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 역시 마산의 아파트였다.
아파트에 대한 나의 기억이 가장 응축됐던 곳. 득구의 성장에 가장 결정적이었던 곳.
2004~5년 경으로 기억된다.
나는 한동안 그곳의 엘리베이트와 씨름했다.
엘리베이트는 당연히 가만히 있었다. 단지 나만 그놈에게 욕하고 삿대질하고 광분했다.
술에 만취하기만 하면 그랬다.
언제나 22층 나의 집 현관앞에서 엘리베이트를 향한채.
"야이 **야, 어! 야이 ***아, 꺼지란 말이야!"
몇번은 그 소리를 듣고 기겁을 해서 현관 밖으로 뛰어나왔던 아내에게 개끌리듯 끌려들어갔다.
내가 했던 그 욕설도 나는 기억하지 못한다. 뒤에 아내에게 들었던 것이다.
"정말 미친 거 아냐? 그래도 술마실 거야?"
그렇게 몰아부치던 아내도 정말 궁금한듯 물었다.
"아니, 도대체 누구한테 그러는 건데? 왜 허공에다 대고 그래? 엘리베이트한테 그러는 거야?"
기억하지 못하는 나는 처음 한동안은 그냥 "모르겠다"고만 했다.
그런데 같은 현상이 서너번 반복되지 난 골똘히 생각했다. 그리고 엘리베이트를 탔다.
언제나 똑같은 내부. 좁고 무거운 공기. 앞뒤쪽 은회색의 금속 벽과 한없이 같은 그림이 반복되는 양쪽의 반사거울.
거울 속에 내가 있고, 또 그속에 내가 있고, 또 한쪽에는 내 뒤통수가 있고, 또 그안에 내 뒤통수가 있고.
그때 난 대충은 짐작했다.
'아하, 내가 엘리베이트 이놈을 보고 그랬을 수도 있고, 그속에 반사돼있던 나를 보고 그랬을 수도 있겠구나.'
지금 난 그러지 않지만, 그 일로 해서 나는 엘리베이트에 대해 각별한 느낌을 갖는다.
완전히 싫어하거나 증오하는 것이 아닌, 뭔가 나의 정서나 심리를 실어주는 곳이라는 생각을 한다.
무거운 공기, 이웃과의 어색한 만남, 잘 모르는 이웃과 그렇게 가까이 선 채 침묵 속에 승하강하는 그 시간들.
엘리베이트는 단절의 공간이지만, 아파트현상을 상징하는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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