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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경남의 고입 선발고사 부활 논란

경남의 고입 선발고사 부활 논란도 이젠 1년 전의 일이 됐다.

2011년 지난해 연중 계속됐던 논란이 올해 1월 25일 경남교육청 고영진 교육감의 선발고사 도입 확정 발표로 일단됐다. 2015학년도, 즉 올해 중학교 1학년이 고교에 입학하는 2014년 말부터 결국 시험을 치기로 했다.

논란 1년이 지난 지금, 중학교 교실에서 일어난 변화는 어떤 것일까.

최근 창원 동읍의 한 중학교에서는 학부모 의견수렴을 거쳐 내년 학년별 야간 자율학습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런 움직임은 점차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중학교 현장에서 일어나는 고입 선발고사 부활로 인한 현상들을 본격적으로 알아보기에 앞서 지난해와 올해 초 진행됐던 논란 쟁점들을 주요 기사를 통해 정리한다.

 

 

 

도교육청, 고입 연합고사 부활 초읽기?
내달 공청회서 입장표명 예고…저지대책위 "재도입 시나리오 폐기하라"
2011년 10월 25일 (화) 이일균 기자 iglee@idomin.com

"2015학년도에 고입 연합고사를 부활하기 위해 경남도교육청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24일 오전 도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경남 연합고사 부활 저지 대책위원회' 주장에 따르면 그렇다.

지금 초등학교 6학년들이 중3으로 고입을 앞두는 2014년 말에 연합고사를 부활하기 위해 도교육청이 올 5월 용역결과를 밝혔고, 11월 중에 공청회를 진행하는 등 부활 여부를 올 연말까지 결정하기 위해 수순을 밟고 있다는 것이다.

도교육청 박줄 장학관 등 관계자들도 부인하지 않았다. 11월 중에 공청회를 열고, 그 자리에서 도교육청의 입장을 밝히겠다고 했다.

 

   
 
 

경남 연합고사 부활 저지를 위한 대책위원회'는 24일 오전 경상남도교육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남도교육청은 2015학년도 고입 연합고사 부활 시도를 폐기할 것"을 촉구했다. /오마이뉴스 윤성효 기자

 

 

도교육청이 내세우는 연합고사 부활 이유는 학력 향상과 각 중학교별 경쟁력과 면학분위기 조성.

관계자들은 "고입 연합고사가 없는 것이 전국 16개 시·도교육청 중에서 매년 13~14위 수준에 머무는 대입 수학능력시험 평균 성적 원인 중의 하나라고 보고 있다"며 "이밖에도 각 중학교별 경쟁력과 면학분위기 등을 진작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전국 도단위 교육청 중에서 연합고사가 없는 곳은 경남뿐"이라는 근거와 함께 "올 5월에 도내 학생과 교사, 학부모 1만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포함해 용역을 진행한 결과 60% 이상의 지지를 얻었다"는 점도 덧붙였다.

이에 연합고사 부활 저지 대책위원회는 "입시지옥을 중학교까지 확대하게 된다. 연합고사를 일찌감치 폐지해 놓고는, 이제 와서 전국적인 폐지 흐름에 역행하는 처사"라고 주장했다.

서울·부산 등 전국 7개 광역시 단위 교육청 중에서는 울산만 연합고사가 있고, 도단위 중에서도 경기도는 2013학년도에 폐지한다는 근거도 제시했다.

학력 저하 부분에 대해서는 "도교육청이 그간 특성화고교(이전 실업계) 육성에 비중을 두지 않고 인문계고교를 양산한 결과"라며 "소위 수능성적이 좋다는 광주와 제주도는 인문계고교의 비율이 경남처럼 압도적이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구체적 요구로 '연합고사 부활 시나리오 폐기'와 '연합고사를 위한 공청회가 아닌, 평준화지역 전형방법 등 고교입시 개선안 공청회 실시' 등을 내세웠다.

대책위에는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경남도당, 민주노총경남도본부와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전교조경남지부 등 20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했다.

 

 

 

"학력향상 위해 부활해야" VS "또 시험으로 내모나"

고입 연합고사 부활 여부 공청회…어떤 말 나왔나
2011년 11월 16일 (수) 이일균 기자 iglee@idomin.com

'경남 고입 전형방법 개선방안 공청회'가 열린 14일 오후 창원시 사림동 경상남도교육연구정보원에는 교사와 학부모, 교육청 관계자 등 100~200명이 자리를 잡았다.

도교육청 박태우 교육국장이 인사말을 한 뒤 경남도의회 교육위원회 조재규 위원장을 소개했다. 조 위원장은 "도의회 공청회에 이어 두 번째다. 그만큼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충북처럼 새로 부활한 곳도 있고, 경기도와 강원도처럼 폐지할 곳도 있다. 이런 저런 예가 있다는 것은 그만큼 소통을 통해 결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조급하게 일방적으로 추진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2015학년도에 연합고사 부활하려 합니다" = 주제발표에 나선 도교육청 교육과정과 박줄 장학관은 고입 전형방법 개선 필요성부터 언급했다.

"2002년에 연합고사를 폐지했다. 이후 지금까지 현행 고입 전형방식에 선발시험을 도입해야 한다는 요구가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지난해 최고조였다. 대학수학능력시험 결과가 2009년부터 공개되면서 시도별 시군별 학력실태가 드러난 것이다. 전국 9개 도단위 교육청 중에서 선발시험 안치는 곳은 경남이 유일하다. 다른 시도와 비교했을 때 도내 학생들의 학력이 낮은 것은 사실이다."

이어 그는 현행 내신성적에 의한 고입 전형에 따라 중3 2학기 2차 고사 이후의 교육과정 정상화 문제를 언급했다.

"지금은 중3 내신 산출기준일인 11월 중순 이전에 기말고사를 쳐야 한다. 이후 약 2개월 동안 진행해야 할 고교과정 대비 학습 진행에 문제가 있다. 교원연수나 학부모 모니터링단 같은 방안이 시도됐지만 한계가 있었다."

박줄 장학관은 이어 도내 중·고교생들의 학력저하 근거자료를 제시했다. 2009~2010년 중학교와 고등학교 학업성취도평가 순위결과와 2005학년도 이후 연도별 대학수학능력시험 결과였다. 대부분 전국 16개 시·도교육청 중에서 하위권이었다는 요지였고, 이렇게 결론을 내렸다.

"고입 선발고사의 도입이 문제해결의 핵심이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무관하다는 확정적인 근거도 없다. 여러 대안 중에서 하나의 방안이 된다면 적극적인 검토와 분석이 있어야 하겠다."

그는 결론으로 다음과 같이 제안했다.

"고입 선발고사 도입 시기는 현 초등학교 6학년들이 대상이 되는 2015학년도부터 하자. 성적 반영은 내신50에 선발50 비율로 하고, 선발시험 과목은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도덕, 기술·가정 등 7개 과목으로 하자. 후기 전형을 하는 학교 모두를 대상으로 하자."

 

   
 
 

지난 14일 고입 연합고사 공청회에 앞서 열린 연합고사저지경남대책위원회의 기자회견. /이일균 기자

 

 

◇"시험이 아니면 공부를 안 한다고?" = 전교조 소속인 창원 명곡고 진영욱 교사는 자체 설명자료로 도교육청의 입장을 시종일관 맹공격했다.

"연합고사 부활이 학력향상에 도움이 되는가 하는 점에서 교육청 스스로도 '핵심 답은 아니지만 이를 부정할만한 확정적 증거는 없다고 했다. 이런 논리가 어딨나. 전형적인 '아님 말고'식 논리다. 도대체 그 피해가 누구에게 돌아가는가. 학력향상 근거자료로 중학생과 고교생 학업성취도를 들었다. 말이 안 된다. 고교생은 되레 국어성적 안 올랐나. 수능성적 근거도 그렇다. 연합고사를 폐지했던 게 2002년인데 수능성적은 왜 5년 뒤인 2007년부터 떨어지나. 논리대로라면 3년 뒤에 떨어져야지."

학력저하 부분에 관해 이어진 청중토론에서 전교조경남지부 차재원 지부장은 이런 반박논리를 내놨다.

"도교육청 근거대로 하면 전국에서 수능성적 평균이 높은 곳은 제주도와 광주다. 이유가 있다. 경남과는 출발선이 다르다. 그 두 곳은 인문계 진학하는 학생들이 전체 중학생들의 40~50%다. 그만큼 수능시험을 치는 학생이 적다. 그런데 경남은 전체 중학생의 90% 이상 인문계에 진학하고, 수능을 친다. 그러니 평균 성적이 낮을 수밖에 없다. 이건 교육청에서 대부분 전문계고를 인문계로 전환시켰기 때문이다. 교육청의 실정으로 점수가 낮아진 것을 누구에게 책임을 돌리는 것인가."

한편, 토론자인 진영욱 교사는 이어 현행 중3 11~12월 중에 교육과정이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못한다는 근거에 대해 반박했다.

"교육과정 정상운영도 그렇다. 중3 기말고사를 왜 10월 중순에 치나. 학생들이, 학부모들이 그걸 원하나. 교과부 지침 아니냐. 거꾸로 된 것 아닌가. 입시 위주의 정책 아닌가. 아이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 아닌가. 그렇게 걱정한다면 2학기 2차 시험을 12월에 치면 되는 것 아니냐."

진영욱 교사는 자신의 토론 내용을 이렇게 마무리했다.

"결국 또, 시험으로 애들 공갈하고 협박하겠다는 게 아니냐. 좋은 문제가 중요하나, 좋은 답이 중요하나. 창의성의 원천이 어떻게 5개 답 중에 하나를 맞히는 것인가. 현 교육감이 내세우는 특색과제가 노래하는 학교, 책읽는 학교, 운동하는 학교 아닌가. 아니 세상에, 다음날 시험인데 무슨 노래를 하고, 책을 읽고, 운동을 하겠는가. 아이들이 어느새 시험에 중독돼 있는데, 또 시험으로 아이들 고치겠다니, 그래도 계속 '시험 시험' 하시겠나."

 

   
 
 

공청회에서 주제발표를 하는 박줄 장학관. /도교육청

 

 

◇연합고사 찬반 토론 내용은 = 삼정자초교 이영미 학부모와 거제고교 여영운 교장이 찬성토론자로 나섰다. 이영미 학부모의 논리는 이랬다.

"6학년, 5학년, 2학년 세 자녀가 있다. 경남이 이렇게 학력이 낮다는 이야기를 듣고 놀랐다. 중학교와 고등학교의 학업 단절도 심하다. 어떻게 내 자녀들을 학교에 맡길지 걱정이 앞선다. 교육과정을 정상화하고, 수업분위기 개선을 위해 도교육청이 추진하는 전형방법 개선에 찬성한다.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여실하게 드러나지 않았는가. 내신에 실패한 학생들에게도 기회를 주어야 한다."

거제중학교 여영운 교장은 이렇게 주장했다.

"고입 선발시험이 반드시 필요하다. 다른 시도에 비해 학력이 낮다는 것이 드러났다. 실증적 근거가 부족하지만, 선발시험을 하는 다른 도의 성적에 비하면 분명히 떨어진다. 상대적으로 낮다. 선발고사가 없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중3 11월 이후 수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않는다. 정상적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현실을 몰라도 정말 모르는 것이다. 선발고사처럼 뭔가 조치가 없으면 안 된다. 그리고 현행 고입 전형으로는 내신성적 나쁜 사람은 기회가 아예 없다. 심지어 '천형'이라는 말도 나온다. 좋은 학교 못 간다. 시험을 친다면 내신 40, 선발 60 비율이 맞다고 본다."

반면, 참교육학부모회경남지부 김미선 지부장은 자신이 준비한 파워포인트 자료로 연합고사 도입을 반대했다.

"정책 결정권자가 바뀔 때마다 이렇게 정책이 바뀌어서 되겠는가. 도교육청 보고서는 참교육학부모회 조사결과와는 정반대다. 선발고사를 치는 경북의 사교육비는 엄연히 증가했고, 제주도에는 중학교에 야간자율학습이 있다. 충북은 방과후학교가 반강제적이다. 경기도와 강원도는 내년에 연합고사를 폐지한다. 울산은 연합고사 성적 100%로 고등학교에 가는데 어떻게 수능성적이 전국 최하위인가." 

 

 

 

연합고사 부활 찬반 기고문

중학교 학습결손 막기 위해서라도 필요vs학습자 고려 않는 등수 매기기 시험일 뿐
2011년 12월 15일 (목) 경남도민일보 webmaster@idomin.com

중학교 학습 전반의 점검 필요성은 고영진 교육감이 제시한 핵심 논리다. 결국, 이 문제가 교육감이 연합고사 도입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본보는 이에 대해 긴급하게 찬반 의견을 의뢰했다.

 

<찬성>

-경남도교육청 교육과정과 박줄 장학관

경남교육청이 추진하는 고입 전형방법 개선은 궁극적으로 중학교 교육과정의 내실 있는 운영으로 학습결손 예방과 교실수업개선, 면학분위기 조성 등을 통한 학력향상과 고등학교 학습과의 연계성을 갖게 하는데 의의를 둔다.

현재 학생수가 급감하고 있는 시점에서 어떤 고입 전형방법이라도 선발의 의미는 점진적으로 축소될 수밖에 없고, 초등학교와 고등학교의 중간 지점에 있는 중학교에서 충실한 교육과정 운영이 요청된다.

교과부가 발표한 2011년 학업성취도평가에서 기초학력 미달률이 초등학교 6학년은 작년 전국 3위에서 올해 전국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중학교 3학년의 경우 2010년 전국 6위에서 2011년에는 전국 9위로 하락하였다. 고등학교도 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따라서 중학교 과정에서 학습결손이 많이 발생하고 있고, 이는 중학교 학습과정 전반을 충실하게 운영할 필요성으로 연결된다.

충북의 경우 2008년 중3의 학업성취도평가 결과 기초학력 미달률 순위가 경남보다 약간 낮았다. 그러나 2009년 고입 전형방법을 중학교 내신성적과 선발시험을 병합하는 방법을 발표한 이후 꾸준히 상승하여 2011년 학업성취도평가에서는 전국 1위를 했다. 고입 전형방법 개선이 중학교 학습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자료다.

일반적으로 학교에서 시행하는 정기고사(학기당 2회 실시하는 지필평가 및 수행평가)는 학교 교과서와 학생들의 성취수준, 담당교사 수업내용 등을 토대로 일정기간 학습한 내용을 시험범위로 하는 구조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다.

이 같은 한계를 보완하는 측면에서 중학교 교육과정 교과별 필수 학습요소에 대한 성취수준 점검과 종합적인 사고력을 기를 수 있도록 고입 전형방법을 개선하는 것도 교육과정 운영에서 필요한 것이다.

고등학교에 진학한 학생들과 담당교사들은 중학교 과정에서의 학습결손이 고등학교에 진학한 이후의 학습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고등학교 일선 교사들은 중학교 3학년 2학기 학습내용에 대해서는 심각한 수준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이는 학생들이 학습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자신의 진로에 의한 진학을 설계함에 있어 걸림돌이 되고 있으며 학습의욕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

 

<반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남지부 김동국 정책실장

경남교육청은 공청회 보고서에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선발시험 문항이 타당성과 객관성, 중학교 전 학년의 교육과정과 연계성을 가지며, 고등 사고력을 평가하는 문항이라는 이유로 사실상 선발 기능이 없음에도(!) 고입 선발시험이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단위 학교별 평가문항은 학교별 학습자 수준만을 고려한 것으로 타당성과 객관성이 부족하고, 단순 사고 중심의 문항이 출제되고 있는 경향이 있어 문제라고도 했다.

'단위 학교의 학습자 수준만'이라는 표현에는 학교별 학습자 수준을 폄하하고 있는 느낌을 준다. 적어도 그게 평가에서 제일 중요한 요소는 아니라고 말하고 있는 건 확실하다. 하지만 우리나라 시험의 가장 큰 문제점은 학습자를 고려하지 않는 데 있다. 어떻게 하면 남보다 1점이라도 더 받을까 고민하게 할 뿐, 어떻게 하면 어제보다 나은 내가 될까 고민하게 하지 않는다. 몇 점보다는 몇 등을 중요하게 여긴다. 타당성과 객관성이라는 기준은 등수를 내기 위한 타당성과 객관성이다. 시험이 한 사람의 성장을 평가하는 시험이 아니라 함부로 매겨서는 안 되는 한 사람의 등수를 매기는 시험이다.

도교육청 희망대로라면 앞으로 연합고사를 출제할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어느 누구도 경남의 시골 중학교 아무개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 그래서 그 아무개를 위한 시험 문제는 절대 낼 수가 없다. 교사가 다르고 학습자가 다르면 시험 문제도 달라야 한다. 그럼에도 같은 문제로 시험을 치는 이유는 학습자 개인의 성장을 위해서가 아니라 등수를 매기기 위해서다. 그렇게 등수를 매기기 위해 우리나라의 시험 문제는 실수를 유발하는 함정까지 갖출 정도로 너무 고급(?)스러워졌다. 그것이 수능이나 고입 선발시험 등을 포함한 소위 일제고사의 본질이다.

평가원에서 제작(!)한 선발시험 문제가 꽤 수준 높은 문제라는 건 일리가 있다. 평가문항만 개발하는 사람들인데 겉보기에 그럴싸한 문제를 낸다는 건 너무나 당연하다. 하지만 화려하고 복잡한 문제가 과연 좋은 문제일까? 문제 자체가 너무 복잡해서 문제 자체에 적응하는 공부를 따로 해야 하는 현실이 과연 바람직할까?

게다가 그 문제가 아무리 복잡하고 까다롭고 화려해서 고도의 사고력이 없으면 풀 수 없는 고급 문제이면 뭘 하나? 그 답은 무조건 컴퓨터용 사인펜으로 찍은 점인데. 그 점에는 사람의 생각이나 느낌이 없다. 사람이 아닌 컴퓨터가 답안지를 엄청난 속도로 처리해 버린다. 아예 생각이 없는 기계가 사람의 생각이 반영되어 있어야 할 학생의 답을 정말 기계적으로 채점을 한다. 답의 의미도 따지지 않는다.

문제 못지않게 답도 중요한 게 아닐까? 아니 오히려 문제의 수준보다 답의 수준이 더 중요한 게 교육이 아닐까? 우리나라는 아무리 생각해도 교과부나 교육청의 수준에 비해 시험문제만 너무 고급스러워진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고 교육감, 기어이 연합고사 강행

오늘 행정예고, 사실상 연합고사 부활 확정…반대측 "있을 수 없는 일" 반발
2011년 12월 21일 (수) 이일균 기자 iglee@idomin.com

경남도교육청이 오는 2015학년도 고입 연합고사 도입 행정예고를 했다.

도교육청 박태우 교육국장은 21일 오전 브리핑룸 기자회견에서 "현재 초등학교 6학년들이 고교에 진학하는 2015학년도에 고입 선발고사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내용은 도교육청 홈페이지와 경상남도 관보 등을 통해 행정예고 된다.

도교육청 행정예고에 따라 앞으로 20일 뒤인 1월 11일까지 연합고사 찬성, 반대 의견수렴과 답변처리를 한 뒤 내년 2월 도교육청 고입전형위원회 최종 결정 등 형식적 절차를 밟게 된다.

이로써 2010년 6월 현 고영진 교육감 당선 직후 교육감이 고입 선발고사 도입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줄곧 논란을 빚어온 연합고사 도입 여부가 1년 1년 6개월여 만에 사실상 도입으로 확정됐다.

 

   
 
 

박태우 경남도교육청 교육국장 등이 21일 오전 경남도청 브리핑룸에서 고입 전형방법 개선안 행정예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그간 연합고사 도입의 근거로 도교육청은 2002학년도 연합고사 폐지 이후 지속적인 중고교생 학력의 하락과 내신성적 산출이 끝나는 중3 기말고사 이후 수업의 정상화 등을 내세웠다.

반면, 도내 야권3당과 전교조경남지부, 참교육학부모회 등 21개 단체로 구성된 연합고사저지대책위는 연합고사와 학력의 연결 근거가 부족하고, 중3 기말고사 이후 수업 파행은 기말고사 시기 조정으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는 점, 시험 도입에 따른 문제풀이 위주 수업 가능성과 사교육비 증가 등을 주된 근거로 내세웠다.

연합고사에 반대하며 9일째 단식을 해온 전교조경남지부 차재원 지부장은 행정예고 강행에 대해 "교육감은 오늘까지 대책위 측과 단 한 차례 마주 앉은 적이 없다. 일방적인 결정이다.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고입연합고사를 반대하는 창원지역 학부모들이 21일 오전 경남도교육청 현관 앞에서 연합고사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이날 오전 '연합고사 강행방침 철회를 위한 창원지역 학부모'들은 기자회견을 갖고, "더 이상 시험으로, 성적으로 우리 아이들을 족쇄 채우지 말라"며 고입 시험 철회를 촉구했다.

한편, 연합고사저지대책위 관계자는 22일 중으로 기자회견을 열어 행정예고 이후 대응방침을 밝히겠다고 전했다.

 

 

연합고사 연구용역, 왜 문제삼나 했더니

당사자 쏙 빼버리고 설문 내용도 '꼼수'…용역 절차 문제제기도
2011년 12월 28일 (수) 이일균 기자 iglee@idomin.com

경남도교육청이 지난 22일 고입 연합고사 도입 행정예고를 했다. 현재 초등 6학년들이 고교에 들어가는 2015학년도부터 도입해 내신 50%, 시험성적 50% 비율로 일반계 고교 전형을 하겠다는 내용이었다.

27일 본격화한 경남도의회의 중재 노력이 결실을 보지 않는 한, 남은 절차는 형식적 의견수렴과 최종 확정이다. 의견은 1월 11일까지 팩스와 우편, 전자우편 등의 통로로 도교육청에서 찬성·반대 의견을 받는다.

의견수렴 과정의 쟁점 중 하나가 도교육청이 지난해 12월 맡겨 올해 5월에 결과를 받은 '고입 전형방법 개선방안 연구용역'이다. 그간 도교육청이 연합고사 도입 근거로 이 연구결과를 제시했고, 반대 측은 용역수행 과정과 전문성, 공정성 등의 문제를 줄곧 제기해왔기 때문이다.

<경남도민일보>는 이번 의견수렴 과정에서 도민들이 좀 더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연합고사 도입 연구용역 과정과 내용을 분석하기로 했다. 절차와 전문성, 공정성 등으로 분석 분야를 나누어 도교육청과 용역수행기관, 반대 측의 이야기를 들었다.

 

   
 
 

지난 26일 도교육청 정문 앞 연합고사 반대 단식농성 현장. 왼쪽부터 전교조경남지부 최보경 산청지회장, 이홍철 참교육실장, 김민수 사무처장, 차재원 지부장, 안호형 수석부지부장, 김지성 창원초등지회장, 황금주 전 수석부지부장. /이일균 기자

 

 

◇절차와 전문성 문제 = 연합고사저지대책위 소속 전교조경남지부 차재원 지부장은 "전체 용역 비용이 4500만 원을 넘는다. 도교육청 스스로 규정을 정해 1000만 원이 넘는 연구용역은 공개입찰을 하도록 했다"며 "지난해 12월 이 용역을 맡았던 창원대 김기민 교수팀은 공개입찰 없이 수의계약을 했다"고 주장했다. 규정을 어겼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11월 14일 개최한 '고입 전형방법 개선방안 공청회' 자료 4쪽에서 도교육청은 "연구결과에 대한 공정성,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교육전문가 집단인 창원대 산학협력팀에 연구를 위탁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시작해 올 6월에 연구결과가 나왔다.

우선, 수의계약 지적에 대해 창원대 특수교육과 김기민 교수는 "그렇다"고 했다. "도교육청에서 먼저 제안을 해왔고, 몇몇 분들과 의논한 끝에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왜 공개입찰 과정이 없었나"는 물음에는 "제안이 들어와서 그렇게 한 것이다"고 했다.

'창원대 산학협력팀' 부분에 대해서 그는 "창원대 교수들이 연구용역을 받을 때 산학협력단 이름으로 계약을 맺는다"고 설명했다.

도교육청 교육과정과 박줄 장학관은 이에 대해 "예외 조건을 두고 있다. 국립대학 연구기관의 경우는 수의계약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관련분야 전문성, 적절성을 인정받을 경우에는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령'과 '행정안전부 예규 제331호 지방자치단체 수의계약 운영 요령' 상 금액에 관계없이 국립대학과는 수의계약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왜, 유독 국립대에 그런 특혜를 주는 것인지 설명은 따로 없다. 어쨌든 단서규정 상 가능하다는 것이다.

다음은 전형방법 개선 연구팀의 전문성 문제다.

이와 관련해 반대 측은 "연구를 맡은 창원대 산학협력단과 연구를 수행한 김기민 교수팀이 고교 전형방안을 연구할 만한 어떤 자격과 기준이 있는지 제시하라"고 요구해왔다. 도의회 본회의에서는 김해연 의원이 교육감을 상대로 이 문제를 제기했다. 하지만 즉답은 없었다.

그래서 도교육청에 이를 물었다.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우리는 김기민 교수팀이랑 계약한 게 아니다. 창원대 산학협력단과 했고, 거기서 연구자를 정한 것이다." 계약에 앞서 김 교수에게 먼저 제안한 것이 아니라는 건데, 이는 앞서 "도교육청에서 나에게 먼저 제안을 했다"는 김 교수 말과는 다르다. 착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런 혼란은 용역을 보다 전문적 기관에 맡기려는 의지가 있었던 건지 의심하게 만든다.

김기민 교수에게 연구팀의 전문성, 즉 관련된 경력을 갖고 있는지 물었다. 그는 교육사와 교육철학 전공으로, 지금은 창원대 특수교육과에서 일반교육학을 가르치고 있다. 다음은 그의 답변이다.

"이번 연구 전에 두 번의 관련 연구수행 경력이 있다. 2005년 무렵 고교 전형방법 연구팀에 보조원으로 참여했고, 2009년에는 일반계고교 학력격차 해소방안에 관해 도교육청 용역을 받아 연구를 수행했다."

덧붙여 이번 고입 전형방법 연구에 함께 참여한 인제대 행정학과 오세희 교수와 인제대 교육대학원 정성수 교수도 소개했다.

 

◇공정성 문제 = 이는 연합고사 찬반 중재 노력의 하나로 도의회에서 추진 중인 '공동 설문조사' 요구와 직결된다. 특히 도교육청이 "설문조사 결과 연합고사 도입에 68% 이상이 찬성했다"는 말을 가장 많이 내세우는 만큼, 설문조사 내용과 대상에 문제 제기가 집중됐다.

이와 관련해 지난 19일 기자회견을 갖고 '연합고사 갈등 해결을 위해 공동설문조사'를 하자고 제안했던 경남도의회 교육위원회 조재규 위원장의 주장을 들어보자.

그는 우선 "연구용역 설문조사 문항이 모두 11개다. 그중 3개 문항이 '현재 일반계고교 입학전형이 내신성적만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반복해서 강조한다. 이는 답변자로 하여금 뭔가 문제점을 느끼도록 유도하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11개 문항 어디에도 고입 연합고사 자체에 대한 질문이 없다. 연합고사의 교육적 가치를 물은 내용은 더더욱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실제와 비교했다. 공청회 자료에는 질문 항목이 '중학교 내신성적에 의한 현행 고입 전형방법의 개선 여부'와 '내신성적 100% 고입 전형의 가장 큰 문제점', '공정하고 합리적인 고입 전형방법' 등이 소개됐다. '고입 전형방법에 문제가 있으니(68.2%), 내신+선발로 전형방법을 바꾸는 게 좋겠다(67.2%)'라는 요지의 결과였다. <설문지 참고>조재규 위원장의 지적에 대해 설문조사 문항과 표집대상을 만든 인제대 교육대학원 정성수 교수에게 물었다. 답변 내용이다.

"그렇게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최대한 공정하고 간단하게 하자는 게 원칙이었고, 특별한 의도는 없었다. 현실 그 자체를 물어본 것이다. 다른 시·도의 선행사례도 참고했다."

다음은 표집대상 문제다.

연구용역팀은 지난 3월 25일부터 4주간 도내 평준화·비평준화 지역 128개 중·고교 교사와 학생·학부모 9015명에게 설문지를 배포해 그중 60.4%인 5441부를 회수했다고 밝혔다.

설문에 응한 학부모가 2520명, 학생이 1553명, 교사가 1368명이었다. 학생은 중3과 고1이, 학부모는 중 2~3과 고 1~2가 대상이 됐다. 교사는 중·고교 전체로 폭을 넓혔다.

이에 대해 반대 측과 도의회 조재규 의원은 "정작 연합고사를 쳐야 할 초등학교 6학년 이하 학부모가 배제됐다"고 지적했다. 설문 대상을 일부 학교로 한정할 게 아니라 도내 전체 학교를 대상으로 공개적인 의견수렴 과정을 거쳤어야 했다는 입장도 덧붙였다.

 

   
 

 

 

정답 가르치는 것보다 적성·소질 계발이 먼저

[연합고사 논란에 띄우는 메시지] 연합고사 논쟁 앞서 중학교육 정체성 정립부터
2012년 01월 11일 (수) 이일균 기자 iglee@idomin.com

독일교육 전문가로 <무터킨터의 독일이야기>라는 블로그를 운영하는 박성숙 씨가 최근 <경남도민일보> 독자모임 초청 강연을 했다. 강연 첫머리, 독일에 사는 그가 독일인에게 가장 많이 듣는 말을 먼저 전했다.

"아침 7시부터 밤 10시까지 학교에 있다고요? 그럼 사람이 살 수가 있나요?"

한때 경쟁교육의 전형이었던 독일에서조차 요즘 한국 중·고교생들의 일상을 마치 이해하지 못하더라는 말이었다. 하지만 경쟁교육이 바로 히틀러와 나치즘을 낳고, 인종차별과 민족 우월주의를 팽배하게 해 결국 2차 세계대전 결과 독일을 초토화시켰다는 독일인들의 반성에 박 씨는 공감했다.

이어진 박 씨의 강연 내용은 이랬다.

"따라서 독일은 전후 철저히 경쟁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반면, 강화된 것은 공동체 의식이다. 모든 학교 수업과 과제에는 공동체 의식이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팀 단위로 아르바이트를 하고, 조를 짜서 과제를 하고, 세미나식 토론을 하면서 혼자 하는 것보다는 함께 하는 것을 유도한다."

그래서인지, 최근 경남 도내의 고입 연합고사 도입 논란에 대한 박 씨의 평가는 거칠었다.

"한국 교육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다는 증거다. 연합고사는 미친 짓이다. 애들이 죽고 있어도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다. 연합고사를 도입하면 더욱 줄을 세우고, 점수에 연연하고. 명문고 생각하게 만들고, 결과적으로 더 많은 아이들이 죽을 것이다."

 

   
 
 

독일교육 전문가인 박성숙 씨가 지난 5일 <경남도민일보> 독자모임 초청 강연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정현수 기자

 

 

연합고사 논란에 부치는 메시지는 이뿐만이 아니다. 공교롭게도 2015학년도 연합고사 도입을 행정예고한 고영진 교육감 자신도 지난 11월 카타르에서 이런 메시지를 띄웠다.

 

◇"정답을 강요해서는 안 돼요" = 11월 3일 카타르에서 열린 세계교육혁신정상회의에서 고영진 교육감은 강연에서 "지식기반사회를 바탕으로 한 글로벌 시대에선 인성교육을 포함한 창의성 신장이 교육현장에서 절실하다. 지역을 포함한 국가단위에서 창의 인재 교육에 대해 열린 문화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토론 시간에 존 우드 영 연방 대학연합회 사무총장(좌장), 폴 콜라드 영국 CCE(창의문화교육회)회장, 잠셰드 바루차 쿠퍼 유니온 대학 총장 등 참석자들로부터 고 교육감은 이런 질문을 받았다.

"학교교육에서 위험을 감수하고 인습에 도전하기보다는 소위 말하는 정답을 강조함으로써 학생의 창의력은 얼마나 방해를 받고 있다고 봅니까?"

교육감은 이런 요지로 답했다.

"학교 교육과 창의력 신장을 연관시켜볼 때 학교 교육에 적응하지는 못했지만 천재성을 발휘한 예는 많이 볼 수 있다. 아이슈타인은 학창시절 수학 과목에서 실패했고 마크 저커버그는 학교 교육에는 만족하지 못했지만 창의력을 발휘해 페이스북(Facebook)을 만들어 의사소통의 새로운 장을 마련했다. 빌 게이츠는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사를, 스티브 잡스는 애플(Apple)사를 창립해 정규 학교시스템 속에서도 창의적인 인재 배출 경우도 많이 있다. 미국 학생들은 정해진 틀 밖으로까지 생각하도록 교육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현실은 정해진 틀 속의 답을 구상하도록 교육하고 있다. 질문에 대한 두 가지 답, 혹은 그 이상의 답이 있을 수 있다는 사고를 개발하는 게 부족하고 교사가 모범답안을 제시해 학생 및 교사 자신의 창의력 신장을 방해하고 있다."

이어 "해결책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교육감은 덧붙였다.

"교사는 지식 전달자가 아닌 학생과 함께 창의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동반 학습자로서의 사고 전환이 필요하다. 또 창의학교를 경영하고 창의성을 신장하는 수업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교사의 변화 노력과 전문성 신장이 선행돼야 한다. 교사의 태도에 따라 학생의 창의력 신장에 많은 차이가 발생하고 끊임없는 교사 연수 및 연찬을 통한 교사의 자질 함양이 필요하다."

 

◇독일 한국의 시험교육 = 고영진 교육감의 창의성 강연은 독일의 미래학자로 <미래에 관한 마지막 충고> <미래에 집중하라> 등을 쓴 마티아스 호르크스의 주장과 통한다.

그는 지난 12월 <조선일보>와 했던 '자본주의 4.0시대' 기획 인터뷰에서 "교육은 구태의연한 정답을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젊은이들에게 새로운 영감과 질문을 던져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공부 잘하는 학생은 '복종 잘하는 사람' '제도에 순응 잘하는 사람'을 의미할 뿐이다. 광고·디자인·기술 등 미래의 창의적 산업분야를 이끌어 갈 인재는 꼭 학교 모범생 출신일 필요가 없다"고 전제했다.

호르크스는 "현재 (한국의)교육시스템은 사무실과 공장에서 경쟁적으로 일을 하던 산업화 초기단계에 머물러 있다. 지금의 교육으로는 자본주의 위기를 극복하기 힘들 것"이라며 "한국은 모든 학생이 똑같은 목표(대학 진학)를 향해 달려가는 지나치게 단순화된 교육 모델에 머물러 있다. 다양한 재능과 능력을 가진 학생들에게 '다양한 트랙(진로)'을 만들어 줘 재능을 발휘할 수 있게 하는 게 자본주의 4.0시대에 맞는 교육이다. 문제풀이에 매몰돼 있는 교육은 절대 안 된다"고 덧붙였다.

결론으로 '교사의 역할'을 강조한 것도 고 교육감과 일치했다.

"지금의 (상당수) 교사들은 아이들 재능을 키우고 있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실제로는 아이들 재능을 다 망치고 있다. 교사는 아이들에게 호기심과 창의력을 키워주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같은 기획에서 국내의 전문가들이 한국의 중학교 교육에 날카로운 메시지를 띄웠다.

안진훈 연세대 책임교수는 "(페이스북을 만든) 마크 저커버그가 한국 중학교를 다녔다면 창의성을 다 잃었을 것이다. 중학교에서 객관식 시험을 과감히 줄이고, 고전 읽기 등 독서 교육만 강화해도 교육이 바뀔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신체적으로나 심리적, 지적으로 성장을 하는 데 가장 중요한 시기인 중학교 시절(13~15세)에 학생들의 학력증진뿐 아니라, 장래희망과 미래에 대한 다양한 비전을 학교가 제시해 줘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학교가 '대학입시를 위한 사전준비 시간'으로 인식되는 현실에 대해 연세대 심리학과 황상민 교수는 "중학교 때부터 교사나 부모들이 대학입시라는 목표가 뚜렷해, 학교는 '전투(대학입시)를 위한 훈련소 모드'로 바뀐다"며 "이런 상황에서 공부에 흥미를 잃은 학생 등이 도태된다"고 지적했다.

   
 
  박성숙 씨 강연을 기다리는 아이들. 이들이 곧 받을 중학교 교육이 요즘 문제다. /정현수 기자  

◇결론 = 이처럼 최근 활발해진 국내의 '중학교육' 논란과 비교하면 경남의 연합고사 논란은 본질에서 동떨어져 있다.

우선, 국내 논란의 본질은 중학교 교육의 정체성 문제에서 비롯된다. 교과부가 정한 교육과정에서 초등학교는 '기초 능력 배양과 생활습관'을, 고등학교는 '학생의 적성과 소질에 맞는 진로 개척능력 함양'을 목표로 하고 있는 반면, 중학교 교육은 '학습과 일상생활에 필요한 기본능력'이라는 애매한 목표를 지니고 있다.

그래서 중학교 3년 과정을 북유럽처럼 초등교육의 연장으로 자리매김할 것인지, 영국·독일처럼 통합 중등교육 과정에 넣을 것인지 성격을 분명히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학제 개편 주장도 그래서 나온다.

주장은 달라도 논쟁의 본질은 똑같다. 정체성을 잃은 채 '블랙홀'처럼 대학 입시 과정에 빠져들어가는 중학교 교육과정에서 학생들의 적성과 소질을 계발하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질풍노도 시기, 방황을 겪을 여지를 좁히는 교육을 하자는 본질적 내용은 같다.

하지만, 연합고사로 "학력이 향상된다" "아니다. 입증된 게 없다", "중3 기말고사 이후 수업을 정상화할 수 있다" "그렇지 않다"는 식의 논쟁은 최근 국내의 중학교 교육 정체성 논쟁에 비해 구태의연하다.

 

 

고영진 "경쟁 사회 무시 못해, 연합고사 도입 강행"
교육위 중재 무산, 사실상 부결…추진 시기 미정, 최대한 빨리
2012년 01월 18일 (수) 이일균 기자 iglee@idomin.com

경남도교육청 고영진 교육감을 17일 직접 만났다. 예상대로 그는 연합고사 도입 강행 입장을 확고하게 했다. 인터뷰 내용이다.

 

-공동설문조사 방안에 대해 경남도의회 교육위원회가 합의하지 못했다. 어떤가. 도의회와 합의했던 방안, 즉 도의회가 공동설문조사 방안을 결정할 경우 이를 따르겠다는 약속의 효력은 여전히 유효한가.

"지난 13일 교육위에서 안건 채택조차 되지 못했다. 사실상 부결된 것이다. 그것으로 정리가 됐다고 본다. 도의회에서 몇몇 소수의 의원이 연합고사에 반대한다고 해서 일을 추진하지 않을 수는 없지 않은가. 그간 충분한 기간을 가져왔고,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고영진 경남도교육감이 17일 고입연합고사 부활 등과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  

-이제 고입전형위원회 결정과 교육감 공포 등의 일정이 남아 있다. 남은 일정을 추진하겠다는 것인가. 그렇다면 시기는 언제쯤 되는가.

"그렇다. 불원간 일정을 추진하려고 한다. 구체적으로 언제인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빠른 시일 안에 추진할 것이다."

 

-교육감이 평소에 말했던 창의성교육 철학에 반한다는 지적이 여전히 많다. 정답을 강요하는 교육의 폐해, 정답을 말하지 않는 학생의 가능성에 대해 지난 10월 카타르 세계교육혁신회의 등 여러 차례 강조하지 않았는가.

"카타르 회의의 경우, 그건 내 생각의 전부가 전해진 게 아니다. 나는 물론 정답을 말하지 못하는 학생의 창의성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그런 답을 했다. 하지만 그 이야기의 전후에 명확한 사실과 정답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덧붙였다. 한국의 창의성 교육에 문제가 있다고 이야기했지만, 독일과 핀란드 등 대학 진학률이 높지 않은 유럽의 사회풍토와 대학 진학률이 극히 높은 한국의 교육현실은 다르다. 경쟁할 수밖에 없고, 경쟁력을 키워야 하는 한국의 여건을 무시할 수는 없다."

 

-연합고사 도입이 확정되더라도, 두고두고 이 문제는 교육계뿐만 아니라 도내 전체의 논란거리로 갈 수밖에 없다. 선거를 통해 뽑히는 교육감으로서 부담스럽지 않은가.

"내가 비록 다음 선거에서 되지 않더라도 할 건 해야 한다고 본다. 요즘 취업경쟁을 보라. 몇 대 일, 몇 십대 일이 아니다. 수백 대 일이다. 경쟁해야 하는 현실을 무시할 수 없다."

 

 

 

 

결국 연합고사 부활…고영진 교육감 전격 발표

최종절차 '고입전형위' 예고없이 개최...저지대책위, 도의회에 철회 주민청원
2012년 01월 20일 (금) 이일균, 이시우 기자 iglee@idomin.com

19일 오후 고영진(사진) 교육감이 2015학년도 고입 연합고사 도입을 확정 발표했다.

그러나 연합고사저지대책위는 도민 935명이 서명한 '연합고사 철회 주민청원'을 경남도의회에 제출하면서 이후 장기간 지속될 연합고사 논란을 예고했다.

논란의 핵심은 '시험을 통한 수업 내실화와 학력 향상'이라는 논리와 '이미 폐지했던 객관식 시험 부활로 교육의 창의성을 침해하고 사교육비 부담을 증가시킨다'는 주장의 대립이다.

고영진 교육감은 이날 불과 1시간 전 예고를 거쳐 오후 5시에 도교육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최종 확정 절차였던 고입전형위원회가 이날 늦게 끝났다는 이유였다.

 

   
 

이날 고입전형위는 사전 예고되지 않았을뿐더러, 이틀 전 도교육청 관계자가 "행정예고 이후 도민들의 찬반 의견서에 대한 답변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설 연휴가 끝나야 남은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고 답한 마당이었기 때문에 '기습적'이라고밖에는 할 수 없었다.

어쨌든 고 교육감은 기자회견에서 "현행 내신성적 100%에 의한 고입 전형방법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현재 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이 고교에 입학하는 2015학년부터 내신성적 50%, 선발시험 50%를 적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출제 과목은 국어와 도덕, 사회, 수학 등 7개 과목이며, 내신성적은 1학년 20%, 2학년 30%, 3학년 50% 비율로 반영한다. 특목고·특성화고 등 전기전형을 하는 고등학교는 현행 전형방법을 유지한다.

이와 관련해 도교육청은 지난달 21일 행정예고를 했고, 최종 절차였던 고입전형위원회를 이날 열어 연합고사 도입 사실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질의응답 시간에 고영진 교육감은 "최종 공포인지" 묻는 질문에 대해 "다른 절차는 없다. 확정 발표 이후에는 개선안 시행만 남았다"고 답했다.

고 교육감은 "아이들이 즐거운 시험을 만들어보자는 것이다. 중학교에서 고교를 갈 때 자기 위치를 먼저 파악해보고 야망을 꿈꾸자는 취지"라는 점을 덧붙였다.

반면, 연합고사저지경남대책위원회는 이날 경남도의회에 '고입연합고사 철회 주민청원서'를 제출하면서 반대운동의 불씨를 살려나갔다.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진보신당 등 정당과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모임' '참교육학부모회경남지회' 등 학부모단체, 전교조경남지부 등 민주노총경남지역본부가 주축이 된 연합고사저지대책위는 "도민의 뜻을 대의하고 있는 도의회에 고입연합고사철회에 대한 주민청원을 진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전체 935명이 서명한 주민청원서를 도의회에 제출했다. 도의회에서는 해당 요건을 검토한 뒤 오는 2월 2일 도의회 임시회에 상정하게 된다.

소개의원 역할을 한 통합진보당 석영철 의원은 "연합고사 반대 뜻을 분명히 하기 위해 연합고사 찬반 공동설문조사가 아닌 연합고사 철회를 주민청원했다"며 "해당 상임위인 교육위원회 소속 의원들 한 사람 한 사람을 설득해서라도 성과물을 이끌어내겠다"고 밝혔다.

교육위 소속 조형래 의원은 이날부터 집무실을 교육청 정문 앞 연합고사 반대 천막농성 현장으로 옮겼다.

 

 

"우선 선발로 학습의욕 높일 것"vs"연합고사 꼼수"

도교육청 중·고교생 학력향상 방안 들여다봤더니
2012년 02월 29일 (수) 이일균 기자 iglee@idomin.com

학력 향상?

아이들 학교 보내는 학부모나 학생 자신은 물론, 교사들과 교육 관계자들 모두의 공통된 바람이다.

그래서 경남도교육청 학력향상 TF팀(이하 연구팀)이 최근 내놓은 학력 향상 대책은 관심이 더욱 컸다. 지난해 학업성취도평가와 수학능력시험을 근거로 고입 우선 선발제도 도입 등 10가지 학력향상 대책을 내놨다.(표 참고)

본보는 대책의 장단점 논의를 폭넓게 하기 위해 연구팀이 제시한 근거와 대책이 어떤 세부 내용을 갖고 있는지 취재했다. 이에 대해 전교조경남지부의 분석도 함께 실었다.

제시된 대책은 검토 과정을 거쳐 해당 부서에서 정책으로 확정하는 만큼, 그 과정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no  제안사항  주요내용
 1  Wee센터와 연계한 신나는 ‘무한 ․ 지혜 ․ 개발’캠프 운영 ◦교육지원청별 Wee센터와 연계한 ‘무·지·개 캠프’ 운영을 통해 취약계층 학생들의 요인별·맞춤식 지원으로 학습동기 강화

◦성취동기강화, 감성학습능력 신장 등 정의적 수업 변인의 극대화를 통한 공교육 신뢰 회복 기여

 2  학력향상 도움 자료 제작 및 보급 ◦연계성 있고 체계적인 학력향상 도움 자료 개발·보급

◦단위 학교별 학력향상 도움 자료 자체 제작 유도

◦교육청, 교육지원청 홈페이지 교육과정과「학력향상 도움자료실」신설

 3  경남 단디 학습 플래너 제작․활용을 통한 자기주도학습력 신장 ◦자기주도학습 습관 형성을 위한 경남 단디 학습 플래너 개발

◦경남 단디 학습 플래너 활용을 통한 효율적인 시간 관리를 통한 학업성취능력 함양

 4  학교 ․ 학생 선택권 보장을 위한 고입 우선 선발 제도 도입 ◦성적우수 학생의 학교별 고른 배치 및 우수학생들의 특정학교 쏠림 현상 완화를 통한 선의의 경쟁 유발

◦적용지역 고등학교의 학교별 모집정원의 20%를 우선 선발, 나머지 80%는 2차 선발시는 현행과 동일한 방법으로 운용

 5  학력지원팀 조직강화와 역할제고를 통한 성과거양 ◦학력관리팀 산하 공사립을 아우를 수 있는 진학에 전문성이 있는 상설『진학정보센터(가칭)』구성 및 운영

◦경남교육청 진학정보센터 단위의 대입성적 관리 데이터베이스 구축 및 자료 분석과 도 단위의 대입 평가 결과 및 대입 배치표 제공과 진학연수회 개최

 6  교사 전보 조기 실시 및 학력향상 교원 인센티브 부여 ◦교사 전보시기를 1월말로 앞당김으로써 업무 분장 및 안정된 교육활동이 가능하도록 함

◦학교 성과급 반영 확대 , 학교 평가 반영 확대, 학력향상 우수학교 전보 가산점 부여

 7  학생 성취감 신장과 학력향상을 위한 수업 방법 개선 ◦전 학교 수업분석실 설치를 통한 수업공개 및 수업연구 활성화

◦토의․토론식 수업 활성화와 맞춤식 직무연수 실시 및학력 신장 컨설팅 지원

 8  성적 분석 체제 개선을 통한 평가 역량 강화 ◦ 대외평가용 대형카드리더기 구입 및 학교별로 성적을 종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 개발 및 운용

◦ 단위학교 학력향상 전담부서(학력향상부) 설치와 관리자 및 단위 학교 역량 강화 지원활동 철저

 9  학업 성적 평가 방법 개선을 통한 창의적 사고력 신장 ◦ 내용 중심 평가에서 목표 중심 평가 실시 및 창의적인 서술, 논술형 문제 출제 유도

◦ 학기초 ‘시험 범위 사전 예고제’, ‘시험 범위 누적제’, ‘교과서 외 출제 확대’를 통해 평소 학습 습관 조성 및 대외 평가 경쟁력 확보

 10  수업 혁신을 통한 교원 책무성 신장 ◦ 학교 교육에서의 협력 학습 확대와 학생의 자기주도학습 역량 강화

◦ 교육청의 수업 혁신 지원 체제 구축 및 단위학교의 수업 혁신 노력 전개

 

 

◇"학교별 특성맞는 20% 학생 먼저 뽑자"

연구팀은 팀장인 유승규 창원 명곡중 교장 등 7명이었다. 이들은 우선, 지난해 7월 초6, 중3, 고2 학생들이 치른 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 결과를 제시했다.

이에 따르면 기초학력 학생 비율(중 26%, 고 13%)은 전국(중 25.1, 고 11.6)보다 높지만, 그보다 학력이 높은 보통학력 이상의 학생 비율(중 72.0, 고 84.5)은 전국(중 72.8, 고 85.9)보다 1% 포인트 이상 낮았다고 보고했다. 학력 등급은 기초미달과 기초학력, 보통학력 이상으로 나뉜다.

또, 지난해 대입 수능평가 영역별 합산점수 결과 인문계열은 전국 평균에 비해 3.9점, 수리 가형에 해당하는 자연계열 학생들의 경우는 6.4점이 떨어졌다고 했다.

이를 근거로 연구팀은 학력향상 대책으로 고입 우선 선발제도 도입과 교사들의 조기 전보, 전보가산점 등 교사 인센티브 강화 등을 내놨다.

   
 

이들이 가장 앞세운 방안이 고입 우선 선발제도 도입이다.

학교·학생 선택권보장을 위한 고입 우선 선발 제도 도입은 적용지역 고등학교 학교별 모집 정원의 20%를 우선 선발로 신입생을 선발하고 나머지 80%는 2차 선발 시 현행과 동일한 방법으로 선발하자는 것이다.

학생들 희망을 반영한 학교배정으로 학습의욕을 높이자는 취지에서 성적 우수 학생을 학교별로 고르게 배치하고, 특정학교 쏠림 현상을 완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유승규 팀장이 제도의 장단점 등 배경을 설명했다.

"지금은 우수 학생이 특정 사립학교에 쏠린다. 우수학생 유치열도 가열돼 있다. 이를 학교별로 특성화 프로그램을 만들고, 해당 학생들을 20% 정도 미리 뽑는 방법으로 극복하자는 것이다. 지금도 과학중점학교나 영어, 수학 중점학교가 있는데 성적 전반이 아닌 특정 과목을 잘 하는 학생들을 뽑자는 것이고, 현재 경상북도에 과학 중점학교 2학급 우선 선발권을 주는 예가 있다."

"우려되는 점은 역시 학교별 쏠림현상인데, 지금은 우수학생 사립 쏠림현상이 더 심하고 이를 완화할 수 있다. 특성화 프로그램의 예는 동아리 우수프로그램, 수학중점, 과학중점, 고교 교육력 제고, 예술, 영어 등의 분야가 있다. 충분히 현실화할 수 있는 방안이다."

◇"기존 승진가산점을 전보가산점으로"

연구팀은 다음으로 교사들의 전보를 조기에 하고 전보가산점 등 인센티브를 강화하는 안을 제시했다.

우선, 전보가산점 방안에 대해 유승규 팀장은 "학력향상 우수학교의 경우 현재는 한 학교 안에서 20% 교사에게 승진가산점을 준다. 그러다보니 지나치게 경쟁이 가열되면서 부작용이 많고, 위화감을 준다. 학력향상우수학교는 모든 교사에게 전보가산점을 주는 방안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2월 말에 하는 초·중등 교원 인사 시기를 앞당기자는 이야기는 매년 인사 때마다 제기되고 있다. 특히 올해 인사 때는 고영진 교육감이 "다음부터는 교사와 관리직 인사 시기를 달리 하더라도, 인사를 앞당기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 전보 시기와 학력 향상 간의 관계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유 팀장은 "전보 시기도 현재 2월 말에서 10일 이전에는 해야 새 학기 준비를 충실히 할 수 있고, 학생들 평가계획을 미리 세울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현실적으로 정보공시를 2월 말까지 하게 돼 있는데 지금은 전보 이후에 부랴부랴 형식적으로 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덧붙였다.

성적분석 시스템의 도입도 주요 대안 중 하나였다.

학업성취도평가와 교내 시험을 막론하고, 지금까지 성적 자체에 비중을 두고 보완대책까지 분석하지 못했다는 지적에서 비롯된 안이다.

유 팀장은 이에 대해서도 "지금까지는 성적분석을 잘 하지 않았다. 국가수준성취도분석도 보고 나면 결과에만 치중하지 그 다음 수업방식 변화로 연결하지 못했다. 시험치고 나면 답안지를 학교 차원에서 읽을 수 있도록 카드리더를 배치해 성적을 미리 뽑아야 한다. 학력 실태를 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다. 지금은 11월에 결과가 나오니까 속수무책이다"고 분석했다.

 

"고입 우선 선발제도 연합고사 위한 꼼수"

-전교조 경남지부의 입장

경남도교육청이 중·고교 학생 학력향상을 위한 10가지 방안을 발표했다.

그 중에는 진즉에 시행해야 했던 '(평)교사 전보 조기 시행'도 있다. 하지만 Wee센터 연계 '무지개캠프' 운영, 도움자료 제작보급, '경남단디학습플래너' 제작·활용, 성적분석 체제 개선 등의 방안은 늘 반복되던 정책이다.

우리가 보기에 핵심이 되는 것은 '고입 우선 선발제도 도입'이다. 곱씹어 보면 그 이면에 2015학년도 고입 연합고사에 힘을 실어주려는 꼼수가 보인다. 고입 우선 선발 제도가 없는 지금의 상황에서도 경남의 성적 우수 학생의 특정학교 쏠림 현상은 극심하다.

100% 선지원 후추첨 방식에 따른 실질적인 고교 서열화가 문제가 된 게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즉 이미 100% 선지원에 의해 특정 (사립)학교로 성적 우수 학생이 몰려가고 있다는 걸 경남도교육청이 모를 리 없다. 그런데 여기에 학교별로 20%로 성적에 따른 신입생 선발권을 준다는 것은 운 나쁘게 공립학교에 배정되어 타 지역으로 전학까지 불사하는 최상위권 성적 우수 학생을 구제(?)하기 위한 정책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우리는 거기에 고입연합고사 살리기라는 꼼수가 숨어 있다고 본다. 20%의 학생을 우선 선발할 권한을 학교에 준다고 했고, 그것이 성적 우수 학생 입장에선 그 20%에 선발될 권리를 부여받은 셈이 된다.

과연 이럴 경우 성적 우수의 기준은 무엇일까? 지금처럼 내신 성적을 기준으로 할 리 없다. 성적 우수 학생을 쓸어가고 있는 특정 학교조차 내신 성적을 못 믿겠다고 따로 반편성고사를 치고 있는 형편이니 말이다. 그렇다면 남는 것은 고입 연합고사다.

사실 고입 연합고사는 치명적인 약점을 안고 있다. 현재 일반계(인문계) 입학 경쟁률이 1:1에 못 미치는 상황에서 연합고사에는 선발이라는 본질적인 기능이 없다. 한마디로 경남도교육청이 그렇게 좋아하는 경쟁력이 없는 시험이다.

하지만 20% 우선 선발 제도에 연합고사를 연결하면 상황이 완전히 달라진다. 선발 기능이 없는 연합고사의 점수는 학생이나 학부모의 자존심 지수에 지나지 않으나, 연합고사 성적에 의해 자신이 진학하고자 하는 학교를 선택할 수 있다면 (특히 상위권) 학생이나 학부모의 입장에서는 고액 사교육까지 불사해야 하는 시험이 된다. 거기다 특정 입시명문(?)고 진학 결과는 도내 중학교의 서열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즉 고입연합고사가 도내 중학교를 서열화할 수 있는 힘까지 갖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학력 향상 우수학교로 선정된 학교의 모든 교직원에게 이동 가산점을 준다는 학력향상 교원 인센티브는 비중 있는 조연을 맡는다. 교사가 자신의 가산점을 위해 선의든 악의든 학생들의 성적 향상을 닦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게 되기 때문이다. 학생의 학력을 교사의 능력으로 평가하겠다는 학력향상 교원 인센티브 부여를 통해 공적이 있는 교사가 우대받는 교직 풍토를 조성하겠다고 하는 것인데, 교사의 공적이 오직 성적에만 있다는 그 폭력적인 발상을 보면서 요즘 새삼스레 문제가 되고 있는 학교폭력을 자연스럽게 떠올릴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