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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대학입시 기획 후

[대선후보 정책비교] (4) 대학입시와 대학정책
박, 고교범위 외 문제출제 금지…문, 국공립대 통합 추진…이, 수능 폐지·자격고사로
2012년 12월 12일 (수) 이일균 기자 iglee@idomin.com

대학입시 제도에 관한 공약만큼 유권자들에게 영향력이 큰 공약도 없다.

학부모나 학생 입장에서 경제적으로, 정신적으로 영향을 받지 않는 유권자가 거의 없다. 학부모들은 극도의 경쟁입시 통에 사교육비다, 대학등록금이다 해서 '뼛골이 빠질 지경'이다.

학생들 입장은 더하다. 초·중학교 과정부터 대학입시에 종속돼 별도로 영어·수학 공부를 해야 한다. 21세기형 창의성 교육? 흉내만 낼뿐, 학교 현장에서는 어림없는 일이다.

성적을 비관해 자살하는 학생이 한 해 수 십명이다. 밤 12가 넘어서야 학원에서 돌아온 학생들은 2~3시까지 책상 앞에 버티고 있다가 다음 날 학교에서는 책상에 엎드려 잔다.

이런 대학입시 현실에 대해 새누리당 박근혜(기호 1번), 민주통합당 문재인(기호 2번), 통합진보당 이정희(기호 3번) 후보의 공약은 뭘까?

 

   

 

◇수능시험 = 현 대학입시 체제의 상징적 존재가 수학능력시험이다. 예비고사, 학력고사 등의 이름으로 변천해온 이 시험 성적은 여전히 대학 입학의 절대적 기준이다.

현 정부는 내년 수능시험체제를 또 바꿨다. 각 과목을 난이도에 따라 A·B형으로 나눈다는 내용이다. 수험생 부담을 줄인다는 명목인데, 그렇지 않아도 복잡한 수능체제를 더 복잡하게 만든다는 원성이 들끓는다.

수능시험에 대해 박근혜, 문재인 후보는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두 후보 모두 고교 범위 외 시험 출제를 금지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반면, 이정희 후보는 수능을 폐지하고 대학입학자격고사로 대체한다는 공약을 냈다. 경쟁과 사교육 요인을 배제하고 고교 내신성적과 졸업자격고사를 결합하는 방안이다.

◇수시모집, 정시모집 체계 = 현재 수시모집은 논술, 입학사정관제, 특기적성, 학생부 등 다양한 방법으로 대학별 전체 정원의 60% 이상을 뽑는다.

나머지는 내신성적과 수능 성적, 입학사정관제 결합 등의 방법으로 수시가 끝난 뒤 정시모집을 한다. 이에 대해서는 전형 방법이 3600개가 넘는다는 등 복잡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대해 박근혜 후보는 '수시는 학생부와 논술 중심으로, 정시는 수능 중심으로 간소화하겠다'는 원칙을 제시했다. 구체적 이행 방안을 추가하지 않았다.

문재인 후보는 같은 간소화 원칙 속에서 수능과 내신 전형, 특기적성과 입학사정관제 전형 등 '4트랙'으로 좁히겠다는 공약을 했다. 입학사정관제 관리와 대학입학지원처 신설 방안도 내놨다. 이정희 후보는 수능과 함께 현 수시·정시 모집체계 자체를 폐지하겠다고 했다. 대학입학자격고사를 통과한 학생에 대해 국공립대는 통합네트워크로 통합 전형을 하고, 사립대는 학생부와 자체 선발기준으로 별도 전형하게 했다.

◇대학 서열화 = 극심한 경쟁입시의 원인은 국공립대와 사립대, 서울 소재 대학과 지방 소재 대학 등으로 구분되는 현재의 대학서열화 체제에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사회 전반에 만연돼 있는 학벌사회 현상이 그 배경이라는 점은 물론이다. 대학서열화 체제에 대해서는 후보별로 공약이 대별된다.

우선, 박근혜 후보는 별도의 원칙이나 이행 방안을 내놓지 않았다. 반면, 문재인 후보는 대학서열화와 학벌주의 완화를 하나의 방향으로 내세웠다. 이행 방안으로는 국공립대 통합 네트워크 구축을 내세웠다. 국공립대부터 대학입학 평준화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의도다.

이를 통해 학생과 교수의 공동기초·교양교육, 학점 교류, 강의 교환, 학생의 입학후 전출입 상호 인정 등 공동 학사관리를 시작하겠다는 내용이다.

이정희 후보 역시 같은 내용의 국공립대 통합네트워크를 내세웠다. 다만, 시간과 추진 강도는 민주통합당보다 빠르고 강력하다는 점을 앞세웠다.

◇사립대학 = 전국 대학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사립대학을 제쳐놓고 입시체제의 변화를 꾀하기는 어렵다. 물론, 이 주제는 국공립대통합네트워크 등 대학서열화 체제 변화에 대해 공약을 표명한 후보로 한정되는 측면이 있다. 그래서인지, 박근혜 후보는 이 문제 역시 별도의 원칙과 방안을 내놓지 않았다.

문재인 후보는 '건전사학 육성, 사학의 민주성 투명성 강화'라는 방향 아래 고등교육재정교부금을 통한 효율적인 지원과 관리체제로 공공성을 높여 나가겠다는 공약을 냈다.

이정희 후보 역시 고등교육재정교부금으로 사학의 공공성을 점차 강화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지방대학·지역인재 할당 = 지방대학 강화, 지역인재 할당 등에 대한 공약이다. 경쟁적으로 서울 소재 대학에 진학하는 현상을 완화하기 위한 방안이다,

박근혜 후보는 이에 대해서도 행복교육 5대 공약 등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반면 문재인 후보는 지역 인재 채용 의무화 등을 담은 지방대학발전지원특별법 제정을 공약했다. 이정희 후보는 지역 거점 국립대학 특성화계열 육성 방안을 내놨다.

한편, 무소속 후보의 경우 박종선(기호 4번) 후보는 직업교육고등학교와 기술교육전문대학 강화, 김소연(기호 5번) 후보는 입시 폐지와 중등교육체제 개편, 강지원(기호 6번) 후보는 '적성찾기 교육혁명'이라는 방향으로 '선 취업 후 대학진학 정책', 김순자(기호 7번) 후보는 수능 폐지와 대학입학자격고사 시행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학부모 "입시제도만 바꾸면, 그 후보 찍겠다"
박근혜, 교육 공약에 대입 개선안 빠져…문재인 국공립대부터 입학 평준화
2012년 12월 12일 (수) 이일균 기자 iglee@idomin.com

창원시 마산합포구에 사는 임모(47) 씨의 대통령 선출 기준은 간단하다. "정당? 인물? 그런 거 필요 없어요. 애들이나 부모들이나 등골 휘게 만드는 이놈의 대학입시만 바꾸면 돼요. 대학등록금도 제발 줄이고요. 애 하나 대학교까지 마치는데 2억 원이 넘는 이런 세상이 정상인가요?"

그는 올해 고1, 고2 두 딸을 두고 있다. 둘 다 인문계 고교에 다니고 대학 진학을 희망한다. 부부가 맞벌이를 하고, 몇 년 전에 겨우 아파트 한 채를 구입했지만 아이들 대학 진학을 앞두고 마음이 편치 않다. 크나큰 벽이 둘이나 가로놓여 있는 셈이다. 사립대학 1년 등록금이 1000만 원을 넘는다. 그나마 집에서 다니면 숙식비야 줄지만, 딴 데로 유학을 가게 되면 경비는 갑절이 된다. "집을 파는 방법밖에는 더 있나요. 힘들게 장만했지만…. 그 방법 외에는 없는 걸 어떻게 해요. 어쨌든 이런 비정상적인 교육 구조는 제발 좀 바뀌었으면 좋겠어요."

 

*아무도 좋아하지 않는 경쟁입시

대학입시로 인해 겪는 학생들 사정은 더하다.

창원의 인문계고교 1학년 장모(16) 군은 아직도 고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한다. "아침 7시 50분까지 학교에 와서 밤 9시까지 학교에 있어요. 5시 반까지는 수업하고 그 뒤에는 밥 먹고 자습하죠. 너무 오랜 시간 학교에 있는 게 아직도 적응이 안 돼요." 그리고는 학원으로 간다. "12시까지 학원에서 영어 수학 공부를 더 해요."

같은 학년의 정모(16) 양도 "중학교 생활이랑 달라도 너무 달라서 힘들다"고 했다. 예상은 했지만, 막상 현실이 된 고교 생활은 버겁다. 정 양은 학기 중이나 방학이나 계속되는 학교생활뿐만 아니라 학원 수업에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어쩔 수 없지만, 힘들어요. 영어 수학 공부를 따로 하지 않으면 학교 시험이나 모의고사 등급이 떨어질 것 같아서 불안해요. 모두 다 과목별로 1등급은 상위 4%, 2등급 상위 11% 식으로 등급을 내니까요." 인문계 고등학교 생활은 이처럼 1학년 때부터 하루 12시간 이상 계속된다.

이들의 학교생활은 3학년이 되면 차원이 달라진다. 또 다른 학교의 3학년 주모(18) 군은 "아침 7시 반부터 밤 11시까지 학교에 있는다"고 했다. 주 군의 수면 시간이 밤 1시부터 6시 반까지라고 했으니까, 잠자러 왔다 갔다 하는 시간 빼고는 온 종일 학교에 있는 셈이다. "정신이 없어요. 다른 생각할 틈도 없고. 요즘은 날짜 가는 줄도 모르고,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도 모르겠어요."

1학년 장모(16) 군이 이야기 끝에 이런 말을 했다. "힘들어요. 그런데 저만 힘든 게 아니에요. 부모님도 힘들고, 선생님들도 힘든 거 같아요. 대학입학이 왜 이렇게 모두 다 힘든 게 돼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모두가 좀 더 편해지는 방법이 없을까요?"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11월 발표한 교육분야 5대 공약에는 대입 제도 개선안이 포함되지 않았다. 사교육 부담 완화와 공교육의 질 강화를 제1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사교육 부담의 근본적 원인인 대입 제도에 대해서는 정작 개선안을 내놓지 않았다는 지적이 따랐다.

 

   

 

5대 공약에는 빠진 대학입시 방안은 대입 전형 간소화라는 이름으로 간략하게 언급됐다. 수시모집은 학생부와 논술 중심으로, 정시는 수능 중심으로 간소화하겠다는 내용이다. 이는 지난 7월 박 후보가 일찌감치 제시했던 교육공약 초안의 큰 틀을 재확인한 수준이었다. 입학사정관제 전형에 대해서도 다른 개선책을 내놓지 않았다.

구체적인 대학입시 개선대책이 빠졌다는 지적에 대해 박근혜 캠프의 행복교육추진단 곽병선 단장은 "입시제도 개선은 당장 어느 부분을 손댐으로써 고쳐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면서 "중장기적으로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입시제도의 근간을 개선하는 비전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대학 및 대학입시 관련 공약으로 대입 전형 단순화와 대학 경쟁력 제고 및 학벌주의 완화 등 두 축을 제시했다.

우선 대입 전형 단순화는 수능과 내신 전형, 특기적성과 입학사정관제 전형 등 '4트랙'으로 좁히겠다는 공약을 했다. 고교 교육과정에서 과도하게 벗어난 논술이나 과도한 영어 스펙을 요구하는 폐해를 바로 잡겠다는 점도 덧붙였다.

대학별 경쟁력 및 학벌주의 완화를 위해서는 국공립대 통합 네트워크 구축 및 '특성화 혁신대학' 육성을 내세웠다. 국공립대부터 대학입학 평준화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의도다. 이를 통해 학생과 교수의 공동기초 및 교양교육, 학점교류, 강의교환, 학생의 입학후 전출입 상호 인정 등 공동 학사관리를 시작하고, 사립대에 대해서는 고등교육재정교부금을 통한 효율적인 지원과 관리체제로 공공성을 높여 나가겠다는 입장이었다. 아울러, 지방인재 채용 의무화 등 '지방대학발전지원특별법' 제정 공약도 추가했다.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는 관련 공약으로 통합 전형·학점·학위 등으로 국립대를 통합해 대학서열체제를 타파하는 정책을 내놨다. 국립대(네트워크) 규모는 1단계로 총 정원의 50%, 2단계로 정부책임형 사립대까지 포함해 총 정원의 80% 선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10월 전교조경남지부 등이 경남대 앞에서 진행했던 '대학입시를 바꾸는 교육대통령 뽑기' 서명운동. /이일균 기자  

 

현재의 대학 수능 폐지와 대학입학 자격시험 도입 방안도 제시했다. 현 대학입시가 상위서열 대학, 특정 인기학과 진학을 위한 경쟁의 장으로, 초·중등교육조차 입시에 종속돼 영어, 수학, 국어 등 입시과목을 중심으로 파행 운영된다는 배경 설명이 따랐다. 이로 인해 막대한 사교육비가 들고, 입시를 매개로 사회적, 교육적 불평등이 고착됐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세 후보 모두 초·중등 교육 정상화, 공교육 강화를 내세웠다는 점이다. 그만큼 지금의 교육이 비정상이라는 반증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떻게 이를 이행하는 것일까?

우선 박근혜 후보는 행복교육 5대 공약의 첫 번째로 사교육비의 획기적 절감을 내세웠다. 특히, '공교육정상화촉진특별법'을 제정해 각급 학원에서 성행하는 선행학습을 법으로 금지하고, 선행학습 유발시험 자체를 막겠다고 했다. 초·중·고교 시험이나 수능·입시 등에서 학교 교육과정을 넘는 범위의 문제 출제를 금지한다.

이에 대해 캠프 관계자는 "입시에서 고교 수준을 넘지 않게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지금도 대학에 고교 범위 내에서 논술을 출제하라고 하지만, 이를 어겨도 법적으로 규제할 장치가 없다. 이를 법 조항에 포함하면 충분히 제재를 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초등학교에서는 현행 학업성취도 평가를 폐지한다. 중·고교는 국가수준의 학업성취도평가를 유지하되, 과목 수를 줄이고 조정하는 방법을 검토한다"는 방안도 덧붙였다.

반면, 문재인 후보는 공교육 강화를 위해 초·중·고교 전역에서 혁신학교 모델을 확산하겠다고 했다. 현행 학업성취도평가는 초·중·고교 모두에서 전면 폐지하고, 고교 서열화 방지 차원에서 현행 특수목적고를 일반고로 전환시키겠다는 정책을 냈다. 이는 사교육비 절감에도 대폭 기여할 것이라는 근거가 붙었다. 이와 함께 중학교 2학년 과정을 '진로 적성 찾기' 중심 내용으로, 고등학교 내 학점제를 통한 학습선택권 확보 방안도 내놨다.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도 공교육 강화 방안의 핵심으로 특수목적고 해체, 고교 평준화 재정립을 내세웠다. 현재 상위서열 진학의 통로로 기능하고 있는 외국어고와 자율형사립고 중심의 '계층분리 학교체제'를 평준화체제로 재정립해야 한다는 설명이었다.

전면적인 학업성취도평가시험 폐지와 2015년 내 초등학교 학급당 20명, 중·고교 학급당 25명 이하 학생 수 감축 등도 공약으로 내세웠다. 2단계로 2020년까지는 모든 학교의 학급당 학생 수를 20명 이하로 감축한다는 방안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