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정치가 따로 있나”라고 하죠.
사는 게 정치고, 인간관계가 모두 정치라는 의미로 흔히 하는 말입니다.
신기하게 공자의 2편 爲政에 그런 구절이 나옵니다. 공자의 각 편별 제목이 그 내용
을 포괄하는 게 아니지만, 2편은 어느 정도 통하는 제목이기도 하죠.
그 시작입니다.
2편 爲政
爲政以德 譬如北辰居其所而衆星共之 (譬비, 비유하다. 北辰북신, 북극성)
정치는 덕으로써 하는 것이니, 비유하자면 북극성은 제자리를 지키고 주변의 뭇 별들
은 그를 에워싸고 도는 것과 같다.
뭐 그렇게 쉽지 않은 비유이긴 하지만, 어쨌든 제 자리를 지키는 자연스럽고 일상적
인 일이 정치라는 걸 공자는 말했습니다.
이런 말도 했죠.
道之以政 齊之以刑 民免而無恥 道之以德 齊之以禮 有恥具格 (恥치, 부끄러워하다.
具格구격, 격식을 갖추다)
정령으로 이끌고 형벌로써 바로잡으려 하면 백성들은 면하려고만 하고 부끄러워함이
없으나, 덕으로 이끌고 예도로써 바로잡으려 하면 부끄러워하면서 격식을 갖춘다.
정치를 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자질을 덕이라 여긴 거죠. 인간관계에 있어서도 마
찬가지죠. 이에 정천구 교수는 ‘덕은 후천적으로 공부하고 수행해 체득한 내면의 힘이다. 타고난
신분으로 신분이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덕의 체득 여부가 정치가의 자격
요건이 된다. 이는 매우 혁신적인 발상이다’라고 풀이했습니다.
공자는 위정 편 마지막에도 정치의 일상성을 이렇게 전합니다.
누군가 공 스승께 “선생께서는 어찌 정치를 하지 않으십니까” 하고 물으니 공자는
“효도하고 오로지 효도하며, 형제끼리 잘 지내고, 이를 옮겨서 정치를 있게 하라 라고
하였으니, 이 또한 정치를 하는 것이오. 어찌 정치가 따로 있겠소?”라고 답했다.
덕으로 사람을 만나고, 덕으로 정치를 하라.
그런 가르침이죠. 그럼, 덕은 어떻게 체득할까요?
공부하고 수행해서 체득하라고 했죠. 공자가 자신의 삶을 일러 배우는 자의 인생을
말한 다음 구절은 유명합니다.
吾十有五而于學 三十而立 四十而不惑 五十而知天命 六十而耳順 七十而從心所慾不踰
矩 (于우, 어조사, 가다, 행하다. 踰유, 벗어나다. 矩구, 곱자, 법도)
내 나이 열다섯에 학문에 뜻을 두고 삼십에 홀로 섰으며 마흔에 헷갈림이 없었고 오
십에 천명을 알았으며 예순에는 무슨 말을 들어도 막힘이 없었고 일흔에는 마음이 시
키는대로 해도 이치에 어긋남이 없었다.
배우는 자의 기본 자세에 대해서는 다음 구절의 가르침이 명쾌합니다.
知之爲知之 不知爲不知 是知也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 그것이 앎이다.
배우고 실천하는 일의 관계에 대해서는 다음 구절이 전합니다.
學而不思則罔 思而不學則殆 (罔망, 어둡다 갈피를 못잡는다. 殆태, 위태하다)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갈팡질팡하고 생각하기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하
다.
<강의>에서 신영복 선생이 思의 의미를 어떻게 풀이할까 설명했었죠. 단순히 사유하
다 라고만 했을 때의 허점을 말하면서 자신은 실천하다 라는 의미로 풀이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배우는 자가 비로소 가르칠 수 있으려면 溫故而知新 해야 한다는 가르침도 전했습니
다.
溫故而知新 可以爲師矣 (矣의, 어조사, 단정 결정)
옛것을 무르익히고 새것을 알아야 스승이 될 수 있다.
요즘 유행하는 스팀 교육이라고 있죠.
문과와 이과, 수학 과학과 예술교과의 융합교육을 시도하는 내용인데요. 특정한 한 분
야에 매몰되는 외골수 형 인간 보다는 여러 방면에 고루 지식을 갖춘 일종의 전인교
육을 지향하는 것입니다. 2500년 전 공자가 배우는 자의 기본 자세로 가르친 다음 구
절은 그래서 기가 막힙니다.
君子不器
군자는 그릇이 아니니라.
공부하고 수행해서 덕을 얻으라. 덕이 관계와 정치의 근본이다. 이렇게 전한 공자가
이처럼 일상의 爲政을 말하면서도, 다음과 같은 말을 한 이유는 또 뭘까요?
攻乎異端 其害也已
근본이 다른 사람을 치는 것, 그건 해로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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