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람들

4대 100년 - 2017년 4월 득구

득구야,

 

우리에겐 좀 다른 봄이야.

 

1인 된 너는 더 피곤해졌고 예민해졌어.

 

됐어, 싫어, 가만 놔둬, 내가 알아서 하께, 이런 말이 부쩍 많아졌어.

 

그저께 중간고사 준비하라는 엄마한테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모르겠어, 대학 안 갈 수도 있어 했

 

다면서?

 

어제 내가 다시 물었을 땐 왜 해야 하는지는 알아, 그냥 하기 싫어 했지. 왜 해야 하는데 라고 아빠

 

가 묻자 장래를 위해서라고 아주 낮게 말했던가?

 

나도 그렇게 생각해. 장래를 위해서, 안정적인 직업을 갖기 위해서.

 

그런데 그렇게 말은 하지만 그걸 피부로 느끼고 있을까?

 

아빠 고 1때가 생각이 나. 심각한 사춘기였지. 사춘기라는 일반적 표현보다 몇 배는 더 깊은.

 

그때 아빠는 말을 잘 하지 않고, 혼자 생각하는 게 많았어. 주로 인간과 신, 종교, 좀 더 우월한 존

 

재가 되겠다, 신적인 존재가 됐으면 좋겠다.

 

가족, 친구, 학교, 이 세상 모두가 하찮게 여겨졌던 것 같애.

 

여기서 이야기 하고 싶은 건 구체적인 직업을 생각하지 않았다는 거야.

 

나를 먹게 하고, 입게 하고, 자게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고, 돈을 벌려면 직업이 필요

 

하다는 관념 자체가 그땐 없었던 것 같애.

 

? 그런 건 그냥 주어졌으니까. 할아버지가 힘들게 주말까지 힘들게 일하시고, 할머니가 그걸 10

 

원짜리까지 관리한다는 사실을 실감하지 못했으니까.

 

그걸 실감한 건 아마 아빠가 대학생이 됐을 때였을 거야.

 

가족의 경제, 즉 가계라는 걸 알고, 그게 그렇게 여의치 않다는 것도 알고, 그게 대학등록금 마련

 

하는 데까지 연결된다는 걸 알았을 때쯤 어렴풋하게 느꼈어.

 

19875월과 6월 아빤 꼬박 40일 노가다(막노동)를 해서 한 학기 등록금을 마련했던 일이 계기였어.

 

 

백화점 건물이 가진 돈의 속성, 상술은 정말 놀라울 정도였어. 궁금하면 500원~ 그저께 부산의 공간투어로 찾았던 신세계백화점 센텀점.

 

 

그래 직업을 쉽게 이야기하면 그래. 우리를 좀 더 편안하게 먹고 입게 할 수 있는 것.

 

아하! 그래서 학교는 나에게 가르쳐준 게 없다 라는 말이 생긴 거구나.

 

학교에 앉아서 돈을 알고, 먹고 살 걸 고민하고, 경제를 실감하긴 어려우니까.

 

그래서 간혹 일찌감치 현실을 찾아, 꿈을 찾아, 적성을 찾아 학교 밖으로 뛰쳐나가기도 하지.

 

대학 안 갈 수도 있다는 니 말은 그래서 나왔겠지.

 

그럼 면에서 아빠는 니가 정말 기분 좋을 때를 가끔 훔쳐봐.

 

친구들과 밤 세워 놀 때, 학교 갔다 와서 게임할 때, 노래를 들을 때, 샤워하면서 노래를 부를 때.

 

아빠도 그럴 때가 있어. 정말 잠깐이라도 행복해질 때.

 

조용한 길을 걸을 때, 미로 같은 골목을 찾아들어갈 때, 비슷하게 은밀한 공간을 느낄 때. 물론

 

술 마실 때도.

 

 

독특한 공간을 찾는 매력은 아빠가 최근에 발견한 즐거움이야. 부산 공간투어 중 센텀시티 영화의 전당.

 

그럴 땐 정말 힘이 나. 너도 마찬가지겠지?

 

아빠가 안타까운 건 그런 순간을 조금이라도 일찍 콕 찍어서 알지 못했다는 거야. 최근까지도.

 

금은 그런 걸 알고 일부러 그런 순간을 만들려고 하지.

 

이런 부사는 쓰기 싫지만,

 

그런데 말이야. 그런 순간순간은 자신의 꿈이라고, 적성이라고 단정하기에는 너무나 짧고 일상적

 

이지가 못해.

 

우리의 생활은 좀 더 길고, 계속되는 거니까.

 

다시 직업 이야기로 돌아올까?

 

직업 선택에서 적성과 희망의 역할은 커.

 

하지만 절대적이진 않아. 그것과 맞지 않는 선택을 하는 경우가 더 많아. 심지어 월급 때문에,

 

때문에 다니기 싫은 회사를 억지로 다니거나, 하기 싫은 장사를 계속하기도 해.

 

중요한 건 적성과 직업의 간격을 좁히는 거야. 그리고 좀 더 나은 생활을 위해 그 직업의 질을 높

 

이는 거고.

 

아빠의 결론은 공부가 지금으로서는 직업을 보장하는 보편적인 수단이라는 거야.

 

자신의 적성을 찾아가는 통로이기도 하고.

 

2017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