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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과 재난대비

'싱가포르의 매립' 2011년 주거지 앞 매립문제 기획 11~12

50년 계획·10년 단위 마스터플랜...마산만 해양신도시는?
[주거지 앞 바다매립 따른 환경피해] (11) 싱가포르 마리나베이 매립지 해양신도시
2011년 10월 10일 (월) 이일균 기자 iglee@idomin.com

창원시의 해양신도시 구상이 여전히 갈지(之) 자 행보를 보인다.

얼마전 뉴욕 맨해튼 같은 비즈니스지구, 혹은 금융지구를 언급했던 박완수 시장이 지난 6일에는 세계적 음악관 같은 문화공간이나 해양문화테마파크 유치 구상을 전했다.

기존 마산의 도심에는 없는 시설을 유치하겠다는 일관된 원칙 위에서 나온다는 점은 인정할만 하다. 그 원칙 위에서 이번에는 아파트를 아예 짓지 않겠다는 약속까지 했다.

하지만, 짧은 시간 안에 널뛰듯 변하는 구상은 시민들에게 불안감을 줄 수밖에 없다. 아파트나 상업시설을 최대한 배제하겠다는 약속도 전체적 구상이 실현되지 않는 한, 공수표가 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동남아 싱가포르의 마리나베이 신도시 추진 양상은 본받을 점이 많다.

창원의 해양신도시 계획처럼 바다매립지 위에 들어서고 있고, 창원시가 추구하듯 아파트나 상업시설 중심의 신도시가 아니라는 공통점이 있는 곳이다. 다음은 지난 9월 16~17일 이뤄진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신도시 현장취재 내용이다.

 

◇ "수요가 먼저지요"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호텔 스카이타워에서 바라본 북쪽 금융중심지구 일대. /이일균 기자  

50대의 전문가이드인 구명권 씨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한국의 자치단체장들의 싱가포르 가이드 경험이 많다.

'한강르네상스' 등 오 전 시장의 서울디자인 계획이 싱가포르강 주변 도시경관계획을 벤치마킹한 것이라고 단언하기도 했다. 전남 영암의 F-1 전문경기장 건설에 대해서는 접근성, 흥행가능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무리한 정책추진이라는 독설도 내뱉었다.

15년전 이곳에 이민오기 전에 LG 계열사에 근무하며 창원시를 접할 기회가 있었다는 그는 '금융지구, 비즈니스지구' 중심의 마산만 해양신도시 계획을 듣고는 바로 물었다.

"그럴만한 수요가 있나요?"

금융지구나 업무지구가 됐든, 해양문화테마파크가 됐든 간에, 투자하겠다는 주체가 있느냐는 말이었다.

"싱가포르강 하구 마리나베이 남쪽 매립지 신도시는 금융업무지구와 문화, 공원 복합시설로 추진이 된다. 그런데 이곳 업무지구에는 세계적 금융그룹처럼 몇년 전부터 투자하겠다는 주체가 수두룩했다. 그래도 매립한 지 20년이 지난 최근까지 허용하지 않았고, 정부 도시재개발청(URA)의 신도시계획이 확정된 뒤에야 지금처럼 추진되고 있다."

수요가 없는데 공급부터 한다?

구명권 씨가 알고 있는 싱가포르식 도시계획으로는 납득할 수 없는 논리라는 것이다.

"한국도 비슷하지만, 싱가포르의 도시계획 단위는 50년이다. 도시재개발청이 지금 신도시를 추진하는 것은 50년 전에 계획된 것이라고 보면 된다. 그사이 10년마다 세부적 마스터플랜이 있다. 마리나베이 신도시에 들어설 금융업무지구와 문화, 공원 복합시설 등은 마스터플랜에 의해 조정되고 확정된 것이다."

 

◇ "50년 전에 계획된 곳"

같은 이야기를 이곳 삼성물산 지하철공사 현장의 권장혁 팀장으로부터 또 들었다.

마리나베이 매립지 남쪽 5㎞ 구간에 지하 고속도로와 지하철을 건설하는데, 삼성물산이 그중 1㎞ 구간공사를 맡았다. 쌍용건설 공사구간도 바로 옆에 있다.

권장혁 팀장은 그곳에서 지하철공사를 관리한다.

"매립지 지하 20m 깊이에 지하철 철로를 만들고 있다. 매립한 지 20년 된 곳이라 자연침하로 지반이 이미 안정돼 있다. 물론 연약지층을 들어내고 시멘트를 뿌려 노면 밑 지반을 다시 강화하긴 하지만, 여긴 모든 게 장기간 계획에 의해 결정된다. 지하철을 깔 때는 10년, 20년 뒤에 연결할 지선계획까지 다 나와 있다."

50년 전에 매립계획을 세웠고, 그 계획에 따라 20년 전에 매립을 완료했다는 것이다. 또, 20년이 지난 지금 지하 고속도로와 전철 공사를 50년전 계획에 따라 추진하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50년 단위로 도시 전체 개발계획을 세우는 곳이 도시재개발청이라면, 이곳처럼 지하철과 도로계획과 건설을 관리하는 곳이 육상교통청이다. 장기계획과 마스터플랜, 또 세부추진과정을 보면 마치 이곳 싱가포르처럼 씨실과 날실이 엄밀하고 촘촘하게 얽혀있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사전 문의 때처럼 현장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할 때에도 현장 안내 요청은 수락되지 않았다. 권 팀장의 양해 요지는 이랬다.

"싱가포르 당국 허가가 있어야 가능하다. 어차피 시공사 입장이라 그 지침에 따라야 한다. 현장 안내 자체를 차단하는 건 아니지만, 뭔가 불미한 보도가 나가면 싱가포르 당국은 민감하게 반응한다."

자본을 춤추게 하기 위해 그에 필요한 통제를 한다는 나라 싱가포르.

그 특성이 이곳 현장 안내까지 작용하는 듯했다.

 

◇"이곳이 해양신도시구나!"

공사현장 취재가 안 된 것도 그렇고, 싱가포르 당국의 지침이란 것도 그렇고, 수긍할 수밖에 없었지만 갑갑했다.

싱가포르 식 통제의 갑갑함이었다. 뭔가, 시원한 게 있었으면 싶었다.

그때 구명권 가이드가 쌍용건설이 지은 마리나베이샌즈호텔 스카이타워를 제안했다. 지상 200m 높이의 57층이었다.

여기서 사람들은 대부분 북쪽 마리나베이를 둘러싼 거대한 마천루에 감탄한다. 국제금융지구다. 그 옆 동쪽으로 싱가포르강과 마리나베이를 따라 머라이언파크나 보트키, 클락키 등의 수변공원과 카지노센터, 야외공연장이 마치 조감도와 현실이 100% 일치한 것처럼 펼쳐졌다.

하지만, 주목해야 할 곳은 그 반대방향 남쪽이다. 앞서 언급한 마리나베이 남쪽 신도시 추진지구다. 50년의 장기계획과 10년 단위의 마스터플랜이 낳은 작품이다.

매립한 뒤 20년이 지난 뒤에야 속속 내용물들을 채워넣는 인고의 결과다.

조개껍데기 모양의 식물원만 모양을 갖췄을 뿐 온 사방이 '지금은 공사중'이다. 남쪽 끝에 앞서 들렀던 삼성물산, 쌍용건설의 지하 고속도로 공사현장이 있었다.

"수요가 먼저지요", "50년 전에 결정된 것이죠"

두 마디가 머릿속에 맴돌았다.

 

 

 

해양오염 최소화에 온힘...타산지석 삼아야
[주거지 앞 바다매립 따른 환경피해] (12) 싱가포르의 매립 피해와 대응
2011년 10월 17일 (월) 이일균 기자 iglee@idomin.com

싱가포르는 총면적이 685.4㎢로 서울(605.4㎢)보다 조금 큰 말레이반도 남쪽의 섬나라다. 50여개 섬이 더 딸린 이 나라는 대륙을 지향한다.

과한 표현일 수 있지만, 인근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가 싱가포르의 영토 확장을 경계해 2002년부터 매립용 모래 수출을 금지한 점에서 실제 그런 분위기가 읽힌다.

지난해 상주인구 416만 명 중 영주권자인 싱가포르 국민은 338만 명. 피부가 상대적으로 하얀 중국계 77%에 말레이계가 14%, 인도계가 8%인 이 나라가 영주권자 500만 명을 목표로 매립을 통해 영토를 확장하려는 게 이웃 나라 심기를 건드린 것이다.

그래서 지금으로서는 유일하게 진행되는 매립현장이 싱가포르 서남쪽 투아스였고, 시공사가 한국의 현대건설이었다. 지난달 16일 공사현장을 찾아 성병근 팀장으로부터 이런 정세와 매립에 따른 환경피해, 대책 등을 들었다.

 

   
 

 

◇"모래는 돈이에요. 돈으로 매립하는 거죠" = 투아스의 광활한 매립 현장은 사막을 연상하게 했다. 전체 965만㎡ 매립계획 중 87% 공정을 끝냈다. 2000년 7월 시작한 이 매립현장에서 성 팀장은 지금까지 3년6개월을 근무하고 있다.

매립지 겉보기가 한국과 다르다. 갯벌 모양의 준설토가 방치돼 있거나, 흙과 모래, 자갈이 뒤섞여 있는 모습이 대개의 한국 매립지다. 그런데 이곳은 온통 모래다. 정말, 가끔씩 보이는 자갈벽을 제외하고는 완전히 사막 같은 모습이다.

"전부 다 모랩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모래로 매립합니다. 모래로 성토가 완료됐을 때 호안 역할을 하는 게 자갈입니다. 매립지 끝이 되는 거죠."

창원의 가포신항 매립공사 담당자의 말이 생각났다.

"모래로 하는게 최고죠. 돈이 많이 들어서 그렇지. 물기를 빼고 지반을 튼튼하게 하는 데는 모래가 최곱니다."

바닷물 속에 모래를 냅다 뿌린다고 그게 쌓이나? 쌓인다고 했다. 당연히 물기를 뽑아올리는 흡착과정이나 모래를 굳게 하는 공정이 결합된다. 싱가포르에 그렇게 모래가 많은가?

"전부 사 왔습니다.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에서. 그런데 지금은 두 나라가 싱가포르에 모래를 안 팔아요. 싱가포르 영토가 넓어지는 걸 원치않는 거죠. 지금은 미얀마나 캄보디아에서 가져와요. 이동거리가 머니까 더 비싸게 치죠. 할수없이 싱가포르 내륙 사토를 쓰기도 해요. 그래서 처음보다 공정이 더딥니다."

 

   
 
 

바닷물 속에 모래를 뿌려 매립을 진행하고 있는 싱가포르 서남쪽 투아스 매립 공사현장. /현대건설

 

 

멀찌감치 거대한 준설선이 보였다. 모래를 뿌리는 분사 역할을 한다는데, 그게 매립의 첫번째 공정이다. 그 상태대로 목표치까지 모래를 쌓아 땅으로 만드는 것까지 포함한다.

다음 공정이 매립지 끝에 자갈로 경사지를 만드는 것인데, 매립지 경계인 호안이 된다.

그 다음이 모래 매립지 지반을 강화하는 과정이다. PVD라고 하는 흡착포를 촘촘히 꽂아 수분을 뽑아 올린다.

 

◇해수 오염이 가장 큰 환경 피해 = 그렇게 싱가포르 땅 20% 안팎이 매립됐다고 했다. 그러면 당연히 주거지 앞 매립도 할 거고, 그에 따른 환경피해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이번 취재의 초점이다.

"환경문제는 크지 않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모래로 매립하니까 해충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어업을 하는 나라가 아니니까 어업피해도 없습니다."

이래서는 취재 성과를 거둘 수 없다. 뭔가 환경피해 사례가 있고, 대책이 있어야 한다. 조바심이 들때쯤 성병근 팀장이 덧붙였다.

"해수오염 문제가 있죠. 모래 분사에 따라 바닷물이 탁해지는 겁니다. 이 문제는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에서 제기합니다. 가장 큰 문제지요."

 

   
 
 

지도를 통해 본 현대건설 투아스 매립현장.

 

 

두 나라 국민들 중에서는 어민도 있고, 정치적 의도도 일부 개입된다고 한다. 이 문제는 싱가포르 정부 전담국에서 예방시스템을 갖고 대처한다고 했다. 탁도 기준을 정하고, 기준을 넘지 않게 1일 작업량을 제한한다. '탁도 센서'를 배치해 기준 초과 여부를 알린다.

창원 가포신항 매립공사 취재 때 담당자가 말했었다. 마산만 해양신도시를 위한 매립 때를 가정해서 한 말이었다.

"환경피해요? 돈 들이면 뭐든 다 되죠. 깔따구 같은 해충 피해나 해수 오염 막는 것도…"

결국, 매립공사비만 높이면 다 해결된다는 논리였는데, 듣기에 뭔가 걸리는 말이었다. 공사비가 올라가는 건 결국 매립지 상업개발 비중을 높이거나, 창원시가 그만큼 재정투입을 많이 하는 방법밖에 없기 때문이다.

창원시가 해양신도시 매립 환경피해 예방을 돈으로 하지 않으려면, 싱가포르 정부처럼 예방시스템을 미리 연구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