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시 남성동 마산수협어판장은 마산어시장을 열고 마산을 연다.
새벽 내내 이어지는 수산물 공판작업 준비, 오전 6시에 시작되는 경매로 마산이 시작된다.
그렇게 새벽을 열었던 어민들이, 또 상인들이 인근 복집골목에서 허기진 배를 채웠다. 어판장 매
물이 넘쳐날 때 복집들은 하루 24시간 영업을 했고, 돈 뭉치가 든 전대를 놓고 가는 일도 다반사
였다.
하지만 옛날이야기다. 지금은 대개 밤 9시면 문을 닫는다.
10년 전 어판장 골목을 찾았을 때, 또 복집골목을 찾았을 때 경매사들이, 복집 주인장들이 그렇게
추억했었다. 그로부터 또 10년이 흘렀다. 지금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옛날 그 역동성을, 생동감을 다시 찾았으리라 희망했다. 그러나 기대하지는 않았다. 그사이 벌어
진 일을 나는 알고 있다.
어판장 앞바다는 지금 매립되고 있다. 2004년 태풍 매미 피해 이후 언급된 방재언덕 추진계획으
로 어판장 앞바다 매립이 2015년부터 시작됐다. 매립이 반쯤 진행된 지금 이곳은 바다도 땅도 아
니다.
새벽 6시 어판장 경매물량이 늘어날 리 없다.
사람이, 돈이 늘어날 리 없다.
어판장 옆 장어거리.
바닷물 찰랑거리는 모습을 보면서
, 파도소리를 들으면서 먹는게 매력이었는데 그게 사라졌으
니 손님이 더 늘어날 리 없다.
마산어시장 장어거리. 경남도민일보 DB
그러나 50년 역사의 복집골목은 호락호락 물러서지 않는다.
어시장 외곽 오동동10길 안쪽과 바깥쪽에 30점포가 넘는 복집 저력은 살아있다.
안쪽 골목 남성식당은 원조를 자처한다.
주인장인 김성길 씨는 지금도 꼬장꼬장 자리를 지키고 있다. 10년 전 “잘못하면 사람 죽이는 복집
이 이렇게 함부로 늘어나서는 안 된다”며 분을 참지 못했던 분이다.
“장사 잘 될 때에는 돈 뭉치가 든 전대를 그냥 두고 가는 사람들도 있었다”며 전성기 때를 회상했
던 덕성복집 하익자 씨도 10년이 지난 지금 여전히 현역이다.
은복 지리. 복국의 다름 이름이다.
길 끝 쌍용복집 창에는 복어요리의 ABC가 붙어있다.
복어의 간과 난소에 든 맹독 테트로도톡신 이야기가 인상적이다. 사진 속은 까치복이다.
골목 바깥쪽에는 진미 일육 괭이 동경 경북 수용 같은 복집들이 어디든 손님을 채우고 있다.
맑은 복어국을 뜻하는 ‘지리’면 지리, 매운탕, 수육, 튀김 같은 저마다의 무기를 갖고 있는 집들이
다.
2017년 5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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