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가 재미있다고?
누군가 그러더라구요.
웃기는 소리지. 그냥 한번 재미있게 읽어보자는 거겠죠.
근데 영 틀린 소리도 아니더라구요.
역서 <강의> 속에서 신영복 선생이 이런 말을 했죠.
한때 어느 기자가 감명 깊게 읽은 책을 소개해달라고 하자 <자본론>과 <논어>를 이
야기했다네요. 두 책이 너무 이질적이라며 기자가 의아해하자, 선생은 두 책이 다 같
이 사회관계를 중심에 놓고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동질적이라고 답을 했답니다. 그만
큼 논어가 인간관계에 대한 담론을 중심으로 사회적 관점을 정리한 책이라는 거죠.
재미있나요?
없죠 물론!
근데 재미가 까르르 웃는 것만 재민가요? 자기가 정말 필요해서 간절하게 원하는 게
있으면 그건 재미있잖아요.
인간관계를 예로 들까요? 이것 때문에 사람이 정말 얼마나 마음고생을 합니까.
관계가 뒤틀려서 힘들고, 외로워서 힘들고, 질투나 시기심에 사로잡혀서 힘들죠. 정말
혼자서 일하면 만사 다 편할 것 같은데, 이건 뭐든 사람들과 어울려서 해야 되니까
어떻든 다른 사람들과 부딪힐 수밖에 없습니다.
바로 이럴 때 논어가 실마리를 풀 단초를 제공하더라는 거죠.
논어의 시작인 학이 편 첫 구절을 한번 볼까요.
人不知而不慍 不亦君子乎.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아도 성내지 않으니, 이 또한 군자
가 아니냐.
비록 군자에는 관심이 없지만,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아도 성내지 않는다, 이게 뭔가
툭 던져주지 않습니까?
우리가 인간관계에서 겪는 고통의 원인 중 대표적인 게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는
것 아닌가요?
그래서 저는 재미있는 논어를 지금부터 읽고, 요약해보려 합니다.
그리고 부산대에서 한문학을 강의하는 정천구 교수의 책 <논어, 그 일상의 정치>를
집어들었습니다.
1편 학이
시작은 익히 아시는대로입니다.
子曰, 學而時習之 不亦說乎! 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 人不知而不慍 不亦君子乎. (慍
화낼 온, 亦또한 역)
배우고 그것을 때맞게 익히면 이야말로 기쁘지 아니한가! 벗이 먼데서 찾아오니 이야말로 즐겁
지 아니한가!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아도 성내지 않으니, 이 또한 군자가 아니냐!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 것에 연연해하지 말라는 주문은 학이 편 끝에도 나옵니다.
不患人知不己知 患不知人也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 걸 걱정하지 말고, 내가 남을 알지 못하는 걸 걱정하라.
그리고 논어가 지향하는 유교 사상의 핵심으로 어짊(仁)을 제시합니다. 인간관계의 핵
심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君子務本 本立而道生 孝悌也者 其爲仁之本與!
군자는 근본에 힘쓴다. 근본이 서면 도가 생겨난다. 효성스럽고 깍뜻한 것, 그것이 어
짊을 행하는 근본이다.
또 이렇게 어짊을 표현하죠.
巧言令色 鮮矣仁 (巧교, 겉을 매끈하게 꾸미다. 矣의, 어조사)
번드러운 말과 꾸민 낯빛에서는 어짊을 찾기 힘들다.
참내, 이 험악한 세상에서 사람 어질어서 어떻게 하자는 것인지? 그게 왜 또 사상의
핵심이요, 관계의 핵심이라는 것인지?
역자인 정천구 교수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어짊은 나를 바로 세우고 남과 더불어 살려는 마음이다. 사사로움을 버리고 공명정대
한 마음으로 천하를 껴안는 마음이다. ... 어짊의 근본은 지혜이다. 지혜의 근본은 어
짊이다. 지혜가 없는 어짊은 맹목이 된다. 어짊이 없는 지혜는 냉혹하다. 이 둘이 아
울러지도록 애써야 나를 바로 세우고 남을 위할 수 있다.’
저는 또, 학이 편 다음 구절을 읽고 왜 그토록 유교에서 조상을 강조하고 제사를 강
조하는지 알게 됐습니다.
愼終追遠 民德歸厚矣 (愼終신종, 장례를 지극한 마음으로 치르는 것. 追遠추원, 조상
의 덕을 추억하는 것.)
장례를 삼가는 마음으로 치르고 조상의 제사를 잊지 않으면 백성들의 마음이 두터워
진다.
父在 觀其志 父沒 觀其行 三年無改於父之道 可謂孝矣
아버지가 계실 때 그 뜻을 살피고, 아버지가 돌아가시면 그 행적을 살펴 3년 동안 그
길 을 고치지 않으면 효도라 할 수 있다.
옛날 3년상의 유래를 아시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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