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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창원서 록에 미친 사람들

내가 취재했던 사람들을 기사 속에서 계속 뒤적거리고 있다.

숱하게 많은 기사들.

하지만 사람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추고 깊이 들어간 기사가 드물다.

아하, 이거 참...

그중에서 그나마 '사람들' 공간에 집어넣을만한 게 나왔다. 내용도 흥미로웠다.

그들은 록이 어느 정도 어필하고 있는 이 시기까지 공연을 계속 하고 있을까?

궁금하다.

기회가 되면 찾아보도록 하겠다.

우선 2006년의 기사다.

 

 

 

젊음·저항의 상징 ‘록’에 미친 사람들
창원 ‘두 곳’…적자에도 록이 좋아 뭉친다
2006년 03월 18일 (토) 이일균 기자 iglee2@dominilbo.com
‘엄청난 사람들 속의 미친 듯한 슬램, 천장엔 사람들 입김에 물이 맺혀 뚝뚝 떨어지고…. 공연을 보러 온 건지 사우나를 하러 온 건지, 모르는 사람들이 봤으면 미쳤다는 말밖에 안 나올 상황’(슬램: 록에 맞춘 춤동작. 혼자서 혹은 여럿이 원을 그리며 돌게 된다.)

   
어감이 살진 않지만 ‘롸+ㄱ'의 맞춤법 표현은 ‘록’이다. ‘록’하면 떠오르는 몇 가지 요소. 일렉트릭 기타에 장발을 하고 있으면 틀림없는 로커, 여기에 드럼과 베이스가 더해지면 록 밴드가 된다.

록의 언어는 정신과 저항, 자유, 젊음 등으로 표현된다. 록의 언어는 대개 폭발적 사운드로 표출된다. 많이 알려져 있지 않지만 도내 곳곳에도 로커의 절규가 있을 듯하다. 록을 감상하는 장소는 또 어디일까.

‘7080’은 이제 하나의 브랜드가 됐다. 중·장년층의 허전함을 파고든 것이다. 그런데 그 소란스러움이란…. 아예 드러내놓고 ‘부킹장’을 표방하는 곳도 생겼다. 아무리 봐도 음악은 ‘주’가 아니다. 청년층이 록밴드와 클럽을 찾듯, 중·장년층이 마음 푸근하게 음악 들으며 술 한잔 할 수 있는 곳은 없을까.

● 록클럽, 어디에?

15일 밤 10시쯤 창원시 상남동 하림빌딩 9층에 있는 라이브바 ‘무조’(285-7758)를 찾았다. 한 달에 한두 번 전문 밴드가 공연만 하는 혼합된 형태의 공연 전문 클럽이다. 이곳을 근거지로 하는 인디밴드 ‘블루피터’는 매일 공연을 한다. 그 옆이, 또 아래층 대부분이 노래주점 형태였다. 그 속에 겹겹이 싸인 양상의 클럽은 그만큼 생소했다.

출입문 가득 붙어있는 공연 포스터. 지난 3일에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의 공연이 있었고, 지난달 셋째 일요일엔 블루피터와 ‘해령’의 연합공연이 있었음을 알렸다. 들어갔다.

여덟 평 정도 될까. 손님 셋이 맥주를 마시고 있었고, 그 앞에 홀을 압도하듯 블루피터가 공연 중이었다. 적응이 되지 않을 정도로 현장에서 듣는 음은 고막을 찢을 만큼 소리가 컸다. ‘Let it be’‘Just To Of Us’‘먼지가 되어’ 간단한 멘트가 있을 뿐 연주가 이어졌다. 아무래도 손님들 나이를 좀 높게 본 모양이다.

‘어쩌다 마주친 그대’ 등이 이어지자 한 손님이 윤도현 곡을 신청했고, 곧 ‘사랑 했나봐’가 연주됐다.

30분 가량의 1부 공연을 마친 뒤 리더 조영태(35)씨가 나타났다.

창원 ‘두 곳’…적자에도 록이 좋아 뭉친다

“매일 10시와 11시에 각각 30분씩 연주하거든요. 평일에는 아무래도 술자리에 맞춰 팝송을 많이 해요.” 블루피터가 지향한다는 펑크 계통의 록은 공연이나 연습 때에나 접할 수 있다. 문을 연지 5개월. 매달 적자가 연속되지만 도내 공연전문 클럽의 명맥을 잇고 있다.

창원시 도계동 대남상가 뒤쪽 ‘로커빌’은 말 그대로 록의 산실을 자처한다. 연습실과 공연장으로 구분된 공간은 정통 클럽의 모습이다. 공연장은 계단식 관람석과 1m 가량 떨어져 있는 무대로 당장 긴박감을 준다. 2년 전에 문을 연 이곳에서는 지난해 5월까지만 해도 매주 정기적으로 공연을 했다. 주택가 한 가운데, 겉으로 평범한 지하실에서 열정 어린 절규가 쏟아졌다. 14일 밤 7시께 이곳 연습실에는 심영훈(36) 대표와 후배 한 명이 정적을 가르고 있었다.

“아 방금 연주한 거요? 그냥 ‘Jam’이에요. 그냥 연습용이죠. 매일 오후가 되면 이렇게 몇 명씩 모여 연습을 하는 거죠. 지금은 정기 공연을 못 해요. 여러 가지 사정이 좋지 않아서요. 잘 되겠죠 뭐!”

심씨가 전한 현실 역시 앞의 무조 사정과 다르지 않았다. 이런 말도 덧붙였다. “클럽도 있고, 창원 중앙동이나 마산 창동의 실용음악 학원에서 또 다른 음악을 접할 수 있죠.”

   
● 많이 찾나요?

내일(19일) 오후 6시부터 두 시간 동안 창원 상남동의 라이브바 ‘무조’(285-7758)에서는 도내 아마추어 밴드들이 연합공연을 한다.

‘신비’와 ‘씨머’, ‘디포리’ 등이 이날 공연한다. 무조에서 매달 셋째주 일요일 정기적으로 열리는 공연 일정의 하나다.

그런데 이 계획은 지나치게 알려져 있지 않다. 가뭄에 콩 나듯 극히 드문 언론 보도를 접하거나, 주최측 홈페이지에 들어가야 알 수 있다.

그래서 이곳 조영태 대표에게 다시 물었다. “그렇다고 거금을 들여 광고할 순 없잖아요. 알음알음 알려나가는 수밖엡.”

홍보 탓? 취향 탓? “찾는 사람 아직 드물어요”

지난 3일 ‘봄 여름 가을 겨울’ 공연 때에도 30여명 정도가 관람했다니 이게 홍보에 문제가 있는 건지, 사람들 취향에 문제가 있는 건지 종잡을 수 없다.

연주하는 사람이 있는 한 이 지역 내에서 건강한 대중음악의 단절을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비록 아마추어이지만 기성 밴드로서는 마산의 ‘허키’나 창원의 ‘애나키’ 등이 각각 연습장을 갖추고 정기적인 연주활동을 하고 있다. 이들은 고교생 연합 밴드의 성격을 띠면서 연주자의 범위를 확대하는 중이다.

● 요즘 ‘7080’ 은?

‘음~ 생각을 말아요. 지나간 일들을/ 음~ 그리워 말아요. 떠나갈 님인데’

김정호의 ‘하얀 나비’라는 노래가 피아노 소리와 달라붙어 10평정도 되는 카페를 가로지른다. 어느 도시의 도심이든 이제 흔해진 라이브바 중의 한곳이었다. 그렇게 음악을 듣고 있으면 금방 목에는 약간의 갈증이 생긴다. 맥주는 부드럽게 넘어간다. 요즘 ‘7080’이나 ‘3040’ 이름을 붙이는 대형 주점과는 음이 접수되는 정도가 다르다.

7080은 이제 하나의 브랜드가 됐다. 마산·창원 지역에서만 열 군데에 이를 정도다. 그런데 이게 처음 알려질 때와 달리 7080 세대의 음악 취향에 맞춰 승부를 거는 것 같지 않다. 도대체 어떻기엡.

한번 들어가 보자. 마산과 창원에서 각각 한곳 씩 찾아 들었다. 하나같이 나이트클럽을 연상하는 대형 홀을 갖고 있다. 테이블에 꽉 찬 사람들의 웅성거림 속에 무대의 밴드가 연주하는 멜로디는 뒤섞인다. 음악을 공연하고, 감상하는 게 주가 아니라는 건 단 몇 분 안에 파악된다.

하나의 브랜드…굳이 음악때문에 가는 건 아냐

요즘 7080에 대한 평가는 둘로 나뉜다. 갈 곳 뻔한 중·장년층을 위해 그들의 음악으로 허전함을 채우겠다는 광고에 혹했던 사람들은 실망하기 쉽다.

무대의 밴드는 하나의 소재일 뿐 대형 홀 전체를 좌우하지 못한다. 색다르게 흥청거리는 7080 분위기가 뭇 중년들을 끌어들이는 것도 사실이다. 음악이면 음악, 술이면 술, 그리고 새로운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음악은 이미 이곳의 메인 테마가 아니다.

상남동의 한 라이브바 피아니스트가 전한 정보가 있었다. 오는 25일 창원시 상남동 라메르호텔 5층에 또 다른 형태의 라이브 바가 하나 더 생긴다는 요지였다.

특히 중·장년층 음악 애호가들의 취향을 노린다는 내용이었다. 음악이 있는 술자리로, 7080에 실망한 주당들을 대상으로 한다는 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