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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쩍 떠나는 여행

10년 전 그 골목에 갔다 - 창원 소답동

창원 소답시장은 지금이야 동네시장으로 쭈그러들었지만 한때 '창원시장'이었다.

 

어르신들이 창원장 간다” “창원장 선다할 때 바로 그 장이다. 그만큼 창원을 대표하는 장이었

 

. 2·7일장이니 오늘도 장이 섰다. 오후 2시 소답시장 안내판 밑에 ‘600년 전통의 장이라고 돼

 

있다.

 

 

 

 

시장만 그런 게 아니다. 소답동이 예전에는 창원의 중심이었다. 1408년 조선 태종 때 이곳 의창과

 

옛 마산인 회원을 합쳐 창원이란 지명이 생긴 이래 줄곧 그랬다. 대도호부, 창원향교, 창원읍성

 

유적이 곳곳에 남아있다. 지금은 107만 대도시가 된 창원시의 모태라 할 수 있다.

 

그런데 팍팍한 서민들의 삶에 중심이니, 모태니 이런 말은 별 의미가 없다. 개교 100년을 넘긴

 

원초교 근처에 1467년 축성된 창원읍성의 중심 창원대도호부의 흔적이 있다기에 찾아다녔지만,

 

찾은 건 45도 각도의 비탈길이다. 그 길 위에 언덕배기 샛골목이 연결됐다. 허리가 휜 할머니는 비

 

탈길에 상체가 거의 닿았다.

 

 

 

 

창원·마산·진해 일대에서 가장 크다는 약전 곳곳에도 빈곤이 흘렀다. 강아지, 고양이, 토끼, 닭이

 

떼를 이뤄 철창 속에 갇혔다. 10년 전 이 골목에서 만났던 개소주집 아주머니는 여전하실까?

 

그 가게를 얼핏 지날 때 어떤 아주머니와 눈이 마주쳤다. 그때와는 다른 머리를 했지만, 여전히 튼

 

튼하고 반지르르 해 보이는 모양새가 10년 전과 영판이었다. 약전 위쪽 북동공설시장 건물은 코앞

 

의 떡방앗간이나 국밥집만큼 변함이 없다. 시장의 기능보다는 사무실, 혹은 작은 공장들이 들어섰

 

.

 

 

 

 

 

 

소답동이 창원시의 모태라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장소가 또 있다. 동요 고향의 봄연고지와 조

 

각가 김종영 생가다.

 

1911년 양산읍 북정리에서 태어난 작가 이원수는 이 동네에 생후 10개월에 이사와 9살까지 살았

 

. 아직도 흔적이 있는 중동과 북동 3곳에서 살았다. 그가 쓴 <흘러가는 세월 속에> 중에 국민 애

 

창곡인 고향의 봄 창작배경이 나온다.

 

내가 자란 고향은 경남 창원읍이다. 나는 동문 밖에 좀 떨어져 있는 소답리라는 마을의 서당에 다

 

녔다. 작은 마을이었지만 읍내에서 볼 수 없는 오래되고 큰 기와집이 있었다. 큰 고목의 정자나무

 

와 봄이면 뒷산의 진달래와 철쭉꽃이 어우러져 피고, 마을집 돌담 너머로 복숭아꽃 살구꽃이 아름

 

다웠다. 그런 것들이 그립고 거기서 놀던 때가 한없이 즐거웠다.’

 

 

이원수 선생이 6살까지 살았던 북동샘 근처 북동 207번지.

 

 

선생이 9살까지 살았던 중동 599번지, 지금의 읍성로 43-2.

 

 

고향의 봄 속 울긋불긋 꽃대궐은 지금도 남아있는 김 씨 고가, 즉 김종영 조각가의 생가다. 김종

 

영은 이 집 장손으로 1915년 태어나 서울 탑골공원 내 '3·1 독립선언기념탑' 등의 작품을 남겼다.

 

서구에서 유래한 모더니즘 조각을 한국적인 정서와 감성, 정신성으로 해석한 예술가로 소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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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영 조각가 생가 전경/경남도민일보 김구연 사진부장.

 

 

그러고 보면 지금 이곳의 행정명인 의창동 유적탐방 걷기 구간에 이곳 고가가 포함된다. 여기서

 

창원읍성까지 344m, 또 창원향교까지 252m, 끝으로 이원수 작가가 6살까지 살았다는 북동샘까

 

304m 거리이다. 서민들 삶 속의 소답동 골목과는 달리 유유자적한 느낌을 준다.

 

2017년 5월 2일.

 

다시 7개월 뒤 2018년 2월 17일.

소답초등학교 버스정류소에서 내려 100m를 걸으니 김종영 생가가 나온다. '의안로 44번길 33 꽃대궐'이라고 우편함에 써놨다. 사람이 살고 있다. '입춘대길 건양다경'

바로 옆 50m쯤 떨어진 곳에 또다른 고택이 있다. 대문 위에 '사미루'가 있는 2층 대문이다. 특이한 건축물이다. 고택 구경은 북동샘과 창원향교, 창원읍성과 김종영 생가로 이어지는 의창동 문화뿌리길의 매력 중 하나다.

아직은 찬 바람을 안고 뿌리길을 포함해 소답동길 1키로를 걸었다. 쪽방커피숍에서 골목투어를 끝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