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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밖에 나가 놀기 싫어!


결국 득구의 말은 이랬다.
"나, 밖에 나가서 놀기 싫어!"
집안에 있으면서 컴퓨터 하고, TV 보고, 뒹굴면서 만화 보겠다는 거다.
득구가 내세우는 이유는 타당하다.
"오늘 한 시간도 못놀았단 말야. 학교 마치고 영어학원 갔다가 피아노 갔다가."
그러니 내 맘대로, 내 편하게 놀 수 있는 시간을 달라는 건데,
이게 조금은 경향성을 띤다는 데 나는 문제를 느낀다.
밖으로 나가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놀기 위해서라도 밖으로 나가려는 애들이 있는데...

지금 이 시각, 밖에서도 노는 애들 소리가 들린다.
아파트 놀이터에서, 아파트 바깥 신방마을 골목 곳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학교 운동장에서.
나는 내심, 득구가 자기의 자유시간이라도 밖에 나가서 다른 애들하고 어울리기를 바라는데 득구 마음이 다른 것이다.
또래 아이들 만나면서 사회성이나 인성도 기르고, 뛰어다니면서 신체도 발달하게 될 건데 어른 욕심에 지나지 않는다.
집안에서 시간을 보내는 득구의 행동이 컴퓨터나 TV, 만화 같은 종류의 정적인 활동으로 한정된 것도 사실, 어른 책임이다. 아파트의 구조적 한계와 연결된.
아파트 안을 뛰어다닐 때마다, 심지어 좀 큰 소리를 내면서 걸어다닐 때 조차도 나는 그랬다.
"그렇게 시끄럽게 하면 밑에서 올라오잖아! 가만히 앉아 있어라!"
그러니 아이들이 집안에서 할 수 있는 놀이라는 게 컴퓨터나 TV, 책이나 만화 외에 또 뭐가 있겠나.
팔다리나 허리, 어깨 같은 신체를 이용하는 놀이는 더군다나 찾아보기 어렵다.

그래서 주생활컨설턴트 이현숙 씨는 앞의 저서 <~49가지 방법>에서 이렇게 썼다.
'운동이나 바깥 활동은 어느 정도 성격이나 습관에 영향을 받는다. 어렸을 때부터 실내 놀이에 길들여지면 기초체력이 떨어지고, 기초체력이 약해지면 혼자서 바깥 활동이 충분한 나이가 되어서도 운동을 싫어하거나 바깥에 나가 노는 것을 기피하게 된다. 운동 부족은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고칼로리 불균형 식생활과 맞물려 소아 성인병이나 비만으로 이어지기 쉽다.'
그런데 이런 현상은 득구에게 보다 진구에게 일찌감치 찾아왔다.
몇달 전까진 어쨌든 밖으로 나가려고 했던 아이였다. 형이랑 아빠가 몰래 등산가면 뒤늦게 전화를 해서 이렇게 울면서 말했었다.
"아빠! 왜 난 안 데려갔어? 어엉? 나 지금 거기 가고 싶어? 거기 어디야?"
심지어 엄마 아빠가 개인 일로 외출할 때도 "나도 가고 싶어! 나도 가면 안돼?" 했던 아이였다.
그랬던 놈이 요즘은 아예 컴퓨터 앞에 죽치고 앉아, 아빠가 등산 갈 때도 눈길 한번 주지 않을 때가 많다.
이제 여섯 살인 진구, 득구보다 적어도 2~3년 쯤은 일찍 집안 놀이에 빠져드는 현상을 보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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