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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과 재난대비

2011년 주거지 앞 매립문제 기획 13

부산신항 급격한 팽창에 가포신항 조성의미 반감
[주거지 앞 바다매립 따른 환경피해] (13) 목적 사라진 마산만 매립 재고해야
2011년 10월 24일 (월) 이일균 기자 iglee@idomin.com

이제 11월이 되면 20년 가까이 된 마산 해양신도시 개발과정의 머나먼 여정이 종지부를 찍을 전망이다.

마산지방해양항만청 박준권 청장은 지난 21일 인터뷰를 통해 "11월 중에는 국토해양부와 창원시가 협약을 하게 된다. 협약에는 매립지 위치와 규모, 항로준설 내용과 일정이 확정된다"고 밝혔다.

1990년대 입안됐던 마산항 개발계획과 마산만 매립계획은 항만 자체의 추가 필요성과 마산만 매립 논란 속에서 지난 2000년 11월 당시 해양수산부의 마산항 개발사업 고시로 본격화됐다.(표 참고)

 

   
 

마산항에 3만t급 컨테이너선이 입항할 수 있는 부두를 만든다는 계획으로 인해 항로를 13m 깊이로 파내야 한다고 했고, 거기서 생기는 준설토 투기장으로 서항부두 앞 바다를 112만㎡(34만 평) 이상 매립할 수밖에 없다는 내용이었다.

이 계획은 국토해양부와 창원시의 협의 끝에 지난 3월 항로준설 수심을 12.5m로 조정하고, 매립면적을 63만㎡(19만 평)로 줄이기로 했다. 11월이 되면 양자 간 협약을 통해 그 내용이 확정되는 것이다.

 

   
 
 

매립이 예정된 마산항 서항부두 앞 바다. 건너편은 매립 대안으로 제시된 SK저유소다.

 

 

◇쟁점은 마산만 매립 여부 = 지난 15일은 마산만 해양신도시 문제의 전환점으로 기대를 모았다.

이주영 의원이 주최한 마산합포구청 주민토론회에서 창원시 김현만 해양개발사업소장 등 관계 공무원과 해양신도시조정위 허정도 전 위원장 등 창원물생명시민연대 단체 대표자들이 함께 앉았다.

그간 63만㎡를 마산만에 섬형으로 매립한다는 창원시 계획과 다시 준설수심을 조정해 매립면적을 축소하거나, 가포동 SK저유소 쪽 육지에 붙여 매립해야 한다는 양측 입장에 접점을 찾을 수 있을지가 관심의 초점이었다. 확정 시기가 임박했다는 점도 기대를 키웠다.

하지만,결과는 평행선이었다.

창원시는 기존 섬형 매립계획을 고수했다. 준설 수심이나 매립지 규모, 위치 등에 더 이상 조정의 여지도, 시간도 없다고 했다. 아파트를 짓지 않겠다는 약속에 덧붙여 상업시설도 들어서지 않을 것이라고 확언했다는 점이 그 이전과 차이였다.

창원물생명연대 역시 이전의 '매립공사비 최소화 방안' 입장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공사비를 최소화하지 않고서는 아파트나 상업시설을 짓지 않는 공익개발이 어렵다는 것이었고, 이를 위해 육지에 붙여 매립하는 방안이 옳다는 논리를 굽히지 않았다. 시에서 직접 공사를 발주해야 한다고도 했다.

 

   
 
 

마산항1-1단계 공사인 가포신항 조성공사. 내년말 개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년을 반대해왔습니다" = 지난 9월 6일 마산YMCA 아침논단의 주제는 '마산해양신도시의 허구'였고, 발제를 맡았던 허정도 전 위원장이 이렇게 시작했다. "마산만 매립을 반대한 지 20년 돼 간다. 40대 때부터 이러고 다녔다. 마산해양신도시 결정을 했던 사람들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한 사람은 시장 직을 떠났고, 한 사람은 공무원 퇴직을 하고 건설사 임원이 됐다. 그들은 결정하고 떠났지만, 거기 사는 시민들은 지금도, 앞으로도 영향을 받는다."

그의 푸념은 이해할 만하다.

정부의 컨테이너항만 확대정책에 따라 2000년 11월 당시 해양수산부가 고시했던 마산항 개발사업은 이후 부산신항의 급격한 팽창에 따라 막상 마산항 1-1단계(가포신항) 공사가 시작된 이후에는 의미가 반감됐다.

이는 박준권 청장과의 인터뷰에서 확인된다. 그는 "당시 정부는 2006~7년 부산항신항의 물동량 팽창을 예측하지 못했다"고 했다. "현재 컨테이너 2선석, 잡화 2선석으로 되어 있는 가포신항 용도도 잡화를 늘리는 쪽으로 변경이 불가피하다"고도 했다.

마산항 물동량을 속속들이 꿰고 있는 마산항도선사협회 김정오 회장도 이렇게 말했다. "3만t급 컨테이너선요? 글쎄요, 지금까지는 그만한 컨테이너선이 마산항에 들어온 적이 없습니다. 앞으로도 가능성을 높게 볼 수는 없겠죠. 지금 마산항을 이용하는 선사들도 부산신항으로 옮기려는 마당인데."

한편, 박준권 청장은 "마산항 1-1단계 결정 당시, 협소한 가용부지로 인해 마산항 개발로 마산만을 매립하려는 마산시의 요구가 강했다. 결정에는 서로의 요구가 맞물려 작용했다"고 했다.

그러나 통합시가 된 지금, 마산 도심의 가용부지가 모자란다는 입장은 강하지 않다. 오히려 원도심 재생을 막는다면서 상인들이나 재개발·재건축조합 주민들의 강력한 반대에 직면했다.

결국, 애초 목적과 가치는 사라지고, 벌여놓은 일 어쩔 수 없이 마무리해야 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매립지 이전 검토한 적 있다"

마산지방해양항만청 박준권 청장 인터뷰

   
 

이번 기획을 박준권(사진) 청장 인터뷰로 마무리하려 한다. 국토해양부 결정과정에 있었던 그는 그간의 마산항 개발 과정을 전해주는 동시에 앞으로 이 문제가 어떻게 될지 전망했다.

- 지금 계획 중인 마산항 가포신항의 용도는 컨테이너부두 2선석, 다목적부두 2선석, 관리부두 1선석이다. 이 계획에는 변동이 없는가?

"변동이 불가피하다. 컨테이너부두를 줄이고 다목적부두를 늘리게 될 것이다. 신항 운영사인 '아이포트' 측과의 최소수익보장(MRG) 규정이 걸린 문제다. 컨테이너 수와 연계돼 있기 때문에 조정이 불가피하다."

- 2000년대 초 신항공사가 결정될 때 컨테이너부두의 필요성이 근거가 됐다. 그런데 지금은 컨테이너 선박 유치 전망이 불투명하다. 당시에 정부가 마산항1-1단계 공사를 결정할 때는 명확한 컨테이너 물동량 전망이 있었나?

"당시에는 현 부산항신항의 물동량이 지금처럼 늘 것으로 예상하지 못했다. 2006~7년에 급증했는데, 그것까지 예상하지 못했다. 마산항 물동량을 어느 정도 전망했던 것이다."

- 당시 결정 과정에 이 지역 지자체의 요구가 더 크게 작용한 것 아닌가?

"정부 정책과 지자체의 요구가 맞물렸다는 표현이 맞다. 당시 마산시는 신항 개발에 따른 배후부지와 준설토투기장을 겸한 매립지 조성으로 도시 가용부지를 확보하려 했다. '윈-윈'하려고 했던 것이다. 물론, 정부가 항만을 만들 때는 준설토투기장 문제까지 해결하는 게 관례다. 그런데 당시 마산시가 준설토투기장 문제는 알아서 하겠다고 했으니, 정부로서는 받아들이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 하지만, 지금은 정부의 물동량 대비 항만조성 정책이나 마산시의 가용부지 확보 목적 중 어느 것도 정책결정 당시만큼 가치를 갖지 못한다. 가포신항의 용도변경이나 준설수심 조정을 통한 매립지 축소가 필요한 것 아닌가?

"신항 용도변경은 불가능하다. 이미 공사가 진행됐고 예산이 투입됐다. 신항의 필요성도 폐기된 게 아니다. 준설수심 조정과 매립지 축소도 지금 국토해양부에서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 이를 고려하려면 창원시가 요구해야 하는데 지금 여건상으로는 어려워 보인다. 컨테이너선이든 벌크선이든, 목표대로 3만t급 선박이 들어오려면 수심 13m 준설이 필요했고, 지금은 12.5m까지 줄여 매립규모를 축소한 상태다. 더 이상 계획을 변경하기 어렵고, 매립지 규모를 줄였을 때 발생하는 사업성 문제도 크다고 본다."

- 그래서 창원물생명시민연대나 해양신도시조정위 허정도 위원장은 SK저유소 쪽 육지에 붙여 매립하는 방안을 제시한다.

"수심에 따라 매립할 면적도 차이가 날 것이다. 거긴 수심이 얕으니까 그만큼 조건이 달라지지 않겠나? 개인적으론, 이전에 마산항 확장 계획이 있었던 가포B지구와 진해만 쪽으로 준설토투기장을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가포B지구 주민들에게는 그만한 주거환경개선 보상을 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지금은 늦었다고 본다. 이미 많이 와버렸고, 11월 중에는 국토해양부와 창원시가 협약을 하게 된다. 협약에는 매립지 위치와 규모, 항로준설 내용과 일정이 확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