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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내가 취재했던 사람을 뒤적이며-2003년의 기업인들

사람.

사람.

사람....

그래, 맞다.

이 일 저 일, 이 사건 저 사건 취재하면서 정작 왜 사람에게 포커스를 맞추지 못했을까. 그게 진짜배기 이야긴데...

아니 아니, 전혀 맞추지 않았던 건 아닐 거다.

그래서 신문을 뒤적였다.

정확하게는 홈페이지에 저장된 기사를 불러왔다.

그랬더니 2003년 초 경제부에 있을 때 만났던 기업인들이 있었다.

그래, 이것부터 슬슬 뒤적거려 보자고.

 

 

앞서가는 경제인[1]에스에프에이 신은선 사장
창원공단내 자동화시스템 전문업체 ‘3만 3무’ 실천에 비중둔 원칙경영
2003년 01월 02일 (목) 이일균 기자 iglee2@dominilbo.com

2003년은 경제 재도약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하는 한해가 될 것이다. 세계적인 경기 침체, 남북관계로 인한 불투명한 우리나라의 경기전망 등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새해 이같은 여건에도 불구하고 지역경제를 희망차게 이끌 앞서가는 경제인들을 소개해는 기획시리즈을 마련했다.(편집자 주)

창원산업단지 내 자동화시스템 전문업체인 에스에프에이 신은선(58) 사장은 상념 속에서 새해 첫날을 맞이했다.
이 회사가 1998년 12월 삼성항공 자동화사업부문에서 분사한 과정과 이후 고비마다 뒤따랐던 결단의 순간들이 새해 아침 더욱 새록하게 머리를 메웠다.
‘3만 3무’라는 슬로건으로 원칙경영을 구상한 이후, 창사 초기 250명이 넘던 직원들이 그 원칙을 마치 자신의 것처럼 이해하도록 설득·교양했던 과정들이 주마등처럼 머리를 스쳤다.
2일 열리는 시무식에 지금의 구상이 정책이 되어 전달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니다.

◇ 언제나 결단해야 한다

신은선 사장이 CEO에게 가장 필요한 항목으로 꼽는 것이 ‘돈 되는 사업을 미리 결단하는 일’이다. 이 부분 설명에서 신 사장은 “분사 이후 회사에 절실하게 요구되는 일이었고, 경험과 인력 측면에서 충분히 뒷받침될 수 있는 일이었다”며 자신의 결단 차원보다는 전체 직원의 합의 측면을 강조했다.

분사 직전 삼성항공 자동화사업부문은 산업용 로보트나 PLC 생산 등 사무자동화 물류시스템을 생산하는데 집중돼 있었다. 5년이 지난 에스에프에이의 최대 매출제품은 TV 및 컴퓨터 모니터용 브라운관과 평판표시관 등 디스플레이기기와 반도체·벽걸이용 TV와 노트북·휴대전화 등의 액전 등을 생산하는데 필요한 클린공정장비로 변화했다. 자동화사업부문과 클린공정장비·디스플레이기기 등으로 사업방향의 분화가 이루어진 것이다.

◇ 원칙 없는 경영은 실패한다

에스에프에이의 경영원칙으로 흔히 소개되는 것이 ‘3만 3무’다. 고객·주주·종업원 등 3부문을 만족시키는 경영을 해야 한다는 것이 ‘3만’에 해당되고, 차입금·적자·업무상 사고 등이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3무’의 의미다.

이 원칙을 회사의 경영철학으로 소개하면 듣는 이들 중에서는 “내세우나 마나 그것은 당연한 이야기가 아니냐”는 시큰둥한 반응이 종종 있었다.

그러나 신 사장의 “누구나 그렇게 생각한다고 해서 다들 지키는 것은 아니다”는 말에서 실천에 더 비중을 두는 그의 원칙론을 읽을 수 있었다.

실천사례는 아주 구체적이었다. 신 사장의 경우 경영원칙의 실천을 위해 사장실이나 비서·기사를 두지 않았고, 일주일에 3회 이상 창원공장과 경기도 기흥공장을 오가면서도 반드시 첫 비행기를 이용해 시간 손실을 최소화하고 있다고 했다.

◇ 모든 것에 앞서 ‘사람’이다

에스에프에이는 올해 목표를 1500억원의 사업수주와 매출 1300억원을 달성하는데 두었다. 분사 이후 99년 매출액 400억원과 2000년 700억원, 지난해와 올해 각각 907억원과 1000억원을 달성한 것을 감안하면 어렵지 않은 일로 여기고 있다.

신은선 사장은 이같은 실적이나 사업방향에 대한 결단, 원칙경영의 확립에 바탕이 된 것이 ‘사람’이라고 했다.

에스에프에이가 지금처럼 첨단상품 제조설비로 사업방향을 분화하는 과정에는 초정밀 기계가공기술이나 제어기술, S/W기술 등 15년 이상의 자동화설비생산 경험을 갖고 있는 인력자원이 절대적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제쳐놓고, CEO의 결단이니 원칙을 강조하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언제나 그들이 대상화되지 않도록 내 생각부터 정돈하고는 합니다.”

 

 

[앞서가는 경제인]신아플랜트 강연수 사장

완성품 생산으로 ‘벼랑끝 탈출’
2003년 02월 07일 (금) 이일균 기자 iglee2@dominilbo.com


‘철강을 주요 재료로 하는 제관회사의 여사장.’
선박엔진용 가스리시버와 화공분야 압력용기 등을 생산하는 함안군 칠북면의 신아플랜트 강연수(42) 사장은 만나기 전의 짐작과 달랐다.
플랜트 사장답게 직접 쇠를 만지는 ‘억척’에 120명의 직원들을 이끄는 ‘깡다구’를 연상했던 기자에게 강 사장은 그냥 다소곳한 여염집 아주머니였다.
공장 4동을 갖춘 1만평의 공장과 연 100억원을 넘는 매출액, 1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중견기업의 리더로서의 풍모가 쉽게 느껴지지 않는 모습에 궁금증이 더해갔다.
‘어디서 그런 힘이 나올까, 경륜이 쌓이면 정말 부드러워지는 모양이지·’

◇ 나는 운이 좋다

= 4동의 공장을 돌면서 강 사장은 “나는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86년 부친과 함께 시작했던 공장이 딱 10년 만에 부도를 냈을 때를 어렵게 거론했다.
전신인 성우기업에서 절단·절곡 제품과 선박용 엔진부품을 병행해 생산하던 강 사장은 96년 부도를 냈고, 거래처에 약속한 “이자는 몰라도 원금은 1년 안에 모두 갚겠다는 말을 6개월만에 지켰다”고 했다.
강 사장은 그 이유를 운으로 돌렸다. 부도 직전 HSD엔진의 전신인 삼성중공업 선박엔진부문과 거래했고, 그 과정에서 우연찮히 선박엔진용 가스리시버를 생산했던 것이 부도 이후 대박을 가져다 주었던 것. 조선업종은 알려진 대로 IMF체제 하에서도 호황을 누렸다.
“부도직전에 선박엔진 부품을 생산한 것에 특별한 혜안이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는 강 사장은 “그냥 운이 좋았던 것 같다”고 얼버무렸다.
‘자신을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행운이 따른다’는 말이 생각났다.

◇ 완성품을 만들어야 한다

= 창사 이후 교량용 절단·절곡 제품과 선박·발전설비 부품 등을 생산해오면서 강 사장은 줄곧 ‘완성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중간재’만 생산해서는 영원히 일정한 납품업체(대기업)의 범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이 때문에 현재 신아플랜트에서 생산되고 있는 선박엔진용 가스·에어리시버와 화공용 압력용기, 폐열회수용 보일러 등은 중간재가 아니라 하나의 완성품이다. 말로만 완성품을 외쳤던 것이 아니었다는 결론이다.
강 사장은 이같은 노력의 결과 “지금은 납품업체와 어쩔 수 없이 하는 부당한 거래를 하지 않는다”고 자신했다. 해마다 재료비·인건비 등 원가는 오르는데도 납품단가는 10년째 오르지 않는다는 중소기업 대부분의 어려움을 기업 스스로 돌파하는 단초를 마련한 것이다.
경쟁력 있는 완성품의 생산은 내수·수출 두 부문의 판로확대와 직결된다. 신아플랜트는 지난해 100억원의 매출액 중 40억원을 브라질 등에 수출했다.

◇ 가장 큰 복지는 월급이다

= 강 사장은 “직원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복지책은 월급”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현재 직원들에 지급되는 월급이 적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가능한 한 빨리 월급을 올릴 결심을 하고 있다.
“비정규직 20명을 제외한 100명의 직원 평균 연 급여가 2500만원에서 3000만원정도 된다”는 그녀는 “결국 중소기업이 인력난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이 정도의 월급에서 머물러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월급을 올리고, 젊은 사람들을 한사람이라도 더 데려오는 방법이 회사를 발전시키는 핵심이라는 것이다. 중소기업이 겪고 있는 어려움의 핵심인 ‘납품업체와의 부당거래’나 ‘인력난’ 등에 신아플랜트 강연수 사장은 나름대로의 정면돌파 정책을 쓰고 있었다.

 

 

[앞서가는 경제인]로템 창원공장 한영철 공장장
‘TPI30’ 운동으로 당기순익 작년 200배
2003년 03월 07일 (금) 이일균 기자 iglee2@dominilbo.com

이번 대구 지하철 화재로 인해 관심의 초점이 됐던 기업이 있다.
지하철 전동차 등 철도차량 전문 생산업체인 (주)로템이다. 특히 1977년 공장설립 후 변화를 거듭해온 로템 창원공장은 그간 새 사명으로 헷갈려하는 도민들에게 그 존재를 이해시키는 기회가 됐다.

이 회사는 현대차량에서 현대정공으로, 같은 업종간 빅딜 후 한국철도차량으로 이름이 바뀐 상황에서 다시 현대모비스와의 통합을 통해 지금의 로템으로 재탄생했다.
로템 창원공장의 수장인 한영철 공장장을 ‘앞서가는 경제인’으로 취재하게 된 것은 2400명이 넘는 대기업의 경영인으로서 그가 가진 철학 때문이다. 이와 함께 이번 대구 지하철 화재가 철도차량 업계에는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 지 점검한다는 의미가 추가됐다.
한영철 공장장은 대구 화재가 남긴 교훈을 먼저 거론했다.

◇재발 막기 위해서는 정부 의지가 중요

그는 “같은 유형의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앞으로 정부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서두를 꺼냈다.
우선 2000년 3월 국가검증 이전의 전동차 내장재를 불연성으로 전면 교체한다는 정부 방침이나, 화재?안전 부문의 국가검증기관 설치 등 대비책으로 거론되는 과제들의 성과가 정부의 의지에 좌우될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한 공장장은 “국가 기간시설의 담당자로서 정부와 기업이 그동안의 안전비용투자가 미흡했다는 책임을 같이 져야 한다”면서도 “이를 선도해야 할 곳은 정부”라고 강조했다.
특히 국가차원의 화재?안전 검증기관 설치와 규격화된 표준전동차 제도의 도입 등은 구체적 방안으로 제시됐다.

◇ 당기순익, 작년의 200배 

지난해 한영철 공장장이 도입한 ‘TPI 30’운동은 노동조합 등 이 회사 구성원들의 저항을 받았다.
경쟁력강화 방안으로 제시된 이 운동이 처음에는 노동강도를 높이려는 수단으로 직원들에게 인식됐기 때문이었다고 그는 설명했다. 이에 대해 그가 직원들을 설득한 논리는 “낭비를 줄이자는 것이지 작업강도를 높이는 것이 아니다”는 것.
한 공장장은 사내 철도차량.플랜트.방위산업 등 사업부문 하나 하나의 공정손실률을 직원들에게 수치로 제공, 이를 30% 이상 줄이자는 자료 설득으로 직원들을 돌려 세웠다고 했다.
그 결과 지난해 생산성은 전년에 비해 77%를 기록하는 등 획기적인 효율 상승을 기록했고, 한해 당기순이익도 전년의 200배에 해당하는 684억원을 넘었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 권한위임과 자기계발이 핵심

한 공장장은 현재 이 회사의 중역이 자신을 포함해 3명으로 얼마 전 13명에 비해 눈에 띄는 인력조정이 있었다고 밝혔다.
13명이 했던 일을 3명이 맡아서 하기 위해 그가 도입한 원칙이 ‘권한위임과 자기계발’.
한 공장장은 “이 정도의 원칙은 경영자면 누구나 강조하는 것이지만 관건은 실천과 인내”라며 “지속적인 점검과 권유로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기본에 충실하고, 원칙을 존중하자’, ‘진솔한 자세로 업무를 처리하자’는 등의 경영철학을 자신부터 실천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한영철 공장장.
그는 특히 이같은 경영철학을 노사관계의 정립에 적용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는 말로 인터뷰를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