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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기록

논어 속의 인간관계 - 누군가가 정말 싫다면

누군가가 정말 싫다면

 

좋은 사람이 있으면 싫은 사람이 있는 법 아닙니까?

 

대개 그렇게 생각하시죠.

 

문제는 싫은 사람이 점점 많아지는 거고, 그 이유가 썩 정당하지 않는 경우죠 뭐.

 

논어에서 이런 경향을 짚은 구절이 있네요.

 

4편 리인의 한 구절인데요.

 

子曰, 惟仁者 能好人 能惡人 (, 생각하다. 오직)

 

오직 어진 자라야 사람을 좋아할 수 있고, 또 사람을 싫어할 수 있다.

 

이거 무슨 이야기죠?

 

사람을 좋아하고 싫어하는 감정이야 당연하지만 문제는 좋아할 대상을 좋아하느냐,

 

싫어할 대상을 싫어하느냐 라고 합니다. 또 얼마나 좋아할지, 얼마나 싫어할지 정도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하는지 되묻고 있습니다. 어진 사람, 즉 지혜로운 사람은 대상을

 

좋아하고 싫어하는 이유가 정당할뿐더러 감정의 표현 정도도 알맞게 하는 이라는군

 

. 논어가 말이죠.

 

그리고는 일침을 가합니다. 어질지 못한 자가 남을 싫어한다. 누군가를 싫어하는 마음

 

을 갖는다면 그 순간 돌이켜보라. 나는 왜 그이를 싫어하지?

 


3八佾

 

제목 팔일의 출전은 역시 첫 구절입니다.



孔子謂季氏, “八佾舞於庭, 是可忍也, 孰不可忍也?”(, . , ~에서. , 누구 무엇)

 

공자가 계씨를 일러 말하기를, 계씨가 제 뜰에서 팔일무를 추게 하는데 이런 짓을 서

 

슴지 않는다면 무슨 짓인들 못 하겠는가.(팔일무는 한줄에 여덟명씩 모두 64명이 늘

 

어서서 추는 춤으로, 천자만이 쓰는 춤이라 했다.)

 


천자와 제후를 뛰어넘는 대부의 전횡을 꼬집은 부분이라 합니다. 하지만, 인간관계 측

 

면으로 읽는다면 3~4편의 주제는 어짊이란?’ 정도가 되는 듯합니다.

 


人而不仁 如禮何? 人而不仁 如樂何?

 

사람이 되어 어질지 못한데 예의는 차려 무엇 하겠는가? 사람이 되어 어질지 못한데

 

음악을 갖춘들 무엇 하겠는가?

 


예의와 음악은 어짊을 표현하는 형식에 불과하다. 어짊은 사람과 사람을 어우

 

러지게 하는 덕목이라는 거죠. 또 어짊과 지혜는 반드시 서로 수반돼야 한다고 했습

 

니다. 그 길을 완성한 사람이 군자라고 했습니다.

 

올해로 아흔다섯 되신 외할머니 말씀이 생각나는군요.

 

외할머니가 누군가를 칭찬할 때는 항상 이렇게 말씀하셨죠.

 

그 사람 참말로 어질지. 어질어!”

 

논어에서와 마찬가지로 어질다는 게 최고의 찬사요 핵심이었습니다.

 

 

4里仁 역시 어짊에 머물다라는 제목처럼 어짊에 대한 해설로 시작됩니다.

 

 

4里仁

 


子曰, 里仁爲美

 

공자께서 어짊에 머무니 아름답다 하리라 하셨다.

 

어짊과 앎은 서로 짝이 된다. 앎은 그대로 지혜이다. 지혜는 통찰이다. 어질면서 지혜

 

가 없다면 널리 퍼지지 못하고, 알면서 어짊이 없다면 사사로움에 치우친다.

 

 

그리고 서두에 꺼낸 구절.

 


子曰, 惟仁者 能好人 能惡人

 

 

알고보면, 인간관계에서 생기는 갈등 대부분은 누군가를 싫어하는 데서 발생하죠.

 

어에서는 이런 것을 자신이 미움을 받을 처지에 있는 줄을 모르고 남을 싫어한다

 

정곡을 찔렀다는 것이 역자인 정천구 교수의 해설입니다.

 

 

苟志於仁矣 無惡也 (, 진실로)

 

진실로 어짊에 뜻을 둔다면 싫어함이 없을 것이다.

 

논어 구절 그대로입니다.

 

 

흔히 들었던 구절도 나옵니다.

 


子曰, 朝聞道 夕死可矣

 

아침에 도를 들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

 

 

다음 구절 역시.

 


德不孤 必有隣 (, 이웃)

 

덕이 있는 사람은 외롭지 않으니 반드시 벗이 있다.

 

 

하지만 벗이라 해서 함부로 말하지 말라고 당부합니다.

 


事君數 斯辱矣 朋友數 斯疏矣 (, 다그치다 나무라다. , 이는 즉. , 욕되

 

. , 트다, 멀어지다)

 

임금을 섬길 때 자주 다그치면 욕될 것이요, 친구를 사귈 때 자주 나무라면 멀어질

 

것이다.

 

이걸 지키지 못해 친구를 잃는 경우도 숱하죠.

 

 

4편 리인은 어짊에 대한 해설과 함께 어진 이의 처신에 대해 송곳 끝과 같은 정리를

 

합니다.

 


子曰, 不患無位 患所以立 不患莫己知 求爲可知也 (, 없다 말다)

 

자리가 없다고 걱정하지 말고, 제대로 서 있는지를 걱정하라.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

 

을까 걱정하지 말고, 저절로 알려질 수 있도록 하라.

 

 

隨處作主(隨處수처, 어디에 있든)

 

어디에 있든 내가 주인이어야 한다. 그러니 자리에 집착하지 말라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