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2월 6일 아침.
진구는 8시가 넘어서야 일어났다.
엄마 차로 함께 가지 못할 바에야 10분이라도 더 자는 게 낫다는 게 아
빠 생각이었다.
하지만 8시 20분에는 학교에 가야 한다. 8시 40분이 넘으면 지각이다. 그리고
아빠는 진구가 지각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강하다.
결국 20분에 집을 나섰다. 그것도 음식쓰레기 봉지를 든 아빠가 아파트 현관
문을 열고 먼저 나갔고, 거기서 진구를 불러냈다.
처음엔 양말도 안 신고 나왔다가 다시 들어갔고, 두 번째는 가방을 안 매고 나
왔다가 다시 들어갔고, 세 번째는 슬리퍼를 신고 나왔다가 다시 들어가 운동화
를 신고 나왔다.
1층까지 내려가 아빠가 학교 쪽으로 방향을 잡자 진구가 말했다.
“차 안타고 갈 거야?”
“응. 오늘은 그냥 걸어가. 지각 안하려면 빨리 걸어야 돼!”
체념한 목소리로 진구가 “그냥 지각할 거야…”라고 했다.
아빠는 대수롭지 않은 듯 음식쓰레기통 쪽으로 곧장 걸어가 쓰레기를 비웠다.
경비실 옆 수돗가에서 손을 씻고 나서는 아파트 울타리를 돌아가는 진구에게
다가갔다.
“좀 더 빨리 걸어! 저 앞에 애 좀 봐. 쟤 따라 걸으면 지각은 안 하겠네.”
그때 목소리가 컸던지 앞에 가던 애가 뒤를 돌아봤다.
문제는 그 뒤였다. 갑자기 진구가 발걸음을 멈추더니 아파트 안쪽으로 되돌아
왔다. 아빠가 황급하게 말했다.
“왜 그래? 왜 돌아와?”
“그게 아니라…”
“뭐가 그게 아냐? 왜 돌아 오냐니까?”
“그게 아니라…”
“뭐라 카노? 지금 안 가면 지각인데 왜 돌아와?”
그때쯤 아빠 목소리는 거의 고함 수준이었다.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아니…, 아니…”
“말을 해봐 말을 왜 그래?”
“쟤랑 가기 싫은데… 아빠가 자꾸 엮으니까…”
“… …”
“…”
“알았어…. 그냥 천천히 가….”
진구가 다시 아파트 울타리를 힘없이 돌아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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