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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원자력과 만났다

기억을 기록하면 경험을 넘어선다.

2015년 4월 21일 오후 1시.

대전 KTX역 동광장은 생각보다 멀다. 하지만 어렵잖게 언론재단 김병수 차장을 만났다. 그는 파마머리였다. 

그 전에 양산시민신문 한관호 국장을 만났다. 그도 취재기자 입장이었다.

누군가 늦게 왔다. 그래서 버스가 대전역을 출발한 건 1시 반이 넘었다. 대전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으로 간다고 했다. 2015년 4월 28일자 경남도민일보 기획 '눈 부릅뜨고 보는 원자력' 1편부터 보자.



고리원자력발전소 반경 150㎞ 안에 대부분 경남도민들이 산다. 방사능이 누출되면 몇 시간 안에 사정권에 든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원전 안전성에 대해 근본적 우려를 확산시켰다. 고리 1호기 정전 은폐와 품질서류 위조, 경주 신월성 3호기 노동자 3명의 질식사 등은 우려를 증폭시켰다. 밀양 주민들은 10년 이상 송전탑반대 투쟁을 해왔다. 원전이 생활이 된 것이다. 발생 현안 외에 우리에게 기본이 되고 상식이 되는 원자력 정보가 생기면 틈틈이 이 코너에 싣도록 하겠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원자력 연수가 있었다. '원자력·방사선 안전규제 체계의 이해'라는 제목대로 어떤 안전규제 장치가 있는지 알아보는 연수였다.

4월 21일 오후 2시 첫 방문지는 대전시 유성구 과학로의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흔히 알파벳 이니셜 'KINS'로 알려졌다.

먼저 들른 곳은 'KINS Simulator'로 원자력발전소 주제어실을 그대로 옮겨놓았다. Large Display Panel, Safety Console 등의 장치로 원전 사고 순간을 재연했다. 담당자는 "가장 큰 원전사고는 전기가 끊기는 거죠"라고 압축했다.

동북아(중국·한국·일본) 원전 수가 곧 100개가 된다고도 했다. 세계 최대 원전 밀집지역으로 3국간 안전협약이 필요하다고 했다.

2시 40분께 방사능방호기술지원본부에 들렀다. 이석호 경영기획본부장이 KINS의 역할을 설명했다.

주요 업무는 원자력 시설 안전규제, 원자력안전규제 연구개발 및 전문화, 방사선 안전규제, 국민신뢰 증진 및 원자력안전 국제협력, 방사선 비상대응 등. 구체적 내용은 원전 품질서류 위조, 계속운전 원전 안전성, 방사선 과다 피폭사례와 사건·사고·현안 발생 대응 능력 등이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누출 등 한중일 3국간 방사선감시체계도 포함된다.

본부장 설명 중 원자력 안전규제 기구와 인력 비교가 인상적이었다.

원자력안전위원회 140명, 원자력안전기술원 474명, 원자력통제기술원 78명. 이를 합한 692명이 한국의 원자력 안전규제 인력이다. 모두 30기(가동·준비)인 한국 원전 1기당 23명꼴로, 미국(37.7) 프랑스(37.9) 캐나다(44.7)와 비교됐다.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는 국무총리실 직속의 원자력 안전규제 정책 총괄기구이고, 다른 둘은 그 산하의 연구전문기구다.

위원회는 대통령이 임명·위촉하는 위원장·상임위원·비상임위원, 국회에서 추천해 대통령이 위촉하는 비상임위원 4인을 포함한 총 7인으로 구성된다. 원안위는 최근 월성 1호기 수명연장과 신고리 3호기 운영허가 심의 등 원자력 이용에 따른 안전규제로 원전 건설·운영에 대한 인허가 심의 발급, 안전성 심·검사 수행 기능으로 국민에게 알려졌다.

이 본부장이 끝으로 "국민과 소통하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기자는 소통 방안으로 지역언론 취재를 도울 수 있느냐고 물었다.

"일단은 원안위를 통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우리는 원안위를 기술적으로 지원하는 기관이거든요."

다음 방문지 역시 대전에 있는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 줄여서 KINAC이다.

국내 유일의 핵 비확산 및 핵안보 전문기관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연계 기구다. 핵 발전 원리와 핵무기 생산 원리는 어떻게 비교되는지 궁금했다. 이번 연수를 안내한 원안위 차용호 사무관이 설명했다.

"아주 다르죠. 핵발전은 핵연료를 5% 정도로 농축시키는 거라면, 핵무기는 95% 정도로 고농축시키는 거죠."

이어진 야외의 핵안보 교육·시험시설 견학. KINS나 KINAC 모두 사전 신청과 검토를 거치면 시민들 견학이 가능하다고 했다.

 △4월 28일 자 4면에 보도된 '원자력 안전기구 어떤 게 있나?' 기사 중 '경주 신월성 3호기 노동자 3명의 질식사'를 '신고리 3호기 건설노동자 3명의 질식사'로, '다른 둘은 그 산하의 연구전문 기구다'를 '다른 둘은 그 산하의 규제전문 기관이다'로, '(원안위는)총 7인으로 구성된다'를 '총 9인으로 구성된다'로 바로잡습니다.



부끄럽지만 뒤에 정정보도처럼 두 부분 내용이 틀렸다. 보도 다음날 이를 지적해주신 분이 이번 연수에 동행했던 원자력안전위원회 안전소통담당관실 차용호 사무관이었다. 

저녁을 먹을 때 경산신문 박선영 기자가 앞에 앉았다. 1년전 편집연수 때 봤던 사람이다. 연수가 갑자기 흥미로워졌다.


둘째날 오전, 원자로를 처음 봤다. 대전 원자력연구원 다목적연구용 원자로인 '하나로'였다. 들어가는데만 30분 이상 걸렸다. 이곳에서 보았던 내용은 4월 29일자 신문에 실렸다.


한국언론진흥재단 원자력 연수 둘째 날인 4월 22일 오전 9시 반 대전시 유성구 한국원자력연구원을 방문했다. 국내 유일 연구용 원자로인 하나로와 지하처분연구시설 현장 취재다.

보안 가급 시설로 카메라 소지 금지에 휴대전화 렌즈도 모두 봉합됐다. "핵물질이 단 1g이라도 유출되면 큰일 아니냐"는 이유였다.

먼저 양성운 책임연구원이 국내 원자로 타입 흐름에 대해 설명했다. 10년간 연구 끝에 1995년 만들어진 하나로→1996년 한국표준형원전 원자로→요르단연구용 원자로→아직 상용화되지 않은 사우디 수출 목표 스마트 원자로→사용 후 핵연료를 재활용할 수 있는 4세대 원자로 소듐냉각고속로 등.

이곳에서 원자로 폐로 방안이 연구된다고 했다. 1978년부터 가동된 고리 1호기 해체 관건은 제염·해체 기술 개발이라고도 했다.

안국훈 책임기술원 소개로 국내 유일 연구용 원자로인 하나로 앞에 선 시각이 오전 10시. 원자로 가동 흐름부터 설명됐다.

핵분열→MW열에너지생산→열이용 터빈 돌려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용 원자로와 달리 중성자를 이용해 기초연구를 수행한다. 1㎾는 다리미 100대의 열과 맞먹는다.

마침내 원자로 입구. 다시 신분을 확인하고 지문을 인식시켰다. 방재복을 입었더니 메케한 냄새가 나는 것 같다. 내부에 입장. 31m 높이의 원자로 옆에 방사선량률이 0.780μ㏜/h(마이크로시버트/시간)로 표시돼 있다. 방사선 자연발생량에 해당한다.

비록 가동 중지 상태지만 하단부터 몸체, 상단까지 원자로를 샅샅이 훑어볼 기회였다. 안 책임기술원은 "홍보팀에 3일 전에만 연락하면 누구든 견학할 수 있다"고 했다.

오전 11시 지하처분연구시설 앞에 섰다. 핵심 중의 핵심 과제인 방사성폐기물 처분방안을 연구하는 곳이다.

방사성폐기물처분연구부 김건영 실장이 설명했다. "중저준위는 신발이나 장갑 같은 방사능 피폭 부산물입니다. 고준위는 그야말로 핵폐기물이죠. 핵연료, 사용후핵연료라고도 하는데 아직 우리나라 고준위핵폐기물 정책은 확정되지 않은 상탭니다. 중간처리냐, 영구처분이냐를 놓고 검토하고 있는 단계죠."

'정책이 없다, 그래서 확정된 로드맵이 없다'가 한국 핵폐기물 정책의 현 상태다. 김 실장은 "원자력연구원은 2055년까지 전량 처분하는 로드맵을 제시했다"는 단서를 달았다.

세계적으로 지금까지 확인된 가장 분명한 핵폐기물 영구처분 방안은 지하 500m 암반 속에 처분하는 방안이다. 이미 처분시설을 설치 중인 유일한 국가가 핀란드. 스웨덴 프랑스 벨기에 스위스 등도 실제 규모의 암반처분 연구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 일본 캐나다 중국도 추진 중이다.

"우리 역시 모델은 지하 500m 암반 처분입니다. 그런 지형이 우리나라에 없다는 말은 맞지 않습니다. 문제는 열, 지하수, 지진, 외부 공격으로부터 안전한지 여부죠. 이런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시설 구축 능력과 입지 선정이 과제입니다."

"지하 500m 암반 속에 묻어도 영구 소멸까지 10만 년을 간다는 말은 맞습니다. 10만 년을 버텨야 합니다."

"이곳은 우리나라의 핵폐기물 처분방안을 연구하는 곳입니다. 이를 알려주시면 좋겠어요. 현 단계에서 일방적 비판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오늘부터 저희 편이 돼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리고는 연수에 참여한 기자들을 지하 120m 깊이에 ㅁ자형으로 543m 길이의 지하처분시설 연구현장으로 안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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