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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학교'하면 '폭력'이 연상된다

올 한해 학교폭력 학교폭력 하다보니 이제는 학교하면 폭력이 당연히 연상될 지경이다. 학교폭력이 하나의 고유어로 굳어졌다.

이 문제는 2012년 12월 대구의 한 중학생이 폭행피해를 호소하며 투신자살한 이후 교육분야 이슈로 전면화됐다. 전국의 모든 초중고교에서 학교폭력 실태조사가 진행됐고, 학교폭력 징계 내용을 학교생활기록부에 지록하느냐 마느냐 논란으로 이어졌다. 지금도 교육과학기술부의 기록 방침에 반발하는 경기 전북 교육청과 마찰이 계속되고 있다.

이 문제와 관련된 취재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게 김해의 남매 사례다. 물론, 본인과 그 주변의 취재 불응으로 후속기사를 쓰지 못했지만, 학교폭력을 의도적으로 이슈화했을 때 어떤 결론으로 이어지는지 드러낸 계기였다. 본인들이 원치 않는 방향으로 이를 한 언론사가 대대적인 보도를 했고, 이후 당사자들은 학업중단, 전학 등 지금까지는 비극적 상황에 놓여 있다. 일단, 올해 관련 기사부터 보자.

 

 

 

정부, 학교폭력 근절 총공세…전문가들 "실효성 의문"
교과부·교육청·경찰 총 동원해 '뿌리 뽑겠다' 결의
2012년 01월 07일 (토) 제휴뉴스 webmaster@idomin.com

최근 왕따, 학생자살 등의 논란이 불거지면서 범정부적인 학교폭력 근절 대책이 모색되면서 상당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와 서울시교육청 등 교육당국은 자문위원회, TF팀을 만들고 서울시, 시의회, 시교육청, 경찰청은 학교폭력 근절을 위한 상설 실무 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하는 등 다양한 대책들을 통해 학교폭력을 뿌리 뽑겠다고 벼르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대책들이 얼마나 실효성을 거둘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일진회 등 불량서클 문제에서부터 왕따, 자살, 성추행·성폭행 등 학교폭력은 매년 논란이 되어 왔고 정부가 그 때마다 매번 대책을 내놨었지만 제대로 실행되지 못해 근절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90년대 후반부터 본격 대두된 학교폭력서클 = 학교폭력서클 문제가 기존에도 암암리에 존재해왔지만 사회적으로 본격적인 주목을 끈 계기는 지난 1990년대 후반 드러난 소위 '일진회' 파동이다.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연중학교에서 열린 '학교폭력관련 학부모 간담회'에서 학생, 학부모들을 비롯한 참석자들과 함께 발표를 경청하고 있다./뉴시스  

1999년 새벽에 고교생 50여명이 집단난투극을 벌인 것이 대대적으로 언론에 보도됐으며 그 이후에 초등학교 일진회, 여자 일진회 등 일진회에 관한 이슈가 자주 등장했다.

2003년에는 서울 지역 일진회 학생 1200여명이 겨울방학 기간 중 수천만원의 비용을 들여 행사를 열면서 무대에서 성행위를 하고 섹시하게 춤을 추는 파트너를 골라 접대를 받는 소위 노예팅을 한 사실이 드러나 사회에 충격을 주기도 했다.

당시 경찰은 학교폭력 예방을 위해 전담형사를 지정·배치하고 '학생안전지킴이'란 이름으로 퇴직경찰관을 스쿨폴리스로 임명해 일선 학교에 시범 배치하기도 했다.

 

◇ '학교폭력예방및대책에 관한 법률' 나왔지만 = 정부는 이런 상황에 대응해 지난 2004년 처벌 위주로 대응했던 그간의 학교폭력 정책의 방향을 전환하겠다며 '학교폭력예방및대책에 관한법률'을 제정 시행하고 있다.

이 법은 피해학생의 보호, 가해학생의 선도·교육 및 피해학생과 가해학생 간의 분쟁조정을 통해 학생의 인권을 보호하고 학생을 건전한 사회구성원으로 육성한다는 의도를 담고 있다.

교과부 장관 소속으로 학교폭력대책기획위원회를 설치하고 학부모, 판사, 검사, 변호사, 의사, 교수 등 다양한 전문가를 위원으로 위촉토록 하고 있다. 지역에는 학교폭력대책지역위원회를 두고 각 시도교육청에도 학교폭력의 예방과 대책을 담당하는 전담부서를 설치토록 못박고 있다.

일선 학교에는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두고 피해학생의 보호, 가해학생에 대한 선도 및 징계, 피해학생과 가해학생 간의 분쟁조정 등의 역할을 하게 했다.

가해학생에 대해서는 학급교체, 전학, 교내봉사, 10일 이내의 출석정지 등을 할 수 있으며 의무교육과정이 아닌 경우 퇴학 처분이 할 수 있게 했다.

 

◇전문가들 "현장에서 작동될 대책 내놔야" = 그러나 전문가들은 정부가 매번 학교폭력이 사회적 논란이 될 때마다 대책만 내놓을 뿐 제대로 실행 또는 점검을 하지 않고 있어 문제를 키우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실제로 '학교폭력예방및대책에관한법률'이 시행되면서 각 학교에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구성해 폭력사건이 발생할 경우 심의토록 했지만 최근 3년간 자치위원회가 전학이나 퇴학 등 가해학생에게 격리 조치를 취한 경우는 전체의 6% 수준에 불과했다.

청소년희망재단 고성혜 사무총장은 "1999년에 학교폭력과 연을 맺고 교과부 등에서 학교폭력 관련 연구를 여러번 하기도 했다"며 "요즘의 이런 일은 계속 반복돼왔었는데 새삼 조금은 지리하다는 느낌이 많다"고 토로했다.

고 사무총장은 "학교폭력은 계속 반복돼 왔던 일"이라며 "시간이 지나면 또 잊혀질 것 같아 착잡하다"고 말했다.

참교육학부모회 장은숙 회장은 "여러 사건들이 벌어져서 계속 관심을 받고 있지만 학교폭력은 일시적인 것이 아닌 계속 이어져온 것"이라며 "일진회 사건 때도 폭력예방법을 만드는 등 다양한 대책이 나왔지만 그때 반짝했다가 관심 밖으로 밀려나면 또 관계기관에서 소홀해지고 했다"고 비판했다.

장 회장은 "이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 어떤 대책을 마련해도 지속적인 관심이 없으면 해결이 어렵다"며 "학교폭력 문제는 시간이 조금 걸려도 장기적인 처방에 관심을 갖고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교육개발원 박효정 소장은 "기존의 대책에 대한 점검 및 성과를 분석하고 현장에서 작동이 잘 되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시스

 

 

 

 

[옴부즈맨칼럼]학교폭력, 왜 언론마다 보는 시각이 다를까?
'강경'만 외치는 정부·수구언론…학생 인권 존중하는 학교가 해법
2012년 01월 17일 (화) 김용택 경남도민일보 독자권익위원 webmaster@idomin.com

'교육감들, 며칠이라도 교사 해보고 학교 폭력 말하라'(2012. 1. 2 조선일보 사설), '왕따와 폭력, 학교와 교사 함께 책임져야'(2012. 1. 3 동아일보 사설), '대구 중학생 권군을 잊지 말자'(중앙일보 2011.12.29 사설).

수구언론이 학교폭력을 보는 시각이다. 이들은 하나같이 학교폭력의 잔인성을 말하면서 '일부 진보성향의 교육감들이 학생인권조례를 만들어 교사들이 적극적인 생활지도를 못해 폭력이 증가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왕따와 폭력을 예방하지 못하고 학생들을 죽음으로 내몬 책임이 진보교육감에게 있다는 투다.

진보적인 성향의 신문들은 어떨까?

'가해 학생들이 비웃을 만한 학교폭력 대책'(2012. 1. 9 경남도민일보 사설), '학교폭력 대책, 학생인권 존중이 우선이다'(2012. 1. 10 경향신문 사설), '사이코패스형 학교폭력과 고통 불감증'(2011. 1. 26 한겨레신문 사설).

진보적인 성향의 언론은 학교폭력의 원인을 경쟁지상주의 교육과 학생 인권 부재에서 찾는다.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 경남도민일보와 같은 언론은 학교폭력이 인간의 존엄성을 배우고 실천하며, 서로를 존중하는 학생인권이 실종된 학교에서 비롯된 문제라며 근본적인 해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같은 사안을 놓고 진보와 수구언론의 시각이 왜 극과 극일까?

2007년 학교폭력 건수는 2006년보다 갑절 이상 많은 8444건이 발생하고 올해는 1만 건이 넘었다. 수구언론 등이 내놓은 학교폭력통계를 액면대로 믿어도 좋을까? 2007년 학교폭력 건수가 왜 갑자기 2006년보다 갑절 이상 늘어났을까? 사실은 학교폭력이 일 년 새 배로 는 것이 아니라 인권조례 공포와 함께 각급 학교에서 상담을 강화하면서 숨겨져 있던 사실이 드러난 결과다. 문제의 원인은 감춰두고 현상만 부풀려 학부모들에게 공포심을 조장하는 언론의 저의가 무엇일까?

지난해 학교폭력 건수가 1만 건이 넘었다는 교과부의 발표는 그 전해보다 특별히 늘어난 것도 아니다. 전국의 초중고 수가 1만 1100개 정도니까 한 학교 한해 1건 정도의 폭력이 발생했다는 통계다. 학교폭력문제가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학생폭력문제나 왕따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나타나게 된 것은 경기도를 비롯한 진보교육감이 학생인권조례를 도입한 시점과 비슷하지 않은가? 진보교육감의 학생인권조례 때문에 학교폭력과 왕따 문제가 심각해졌다면 진보교육감이 없던 시대는 학교폭력이 없었을까?

학교폭력이나 자살사건이 터지기만 하면 교과부나 수구언론은 갑자기 바빠진다. 학교폭력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폭력대책위원회라는 걸 만들고… 폭력범은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하겠다고 한다. 형사처벌 대상(형사 미성년자)을 지금까지의 만 14세에서 만 12세로 낮추고, 스쿨폴리스를 확대하고 학교 폭력 전담팀을 설치하고…, 강제전학과 가해 학부모를 소환, 책임을 묻겠다고 한다. 이런 대책으로 정말 학교폭력이 근절될까?

   
 

심지어 '생활지도' 강화를 위해 남교사 비율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가 하면 대구시교육청에서는 30~40대 무술 유단자를 '배움터 지킴이'로 일선 학교에 배치한다는 무시무시한 대책까지 검토 중이라고 한다. 오는 3월부터는 초·중·고 학생들의 학교생활기록부에 '학교폭력 가해 사실'까지 기록할 방침이다. 원인을 덮어두고 현상만 치료하겠다는 처방은 근절책이 아니다. 교권이 살아나고 학교가 교육하는 곳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학생들의 인권이 존중되는 학교로 만들어야 한다. 왜곡보도를 일삼는 언론이 있고, 순치와 교육을 착각하는 학교에 어떻게 학교폭력이 근절되기를 바라는가?

 

 

 

 

 

"무분별한 경찰 수사…범죄자 키우는 꼴"
학교 입장에서 본 학교폭력 단속…조현오 청장 "4월까지 성과내겠다"선언
2012년 02월 22일 (수) 이일균 기자 iglee@idomin.com

"아니, 일진이든 짱이든 학교에서 애들 패면 처벌돼야 하는 게 당연하죠!"

"그래도 애들 개인적 문제까지 경찰이 개입하면 그게 교육인가요? 그렇게 빨간 줄 그어버리면 영원히 뒷골목 깡패밖에 더 되겠어요?"

요즘 학교폭력 경찰 단속에 대한 논쟁인데 이 정도는 약과다. 다음은 지난 20일 경남경찰청 보도자료 일부분이다.

"중학생 ㄱ(14) 군은 5명에게 매일 3000원씩 수금하는 방법으로 100회에 걸쳐 140여만 원을 상습 갈취하고…"

"동급생인 ㄴ(15) 군 등 17명으로부터 현금, 패딩점퍼, 손목시계, 휴대폰 등을 빼앗는 등 27회에 걸쳐 180만 원 상당을 갈취하고…"

 

   
 
 

경남도와 도교육청, 경남경찰청 관계자 등이 모였던 지난 13일 학교폭력 지역 대책회의. /경남도

 

 

자료에는 100회, 27회 등의 갈취 횟수 근거나 140만 원, 180만 원 같은 액수의 증거가 무엇인지 따로 밝히지 않았다. 피해자 진술에 대해 가해자가 시인했다고 추측할 수 있지만, 도대체 어떤 근거에서 숫자 하나하나까지 사실화한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그렇게 2월들어 9건이 적발됐다. 정부대책이 발표되기 전인 1월에는 단 1건이었다.

요즘 경찰의 학교폭력 단속 실상이다.

 

◇"범죄자 양산한다!"

   
 

요즘 대부분의 언론 보도를 보면 경찰의 학교폭력 단속에 대해 학교는 적극적 협력자로 비친다. 관련 정보를 경찰에 제공하고,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열어 단속 분위기를 부추긴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시각도 있었다.

이들은 "지금처럼 단속하면 범죄자를 양산한다"고 주장한다. "일진같은 조직을 넘어 짱이니 통이니 개인까지 수사한다니 말이 되나?", "학교는 어디갔나? 교육은 어디갔나"며 개탄을 금치 못한다.

우선, 경남교총 부회장인 거제 고현중 홍민표 교사의 견해를 들었다.

"경찰이 관심을 가져야 할 사안은 맞다. 국가 차원으로 대처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하지만, 사건을 정확하게 분석해야 한다. 학교폭력 구속률이 0.3%에서 1.7%로 늘었단다. 예방이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교사 불고지죄 처벌은 잘못됐다. 예방과 교육에 중점을 둘 수 없게 만든다."

그는 차라리 교사들에게 적절한 수사권을 달라는 교총의 요구에 대해서도 부연설명했다.

"교사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권한을 달라는 것이다. 소환권이나 경고권한같은 걸 뜻한다. 선생이 상담하면 콧방귀뀌지만, 경찰이 상담하면 벌벌벌 떤다."

다음은 전교조경남지부 김동국 정책실장의 이야기다.

"실제 경찰이 개입해야할 공간이 있고, 그렇지 않은 공간이 있는데 경찰이 판단을 잘 못할 수도 있다. 스스로 모순에 빠질 수 있다. 지금처럼이라면 범죄자를 양산할 수 있다. 경찰 개입 여부에 대한 중간 지대가 존재한다. 결국 학교와 교사에게 다른 처방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금 분위기가 형사처벌 목적이라면 문제가 있다. 수사자료라도 마찬가지다. 도내에서 매일 2~3건씩 적발되고 있다. 결국, 학교에서 부랴부랴 관련 정보를 넘기는 것 아니겠는가."

더 큰 문제는 매일 2~3건씩 적발되는 폭력학생 검거 사례에 대해 별도의 집계자료가 교육기관에 없다는 점이다.

경남도교육청 관계자는 "보도가 되면 경찰청을 통해 학교와 학생을 파악하고 있다. 형사입건 집계자료는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보도되는 내용은 사실, 가벼운 사안들이 아니다. 앞으로는 작고 사소한 부분도 수사대상이 될 건데 염려되는 부분도 있다. 지금은 법으로 바로 진행되기 때문에 전과자를 양산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전했다.

 

◇"4월까지 소탕하겠다!"

이들의 우려는 사실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조현오 경찰청장이 신학기 초인 4월말까지 학교폭력 근절을 위해 성과를 내겠다고 선언했다.

조 청장은 지난 17일 부산경찰청에서 열린 시민간담회에서 "다소 무리가 있더라도 신학기 초인 4월말까지 범죄행위에 이를 만한 심각한 학교폭력은 없애도록 할 것이다. 경찰이 학교폭력에 개입하는 것에 대해 일각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있지만 경찰은 흔히 있을 수 있는 폭력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괴롭히고 폭행하고, 돈을 뜯고, 학대하는 악랄한 폭력에 개입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조 청장이 밝힌 경찰과 학교의 역할분담론은 이랬다. "경찰이 학기 초 일진회 주축의 악랄한 학교폭력을 외형적으로 어느 정도 근절하면, 학교와 교사들은 학생들의 마음을 다스리고 치유하는데 나서주길 바란다."

경찰이 소탕할테니 그 이후는 학교에서 알아서 하라는 것이다.

이어 19일 경찰청은 관리대상 학생의 범위를 '일진회'에 가입한 학생에서 속칭 '짱'으로 소문난 학생 등 개인적으로 폭력을 행사하는 일진 학생까지 확대한다고 밝혔다. 학교폭력 관리 대상을 폭력 행위를 저질렀거나 저지를 우려가 있어 또래 학생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학생 개인 또는 집단으로 폭넓게 규정한 것이다.

특정한 이름이나 조직적인 성격이 없이 개인적으로 학교폭력을 행사하는 속칭 '짱'이나 상대적으로 정도가 가벼운 학교폭력 상습 행위자, 범죄 가능성이 있는 학생 등은 그간 경찰이 아닌 학교 측의 지도 대상이었다.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이 움직임에 동조했다.

그는 17일 경북 경산 장산중학교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학교가 학생들의 꿈과 희망을 키워줘도 모자란 판에 어린 생명을 앗아가는 장소로 변질되는 것이 한없이 개탄스럽다. 사고 재발 시 관련자 물색을 분명히 해 엄중하게 처벌하겠다. 사소한 괴롭힘도 범죄라는 인식을 확립해 앞으로 교내 폭력을 은폐하지 않고 철저한 조사를 통해 개선하는 방안을 수립하겠다"고 날을 세웠다.

 

◇경찰 정보의 주요 통로는?

결국, 경찰의 수사 남발을 막기 위해서는 학교폭력 정보통로를 보다 엄격하고 신중하게 점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학교에서 경찰에게 직접 전달되는 정보통로를 점검하고, 이 과정에서 학교가 어떤 역할을 할지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이와 관련해 지금까지 유력한 통로가 됐던 것은 2월초 교과부가 전국 초등4학년 이상의 학생에게 가정통신문으로 보냈던 '학교폭력실태 전수조사' 설문지와 경찰청·교과부가 함께 운영하는 '117' 학교폭력 신고전화다.

지난 20일까지 회신을 마감했던 교과부 설문지 전문에는 "설문조사 결과는 교육과학기술부·교육청·경찰청이 공유하여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된다"고 돼 있다. 경찰청이 공유한다는 의미는 '수사자료'라는 것이다.

가해학생의 이름이나 폭력행위와 장소를 기록하는 이 설문의 의미를 학생들은 분명히 알고 작성했을까.

설문에서 제시한 폭력의 유형은 모두 8가지로 구체적이다. "①말로 하는 협박이나 욕설(명예훼손, 모욕, 공갈, 협박) ②집단따돌림 ③강제 심부름과 같은 괴롭힘, ④돈 또는 물건을 빼앗김(약취) ⑤손, 발 또는 도구로 맞거나 특정한 장소에 갇힘(상해, 폭행, 감금) ⑥성적인 부끄러움을 갖게 하는 말과 행동 또는 강제로 몸을 만지는 행위(성폭력: 성희롱, 성추행, 성폭행) ⑦인터넷채팅, 이메일, 휴대전화로 하는 욕설과 비방(정보통신망을 이용한 폭력) ⑧학교폭력을 당한 적이 없음."

이어 6번 설문에서는 "학교폭력 피해를 당하거나 목격한 경우, 그 내용을 구체적으로 적어 주십시오." 하고 서술형으로 물었다.

학교도, 경찰도 가장 핵심적 질문으로 평가하는 부분이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경찰이 넘겨받는 설문지는 6번 주관식 항목에 조금이라도 내용이 기술된 경우이다. 6번 항목에 내용을 쓴 경우는 앞선 항목 답변 내용과 비교해 활용될 수 있다"고 전했다.

경찰청은 이를 각 지방경찰청으로 전달했고, 경남지방경찰청은 1차 설문지 690여 건을 지난 14일 23개 경찰서로 전달했다. 이 수는 2차 마감된 20일 이후 더욱 늘어날 것이다.

 

 

 

 

경남 전교조, 학교폭력 예방 공개수업
"학교폭력, 성적 지상주의가 낳은 괴물"

성적 줄세우기 소외감, 괴롭힘·따돌림 등으로 발전

진영욱 교사, 동등한 관계 인성교육 필요성 강조
2012년 04월 20일 (금) 이일균 기자 iglee@idomin.com

경북 영주시의 한 중학생이 지난 17일 자살하면서 학교폭력 문제에 대한 전 사회적 긴장감이 다시 감돈다. 일선 학교에서는 학교폭력예방자치위원회 구성을 넘어 폭력예방교육기부단까지 꾸리고 있다.

격앙된 분위기 속에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학교폭력을 막는 대안으로 성적에 따라 학생들의 등수를 매기는 현재의 수업을 지양하고, 교실의 모든 구성원을 동등한 사람으로 인식하게 하는 내용의 인성교육을 다시 제안했다.

전교조경남지부 소속 조합원인 창원 명곡고교 진영욱 교사는 19일 오전 1학년 9반 학생 34명을 대상으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개수업을 했다. 정재열 교장 등 동료 교원들과 전교조경남지부 간부, 학부모 등 10여 명이 참관했다.

진영욱 교사는 학생들에게 폭력의 반대말이 무엇인지 묻는 것으로 수업을 시작했다. 비폭력 반폭력 같은 답부터 사랑 평화 대화 자비, 심지어 비둘기 같은 답까지 나왔다. 이에 진 교사는 "다 맞다. 하지만 내가 생각한 답은 빠졌다"며 "오늘 그게 무엇인지 같이 찾아가보자"고 했다.

 

   
 
 

19일 오전 창원 명곡고등학교에서 열린 전교조 경남지부의 학교폭력 해법찾기 공개수업에서 진영욱 교사가 성적 기준의 줄세우기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대안으로 인성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그는 이어 여러 직업을 제시하며 직업별로 사람들 등수를 매기자고 했고, 또 여러 유형별로 학생들 등수를 매겨보자고 주문했다. 직업으로는 의사 농부 청소부 판사 건설노동자 공장노동자 교사 주부 등의 예가, 학생들 유형으로는 공부 잘 하는 학생, 청소 잘 하는 학생, 남을 잘 돕는 학생, 잘 웃는 학생, 힘이 센 학생, 말을 잘 하는 학생, 글을 잘 쓰는 학생 등의 예가 주어졌다.

4명씩 모둠을 지어 5~10분간 토론을 통해 합의된 등수를 매기는 방식이었다. 학생들이 궁싯궁싯 의논을 했지만 정답을 내기란 애초부터 어려웠고, 결국 제각각 생각한 답을 개인적으로 제시하는 결과가 나왔다. 진 교사가 이를 정리했다.

"4명씩 합의를 해서 등수를 매기는 건 처음부터 불가능한 일이죠. 각자 생각과 기준이 다 다르니까요. 문제는 지금 학교가 성적이라는 유일한 기준으로 학생들 줄을 세우고 학생 개개인에게 이를 강요한다는 겁니다. 그러니 여기서 배제되면 괴롭히고, 따돌리고, 때리는 현상이 발생하는 거죠. 가해자가 됐든, 피해자가 됐든…"

결론에 이르러 그는 폭력의 상징으로 살인범 유영철 김길태류의 '사이코패스'를 언급했다.

"사이코패스는 상대방의 감정을 모르거나 무시합니다. 사람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거죠. 그렇다면 자신은 스스로를 사람으로 인식할까요? 그렇지 못한다고 봅니다. 자신을 사람으로 인식한다면 상대방의 심정과 고통을 모를 리 없습니다."

이윽고 진 교사가 처음 했던 질문으로 돌아갔다.

"저는 폭력의 반대말이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만이 사랑과 평화와 대화와 자비를 실천할 수 있지요. 학생들도 마찬가지죠. 나를, 친구를 인격을 가진 사람으로 인식해야 겠죠. 그게 폭력을 막는 진정한 길입니다."

50분 수업 끝에 학생들 일부와 참관인 대부분의 박수가 터져나왔다.

전교조경남지부는 다음달 26일 창원 용지초등학교 김덕진 교사의 준비로 학교폭력 예방 공개수업을 이어간다.

 

 

 

 

교과부 학교폭력 실태 공개…'폭력학교' 낙인
응답도 낮아 신뢰도 문제
2012년 04월 23일 (월) 이일균 기자 iglee@idomin.com

지난 20일 교과부 홈페이지에 공개됐고, 27일부터 각 학교 홈페이지에 공개되는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가 애초 의도했던 계도효과보다는 '폭력학교'로 낙인 찍는 역할을 할 것으로 우려된다. 조사과정에도 중복 응답, 대상 학년 외 응답 등의 문제가 지적되면서 신뢰도에 금이 갔다.

전국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559만 명의 학생들에게 지난 1~2월에 우편을 보내 139만 명으로부터 회신을 받은 교육과학기술부 학교폭력실태 전수조사.

경남에서는 특수학교와 초·중등을 합해 모두 927개교 학생들이 설문조사에 회신을 했다. 27일부터 이들 학교 홈페이지에는 설문 항목별 응답자 유형과 비율이 고스란히 공개된다.

공개 항목은 △피해 경험 학생 수(비율) △집단 따돌림과 성폭력 등 피해 유형별 응답 비율 △피해 장소별 응답 비율 △'학교 내에 일진이 있다'고 응답한 학생 수(비율) 등이다.

가장 큰 관심을 끈 항목이 학교 내 일진 유무에 대한 응답. 이에 대해 교과부는 각 학교별 응답 내용을 전국 1만1363개 학교별로 나열했을 뿐, 시·도별이나 초·중등·특수학교별로 별도 집계를 하지 않았다.

전국·지역언론 별로 집계를 했지만, 언론마다 결과가 다 달랐다. 정확성 측면 뿐만 아니라 교과부가 시·도별, 초·중등·특수학교별 집계결과를 따로 내지 않은 상황에서 언론사가 개별 분석결과를 내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 일이다.

이에 대해 경남도교육청 관계자는 "아직 도내 통계를 따로 내지 않았다. 준비하고 있다"고만 답했다.

학생들이 응답한 폭력피해 유형은 '말로 하는 협박이나 욕설'이 압도적으로 많았고, '인터넷 채팅, 전자우편, 휴대전화로 하는 욕설과 비방', '집단 따돌림' 등의 순이었다. '맞거나 특정 장소에 갇힘'과 '돈 또는 물건을 빼앗김', '강제 심부름과 같은 괴롭힘', '성적인 부끄러움을 갖게 하는 말과 행동 또는 강제로 몸을 만지는 행위' 등이 뒤를 이었다.

피해 장소로는 교실이 가장 많았고, 온라인과 휴대전화, 화장실 또는 복도, 그 외 학교 내 장소가 뒤를 이었다. 운동장이나 등하굣길, 학원이나 학원 주변, 오락실이나 피시방·노래방, 공터나 빈 건물·주차장 등의 답도 있었다.

교과부는 별도 자료를 통해 이번에 파악된 학교별 일진 실태를 바탕으로 5월 이후 경찰청과 함께 '일진경보제'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일진 응답률이 높은 학교는 그 이전에 자치위원회 등 전담기구를 통해 구체적 설문·면담조사를 하고, 그에 따른 조치를 시행할 것을 권고했다.

하지만 전국에서 회수율이 100%가 넘는 학교가 200여 개교에 이르고, 심지어 300%를 넘는 학교가 있는 등 중복응답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초등학교 착오로 설문대상이 아닌 1~3학년이 응답하는 등의 문제도 지적됐다. 또, 통계적으로 의미가 있는 회수율 50% 이상의 학교도 전국 2473개교(21.8%)에 불과했다. 결국, 교과부가 설문의 오류 수정도 없이 자료를 공개함으로써 애초 의도했던 계도자료보다는 일부를 폭력학교로 낙인 찍는 역작용을 할 것으로 우려된다.

 

 

 

 

"학교폭력 생활부 기록 반인권적 처사"
경남교육연대 기자회견 통해 전면폐기 촉구
2012년 04월 25일 (수) 이일균 기자 iglee@idomin.com

전국 대부분 학교에서 학교폭력에 관한 모든 징계 내용을 생활기록부에 입력하고 있는데 대해 경남교육연대가 반인권적 처사라는 점을 들어 전면 폐기를 요구했다.

전교조경남지부와 참교육학부모회, 민주노총경남지역본부 등이 속한 '교육시장화 저지를 위한 경남교육연대'는 24일 경남도교육청 기자회견에서서 "정부의 반인권적 학교폭력 기록방침으로 자퇴와 같은 부작용이 교육현장에서 발생하고 있다"면서 "교육과학기술부는 관련 훈령을 폐기하고, 도교육청은 정책 이행을 거부하라"고 촉구했다.

관련 내용은 지난 1월 정부의 학교폭력 근절대책 속에 포함됐다. 학교폭력을 다루는 각 학교 자치위원회에서 결정한 모든 징계 내용을 생활기록부에 기록한다는 요지였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이를 바탕으로 '학교폭력자치위원회의 결정에 의한 학교폭력 가해자 처벌사항을 학교생활기록부에 기록한다. 초·중학교는 5년, 고등학교는 10년 동안 졸업 후에도 기록을 유지한다'는 훈령을 만들어 발표했다.

이에 대해 경남교육연대 측은 "일반적 범죄도 3년 이하의 금고나 징역형은 5년이 지나면 기록이 말소된다. 특히 생활기록부에는 절도 같은 일반 범죄나 심지어 소년원을 갔다 와도 기록되지 않는다"며 생활기록부 기록 내용의 형평성 문제를 들었다.

이들은 또 "생활기록부 기록은 학생의 진학과 취업에 결정적으로 작용을 한다. 5년, 10년이 지나면 말소된다지만 이 또한 확신할 수 없다"면서 "실제 창원의 한 학교에서 피해사례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이 정책이 시행된 지난 3월 이후 창원의 한 학교에서 학교폭력 건으로 인해 자치위원회의 징계를 받은 한 학생이 생활기록부 입력을 막기 위해 아예 자퇴를 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앞으로 광범위한 불복종운동을 벌여나가겠다는 입장도 덧붙였다.

경남교육연대에 따르면 전국의 14개 시·도교육청은 교과부 훈령에 따라 지난 3월부터 이 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반면 경기도와 전북 교육청은 반인권적이라는 이유로 대책 이행을 거부했다.

한편, 경남도교육청 학교안전과 관계자는 이에 대해 "대부분 학기말이나 학년말에 입력을 하기 때문에 문제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면서 "구체적인 시행안을 마련하기 위해 교과부와 각 시·도교육청이 별도의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해 학교폭력 피해' 진화 나선 도교육청 진땀
교과부 토론회서 여고생 "동생 중상"…확인해 보니 <조선일보> 과장보도
2012년 05월 18일 (금) 이일균 기자 iglee@idomin.com

김해의 한 여고생이 자신의 동생이 피해를 입은 학교폭력 사례를 교육과학기술부 토론회 자리에서 폭로하면서 17일 해당 학교와 경남교육청에 비상이 걸렸다.

이 여학생은 지난 16일 서울의 한국체육대학교 강당에서 열린 교과부 주최의 학교폭력 관련 토론회에서 발언을 자청해 "중3 동생이 지난 4월 초에 옆 반 학생에게 폭행을 당해 지금까지 43일째 무서워서 학교도 못가고 있다"며 자리에 참석한 교과부 이주호 장관에게 조치를 호소했다. "경남교육청에 편지를 썼고, 교육감이 특별지시까지 내렸지만 지금까지 달라진 건 아무 것도 없다"는 주장도 했다.

토론회 내용을 <조선일보>가 17일 자 1면에 크게 다루자 해당 학교인 김해의 모 중학교와 경남교육청은 폭행 당시 상황과 피해 정도, 그간의 경과와 조치내용을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공개하는 등 진화에 나섰다.

17일 오후 경남교육청 기자회견에서 이들은 "지난달 4일 폭행이 발생했다. 피해 학생이 코피를 흘렸고, 이후 이틀간 등교한 뒤 입원해 2주 뒤에 퇴원했다. 진단은 찰과상이었다. 당시 가해학생도 폭행을 당했다며 1주일간 입원했다. 이후 피해 학생을 경찰에 고소해 맞고소가 된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간 학교 측 조치에 대해서는 "12일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열어 가해학생 30시간 특별교육 이수와 피해학생 병문안, 담임과 주1회 상담 결정을 내렸다. 피해학생에 대해서는 집중심리 상담과 담임 주1회 상담을 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17일 자 <조선일보>가 여학생의 폭로 내용을 빌려 코뼈가 부러졌고, 2년간 지속적으로 폭행을 당해왔다고 보도한 부분에 대해서는 "전혀 사실과 다르다. 2년 전 다른 학생에게 한 차례 폭행을 당해 병원에 입원한 적은 있다"고 반박했다.

"경남교육청이 민원 접수 후 교육감 특별조치 지시까지 내렸지만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는 보도 내용에 대해서도 도교육청 학생안전과 관계자는 "특별조치 지시라고 확정했던 게 아니다. 조치를 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지난달 16일 민원을 접수한 직후에 관할 김해교육지원청에 이첩했다"고 해명했다.

 

 

 

 

 

"대화 정착된 스웨덴, 학교·가정폭력 전무"
생명존중시민포럼 'Live together 생명토크-학교폭력'
2012년 07월 11일 (수) 이일균 기자 iglee@idomin.com

'학교폭력'이라는 교육계 최대의 현안에 대해 '토크쇼'라는 이색적 형태로 접근한 이들이 있었다.

일단, 연극을 20분 정도 보여줬다. 고등학교 교실에서 벌어지는 '갈취'라는 단적인 폭력을 소재로 했다. 그리고는 스웨덴에서 26년을 살고, 지금은 서울교육정보연구원에서 일하는 황선준 원장이 강연을 했다.

머리가 뜨거워진 관객들을 위해 이어 창원 범숙학교 학생들이 뮤지컬을 했다. 끝으로 교사와 학생, 학부모가 나와 학교폭력의 원인과 해결책을 이야기했다.

지난 6일 밤 창원 문성대에서 진행된 'Live Together 생명토크-학교폭력' 행사였다. 행사 주최를 경남교육포럼과 학교도서관연구회, 마창진환경운동연합 등 9개 단체로 구성된 생명존중시민포럼이 했다. 진행을 경남교육포럼 박종훈 대표가 했다.

 

   
 
 

여학생들의 대안학교인 창원 범숙학교 학생들이 무대에 올라 뮤지컬을 선보이고 있다. /생명존중시민포럼

 

 

◇"학생-교사-학부모 간 대화채널이 있어야"

행사 중심은 서울교육정보연구원 황선준 원장의 '스웨덴 사례로 본 한국 학교폭력 대책 연구' 강연이었다.

스웨덴 스톡홀름대에서 정치학을 강의하고, 정부 교육국에서 일하면서 26년을 보냈다는 그의 입에서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가 나왔다.

"창녕 남지 출신이고, 마산에서 고등학교를 다녔다"는 배경 설명을 했다.

그는 먼저 지난해 10월 서울시교육청 공모로 서울교육정보연구원장 생활을 시작하면서 지금까지 겪었던 한국의 학교폭력 현실을 말했다.

"폭력이 만연돼있고, 조직적이고, 오랜 기간 지속돼 왔죠. 그런데도 실태나 원인, 대응방안 연구가 절대적으로 모자라는 상탭니다."

"지금 학교의 대응은 선무당 사람 잡는 식이죠. 작년 대구 중학생 자살 때 담임이 그랬답니다. 학생이 죽던 그날 점심 때 애들 전부를 책상 위에 무릎 꿇게 했다네요. 그날 저녁에 학생은 아파트에서 투신을 했고요."

그리고 그는 스웨덴의 사례를 들어 의견을 내놨다. "스웨덴에서는 학교폭력이 전무합니다. 폭력을 가정에서부터 원천적으로 막기 때문이죠. 가정에서 아이들을 때리면 아이가 신고할 수도 있어요. 구타금지법이나, 차별금지법, 동등대우법 같은 법률이 작동됩니다."

"학생과 학부모, 교사 간에 정기적으로 협의를 하게 해요. 보고서도 써 내고요. 그리고 대부분의 가정에서 아침 저녁마다 함께 식사하고 대화하는 문화가 정착돼 있어요. 폭력이 거의 없는 이유죠."

"현재 교과부가 내세우는 강한 처벌은 답이 아닙니다. 문제를 바로 공개하고, 단호하게 대처하는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스웨덴에선 학교폭력 문제는 없지만, 일부 왕따현상이 있고, 학생들의 심리적 정서적 문제를 상담하는 전문가 체계가 있어요. 의사와 간호사, 심리학자가 포함되죠."

 

   
 
 

생명토크 중 토크&토크 장면. 왼쪽부터 박종훈 대표와 이필우 교사, 안주현 학생과 김성숙 부장, 황선준 원장./생명존중시민포럼

 

 

◇"하루 한 시간도 상담을 못해요"

이날 관객 중 3분의 2가 고교생들이었다. 그런데 황 원장 강의가 20분을 지나자, 대부분 존다. 교실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드러냈다.

이즈음, 가정과 사회의 무관심으로 생긴 상처 하나쯤 갖고 있는 여학생들의 대안학교로 소개된 창원 범숙학교 학생들이 무대 위로 올랐다.

뮤지컬 배우가 되려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마치 자신의 이야기처럼 뮤지컬로 옮겼다. 그 전까지 졸던 학생들 사이에서 환성이 튀어나왔다. '생명토크'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순간이었다.

황선준 원장이 앞서 "학교폭력을 막으려면 학교에서 문예체교육을 해야 한다"고 제안했던 내용이 실현된 무대였다.

다시 토크가 시작됐다. 토론 첫 안건은 학교폭력의 원인이었고 내서여고 이필우 교사가 이런 말을 했다.

"학부모와 학생에게 서로 대화하는지 물어보면 학부모는 그런다고 하고, 학생은 그런 시간 없다고 해요. 학생들은 그걸 대화라고 생각하지 않는 거죠."

다음 안건이었던 해결방법에 대해 경남청소년종합지원본부의 김성숙 부장이 문제제기를 했다.

"학교폭력에 대한 강한 처벌에 찬성하느냐는 질문을 받는다면 반대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극단적인 폭력이 없지 않죠. 점점 조직화되고, 흉포화하는 폭력에 강하게 대응해야 하지 않을까요?"

바로 옆의 황선준 원장이 받았다.

"강한 처벌과 단호한 대처는 다르다고 봅니다. 단호하게 대처해야 하고, 그런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끝으로 학교폭력 예방책으로 제시된 학교 내 상담체계에 대해 문성고 안주현 군이 말했다.

"상담창구가 있다고 안내는 받아요. 하지만 그럴 기회는 드물어요.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학교에 있으면서도 1시간 이상 상담할 시간이 없죠. 상담하는 걸 마치 벌 받는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고요."

그리고 토론의 결론이 적절하게 정리돼야 할 시간. 하지만 그 시간은 짧았고, 관객을 위한 경품 추첨 시간이 길었다. 옥에 티였다.

 

생명존중, 교육현장에 계속 접목

박종훈 경남교육포럼 대표

-2010년 교육감 낙선 후 교육현안 참여가 드물었다. 이번 행사로 재개하시는 건가?

   
 

"반드시 나여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진보진영 교육감 후보이고 싶은 생각은 여전하다. 하지만, 이번 행사는 정치 행위가 아니다. 제가 속한 경남교육포럼에서 14차까지 토론을 계속해왔고, 우연한 기회에 '생명존중'만이 학교폭력을 포함한 교육문제나 환경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다는 깨달음을 갖게 됐다. 오창길 선생이 번역한 〈생명의 수업〉이라는 책을 읽은 게 계기였다. 그래서 주변의 교육·환경단체로 외연을 넓혀 생명존중시민포럼을 만들었고, 이번 행사를 준비했다. 앞으로 3개월에 한번씩 주제를 바꿔 생명토크를 계속하겠다."

-그간 교육포럼에서 스웨덴과 핀란드 등 북구의 교육체계를 주로 다뤘다고 했다. 이번 생명토크 역시 스웨덴 교육이 소재였다. 그런데 현재 경남에서 진행되는 고입 연합고사나 학생인권조례, 학교비정규직 처우문제 같은 현안과 비교하면 지나치게 원론적 주제들 아닌가.

"구체적인 교육현안에 대해서도 할 말은 많고, 앞으로 그럴 기회가 있을 것이다. 북구의 교육체계를 한국과 동떨어진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토양의 차이가 있다는 점을 떠나 현실적으로 배우고 도입할 게 많다. 황 원장이 말했던 학생-학부모-교사의 정기적 협의가 예가 된다. 학교폭력이 현실적 문제인 만큼 바로 도입해야 할 과제다."

-도교육감 후보였던 입장으로서, 현재의 교육행정과 현안에 대해 말씀해달라.

"경남교육포럼이나 그 속에 포함된 도서관연구회 모임 등을 통해 꾸준히 도내 교육현장을 접하려고 한다. 학교에서 교사도 만나고, 급식소에서 밥을 먹는다. 그런데 아쉬운 건 자연스런 학교 방문을 관리자들이 지나치게 부담스러워하는 경우다. 교육감 후보였기 때문이었다는 것이 원인이라는데, 이런 풍토는 개선됐으면 한다."

 

 

 

 

 

 

학교폭력 가해자 학생부 기재…한해 2천명 주홍글씨
도내 한 학기 916명, 전국 수만명…조재규 도의원 '기재 중지' 촉구
2012년 08월 17일 (금) 이일균 기자 iglee@idomin.com

"학교폭력 가해사실이 학교생활기록부에 기록되면 도내에서 한 해 2000명의 폭력전과자를 양산하는 결과가 됩니다."

경남도의회 교육위 소속 조재규 의원은 16일 도의회 기자회견에서 학교폭력 가해 사실의 학교생활기록부 기재를 즉각 중지할 것을 교육과학기술부와 경남교육청에 촉구했다.

경남교육청은 교과부가 지난 9일 보낸 '학교생활기록 작성 및 관리지침(이하 관리지침)에 따른 학생부 기재 재안내' 공문에 따라 각 학교에 이를 안내하고, 위반할 때 징계가 따를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조 의원은 대책으로 졸업 전 삭제심의제도나 중간삭제제도 도입 등 학교생활기록부 학교폭력 기재가 또 다른 인권침해가 되지 않도록 개정할 것을 제안했다.

 

   

 

교과부가 관리지침에 따라 올해 3월 1일 이후 학교폭력 가해 사실을 초·중·고교의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한다고 밝히면서 이 문제는 시작됐다. 학교폭력이 발생할 경우,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에서 결정된 가해학생 조치사항을 학생부의 '학적사항', '출결상황',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 등 세 개의 영역으로 구분해 입력하도록 한 것이다.

조 의원에 따르면 경남교육청은 3월1일부터 7월20일까지 916명의 학생이 학교폭력대책위로부터 학교폭력 행위로 조치를 받았고, 올해 2학기부터 연말까지 이 학생들은 학교생활기록부에 가해 사실이 기재되게 된다.(표 참고)

조재규 의원은 "도내에서 1학기만 916명이다. 이대로 가면 한 해 2000명의 학생이, 전국적으로는 수만 명의 학생이 학교폭력전과자로 등재되는 결과가 된다"면서 "학교생활기록부의 학교폭력가해사실 기록은 학교폭력전과자를 양산하는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학교생활기록부에 한 번 기재된 내용은 관리지침에 따라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5년간, 고등학교는 10년간(지난 6월 훈령 바뀌면서 졸업 후 5년간으로 개정 예정) 보존된다. 고교와 대학교 입시 전형 자료로 요구할 경우에 입시 전형자료로 사용될 수 있도록 교과부는 계획하고 있다고 조 의원은 지적했다.

이 조치의 또다른 맹점으로 형평성도 꼽혔다. 학교 밖에서 이뤄지는 강도·절도 등 범법행위는 기록되지 않는데, 유독 학교폭력은 기록으로 남는다는 점이다. 전남·전북·광주시 교육청과 서울·경기·강원도 교육청 등은 이 조치를 거부하고 있다는 점도 덧붙였다.

반면, 교과부는 관리지침 확정 당시에 "극심하게 확산된 학교폭력을 막기 위해서는 가해자에 대한 징계효과가 분명해야 한다"는 취지를 내세웠다.

경남교육청 교육과정과 관계자도 "조치를 받은 학생에 대해서는 학생부에 기록하라고 교과부가 훈령을 통해 확정했다. 관련 법령 조항을 바꾸지 않는 한 이를 어길 수 없고, 어기면 조치를 받게 된다"면서 "도교육청은 이 점을 각 학교에 알렸고, 조치 내용을 교과부에 회신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학교폭력 학생부 기재 두고 교육감-교과부 대립
교육청·학교 특별감사 반발…일부 교육감 '장관 퇴진' 요구
2012년 09월 06일 (목) 이일균 기자 iglee@idomin.com

학교폭력 징계 내용을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하라는 교육과학기술부 훈령에 대해 일부 시·도 교육감이 장관 퇴진을 요구하는 등 극단적으로 대립하고 있다.

전북교육청 김승환 교육감과 경기교육청 김상곤 교육감은 각각 3일과 4일 기자회견을 통해 학교폭력 가해 사실의 학생부 기재 문제에 대해 대통령이 직접 나설 것과 함께 교과부 이주호 장관의 퇴진을 요구했다. 장관 퇴진 요구의 배경에는 교과부가 경기도와 전북·강원 등 학생부 기재 보류 결정을 내린 시·도교육청을 대상으로 진행중인 특별감사가 있다. 교과부 특별감사단은 지난달 23일부터 도교육청 및 일선 학교를 대상으로 특별감사를 벌이고 있다.

이에 대해 김상곤 교육감은 "교과부 장관은 교육 파괴의 종결자임을 스스로 선언했다. 폭력성이 상식을 넘어섰고, 교육자를 짓밟고 있다"며 "교육자들의 양심을 모독한 책임을 지고 이 장관 스스로 퇴진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4일 시도교육감협의회를 마치고 기념 촬영한 전국 교육감들. 이중 서울과 경기, 강원과 전북, 광주, 전남 교육감 등이 학교폭력 학생부 기재에 반대하고 있다. /경남교육청

 

 

강원교육청 민병희 교육감도 같은 날 기자회견에서 "학교 폭력을 학생부에 기재하도록 한 교과부의 훈령은 법률적인 근거가 마련될 때까지 보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민 교육감은 "교과부의 정책 취지를 반영하면서도 위헌, 위법성, 인권침해 소지를 없애는 방식으로 국회 차원의 입법 정비가 필요하다"며 "입법 정비가 될 때까지 훈령 시행을 보류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교과부는 학교생활기록부에 학교폭력 가해사실을 기재하지 않은 고교가 3일 현재 전국에서 경기 1곳, 강원 5곳, 전북 18곳 등 24곳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전날 경기 4곳, 강원 10곳, 전북 19곳 등 33곳에 비해 9곳 감소했다고 덧붙였다. 경남은 도교육청의 방침대로 각급 학교에서 관련 내용을 학생부에 기재하고 있다.

교과부는 미기재 고교에 학교장의 학생부 승인 마감일인 7일까지는 기재하라고 설득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교과부는 기재 기준일인 지난달 31일까지 학교폭력을 미기재한 고교 37곳에 3일까지 교과부 방침을 따르지 않으면 교장ㆍ교감ㆍ해당 교사를 징계한다는 공문을 보냈다.

한편, 지난 4일 대구에서 열린 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 학교폭력 가해사실의 학교생활기록부 기재 문제가 논의됐지만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이날 대구에서 17개 시도교육감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협의회에서는 곽노현 서울시교육감과 김승환 전북도교육감이 생활기록부 기록 문제를 긴급안건으로 제안했지만 시도 간 이견으로 안건으로 채택되지 못했다.

이날 회의는 생활기록부 기재 문제를 두고 갑론을박이 펼쳐지면서 당초 예정보다 1시간 이상 길어졌다. 협의회에서는 사립유치원 교사 학급당 배정 기준 마련 △지방공무원 겸임발령 및 겸임수당 지급 근거 규정 신설 △누리과정 확대에 따른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내국세 교부율 상향 조정 안건도 교과부에 개선을 건의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학교 비정규직의 처우 개선에 관한 '교육기관 근무 공무원이 아닌 근로자의 지위 향상을 위한 특별법 제정 건의'와 '농어촌학교 유학의 안정적ㆍ체계적 추진' 등 2개 안건은 합의 도출에 실패했다.

 

 

 

 

[교과부 국정감사] 다양한 지적 쏟아져…"교복 공동구매 활성화 위해 6월 부터 입어야"
데스크승인 2012.10.10   이일균 기자 | iglee@idomin.com 

◇학교폭력 전문 상담교사 학교 10곳 중 한 곳에만 = 2012년 학교폭력 건수가 전년에 비해 오히려 1.8배 증가한 점을 들어 국회 교육과학기술위 소속 민주통합당 이용섭(광주 광산을) 의원은 교과부 국감에서 "이는 전문 상담교사의 전국 학교 배치율이 9.8%로, 학교 열 곳 중 한 곳에만 배치돼 있는 현실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올해 3월부터 8월까지 6개월동안 발생한 학교폭력 건수가 지난해 1년동안의 사건발생 건수의 91.3%에 육박한다며, 이는 지난 2월 정부가 발표한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이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지 못한 결과라고 꼬집었다.

    
그중 중학교 4388건(64.6%), 고등학교 1979건(29.1%), 초등학교 411건(6%) 순으로 발생했다. 지역별로는 경기 18.5%, 대구 11.7%, 서울 11%, 부산 10.2%, 광주 8.7%, 전남 8% 순서였다.

전국의 학교 중 전문 상담교사 배치율은 학교당 0.1명이었고, 전문상담 순회교사는 교육지원청당 1.69명으로서 교사 1인당 담당 학교수가 평균 22.7개교에 달했다.

특히, 전북과 전남, 강원의 전문상담교사 배치율은 학교당 0.6명에 불과했다. (아래 표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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