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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과 재난대비

2011년 주거지 앞 매립문제 기획 7~8

금융·업무지구 활용, 행정·재정부담 필수
[주거지 앞 바다매립 따른 환경피해] (7) 마산 해양신도시 구상, 문제는 실현 가능성
2011년 08월 29일 (월) 이일균 기자 iglee@idomin.com

지난 25일 창원시 박완수 시장의 해양신도시 개발 관련 발언은 기존 63만㎡ 섬형 매립 의지가 확고함을 대변했다. "마산의 원도심과 충돌하지 않을 수 있다. 마산지역 발전의 동기가 돼야 한다. 지금 마산에는 없는 시설, 장기적으로 도움이 되는 시설이 들어서게 하겠다."

"여의도나 맨해튼 같은 비즈니스 단지나 금융 중심지로 만들 수도 있다. 금융기관을 집중시킨다든지, 대기업 본사나 지사의 유치 등을 검토할 수 있다."

동시에 이 발언은 논란의 초점인 매립지 토지이용계획 발표가 임박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2010년 9월 28일 열린 마산해양신도시 건설사업 추진방향 조정위원회 회의 장면,

 

 

◇"선결 조건 해결돼야 가능" = 이 구상에 대해 각 계의 반응을 들었다.

최근 창원시 보고를 받았던 창원시의회 균형발전위 박해영(한나라당, 팔룡·명곡동) 위원장은 "아직 확정된 내용이 아니다. 지금은 뭐라고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 17일 보고에서는 섬형 매립지 63만㎡를 공동주택 14.7%, 주상복합 7.3%, 쇼핑몰 15.7%, 수변상가 11.7%, 해양스포츠테마파크 24%, 호텔 3%, 공공용지 23.6% 등으로 배치하려는 시행사 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 측 안이 전달됐으니, 그 현격한 차이가 놀라울 수도 있다.

균형발전위 송순호(민주노동당, 내서읍) 시의원은 "시장이 제시한 계획에 공감한다. 공동주택, 쇼핑몰, 수변상가 식의 이용은 절대 안 된다. 원도심과 충돌하지 않는 토지이용 계획에 찬성한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업무지구나 금융지구도 모두 분양을 해야 안 되겠나. 잘 안 됐을 때는 창원시가 져야 할 재정부담이 크다. 시의 재정부담 의지가 없으면 이뤄질 수 없는 구상"이라고 했다.

창원시가 지난해 만들었던 해양신도시 조정위 허정도 위원장은 "누구든 그렇게 하고 싶을 거다. 하지만, 과연 여기에 비즈니스지구, 금융지구의 가능성이 있는가. 올바른 진단이 아니다"며 찬성하지 않았다. 그리고 덧붙였다.

"도시발전 조건은 여러 가지가 있다. 될 수 있는 걸 해야 한다. 당장 마산이 가진 자연조건, 환경조건을 봐야 한다. 자연자산을 없애면서 신도시를 만들 것이 아니라, 자연조건을 살리고 기존 도시를 살려야 한다. 시장은 적극적으로 보자고 했지만, 개발을 적극적으로 보고, 그렇지 않은 걸 소극적으로 분류하는 건 옳지 않다. 굉장한 모험이다. 실패하면 누가 책임지겠는가."

 

   
 
 

올 3월에 열린 창원물생명시민연대의 관련 토론회.

 

 

매립 반대 입장이 더 강했던 창원물생명시민연대 차윤재 공동대표는 "창원시가 불과 며칠 전에 주택지구, 상업지구, 공공용지 식의 토지이용 윤곽을 제시하지 않았나. 그 속에 쇼핑몰, 상가가 차지하는 비율이 있는데 금융, 업무 지구가 과연 얼마나 들어가겠는가"라며 역시 부정적이었다. "늦지 않았다. 마산만 매립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현재의 섬형 매립보다는 내만에 붙여서 매립하거나 다른 투기 방안을 검토하자"고도 했다.

 

◇"해결된 선결조건은 없다" = 반응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공통된 것은 "박 시장의 구상은 선결조건이 해결돼야 가능하다"는 입장이었다. 3500억 원에 이른다는 섬형 매립 비용을 창원시가 일부 부담해야 시행업체 주장처럼 공동주택, 상업지역 중심의 토지이용을 막는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업무지구, 금융지구를 만든다는데, 그게 도대체 가능하냐는 의문이었다. 그래서 이를 창원시 해양개발사업소 박동제 과장에게 26일 물었다. 먼저, 창원시 재정부담과 관계가 있는 매립지 호안공사비 1000억 원 정부 지원 전망에 관해 박 과장은 "언제, 어떤 형태로 결정될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확정되지 않은 내용이라는 것이다. 박 시장이 제시한 토지이용계획 확정 후 창원시 재정투자 검토에 대해 박동제 과장은 "창원시 안이 확정돼야 그에 따른 경비 출연을 검토할 수 있다. 시민 요구대로 아파트단지와 상가를 최대한 축소하고 배제한다는 것이 시의 원칙이다. 결국, 관련된 안이 나와야 그에 따른 재원 규모를 정할 수 있다"고 확인했다.

 

   
 
 

지난해 6월 23일 열린 마산 21포럼 주최 마산항 발전방향 포럼에 참석한 박완수 통합 창원시장 당선자

 

 

다음으로, 해양신도시에 업무지구, 금융지구 등 현재 마산시에 없는 시설을 유치하겠다는 박완수 시장의 구상이 얼마나 실현 가능한 이야기인지 물었다. 박동제 항만물류과장은 "지금까지는 사업성만 놓고 봐왔다면, 시장 말씀은 큰 그림을 그리자는 것이다. 적극적인 시각을 갖자는 것 아니겠나"라며 조심스레 말했다. 이어 그는 "이런 제안을 '그게 도대체 가능한 이야기냐'라고 받아들인다면, 그건 정말 문제다. 지난번 시민토론회 때 주민들 요구가 안 그랬나. 아파트나 상가는 죽어도 안 된다고. 그렇게 하려면 시장이 제안한 방법밖에 더 있겠는가"라며 "끝까지 논쟁하기보다는 뜻을 모으고 방법을 모으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제는 늦다" & "아니다" = 여전히 문제는 객관적 상황과 근거인데, 창원시는 어쨌든 신도시 구상을 뒷받침할 객관적 실현 가능성을 제시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는 곧이어 제시될 창원시의 토지이용계획을 통해 증명될 전망이다. 그 계획 속에는 매립공사비 정부 지원 여부나 시 자체의 재정 투자 여부, 금융지구든 업무지구든 실현 근거가 포함돼야 할 것이다. 객관적 근거 측면에서 다음으로 따져봐야 할 게 허정도 위원장을 포함한 시민단체 측 매립 위치 조정 요구다. 과연 타당한가, 시는 왜 반대하는가를 들었다. 허정도 위원장은 지난 23일 해양신도시 시민토론회에서 매립공사비를 절반 이상 아낄 방안으로 현 서항부두-MBC 가포송신소 해안에 붙여 매립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래야, 시가 내세우는 공익개발이 가능하고, 마산만 경관 피해도 최소화할 수 있다는 논리였다. 창원물생명시민연대 또한 이 방안을 반대하지 않았다.

 

   
 

이 안에 대해 박동제 과장은 "시기적으로 늦다. 지난해 위원회 때나 그 뒤에 몇 차례 대안이 뭐가 있을지 여쭸을 때 제시해주셨어야 했다"며 "특히 그 사이에 있는 SK부두 문제는 크다. 제안대로라면 옮겨야 하는데, 최소한 500억 원 안팎의 이전 경비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 답변에 허 위원장은 "SK부두 문제는 논의할 수 있다. 나는 마산발전위원회를 통해서도 몇 차례 매립계획 조정을 요구해왔다"고 반박했다.

 

 

 

조선소·화력발전소에 바다 점령 당한 고성
[주거지 앞 바다매립 따른 환경피해] (8) 창원과 고성 바다매립 현장
2011년 09월 05일 (월) 이일균 기자 iglee@idomin.com

창원시와 고성군의 바다 매립 현장에는 과거형, 현재진행형 매립 문제가 있었다. 과거형이라 해서 문제가 해결됐다는 게 아니라 당사자 간 합의 형태로 일단락됐다는 의미다. 진해 소모도가 그랬다. 소모도 매립에 따른 해수 차단 문제는 20년 가까이 인근 어민과 환경단체로부터 어업 피해, 환경 피해의 원인으로 지목돼 왔다. 지금은 어떨까?

반면, 고성군 동해면 내산리와 장좌리, 하이면 덕호리에는 현재 진행 중인 매립 피해 현장이 있었다. "조용했던 마을에 시끄러워 못살겠다. 조선공장 반대한다." 동해면 장좌리 큰구학포에서는 마을 주민보다 빨간 스프레이 구호가 먼저 나타났다.

 

   
 
 

고성군 하이면 덕호리 군호마을 옆 삼천포화력발전소 제3 회처리장 매립지 전경. 이곳은 발전소에서 나오는 회색 잿가루가 가득하다. /이일균 기자

 

 

◇소모도 문제, 지금은 = 경남도청 해양수산과가 도내 공유수면 매립사업 추진 현황 자료를 제시했다. 항만 조성 목적을 제외한 도내 대부분 매립 현황이 나와 있다. 모두 11개 지구에 221만 5039㎡ 매립이 추진되고 있다. 자료 맨 끝에 창원시 진해구 소모도 군사시설 용도 2만 9083㎡ 매립 허가 건이 있었다.

10년 이상 이 지역을 시끄럽게 했던 소모도 문제! 창원시 성산구 귀산동에서 진해구 안곡동으로 넘어간 위치에 있는 소모도 일대 물길이 1990년대 해군의 수로 차단과 매립 공사, 방파제 건설 등으로 차단되면서 발생한 어업 피해, 환경 피해 문제였다. 이는 지난 2007년 창원·마산·진해지역 어민이 해군을 상대로 법원에 낸 어업 피해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법원이 "수로 차단은 마산만으로 유입되는 해수의 유통 차단, 내외수의 교환율 감소, 해수 체류시간 증가를 야기해 마산만 내 수질을 악화시켰다"는 판결을 내리면서 사실로 판명됐다. 이로 인해 소모도 물길 트기 운동이 진행되기도 했다.

하지만, 어민들은 2009년 8월 서울고등법원의 화해권고 결정을 받아들여 해군으로부터 보상금을 받고 소송을 마무리했다.

통합 뒤 실낱같은 기대가 있긴 했다. 창원시가 마산만 워터프런트(수변공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소모도 매립과 방파제로 막힌 물길을 틔우려 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였다.

하지만, 기대에 그쳤다. 창원시 워터프론트팀 관계자는 "그런 계획 없다. 용역 계획도 없다. 수산과 소관 아니겠느냐"고 했다. 수산과 어업관리계 관계자는 "지금은 관련 민원이 없다. 해군 상대로 소송을 했고, 보상액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 제기는 종료됐고, 추가 매립은 계속 이뤄지는 상황이 됐다.

 

   
 
  고성 동해면 조선산업특구 공유수면 매립 위치도.  

   
 
 

고성 하이면 삼천포화력발전소 공유수면매립 위치도.

 

 

◇고성 동해에는 조선소의 바다가 = 고성군은 경남도 해양수산과가 관할하는 도내 바다 매립지 중 가장 면적이 넓다.

동해면 일대는 조선시설용지 목적의, 하이면 일대는 화력발전소 회처리장 확보 목적의 매립 허가가 내려졌다. 동진대교를 지나 고성군 동해면 입구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호쾌하다. 창원 해안선에서 바라보는 바다와 확연히 다르다. 하지만, 사람이 사는 문제는 그렇게 낭만적이지 않다. 구체적이고 대개는 어둡다.

 

   
 
 

고성군 동해면 장좌리 큰구학포마을 입구 비석에 쓰인 '조선공장 반대' 구호. /이일균 기자

 

 

곧 다다른 내산리 내신마을에서 그런 현실에 부딪혔다. 마을 앞 매립지에는 이미 삼강엠엔티(주) 조선소가 들어서 있고, 지금도 일부 매립이 진행된다. 주민 조점룡 씨를 마을회관에서 만났다.

"저기 보이는 길-지방도-아래로 집들은 전부 이주를 하기로 했는데, 아직 이주를 못했어. 그냥 살고 있는 거요. 밤낮 쿵쾅거리고 공기가 안 좋아도… 이주가 돼야 해결돼."

지금 이 마을 주민들은 특별한 경계 없이 조선소와 함께 살고 있다. 고개를 넘어 골짝마다 매립지가 나타났고, 조선소가 보였다. EK중공업, (주)레트로 등 조선소가 줄을 이었다. 이곳 지방도의 이름이 '조선특구로'다.

 

   
 
 

고성군 동해면 장좌리 해안에 있는 제법 규모가 큰 STX조선 혁신기업 조선기자재공장. /이일균 기자

 

 

장좌리에 접어든 순간, STX조선 대형 선박의 정박 현장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옆에 펼쳐진 조선소. WORLD BEST STX라고 공장 벽면에 거대하게 씌었다. 잘 알려진 동해면 (주)혁신기업 현장이다. STX가 매입한 조선기자재 공장이다.

인력, 장비, 공장 규모, 하나같이 컸다. 지난 몇 년간 논란을 겪었던 창원시 구산면 수정만 산업단지 대체 지역인 셈이다. 이곳 매립 예정 면적은 모두 29만 7415㎡이다.

 

◇"하이면 바다는 발전소의 것" = 또 몇 고개를 넘으니 장좌리 큰구학포 마을이 나타났다.

여느 동해면 골짝처럼 바다 쪽에 조선공장이 있고, 그 뒤에 마을이 앉은 형세다. 그런데 정적에 휩싸인 마을에는 주민의 모습보다 집집마다 벽에 쓰인 빨간 구호가 먼저 눈에 띄었다.

"조용한 마을에 시끄러워 못 살겠다" "투쟁! 조선공장 반대".

이미 늦어버린 구호였다. 조선소는 들어섰고, 마을은 그 뒤에서 보이지도 않았다. 이곳도 조선소와 마을 구분은 단지 도로 하나에 불과했다.

이어 고성 거류면과 통영 광도면, 고성읍과 하일면 해안선을 거쳐 고성군 하이면 화력발전소 매립지에 도착했다. 이곳 덕호리에 군호마을이 있다. 삼천포화력발전소 마을이다. 발전소는 회처리장을 위한 매립지로 둘러싸여 있고, 마을 주민들은 그 영향을 고스란히 받고 있다.

마을 입구 제1 회처리장은 63만㎡ 규모, 마을을 지나 발전소 옆 제3 회처리장은 27만㎡ 규모였다. 거기에 회색 잿가루 흙이 광범위하게 매립토를 이루고 있었다. 주민 한 분을 만났다.

"깔따구예? 모기 말입니꺼? 말도 못하지예. 재는 재대로 날리고. 그래서 주민들이 요구해서 재처리장에 물을 채운다 아임니꺼. 다른 건 이장한테 물어 보이소."

동해면 바다가 조선소의 바다라면, 이곳 하이면의 바다는 화력발전소에 종속되는 바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