 그때 교실 반 정도 크기의 선원 안에는 10여명 정도가 자리를 잡았다. "제가 부산에 연고가 없기 때문에 다섯명 정도 오시지 않겠나 싶었는데, 목표를 두배 이상 초과달성 했습니다^^" 썰렁한 유머로 저자인 내가 입을 열었다. '간단히 책 소개부터 하겠습니다. 이 책은 모두 12장 230쪽입니다.- 출판사 사장님께서는 이 분량에 계속 문제를 제기하셨죠. 책이 독자의 선택을 받으려면 최소한 원고가 500매는.. 더보기
내가 살았던 집에 대한 기억 몇살 때인지는 모르겠다. 계속 들으면서 어느새 상상이 심어진 모습일 수도 있다. 마산 상남동의 어느 집, 근처에 과자공장이 있었고, 적당한 크기의 나무가 동네앞에 있었고, 그앞에 도랑이 있었다. 그리고 여섯살땐가 일곱살 땐가 자산동 언덕배기의 집으로 이사갔다. 거긴 기억이 제법 있다. 언덕 쪽으로 창이 뚫린 작은 방과 작은 마루를 통해 이어진 큰방. 그 어느 지점에선가 냄비속의 끓는 물이 뒤집어지면서 동생 명균이가 발등에 화상을 입었다. 그리고 범인가 하는 동네 형들, 이따금 언덕 아랫길로 산너머 화장터로 향하는 시신이 지게에 실려 갔었다. 어떤 누나의 종아리를 만져서 맞았던 빨래터도 기억이 난다. 그때 난 스타킹이 신기했던 것 같다. 그당시에는 국민학교였다. 마산 산호동의 합포국민학교 입학 하기 전에 .. 더보기
잠자는 아파트 깨우기 제가 사는 아파트는 20층 건물이고 저는 18층에 삽니다. 부산 해운대의 주상복합 우신골든스위트 화재를 보면서 당연히 가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제가 사는 아파트 3~4층 쯤에서 불이나 순식간에 20층까지 번저버리는 장면을. 물론 화재에 치명적 약점을 갖고 있는 황금색 외장재 알류미늄 패널을 이곳에서는 두르지 않고 있고, 발코니가 아예 없는 주상복합과는 달리 이곳엔 발코니가 있지만, 이곳엔 알루미늄 패널 이상의 치명적 약점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과연 불이 났을 때 제가 제 가족들을 잘 이끌고 대처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우선, 이곳 18층은 소방용 고가사다리차가 최대한 미칠 수 있다는 15층을 넘어섭니다. 심지어 15층 이상에 사는 아파트 주민들은 스스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끔찍합.. 더보기
아파트키드의 해방 처음엔 늘상 노는 모습이었다. 아니, 그렇게 아파트 거실에서 놀다가 아빠에게 꾸지람듣던 모습이었다. 막상 찍긴 했지만, 아래층 분들에게 미안함이 앞선다. "죄송합니다~ 사실, 아빠인 저는 아이들이 이렇게 노는 걸 가만히 내버려두진 않습니다." 그래도, 점점 세게 뛰는 아이들을 보면서, 이건 아니다 싶어 부랴부랴 데리고 나갔다. 조금 멀지만, 애들을 차에 태워서 김해 진영읍의 널찍한 공설운동장으로 데리고 갔다. 그리고 이렇게 뛰어놀았다. 더보기
아파트의 매력 - 통하는 이웃 통하는 정보 아파트에는 흔히 언급되지 않는 의외의 현실적인 매력이 있다. 살림살이가 비슷한 이웃끼리 모이기 쉽고, 그래서 수준에 맞는 생활정보 교육정보의 교류가 가능하다는 내용이다. 쉽게 말해 통하는 이웃끼리 정보를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같은 아파트단지, 같은 동에 살고 있으니 대충 살림살이가 비슷한 이웃끼리 모이기 쉽다는 점은 누구나 알만 한 사실이다. 그래서 '끼리끼리 문화'와 '동류의식'이 형성될 수 있다는 점은 앞서 진주의 윤연갑 씨 부부에게서 들은 바 있다. 그들은 툭 터놓고 이렇게 말했었다. "요즘 들어서는 솔직히 사정이 비슷한 사람들이 편해요. 직업이나, 경제력이나... 이야기도 통하고, 서로서로 이해가 빠르고 쉽죠." "그런데 격차가 있으면 이게 불편할 때가 많아요. 일이 합리적으로 해결되거나 기.. 더보기
아파트의 매력 사람들은 흔히 '집구석'이라는 말을 쓴다. 열흘 넘게 해외여행을 갔다와서 이렇게 말한다. "역시 내 집구석만큼 편한 데가 없어!" 내집만큼 편한 데가 없다는 말인데, 여기엔 좀 더 생각하면 흥미로운 근거가 있다. 왜 집구석이라고 할까? 비빌 구석, 기댈 구석, 누울 구석... 내 집안에는 그만큼 내 몸 편하게 의지할 구석이 많다는 것이다. 그러면, 아파트에는 그런 구석이 있을까? 물론, 아파트는 예전 단독주택 만큼의 은밀한 구석이 적다. 어릴 때 내몸 숨겨 은밀한 짓거리를 가능하게 했던 다락방, 비올 때 볕들 때 그대로 낭만의 자리가 됐던 툇마루, 숨바꼭질 하면 단골 은신처였던 장독대나 뒤켠... 그런 곳이 아파트에는 없다. 아파트 안에서도 베란다 같은 곳을 나름대로 꾸미긴 하지만, 구석을 연상하게 하는.. 더보기
폐쇄장애? 폐쇄공포증이나 공황장애 같은 생소한 용어들이 부쩍 많이 사용된다. 두 증상은 가끔 같은 의미로 오인되기도 하지만 엄연히 다르다. 폐쇄공포증은 글자 그대로 막힌 공간에 혼자 있으면 왠지 모를 불안감과 함께 극심한 공포증이 밀려오는 증상. 반면, 공황장애는 심한 스트레스나 우울증 때문에 왠지 나한테 불길한 일이 벌어질 것만 같은 상황을 말한다. 어렵게 비슷한 여러 증상을 나열하는 것보다 요즘 우리에게 가장 흔한 게 폐쇄장애 증세가 아닐까. 흔하게 쓰이지 않았던 이런 용어와 증세를 접하게 된 건 TV 드라마 소재로 간혹 등장하면서 부터다. 하지만, 그만큼 우리 주변을 둘러싼 폐쇄적 환경이 그만큼 산재해있기 때문일 것이다. 좁고 네모난 공간... 엘리베이터, CT나 MRI 촬영기 속에서 간혹 엄습하는 압박감 같.. 더보기
극단적 단절 사람이 처하는 가장 극단적 단절상황은 죽음이다. 그걸로서 당사자의 의식, 행동은 끝이다. 사람이 취하는 가장 극단적 단절상황은 자살이다. 자신이 주체가 되어 의도적으로 삶의 모든 것과 단절한다. 경우에 따라 인간관계의 단절과 분리의 공간인 아파트와 그 자체가 가장 극단적 단절상황인 죽음은 묘하게 연결돼 있는 관계다. 지난 2005년 서울대 석사학위 논문으로 '한국인의 자살 경향'이라는 논문이 제출됐다. 1990년부터 2002년까지 12년간 한국에서 일어난 자살 경향을 성별과 연령, 직업, 지역별로 통계를 내면서 특징을 끄집어냈다. 그중에는 자살방법별 분류도 있었다. 전체적으로는 교살, 혹은 어떤 형태로든 질식사한 경우가 34.4%로 가장 많았다. 그 숫자가 모두 2만5015명이었다. 12년간 질식의 형태.. 더보기
단절의 공간 그곳 역시 마산의 아파트였다. 아파트에 대한 나의 기억이 가장 응축됐던 곳. 득구의 성장에 가장 결정적이었던 곳. 2004~5년 경으로 기억된다. 나는 한동안 그곳의 엘리베이트와 씨름했다. 엘리베이트는 당연히 가만히 있었다. 단지 나만 그놈에게 욕하고 삿대질하고 광분했다. 술에 만취하기만 하면 그랬다. 언제나 22층 나의 집 현관앞에서 엘리베이트를 향한채. "야이 **야, 어! 야이 ***아, 꺼지란 말이야!" 몇번은 그 소리를 듣고 기겁을 해서 현관 밖으로 뛰어나왔던 아내에게 개끌리듯 끌려들어갔다. 내가 했던 그 욕설도 나는 기억하지 못한다. 뒤에 아내에게 들었던 것이다. "정말 미친 거 아냐? 그래도 술마실 거야?" 그렇게 몰아부치던 아내도 정말 궁금한듯 물었다. "아니, 도대체 누구한테 그러는 건데.. 더보기
아파트생활이 주는 단절 아파트 생활이 불러오는 단절에는 크게 두 유형이 있다. 순전히 제가 볼 때는요^^ 생활 속에 나타나는 구체적인 단절 현상과 공간 그 자체가 단절의 성격을 띤 단절 공간 등이다. 단절 현상에 대해 먼저 보자. 이해하기 아주 쉬운 단절의 현상은 아파트 주민들이 정말 자주 하는 단적인 다음의 말에서 비롯된다. "왜 아파트에 사는데? 이웃 신경쓰지 않고 자기들 편할려고 사는 거 아닌가?" 가끔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특히 젊은 아파트 입주민들은 대부분 이렇게 말한다. 이보다는 조금 더 복잡한 현상도 있는데, 앞서 언급한 사례가 있다. 진주 연갑이집의 경우다. 연갑이는 대놓고 이렇게 말했었다. "살림살이 서로 비슷해야 어울리는 것도 편한 거 아이가. 서로 달라봐라. 그게 얼마나 이질감을 주고 스트레스.. 더보기
단절된 일상 이제는 자연스럽게 튀어나오는 득구의 말, "밖에 나가기 싫어!" 꼬맹이 진구도 덩달아 하는 말, "컴퓨터 할 거야." "테레비 볼 거야." 아, 이 놈들, 이젠 데리고 나가기도 쉽지 않겠는 걸. 내가 기를 쓰고 애들을 데리고 나가려는 이유가 있다. 단절, 소외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물론 이건 내 성격에서 기인하는 바도 크다. 대인관계에 민감하고 소심한 편인... 그래서 원치 않는데도 사람들 사이에서는 낯을 가린다는 평가를 받는다. 더 큰 문제는 그러면서도 낯을 가림으로 해서 생길 수밖에 없는 일정한 단절, 분리, 심지어 소외되는 현상을 못견뎌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원초적으로 내 본성 안에 그런 두려움이 있어왔다. 아파트 생활은 그런 두려움을 부채질했다. 난데없는 고층 생활, 엘리베이트, 현관문 닫고.. 더보기
밖에 나가 놀기 싫어! 결국 득구의 말은 이랬다. "나, 밖에 나가서 놀기 싫어!" 집안에 있으면서 컴퓨터 하고, TV 보고, 뒹굴면서 만화 보겠다는 거다. 득구가 내세우는 이유는 타당하다. "오늘 한 시간도 못놀았단 말야. 학교 마치고 영어학원 갔다가 피아노 갔다가." 그러니 내 맘대로, 내 편하게 놀 수 있는 시간을 달라는 건데, 이게 조금은 경향성을 띤다는 데 나는 문제를 느낀다. 밖으로 나가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놀기 위해서라도 밖으로 나가려는 애들이 있는데... 지금 이 시각, 밖에서도 노는 애들 소리가 들린다. 아파트 놀이터에서, 아파트 바깥 신방마을 골목 곳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학교 운동장에서. 나는 내심, 득구가 자기의 자유시간이라도 밖에 나가서 다른 애들하고 어울리기를 바라는데 득구 마음이 다른 것.. 더보기
아파트 아이들의 정서적 경향 득구 데리고 일요일마다 등산한지 석달 째 됐다. 한달 쯤 더 됐을 수도 있다. 처음엔 창원 동읍 앞산인 정병산에 올랐고, 이어 동읍과 북면에 걸쳐 있는 백월산에 두 차례 올랐다. 생각보다 득구가 잘 따랐다. 아마, 삼각김밥에 과자 한봉지 사들고 올라가는 재미쪽이 더 컸던 이유였을 거다. 그래서 좀 더 욕심을 냈다. 종주계획을 잡은 것이다. 동읍 뒷산인 구룡산을 거쳐 천주산, 제2금강산을 넘어 마재고개를 통해 무학산까지 매주 일요일마다 구간을 끊어 도전한다는 계획이었다. 총연장 30키로가 넘는 구간이다. 갈 때마다 정말 어렵게 아이를 깨웠고, 조금이라도 오르막이 가파르면 득구가 징징 울어댔지만, 그때마다 등산 전에 슈퍼에서 구입하는 옵션을 하나씩 늘이면서 설득했다. 과자 한 봉지에 음료수 하나, 내려오는 .. 더보기
아토피 3 '다섯 명 중 한 명이 천식, 여섯 명 중 한 명이 아토피... 어린 아이들 사이에서 아토피 피부염, 비염, 천식 등 알레르기 질환이 급격히 늘어난다.' 주생활컨설턴트 이현숙 씨가 쓴 속에는 이런 기록이 있다. 득구는 아토피에 비염까지 앓고 있고, 진구는 지금도 손가락과 왼쪽 다리에 아토피 상처를 갖고 있으니 그 여섯 명 중 하나에 모두 해당되는 셈이다. 뒷구절을 읽으면 득구의 아토피를 처음 발견하던 시기, 아내와 논쟁했던 기억이 생생해진다. '그 이유에 대한 추측이 구구하다. 유전적인 원인, 음식, 대기오염 같은 환경적인 요인 외에, 이제는 새집증후군을 일으키는 건축자재 유해물질까지, 알레르기를 유발하거나 최소한 악화시키는 원인으로 가세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내용 중에서 아내는 득구의 아토피 원인에.. 더보기
아파트의 내일 3 여섯살 진구는 요즘 아예 검퓨터 앞에 산다. 자기 덩지보다 큰 의자에 반쯤 누워 마우스를 이리저리 놀려 인터넷을 깨우는 모습은 정말 가관이랄 수밖에 없다. 그것도 뭔가 프로그램을 응용할 수 없을 터이니 머리에 입력된 것 그대로 언제나 반복한다. 지난 몇달간 기계처럼 반복해서 봐 왔던 게 스펀지밥이었다. 내가 방 밖으로 흘러나오던 대사 소리에 지겨워질 정도였다. 근데 며칠 전부터 그것도 바꼈다. "진구야, 이건 뭐야?" "응, 있잖아, 외계인 짐이야! 얘 아빠는 대왕이다!" 오늘 아침 8시, 누구보다 먼저 일어나 컴퓨터 앞에 앉으려는 진구를 돌려세웠다. "진구야, 약속했잖아 아빠랑~ 오늘 산에 가야지?" "싫어. 형도 안 일어나잖아. 아빠 나 컴퓨터 해도 되지?" "아니, 잠깐만. 그럼 형이 산에 가면 너..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