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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학교비정규직 노동자 이야기

급식소 조리사와 조리원, 과학실험과 교무실무원, 사서와 돌봄강사 등 경남도에는 학교비정규직(학교회계직) 노동자가 전부 83개 직종에 2만명 가까이 된다. 전체 교원과 교육전문직 등 정규직은 3만5000여명. 절반을 훌쩍 넘긴다.

1990년대 IMF 이전만 해도 학교비정규직은 거의 전무했다. 급식이 이뤄지지 않은 탓도 있지만, 비정규직이라는 개념 자체가 학교에 없었다. 이는 비정규직이라는 특수한 고용형태 없이도 학교가 운영될 수 있다는 반증 근거가 된다.

올 한해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우개선, 신분보장 요구는 지속적으로 전개됐다. 하반기에는 11월 9일 전국 총파업과 관련 법제화 요구 등 쟁점이 됐다. 600만명을 훌쩍 넘긴 한국의 비정규직 노동자 중 학교비정규직이 차지하는 비율이 작지 않다. 앞으로도 비정규직 철폐와 정규직 전환 흐름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올 한해 학교비정규직 관련 기사를 통해 이들의 상황을 들여다보자.

 

 

 

경남 학교 비정규직 노조 출범
출범식·결의대회 열고 교육감 직접고용 촉구
2012년 04월 30일 (월) 이동욱 기자 ldo32@idomin.com

전국 학교 비정규직 노동조합 경남지부가 28일 오후 도청 앞에서 출범식과 2012년 투쟁 선포 결의대회를 열었다.

경남지부는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도교육감 직접 고용 등을 촉구했다.

이날 양산·거창·사천·김해·함양·진주·창원 등에서 모인 비정규직 노동자 800여 명(주최 측 추산)이 참석했다.

학교 비정규직은 영양사와 조리사·과학보조원·사서·교무실무사·교육복지사 등 80여 개 직종이 있으며, 낮은 임금이나 정규직과의 차별 등으로 열악한 노동 환경에 처해 있다.

도내 1만 2000여 명, 전국 15만 명으로 추산된다.

   
 
 

28일 경남도청 앞 공터에서 열린 전국 학교 비정규직 노동조합 출정식. /김구연 기자

 

 

 

 

이들은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와 학교장의 직접 계약은 재량권 남용으로 많은 노동자의 고용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이를 없애려면 교육감이 직접 고용해야 한다"며 "2011년 국회에서 김선동 의원이 학교 비정규직 공무원 전환 특별법을 발의해 정규직화 방안까지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황경순 경남지부장은 대회사를 통해 "교육감을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했지만, 완강히 거부당했다. 고용부에서 단체교섭에는 교육감이 나와야 한다고 법리 해석을 하고 있다"면서 "유령처럼 더는 가만히 있어선 안 된다. 우리는 투쟁으로 학교 현장을 바꿔내고 있다"고 말했다.

경남지부는 △역사적인 첫 임금 인상, 단체협약 체결 투쟁 승리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우리 사회 모든 비정규직 철폐 △교육감 직접 고용을 위한 투쟁 등을 결의했다.

이와 관련해 도의회에서는 학교 비정규직 교육감 직고용 관련 조례가 추진 중이며, 내달 토론회가 열릴 예정이다.

출범식 이후 참석자들은 "고영진 교육감은 각성하라"고 외치며 도교육청 정문까지 행진했다.

현재 경남지부 조합원은 2000명, 올해 5000명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허리 쑤시고 어깨 결려도…잘릴까봐 아프다 말 못해
여성비정규직지원센터 조사, 급식소 조리원 448명 88.6% 근골격계 증상
2012년 05월 07일 (월) 최윤영 기자 cyy@idomin.com

급식소 등 학교에서 일하는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주로 근골격계 질환에 시달리고 있지만, 직업 불안정성으로 인해 하소연도 제대로 못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남여성비정규직근로자지원센터(센터장 이옥선) 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상자 448명 중 88.6%가 근골격계 증상을 앓고 있고, 10명 중 3명은 즉각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경남여성비정규직센터가 지난 4일 민주노총 경남지부에서 연 '여성비정규직노동자 건강권 토론회'에서 이들 학교의 여성노동자들은 '비정상적 노동환경→비정규직이라 눈치를 보게 됨→치료 시기를 놓치고 질병이 만성화'되는 악순환을 겪고 있다고 소개됐다.

비정상적 노동환경이란 부자연스러운 자세로 휴식 없는 반복작업을 하는 경우다. 조사결과 허리를 비틀거나 굽히는 사람 149명(66.2%), 허리를 써서 물건 옮기는 사람 89명(39.7%), 팔을 가슴보다 높여야 하는 사람 98명(39.7%), 분당 20회 이상 손목을 움직이는 사람 112명(49.8%), 목을 비튼 자세로 있어야 하는 사람 51명(22.7%)으로 나타났다.

면접조사에서 드러난 급식소 조리원들의 노동실태는 심각했다.

"팔꿈치, 어깨, 다리관절, 뒤꿈치 등 안 아픈 데가 없다"면서 "재료를 자르거나 식판을 씻는 동작마다 1300번을 반복해야 한다."

"매일 9명이 점심 저녁밥 2600명분을 한다. 8시 20분 학교에 들어가면서 팔, 다리, 어깨가 쑤셔오고 한숨이 나온다. 음식 재료를 빨리 썰어야 하기 때문에 수천 번 반복하다 보면 손과 팔에 감각이 사라진다. 밥 짓는 기계를 돌리고 국을 끓이다 보면 오전에 화장실 한번 갈 시간이 없다. 점심밥 준비를 하고 처음으로 화장실에 간다. 화장실에서 작업복이 땀에 젖어 옷을 내리기 어렵다. 생리가 있는 날이면 고통이 늘어난다."

"식판 1300개를 씻고 청소를 한다. 급식실 바닥은 미끄럽고 위험하다. 집에 갈 때면 손이 부어 고무장갑이 잘 벗겨지지 않는다. 동료 대부분 파스를 붙이고 일을 한다. 학생 시험치는 날 저녁밥이 없는 날은 모두 병원에 간다. 다른 때는 병원에 갈 시간이 없다. 아파서 빠진다는 것은 생각하기 어렵다."

또, 한 특수교육보조원은 "병원에서 산재를 끊으면 학교장 직인을 받아야 공단에서 실태조사를 나온다고 들었다. 무기계약인데 재계약 안 될까 봐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여성비정규직센터 서향미 연구원은 "비정규직이라 눈치가 보이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산재를 인정받으려면 진단 외 여러가지를 증명해야 하는데 바쁜 노동시간과 이후 불이익에 대한 불안으로 개인이 감당하거나 참으며 증상이 악화된다"고 전했다.

경남도의회 교육위 조형래 의원은 "산업안전보건법에 사업주는 노동자에게 쾌적한 작업장과 노동자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의무가 있다. 하지만, 정기적인 산업안전보건교육(50.2%), 근골격계 질환관련 예방교육(75.9%), 산업재해보상보험(80.8%)을 받지 못한다고 답해 건강권 침해가 심각하다"면서 "학교 비정규직 차별 철폐 첫 단계로 △고용불안 △임금차별 △근로조건 차별 △불규칙한 근무시간 △경력 불인정을 막는 교육감 직고용 조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재 경남지역 내 초중고 조리사, 조리원, 특수교육보조원, 과학실험보조원은 72.8%가 무기계약직이다. 나머지는 계약직 또는 수습 26.6%, 파트타임 0.6%로 조사됐다. 학교비정규직 노동자 월평균 소득은 97만 원으로 최저생계비 수준이었다.

반복 동작으로 말미암은 근골격계 질환을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적절한 휴식이다. EU(유럽연합) 기준은 50분 노동 후 10분 휴식이다. 그러나 조사대상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적절한 휴식을 하는 노동환경은 말 그대로 먼 나라 이야기였다.

 

 

 

[사설]학교부터 비정규직 처우 개선을

2012년 05월 08일 (화) 경남도민일보 webmaster@idomin.com

급식소 등 학교에서 일하는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우가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은 몇 년 전부터 제기됐지만 아직도 나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여전히 저임금과 불안한 노동환경 속에서 10년 넘게 일해도 경력을 인정받지 못하며, 각종 근골격계 질환에 시달리고 있지만 직업의 불안정성으로 제대로 표현도 못하면서 질병이 만성화되고 있다. 경남여성비정규직근로자지원센터의 조사 대상자 88.6%가 근골격계 증상을 앓고 있고, 10명 중 3명은 즉각 치료가 필요한 상황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무기계약직이다 보니 몸이 아파도 다시 계약되지 않을까봐 아프다는 말도 못하고 쉬지도 못한다. 집에 갈 때면 손이 부어 고무장갑이 잘 벗겨지지 않을 정도다. 몸이 아프면 파스를 붙이고 일을 하다가 학생들이 시험치는 날이나 저녁밥이 없는 날이 되어야 병원에 간다. 산재를 인정받으려면 학교장 직인을 받는 등 여러 가지 증명을 해야 하니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실정이다.

학교에서의 비정규직 차별은 급식소 조리원들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도내 학교에 근무하는 비정규직 여성들의 경우 초·중·고 조리사, 조리원, 특수교육보조원, 과학실험보조원은 72.8%가 무기계약직인데, 월평균 소득은 97만 원으로 최저생계비 수준이라 한다. 합리적인 경영과 고용 확대 미명 하에 비정규직이 학교에 마구잡이 도입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정규직종 중에서도 가장 안정적이라는 교직원들과 대조적으로 공무원도 아닌데 공무원으로서의 말단 호봉을 강요받으며 내일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불안한 상황 속에서 아이들의 건강과 교육을 직·간접적으로 떠맡고 있다.

우리 사회는 그동안 아이들의 건강을 위해, 그리고 차별없는 교육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친환경 무상 급식에는 관심을 기울이면서도 정작 아이들의 급식이나 교육을 돕고 있는 학교 비정규직들의 건강하고 차별 없는 노동조건에는 무관심했던 면이 없지 않았다. 다른 곳도 아닌 학교 현장에서 비정규직 차별이 공공연히 일어나고 있다는 것은 교육적인 면에서도 매우 좋지 않다.

인권과 노동의 신성한 의미를 깨닫게 하는 건강한 교육을 실현하기 위해서라도 더 이상 학교비정규노동자들의 차별을 방치해선 안 된다. 고용안정 보장과 함께 비정규직 남용규제, 복리후생 및 사회보장 확대를 서둘러야 할 시점이다.

 

 

 

학교 비정규직 '진짜 사용자' 교육감이 고용해야"
학교 회계직 직고용 조례 보류 논란…도내 1만 1926명, 높은 노동강도·고용불안
2012년 09월 19일 (수) 이일균 기자 iglee@idomin.com

학교회계직 직원의 경남교육감 직고용을 규정한 '경상남도교육청 공무원이 아닌 근로자 임용 등에 관한 조례안'이 18일 경남도의회 본회의에서 심사 보류됐다. 하지만 이는 도내에서만 1만2000여 명에 이르는 학교회계직 직원들의 고용과 노동실태에 대한 관심을 촉발한 계기였다.

학교의 교직원은 교사와 교육전문직 공무원, 학교회계직 직원으로 나뉜다. 행정실장 등 행정업무를 전담하는 교육전문직 외의 교직원들이 회계직이며, 민주노총 등에서는 이들을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로 통칭한다. 경비원과 계약직강사, 교무실무원과 사서, 급식소의 영양사·조리사·조리원 등 우리가 흔히 아는 직종을 포함해 도내 전체 회계직종만 83개다. 인원만 해도 도내에서 지난 3월 기준으로 1만1926명에 이른다.

이들은 대부분 계약직으로, 학교장이 채용한다. 그러다 보니 학교장이 바뀌거나 학교사정에 따라 근무조건이나 재고용 여부가 불분명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관련 사업이 중단되거나, 학생 수가 줄어들면 해고될 수밖에 없고, 계약기간이 만료되는 연말만 되면 민감해지고 심지어 동료들 사이에 눈치 보기 같은 것이 생긴다. 그래서 나온 주장이 도내 학교회계직 직원을 경남교육감이 직고용하자는 것이다.

 

◇조례안의 발의 취지 = 이 조례안은 지난 5월 도의회 조형래(교육1) 의원과 석영철(통합진보당·창원4) 의원이 공동 발의했다. 소관 상임위인 교육위에 6월 상정됐지만, 심의조차 하지 않고 보류해 논란이 됐다.

18일 교육위에서 조형래 의원이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1만2000명에 달하는 도내 학교회계직원을 학교장이 임용하고 있으나 이들에 대한 처우나 복지는 도교육청에서 일괄하여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실질적 사용자는 도교육감이다. 실질적 사용자인 교육감의 위치를 인정하고 교육감 직고용 조례를 제정하자"는 취지였다.

그리고는 전국 시·도 교육청별 교육감 직접고용 추진 현황을 제시했다. 경기도와 광주시 등의 교육청에서는 이미 학교비정규직 노동자의 교육감 직고용 조례를 제정·시행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올 2월 계약제 직원 임용제도 개선계획을 발표한 강원도와 영양사에 이어 다른 직종까지 교육감 직고용을 확대하고 있는 전북, 공립 초·중·고교 교무행정사와 영양사, 조리사와 조리원을 교육장이 임용하는 전남 등의 사례까지 언급됐다.

그렇다면 조례안의 내용은 어떨까.

총 12조와 부칙으로 구성된 안은 제1조(목적)에 '경상남도교육청 본청·직속기관·지역교육청과 학교에 근무하는 공무원이 아닌 근로자의 채용절차와 관리기준을 마련하여 공무원이 아닌 근로자의 근로관계를 명확히 하'는데 목적을 두었다. 그리고 제7조(임용)에 '교육감이 공무원이 아닌 근로자를 임용한다'고 정했다.

이에 대해 조형래 의원은 "핵심내용은 교육감에게 학교비정규직의 채용 및 정수 및 대우에 대한 관리책무를 명시하고, 종합적인 복무관리계획을 수립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그렇게 되면 과원과 결원에 대비한 인력풀 제도의 이용도 가능해, 탄력적이고 유연한 인력운영으로 고용안정과 행정의 효율성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이었다.

 

◇학교회계직 직원들의 고용 실태 =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황경순 경남지부장은 지난 5월 도의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학교회계직 직원들의 고용불안 요인을 밝혔다.

고용 불안을 유발하는 학교 내·외부 요인이 상존한다는 요지였다. 학교장을 포함한 관리자가 노사 문제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무기근로 계약자가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갈 경우 경력인정은 되지만 계약자가 학교장인 관계로 무기계약으로 승계되지 않아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는 실정도 전했다.

가장 큰 문제점이 학교장의 임의적 노무관리라고 했다.

 

   
 

전국학교 비정규직 노동조합 경남지부가 학교비정규직 교육감 직고용 조례 제정 촉구 집회를 열었다. /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경남지부

 

 

공무원의 경우, 임용·신분보장·권익보호 및 단체교섭(협약) 등에 대하여 공무원법 등 관계법령에 규정돼 있는 반면 학교회계직의 경우는 취업규칙에 직원의 채용에 관해 학교장의 권한을 개괄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학교장의 임의적 판단과 행위를 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었다. 그 결과, 근로기준법이 준수되지 않는 부당노동행위가 발생하고, 휴가 사용 등 복무규정을 엄격히 통제하여 직업병과 산재율이 증가한다고 했다.

같은 회계직원인데도 '학교장 재량'이라는 명목으로 학교에 따라 다른 근로조건도 다반사라고 했다. 학교장의 임의적인 판단과 행위에 의한 불법·부당한 노무관리를 통제하기 위해 교육청 차원의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었다.

황경순 지부장은 대표적 사례로 학교급식실 운영 실태를 제시했다. 우선 병가, 휴가 등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이다. 한 명이라도 빠지면 동료들의 노동 강도가 높아질 것을 우려해 휴가 사용을 자제하기도 하고, 통제도 심하게 이뤄진다고 했다. 보건휴가는 사용하지 않으면 보상이 되지 않는다는 점도 추가됐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기준이 국가기관인 학교에서조차 지켜지지 않는다는 점도 언급했다. 특히 영양사, 조리사, 사서 등의 직종은 학교내에서 하는 일은 같지만 10년 차 경력자를 서로 비교하면 그 격차가 상당하다고 했다. 정규직 공무원은 호봉제로 계속 상승하지만, 비정규직은 60% 정도이기 때문에 세월이 갈수록 격차가 벌어진다는 것이다.

 

◇경남교육청의 입장은 = 18일 도의회 심의과정에서 경남교육청 관계자는 "노사가 충돌하고 투쟁해야 대안과 해법이 도출되던 시대는 지났다. 머리를 맞대고, 서로 양보하고, 고통분담을 해야 한다"면서 "임용권 변경문제로 지역사회가 대립·분열하기보다는, 교육청이 학교회계직원의 실질적 처우개선을 위해 전념할 수 있도록 조례 제정을 유보해달라"고 요청했다. 학교회계직원들의 고용안정을 위해 인력풀제의 범위를 확대하고,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조건을 달았다.

이는 지난 5월 도의회 토론회 당시 석철호 교육행정사무관이 밝혔던 입장과 같았다.

당시 그는 조례안의 문제점으로 인력관리의 비효율성을 먼저 들었다. 교육청 단위에서는 대규모 인원이 필요한 경우 1~2년에 한 번씩 공개경쟁시험으로 모집이 가능하지만, 학교회계직원처럼 단위 학교에서 수시로 필요한 소규모 인력은 그렇게 하기 힘들다고 했다. 1만2000명에 이르는 회계직원들과 일일이 사법상 계약을 체결하는 것도 불가능하다고 했다.

다음으로 고용 안정의 문제를 들었다. 예를 들어 함양지역에서 근무하다 자리가 없어질 경우 멀리 창원지역으로 발령날 수도 있는데, 가능하겠느냐는 논리였다. 교육감으로 임용권을 변경한다 할지라도 경기·강원과 같이 다시 학교장에게 위임해 버리면 사실상 지금 상태와 같다는 근거도 댔다.

노동법상 '사용자'가 반드시 법인격성이 있어야 하는가라는 의문도 제기했다. 고용노동부의 행정해석은 '사용자'가 반드시 권리·의무의 주체가 되는 법인격이 있어야 하고, 학교는 영조물에 불과해 권리능력이 없어 '사용자'가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근로기준법(또는 노조법)상의 '사용자'의 정의에는 사업주, 사업경영담당자뿐만 아니라,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위하는 자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사용자가 반드시 법인격성이 있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일부 시도에서 이런 조례 또는 규칙 제정을 했거나, 추진중이라고 해서 경남이 이를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내세웠다. 그런 논리라면 직고용 조례 제정을 추진하지 않는 교육청이 훨씬 많다고도 했다.

결론으로, 현재 서울교육청에서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충남교육청에서 '사용자 적격'문제로 행정소송을 제기할 계획으로 있으므로, 사법부의 판결이 나면 이 문제는 자연히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때까지 심의를 보류하자는 입장이었다.

 

   

 

 

 

 

[사설]'학교직원'이라 불러도 비정규직
2012년 10월 05일 (금) 경남도민일보 webmaster@idomin.com

학교 비정규직원들의 처우와 고용에 대해 최근 교과부가 개선안이라고 내놓은 것을 보니 빛 좋은 개살구란 속담이 바로 떠오른다. 단맛도 신맛도 무엇 하나 제 맛이 안 나고 그저 싱겁기만 하다. 우선 그동안 학교회계직원이라고 불렀던 것을 법률을 개정해 '학교직원'으로 부르겠단다. 교직원은 교사와 교육전문직 공무원을 제외한 나머지 계약직 강사와 교무실무원, 사서, 영양사와 조리사, 경비원 등 약 83개 직종을 통칭하여 학교회계직이란 알쏭달쏭한 이름으로 불러왔다. 이들에게 이제 학교직원이란 새 이름을 부여하겠다는 것이다.

얼핏 듣기로는 그럴 듯하지만 실속이 따르는 방안인지는 부정적 의견이 훨씬 많다. 전국 유·초·중·고에 근무하는 학교직원은 15만 명 정도로 이들 중 5분의 4가 상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7만 명 정도만 무기계약직인데 나머지 상근자들도 앞으로 3년 내에 모두 전환하겠다는 자랑이다. 참 좋은 말 같지만 다시 곱씹어 보면 이들을 아예 제도화해 비정규직으로 영원히 묶어 두겠다는 소리에 다름아니다. 무기계약 범위에 대해서도 다시 따져봐야 한다. 일례로 정부가 방과 후 학교를 외주화 하면서 초등 돌봄 강사들은 그나마 무기계약 대상에서 빠졌다. 교과부 안에는 처우 개선이랍시고 시·도교육청의 재정 상황과 여건에 따라 직종별·근무기간별 연봉 체계를 도입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100만 원 안팎의 쥐꼬리 만한 월급을 놓고 그것도 각 학교 사정에 따라 조금씩 높여주겠다는 말이니 그 또한 신통하게 들릴 리 없다.

학교비정규직 문제 해결은 겉으로만 번지르르하게 재포장한 안으로는 실효를 거둘 수 없다. 고용계약 관계 자체를 먼저 정립해야 그 다음의 보완책이 빛을 발할 수 있다는 점은 이미 경험으로 입증된 바 있다. 경남교육청의 경우 안타깝게도 교과부의 개선안이나 타 지자체보다 훨씬 뒤처지는 차원에서 멈칫대고 있다. 현재 고용부나 노동위원회에 따르면 초중등학교의 교섭당사자는 해당 교육감으로 되어 있다. 당연히 고용과 관련한 인사권도 학교장이 아니라 교육감이 행사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할 것이요, 따라서 직접 고용하는 게 맞다. 학교직원으로 명칭을 바꿔도 비정규직 상태는 바뀌지 않을 것이다. 이름 고쳐가며 더 혼란스럽게 할 게 아니라 본질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게 정답이다.

 

 

 

전담사서 고작 1년 계약직…독서 지도교육 한계

일반교사, 수업·도서관 관리 겸해…사서교사 무기계약 전환 등 시급
2012년 10월 16일 (화) 이일균 기자 iglee@idomin.com

경남교육청의 '2012 경남 독서문화축제'는 독서체험교육 확산이라는 성과와 전문 사서가 없는 도내 710여 개 학교도서관의 현실을 함께 드러냈다.

마지막 날인 14일 오전 창원시 용지문화공원 행사장 6번 '학교도서관을 생각하는 사람들의 모임' 부스가 부산했다. 초등학생들은 물론 그보다 어려 보이는 아이들이 부스 앞 책상에 놓인 그림책을 먼저 보고, 안쪽으로 옮겨 가 자신이 선택한 책 속 캐릭터를 직접 제작하는 체험과정이 진행됐다.

이 모임 회원으로, 각 학교에서 도서관 담당 업무를 맡고 있는 일반 교사 4~5명이 정말 눈 코 뜰 새 없이 움직였다. 모임 회장인 창원 안골포초교 이동림 교사가 "요즘은 아이들에게는 책을 읽게 하는 것 보다는 갖고 놀게 해야 돼요" 하면서 체험과정의 취지를 먼저 설명했다. '재미 있는 독서 활동'이 요즘 독서지도 교육의 대세라는 것이다. 이런 취지의 독서문화 체험활동은 독서문화축제가 지향하는 행사 목적에 부합한다.

 

   

 

이어 그는 각 학교에서 도서관 담당 업무를 하고 있는 일반 교사들과 임용고시를 통해 임용된 사서교사 등 모임 구성원과 함께 도서관활용수업, 그림책읽기, 북아트연구와 독서놀이 등의 소모임 활동도 소개했다. 그리고는 일반 교사들의 학교도서관 겸업에서 발생하는 문제점도 제시했다.

"정식 사서교사가 있거나, 계약직 전담 사서가 있는 학교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일반 교사들이 관리 책임을 겸하죠. 수업과 별도 업무를 맡고 있는 교사들이 직접 도서관을 관리하기는 어려워서 학부모나 학생들이 그 일을 대신해서 맡는 경우가 있어요. 그러다보니 학생 개개인의 특성을 고려한 도서 대출이나 독서와 수업의 연계는 부족해질 수밖에 없어요."

절대적으로 부족한 사서교사나 계약직 전담사서의 수로 인해 학교도서관을 통한 일상적인 독서교육이 미흡하다는 의미였다. 이동림 교사는 특히, 사서교사 확대가 독서연계교육의 해답이라는 의견이었다. 이는 전담사서들의 요구와 통한다. 계약직 전담사서들의 모임인 경남학교도서관사서회 또한 줄곧 사서의 확대와 함께 같은 학교 안에서 장기적인 독서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현재 1년 계약제로 돼 있는 사서직의 무기계약직 전환을 주장해왔다.

경남학교도서관사서회 김유미 회장은 "지난해부터 도교육청이 1년 전담사서 공모제를 시행한 후 사서가 몇 년 동안 있다가 없어진 학교가 많다. 그 자리에 학부모나 아이들이 사서를 대신해서 도서대출을 하고 있다"면서 "몇 년 동안 공을 들여 쌓은 탑이 무너지는 격이다. 이건 정말 아니다. 독서교육은 한 해만 반짝 해서 될 일이 아니라, 같은 학생을 상대로 꾸준히 이뤄져야 할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경남교육청 교육과정과의 독서업무 담당 황현경 주무관이 현재 도내 학교도서관 관련 통계를 먼저 전했다. 초·중·고교 별로 학교도서관 수가 940개에 공·사립 사서교사가 44명, 계약직 전담사서의 수가 185명이라고 했다. 나머지 710여 개 학교에서는 일반 교사의 관리 형태다.

우선, 사서교사의 확대 필요성에 대해 황 주무관은 "이는 교원의 임용에 관한 일로 도교육청의 소관 사항이 아니다"고 했다. 2000년 이후 지금까지 39명의 공립 사서교사가 임용됐지만, 그나마 2010년 이후에는 전무하다는 설명도 했다.

각 학교별 전담사서의 확대 채용에 대해서 황 주무관은 "매년 50억 원이 되지 않는 사업비가 100% 지방비로 지출된다. 그중 사서 인건비가 27억~29억 원 정도다. 정부의 지원이 없는 현 사업비로는 더 이상 확대 채용이 어렵다"고 밝혔다.

계약직 사서의 무기계약직 전환도 그래서 어렵다고 했다. "고정된 사업비로 더욱 많은 학교도서관에 지원혜택을 주려면 사서를 채용할 기회를 나누는 방법밖에 없다. 그런데 지금 일하는 사서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면 한 학교에서 계속 근무해야 하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가 없다"는 근거였다.

명확한 현실적 한계를 내세우는 경남교육청과 그 현실 속에서 실질적인 독서교육이 구현되지 못한다는 문제점을 지적하는 사서들 어떻게 해결돼야 할까?

 

 

 

학교도서관 75.5% 사서 없이 '도서대출 창구' 역할만

[사서 없는 학교 도서관] (하) 도내 사서배치율 고작 24.5%뿐
2012년 10월 17일 (수) 이일균 기자 iglee@idomin.com

창원의 ㄱ초교는 지난 8년 간 학교도서관에 전담 사서가 있다가 올해 없어졌다. 지금은 학부모가 사서 업무를 대신한다. 대신 한다고 해봐야 사서의 정식 업무는 아니다. 책을 대출해주는 정도다.

사서 자격을 가진 사람만 할 수 있는 전문 영역은 한 둘이 아니다. 책 목록을 정하고, 분류하고, 대출하는 과정에서 사서의 전문성과 안목이 작용한다. 학생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주제를 선정하고, 행사를 하는 일도 마찬가지다. 도서관 활용수업과 협력수업 비중도 크다. 도서관에서 담당 교사와 사서가 함께 수업을 지도하는 형태다.

그런데 학교도서관에 전문 사서가 없는 경우에는 이 모든 활동이 중단될 수밖에 없다.

 

◇사서가 있을 때와 없을 때의 차이 = 창원 ㄱ초교는 2004년부터 전담 사서를 두었다가 올해부터 없어졌다. 책 구입비 등 도서관 운영비가 미흡하다는 이유로 경남교육청의 학교도서관 사서 공모에서 탈락했다. 그래서 지금은 책 대출·반납 등 일상적인 도서관 관리를 학부모가 맡고 있다. 전담 사서가 있을 때와 지금 학부모가 하는 업무의 차이는 어느 정도일까.(표1)

지난해 이 학교 도서관은 8시 40분에 문을 열어서 도서 대출과 반납 활동을 시작했다. 수업시간에는 도서관 정리를 하고,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 방과 후 대출·반납 활동이 계속됐다. 이 과정에서 사서는 학생들의 특성을 고려한 대출 권장 활동을 했다. 학생들이 물어오기도 하고, 직접 추천을 하기도 했다. 책은 분기별로 새롭게 구입했다.

주기적인 행사나 이벤트로 학생들의 관심을 이끌기도 했다. 4월 책의 날 행사나 방학 중 독서교실, 10월 독서의 달 행사, 그림책 원화 전시 등 여러 행사를 준비했다.

 

   
 

경남교육청 독서문화축제 '학교도서관을 생각하는 사람들의 모임' 부스. /이일균 기자

 

 

도서관 활용수업 보조 역할도 사서의 몫이었다. 학년별로 1주일에 한번 정도는 도서관 수업을 하게끔 계획을 잡고 있고, 계획대로 실행됐다. 관심이 높은 교사는 정해진 시간 외의 도서관 활용수업을 했다.

하지만 전담 사서가 없어진 올해부터는 도서관 활동 자체가 기본적인 대출·반납 활동으로 줄어들었다. 학부모들이 돌아가면서 도서관 관리 업무를 맡고 있기 때문이다. 전담 사서가 할 수 있는 전문적 활동이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학생들 개인 특성을 고려한 도서 대출은 더 이상 하기 어렵다. 정기적인 행사나 이벤트를 통해 학생들의 관심도를 높이는 활동도 생각하기 어려운 조건이 됐다.

중·고교 학교도서관의 경우, 사서의 업무에 방과 후 독서동아리 활동 보조나 지도가 추가된다. 학교마다 도서부 형태로 독서동아리가 있고, 이들이 방과 후나 야간자율학습 시간을 이용해 동아리 활동을 한다. 특히 경남교육청은 '사제동행' 등 독서동아리 활동을 권장하고, 예산지원까지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사서가 없다면, 활동의 전문성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예산부족 현실 어떻게 극복하나 = 경남교육청에 따르면 현재 도내 학교도서관은 지난 4월 기준으로 954개교 중 934개교에 있다. 그 중 임용고시를 통과한 사서교사가 39명, 기간제 교사가 5명이다. 비정규직 사서는 185명이다.

학교도서관이 있는 476개 초등학교 중 사서교사나 사서가 있는 곳은 109개교에 불과하다. 중학교는 265개교 중 50개교로 더 적고, 고교는 185개교 중 42개교에 그친다.

도서관이 있는 학교 전체 934개교 중 75%가 넘는 705개교에 사서가 없어 위와 같은 현실을 겪는다. 전문인력 배치율이 23%를 겨우 넘는 수준이다. 이는 광주시 81%, 각각 70%를 넘는 서울과 대구시, 경기도 69% 등에 비해 현저하게 낮은 비율이다. 물론, 경남보다 더 낮은 지역도 있다.(표2-1)

1년 단위의 단기 계약직으로 신분 보장이 되지 않는 것은 물론, 같은 학교 안에서 도서관업무의 연속성을 보장할 수 없는 경남의 현실에 비해 이미 무기계약직으로 전환시킨 곳도 많다. 전북과 강원은 100%, 광주와 충북은 80% 이상, 경기도는 60%가 무기계약직이다.(표2-2)

하지만, 사서의 확대와 무기계약직 전환에 대해 경남교육청은 현실적 한계를 내세운다.

독서업무를 담당하는 교육과정과 황현경 주무관은 "사서교사 임용은 공무원 임용에 관한 일로 교육청에 권한이 없다. 학교도서관 지원을 위해 올해 49억 원이 집행되고 있고, 그 중 전담사서 인건비만 29억 원에 이른다. 이는 100% 지방비다. 한정된 예산으로 여러 학교에 혜택을 나누어주기 위해서는 매년 공모를 통해 일정한 수를 유지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창원의 한 고교에서 진행됐던 도서관 협력수업 모습. /경남학교도서관사서회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면 같은 학교에 배치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공모 원칙과도 어긋난다는 것이다.

황 주무관은 또, "1년 단위로 공모를 하지만, 한 해만 지원하고 그치는 경우는 없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제도를 운영하는 만큼, 일방적 비판이나 지적보다는 격려하고 협력할 필요가 있다"면서 "내년에도 인건비 상승에 따라 몇 억 원 예산이 늘어날 뿐, 도서관 수나 인력이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경남도의회 석영철(통합진보당·창원4) 의원이 지난 9월 도의회 5분 발언을 통해 대책을 내놨다. "2011년도 경남교육청 불용 예산이 1000억 원에 이르고, 2012년에 26억 원이었던 만큼, 예산을 나눌 경우 방법이 나올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그러면서 '책 읽는 학교'를 특색과제로 내세울 수 있느냐"는 지적도 덧붙였다. 도교육청의 의지 문제라는 것이다.

 

   

 

 

 

학교비정규직, 총파업 돌입하나

노조, 다음달 6일까지 전국서 찬반투표 진행
2012년 10월 23일 (화) 이일균 기자 iglee@idomin.com

학교비정규직(회계직) 노동자들이 총파업 절차를 밟는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이하 학교비정규직노조)은 23일부터 각 학교에서 쟁의행위 찬반투표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이들은 다음달 6일까지 투표를 진행하고, 과반수가 찬성하면 총파업에 들어갈 방침이다. 요구 내용은 현행 연봉제에서 일한 만큼 임금이 늘어나는 호봉제 시행, 각 시·도 교육감의 임단협 수용 등이다. 전국의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는 2011년 3월 기준으로 12만여 명이다. 경남은 기간제 교사 1000여 명을 포함해 83개 직종 1만 2000여 명이다. 방과 후 강사와 영양사, 조리사, 전산보조 등이 포함된다. 이중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조합원은 전국 2만 1000여 명이고, 경남은 2000여명이다.

학교비정규직이 전체 교육인력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30% 정도다. 이들은 대부분 단기 계약직이라 고용상태가 불안정하고, 장기간 근무해도 임금이 늘어나지 않는다는 실정을 호소해왔다.

전국교육기관회계직연합회에 따르면 급식실 비정규직 노동자 61.5%가 다친 적이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도 있다. 이 중 산재처리는 10.9%에 그쳤고 그냥 일한다가 53.5%여서 아픈 몸으로 일하는 사례가 많다고 조사됐다. 관리자 눈치를 보느라 휴가를 내지 못한 노동자가 대부분이었다.

경남여성비정규직근로자지원센터에 따르면 급식실에서 일하는 학교비정규직 노동자 중 88.6%가 근골격계 증상을 앓고 있고, 10명 중 3명은 즉각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다.

학교비정규직노조는 이런 현실을 바꾸고자 이번 총파업에서 학교비정규직 노동조건을 차별 없이 정하는 특별법을 요구하기로 했다. 경남지부 역시 경남도 등 자치단체에서 조례만으로 학교비정규직 노동조건을 규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학교비정규직노조 경남지부 황경순 지부장은 "조형래 경남도 교육의원 등이 '학교비정규직 교육감 직접고용 조례'를 추진해 고용안전성을 일부나마 확보하려 했지만 경남교육청은 다른 지역사례를 들며 이를 거부해왔다"며 "노동조건 차별을 근본적으로 통제하는 특별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직고용 해달라" 9일 학교현장 첫 파업
학교비정규직 92.6% 가결…도내 2613명, 호봉제 등 교육공무직법 제정 요구
2012년 11월 08일 (목) 이일균 기자 iglee@idomin.com

초유의 학교 현장 파업이 현실화할 전망이다.

학교급식소의 영양사·조리사 등 각급 학교에서 일하는 83개 직종의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조합원 3만3807명은 찬반투표 끝에 9일 하루 파업을 결정했다.

학교비정규직노조와 전국여성노조, 전회련학교비정규직노조 등 3개 단체로 구성된 민주노총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는 6일 끝난 파업 찬반투표에서 투표 조합원 2만5097명 중 92.6%의 찬성률로 9일 파업을 가결했다고 밝혔다.

경남 도내 800여개 초·중·고교에서 일하는 학교비정규직노조 조합원 2613명도 이날 파업에 참여한다. 이들 중 1792명이 투표해 1640명이 파업에 찬성, 91.5%의 찬성률을 기록했다고 경남 연대회의 측은 7일 오전 경남교육청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도내 조합원 중 90% 이상이 영양사·조리사·조리원 등이고, 이밖에 특수교육보조·과학실무원·교무실무원 등의 순으로 조합원 수가 많다.

이들은 학교비정규직에 대한 '호봉제 적용'과 현행 개별 학교장 고용에서 각 시·도교육감 직고용·직접교섭 등을 파업의 주된 요구로 내세웠다. 두 내용을 뼈대로 한 '교육공무직원의 채용 및 처우에 관한 법률안'을 민주통합당 유기홍·통합진보당 정진후 의원 등이 지난달 23일 공동 발의했으나, 새누리당 측의 반대로 관련 상임위에 안건 상정조차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들은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와 전국여성노조, 전국학교회계직연합 등 연대회의 대표자 3명이 지난달 23일부터 11일간 단식농성을 했으나, 교육과학기술부 이주호 장관이 관련 교섭조차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특히 경남 연대회의 측은 기자회견에서 "일부 시·도에서 비정규직을 교육감이 직접 고용하고, 노조와 교섭도 수용하는 반면에 경남은 어느 것도 이뤄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편 도내 2613명의 조합원 중 90% 이상이 급식 노동자이고, 이들이 근무하는 학교가 상당 수에 이르면서 9일 점심 급식을 우려하는 시각도 많다.

이에 대해 경남교육청 관계자는 "각 학교마다 공문을 보내 급식운영 차질에 대비하라고 주문했다. 인력 확보나 급식대체 등 대책이 마련될 것"이라고 밝혔다. 관련해 학교별로는 9일 중식을 빵과 우유로 대체한다는 내용의 가정통신문이 학부모들에게 전달되기도 했다.

도교육청 최상현 관리국장은 노조의 교육감 직접교섭 요구에 대해 "학교회계직 직원의 사용자가 누구인가에 대해 교과부 및 전국 11개 시·도교육청에서 공동 소송을 진행중이다. 사법부의 판단 이후로 협의를 미뤄야 할 내용"이라고 덧붙였다.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삶 더는 싫다"
학교비정규직 파업집회 1200여 명 참가 "정규직" 목청 높여
2012년 11월 12일 (월) 이일균 기자 iglee@idomin.com

창원의 한 중학교에서 급식소 조리사로 일하는 김모(여·45) 씨.

그는 지난 9월 처우개선책으로 20만 원 정도 수당이 늘어난 것을 제외하면 지난 10년간 월급이 똑 같았다. 4대 보험을 제외하면 실수령액이 83만 원이었는데, 최근 수당이 늘면서 100만 원이 됐다.

해마다 계약을 갱신하는 비정규직이다 보니 호봉제 적용을 받지 못했다. 또, 계약 때마다 고용 불안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그는 호봉제 적용을 받고 싶어 한다. 매년 학교장과 계약 갱신하는 형태가 아니라 경남교육청 교육감에게 직접 고용되기를 원한다. 결국 정규직화하기를 희망하는 것이다.

김 씨는 그래서 지난 9일 10년 만에 처음으로 아이들 급식을 차려주지 못했다. 학교를 떠나 경남교육청 옆 소방도로에서 열린 전국 학교비정규직 파업집회에 참석했다. 하지만 집회 자리가 편할 리는 없다.

"가시방석이죠. 아이들 밥을 차려주지 못했으니. 하지만 아이들을 볼모로 파업을 한다는 말은 심합니다. 우리 때문에 급식대란이라니요? 지난 10년간 단 한끼도 거르지 않고 아이들 밥을 지어온 우린데…."

 

   
 

지난 9일 창원시 경상남도교육청 옆에서 열린 전국학교비정규직 노동조합 경남연대회의 주최의 파업 집회. /이일균 기자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와 전국여성노조, 전국학교회계직노조연합 등 경남 학교비정규직 연대회의가 주최한 이날 총파업 결의대회에는 도내 18개 시·군에서 주최측 추산으로 1200여 명의 조합원이 참여했다. 전체 조합원 2613명의 절반에 가깝다.

조합원들은 학교급식소 영양사·조리사·조리원이 가장 많고, 특수교육실무원과 과학실험원, 돌봄강사와 사서 등 83개 학교비정규직 직종에 걸쳐 있다. 도내에는 모두 1만 1900여 명의 학교비정규직 노동자가 있다.

이날 학교비정규직노조 경남지부 황경순 지부장은 "오늘은 아이들 밥을 짓지 않았지만, 호봉제와 교육감 직고용 쟁취와 이를 규정할 학교공무직 법안 제정을 위해 사상 초유의 학교현장 파업을 이끌었다"고 선언했다. 그는 이어 "900만 명을 넘긴 전국 비정규직 노동자의 최선봉에서 정규직 쟁취 투쟁을 이끌겠다. 세상은 우리를 바꾸지 못했으니, 우리가 세상을 바꾸겠다"고 덧붙였다.

전국여성노조 경남지부 김지혜 지부장 역시 "언제나 같은 월급에 신분 불안 속에서 살았다. 밤을 새워 교재를 준비하고, 온갖 가스를 다 마셔가면서 실험을 준비해도 결국 공은 딴 사람에게 돌아갔다. 이제는 그런 신세에서 벗어나 정규직으로 당당히 일하고 싶다는 열망이 오늘 우리를 이 자리에 서게 했다"고 강조했다.

집회의 정점에서 이들 노조 대표자들과 김명훈 부교육감 등 경남교육청 간부들의 면담이 이뤄졌다. 호봉제 채택과 교육감 직고용 등 핵심 요구에 이어 세부적 요구와 답변까지 나왔다.

"교육청은 노조와의 단체교섭 요구를 수용해야 합니다. 테이블이 마련돼야 작은 일부터 해결할 수 있어요. 급식노동자들의 근골격계 질환 실태조사와 2식·3식 급식학교의 조리원 인원조정 같은 과제를 다뤄야 합니다. 고영진 교육감의 공약이 학교비정규직과의 협의체 구성이었어요. 이를 즉각 실행해야 합니다."

"교육감의 직고용과 단체교섭 문제에 대해 교과부와 전국 11개 시·도교육청이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결론이 나야 단체교섭 여부를 검토할 수 있어요. 지금으로선 교섭이나 협의체를 수용하기 어렵습니다. 근골격계질환 실태조사는 결과가 나온 상태고, 2식·3식 급식실태는 파악하겠습니다."

면담은 원점을 맴돌았고, 조만간 공식 요구서한에 대한 답변을 경남교육청이 하기로 했다. 집회는 거리행진과 창원의 새누리당 경남당사 항의방문 등으로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