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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교육의 극과 극을 접했다 - S

농부 윤구병을 취재한 그날 오후,

내 아이들 즐겁게 하는 일, 내 아이들 손과 발을 놀려 함께 뛰어노는 일을 한참 생각하는 내 머릿속을 또 비집고 들어오는 게 있었다.

경남교육청이 주최한 2013학년도 대학입시 정보 설명회였다.

대표강사인 창원용호고 김종승 3학년 부장과 마산 성지여고 김인덕 교사의 강의는 흥미로웠고, 밀도가 높았다.

이제 곧 고1이 될 중3 아이들부터 곧 고3이 될 학생들, 그 학부모들로 행사장인 창원대 종합교육관은 꽉 찼다.

하지만, 대입 정보 강의의 논리는 오전의 윤구병의 논리와 정반대일 수밖에 없었다.

"SKY 밑에 서성한이, 또 그 밑에 중경외시, 건동홍숙... 이런 말 들어봤죠. 서울 소재 15개 상위대학이죠. 적어도 이 정도 목표를 가지고 입시 준비를 해야 하지 않겠어요?"

대학 서열화에 기반한 경쟁의 논리가 설명회 시간 3시간에 점철됐다. 처음에 웃고 들어갔던 아이들이 놀라움과 긴장감 속에 점점 얼어붙었다.

오전엔 아이들의 행복을, 오후엔 아이들의 성공을 표현해야 하는 내 머리도 복잡했다. 그렇게 정리했던 기사 내용이다.

 

 

"올해 대입, 마구잡이 스펙보다 전공 실적 쌓아야"
고3 '수시', 재수생 '정시' 집중…A·B형 선택시험제 첫 도입
2013년 01월 17일 (목) 이일균 기자 iglee@idomin.com

"아무리 날고 뛰어도 내신 1~2등급에 수능에서 2과목 이상 최저학력기준을 맞추지 못하면 상위권 대학은 안 돼요."

지난 15일 창원대에서 열린 경남교육청의 '권역별 찾아가는 대입정보 설명회' 분위기는 이 말에 얼어붙었다. 상위권 대학이 어딘지 설명이 뒤따랐다.

"그러면 서울 소재 15개 대학과 전국 10개 교대, 전국 주요 국·공립대가 포함되는 상위권 대학에 들어갈 확률은 낮아져요. 상대적으로 선호도가 높은 대학인데, 그 정원이 한 8만 명 되죠."

올해 4년제 대학 모집인원 37만 9000여 명 중 8만 명이라는 것이다. 그만큼 올해 대학입시에서 수시모집의 비중이 늘고, 그에 따라 내신등급과 수능성적 최저학력기준의 중요성이 강조된다는 의미였다.

이날 강사로 나선 창원용호고 김종승, 마산 성지여고 김인덕 교사의 다소 거친 표현이 계속됐다. 하지만, 표현 속에 2014학년도 대학입시의 변화와 특징이 압축됐다. 이들은 학국대학교육협의회와 경남교육청 대학진학전문위원단 대표강사다.

"올해 고3이 될 학생들은 정시는 아예 없다고 생각하고, 수시에 집중하세요. 정시는 특목고와 재수생 용이라고 보면 됩니다. 현실적으로 이들보다 수능 성적을 더 받기는 어렵습니다."

"수시합격=수능최저학력기준입니다. 국어·영어·수학 과목의 A·B 선택형시험에 대비해 자신의 희망전공에 필요한 2과목 이상 최저학력기준을 넘겨야 합니다."

"이제 스펙시대는 지났습니다. 이제는 핵심이 전공적합성이죠. 스펙 쌓는다고 이것 저것 할 것이 아니라 희망하는 전공을 일찍 정하고, 그에 필요한 스펙을 쌓도록 해야 합니다."

"수능 점수는 올리기 쉬워도 내신 등급은 올리기 어렵습니다. 수능 대박은 3월 전국연합 시험을 수능 때 그대로 받는 것입니다."

처음에 웃으면서 강의를 듣던 참석자들은 강의 중간부터 웃음소리가 잦아들었다. 각박하고 엄혹한 경쟁의 틈바구니를 실감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날 500여 명의 참석자들은 올해 고3이 될 학생과 학부모부터 이제 고교에 진학할 학생·학부모까지 폭이 넓었다.

언급된 내용을 부연 설명할 필요가 있다. 우선 고교의 전체 내신등급은 9등급으로, 상위권 진학 가능 등급이 1~2등급이라는 의미다. 이날 강사들은 전국의 상위권 대학에 올해 시험을 칠 37만 9000여 명의 수험생 중에서 8만 명 정도가 진학할 수 있다고 봤다.

선택과목을 포함해 모두 5과목 시험을 치는 올해 수학능력시험은 11월 7일 목요일에 진행된다. 이 시험에서는 국어·수학·영어 3과목에서 난도가 낮은 A형과 높은 B형 선택시험제가 처음 도입됐다.

이중 논술과 입학사정관제, 학생부전형과 적성고사전형, 특별전형 등의 수시모집으로 25만 1000명(66.2%) 이상을 뽑게 된다. 수능성적과 내신성적을 위주로 전형하는 정시모집 수는 그만큼 감소한다.

이처럼 올해 진행될 2014학년도 대학입시의 특징은 수시모집의 확대와 난이도별 선택형 수학능력시험으로 압축됐다. 입학사정관제전형 확대도 추가됐다.

강사들은 이날 결론에 해당하는 일상적 입시전략을 이렇게 압축했다. 올해 고3뿐만 아니라 고교 1~2년생들에게 주는 당부였다.

△평소 학교생활을 충실히-입학사정관제 추천서나 학생부 기록 행동특성 등을 위해 △학교시험 한달 전에 내신성적 향상에 몰입을. 평소에는 수능 준비 △토요일 교내·외 활동으로 스펙을 △지원대학 학과를 미리 정한 후 수준별 수능에 대비 △교내·외 경시대회에 적극 참여해 교내·외 수상 및 참여 경력을 쌓을 것 △방학 중 대학체험캠프 적극 참여해야 수시 1단계 서류통과에 이점 △입학사정관제 준비와 자기소개서 완료는 2학년 말 △수시를 위해 2학년 활동을 내실있게 △많은 실적은 오히려 독. 전공적합성을 고려한 실적을.

권역별 설명회는 16일 오후 2시 경상대학교 국제어학원, 21일 오후 2시 김해장유문화센터 등으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