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구 친구 재호가 어젯밤 4시간 동안 우리 집에 있었다.
진구가 만 6년 하고 한 달 사는 동안 처음 벌어진 일이었다. 아파트키드 진구가 친구를 집으로 초청한 것이다.
오후 6시에 집에 온 친구가 7시에 저녁 먹고, 8시까지 아무렇지도 않게 버티기에 집으로 가보자고 했다. 함께 갔더니 가족들이 없어서 다시 올라왔고, 그렇게 10시까지 있다가 갔다.
진구는 아주 좋아 했다. 가족이 와서 10시에 재호를 데려갈 때도 좀 더 놀자고 할 정도였다.
그러고 보니 득구는 만 11살 가까이 되는 지금까지 이런 일이 없었다.
왜 그렇지?
유치원 다닐 때나 초등학교 4학년이 된 지금까지 같은 라인에 사는, 아니 같은 아파트에 사는 친구가 없었나?
분명 한 유치원에 다니고, 같은 학교에 다니는 아파트 애들이 있었는데....
지금도 득구 친구는 아파트 단위보다는 같은 반애들, 동네가 다른 애들이 더 많고, 득구는 같은 아파트엔 친구가 없다고 한다.
득구에게 물어봤다.
"왜 그렇지?"
"몰라, 그냥 그렇던데"
어쨌든 진구 친구 재호를 10시까지 데리고 있으면서 나는 쫌 불편했다.
책을 보고, TV를 봐도 신경이 쓰이는 게 집중이 잘 안 됐다.
'아니, 한 두 시간도 아니고, 밤 8시 넘어까지 왜 아이를 혼자 내버려두는 거지?'
앞으로 이런 일이 계속 벌어질 것 같은 우려도 됐다.
아무 것도 모르고, 천연덕스럽게 놀고 있는 진구, 재호.
혼자서 이 생각 저 생각 머리 굴리는 나.
이거 웃긴다 싶었다.
한번씩 찾는 정수기 아줌마나 글쓰기 선생님 외에 가장 오래 우리 집에 있었던 손님인 재호.
파문을 던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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