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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쩍 떠나는 여행

10년전 그 골목에 갔다 - 마산어시장 진동 대풍골목

뽈락 1키로예! 껍데기 뺏기지 말고 새꼬시로! 그래 안 하먼 안 묵심미더.”

 

거기 다가? 오늘 숭어가 좋은데

 

숭어도 1키로 주고, 낙지 개불도 조금씩 주이소!”

 

덥수룩한 노가다 차림새 중년남자 넷이 횟집 주인장과 흥정을 한다.

 

 

 

 

마산어시장 안 대풍골목이다.

 

곧바로 뽈락 몇 마리와 숭어 큰 놈 모가지에 피가 튄다.

 

끝없는 마산만 바다 매립으로 어시장 앞쪽 어판장과 장어골목, 복집골목은 기세가 줄었지만 여긴

 

아니다. 골목 아줌마들은 말한다.

 

"까딱 없소!"

 

횟집골목과 대풍, 진동골목으로 이어지는 수산물시장 골목은 지금도 그렇게 펄떡펄떡 뛴다.

 

 

 

 

마산어시장이 200년 넘게 생명을 이어가는 역동성, 생동감의 원천이다.

 

마산 사람들이 사는 일에 지쳤을 때, 숨 쉬는 것조차 힘에 겨울 때 어시장을 찾는 이유가 이곳에

 

있다.

 

수만개의 빨간 다라이에 찰랑찰랑 바닷물이 채워지고, 그 속에서 앞길이 막힌 산 생선이 할 수 없

 

이 위로 뛰고, 전복이니 해삼이니 멍게니 하는 것들이 숨통을 이어가는 걸 본다.

 

그럴 때 사람들은 직감한다.

 

! 나도 살아가야 겠다.

 

 

 

 

그뿐인가.

 

마산어시장 앞 대로인 중앙로로 나오면 사람들은 삶 그 자체에 겸손해진다.

 

70~80 넘는 할매 할배들이 저걸 누가 사가나?” 싶은 푸성귀나 잡다한 것들을 늘어놓고 지나가는

 

손님들 눈을 맞추려 하루 12시간 넘게 잘 안 되는 장사를 한다.

 

 

 

 

100원짜리 10원짜리 하나도 놓칠 수 없다.

 

1000원짜리 한 장, 10000원짜리 한 장을 예사로이 여기는 사람들은 그 앞에 겸손해줄 수밖에 없

 

.

 

 

마산어시장 골목은 100가지 1000가지 얼굴을 갖고 있다.

 

어시장을 골목별로 어슬렁거리는 건 정말 최고의 여행이다.

 

2017년 5월 3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