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교육

교육의 극과 극을 접했다 - N

한나절 사이 교육의 극과 극을 접했다.

뭐 그렇게 혼란스러운 건 아니다. 다만 마음이 좀 무겁다.

나나 아내, 그리고 아들이 앞으로 겪어갈 현실이다. 이땅의 아이들이, 부모들이 겪고 있는 교육의 실정이다.

현격한 간격 속에서 우리는 자유로울 수가 없다.

 

오전에 겪은 교육은 변산공동체의 농부 윤구병이 말한 교육이다.

경남교육포럼이 세번째 생명토크 강사로 모셨고, 속기한 강의 내용을 신문 지면에 정리해 옮겼다.

그는 아이들을 실컷 놀게하라고 했다. 그것도 손과 발을 충분히 놀리게 하라고 했다. 그게 아이들 자율성을 키우고 창의성을 갖게 하는 원동력이라고 했다.

대부분의 아이들에게는 그림의 떡 같은 이야기지만,

정리하는 내 기분은 뿌듯했다.

정리한 내용을 옮긴 기사는 이렇다.

 

 

"아이 자율성 존중해야 올바르게 큰다"
경남교육포럼 생명토크 특강…"잔소리보다 의견 들어주고, 마음껏 놀게 해야"
2013년 01월 16일 (수) 이일균 기자 iglee@idomin.com

◇ 농부 철학자 윤구병

1943년 전남 함평 출생. 농사짓는 철학자이자 출판인으로 〈모래안의 사랑〉 〈울보 바보〉 등의 그림동화를 비롯해 청소년을 위한 철학책 등 100여 권에 달하는 저서를 집필한 아동문학가. 삶터와 일터, 배움터가 하나인 '변산공동체학교'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자연이 가장 큰 스승이다'라는 가르침의 전도사이기도 하다.

◇ 생명토크

지난해 만들어진 학교·생명을 귀하게 여기는 어울림의 공동체 '생명존중시민포럼'이 분기마다 한 번씩 열고 있다. 언제부터인지 어울림의 공동체가 되어야 할 학교에서 폭력, 자살, 경쟁처럼 어두운 낱말들을 연상하게 된다며, 생명·공동체운동의 필요성을 내세운다. 경남교육포럼과 경남학교도서관연구회, 마창진환경운동연합, 식생활교육경남네트워크, 안전한학교급식을위한경남연대, 창원범숙학교, 청소년폭력예방재단경남지부, 학교도서관을생각하는사람들의모임, 환경과생명을지키는경남교사모임 등이 참여하고 있다.

 

농부 철학자 윤구병(69)이 지난 12일 거제에 와 '행복한 아이, 부모의 역할'에 대해 말했다.

경남교육포럼(대표 박종훈)이 마련한 '생명토크' 세 번째 자리였다. 농촌공동체인 변산반도공동체 활동가, 동화작가에 출판인 역할까지 하고 있는 농부 윤구병의 인사부터 들어보자.

 

   
  경남교육포럼 박종훈 대표와 농부 윤구병(오른쪽)이 청중들과 자유롭게 질의응답하며 웃고 있다. /경남교육포럼  

 

"대학 교수 생활을 하다가 행복하지 않아서 지금까지 15년을 농사꾼으로 지내고 있다. 출판사(보리출판사)가 형편이 어려워 경영을 돕고 있다. 출판사는 책을 만들 때 항상 나무 한 그루를 베어낼 가치가 있는지를 고민한다. 나무와 우리는 목숨을 주고 받는 관계다. 생명은 또다른 말로 목숨이다. 그래서 나무 한그루를 이용해 책 한권을 읽으면 어린이들이 열 그루 이상 나무를 심을 수 있는 마음을 내도록 책을 만들고 있다."

<잔소리보다 아이들 말부터>생명토크의 취지에 걸맞은 인사였다. 윤 교수가 바로 주제로 들어갔다.

"아이들이 공부를 못할 때는 생각을 많이 해봐야 한다. 선생님들이나 주변의 윽박 때문에 주눅이 들어서 공부를 못할 수도 있다. 아이들이 알아들을 수 있는 말로 까막눈인 어르신들이 알아들을 수 있는 말로 말하고, 글도 책도 그렇게 써야 한다. 말은 아이들이 처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엄마 아빠라는 말이 다 그렇게 생겼다. 바람도 강도, 아이들이 처음 말하기 시작할 때 말했던 게 발전한 것이다. 모든 말은 그렇게 다들 쉽게 알 수 있는 말이어야 한다."

강의 뒤에 질의 응답 시간이 이어졌다.

"자유로움과 지혜로움을 강조했다. 둘 다 함께 할 수 있는 아이로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농부 윤구병은 부모와 아이가 함께 놀 것을 강조한다. 그것도 손과 발을 자유롭게 움직이는 놀이로 말이다. /경남교육포럼  

"생명체의 본질은 자율성에 있다고 생각한다. 길에서 자라는 싹 하나도 뭐 하라 한다고 싹이 나는게 아니다.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런 자율성이 있어야 집중력이 생기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끝까지 해내게 된다. 그래서 잔소리 하지 말고 아이들 말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 아이들은 쓸데없는 말은 하지 않는다. 꼭 필요한 말을 한다. 귀 기울여 보라."

"너무 자유로운 아이들이 예의 없는 아이들이 될 수도 있지 않나? 너무 잡으면 위축되는거 같고 너무 놔주면 예의가 없어질 것 같고. 또, 예의 없지만 똑똑한 아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저는 아홉 형제 사이에서 자랐다. 맛있는 반찬에는 지금도 자연스럽게 손이 간다. 음식에 손이 먼저 가면 어머니가 그러지 말라고 타일렀다. 손등을 때리기까지 했다. 〈도덕성의 발달〉이라는 책이 있다. 열두 살까지는 타율적인 도덕률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한다. 자율성이라는 말 아래 가만히 두는 게 아니라 사회생활에 도움되지 않는 행동은 막아야 한다. 그리고 스스로 판단할 나이가 됐을 때는 자율성을 부여한다."

"아이의 행복과 부모의 행복이 항상 일치하지는 않는다. 그 간극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뭐라고 생각하는지?"

"요즘은 휴일에 학교를 안 가는데 아이들하고 행복하게 보낸다고 생각하시는 분이 잘 없다. 오히려 어렵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어른이 어려우면 아이들도 어렵다. 아이들은 하루에 공부하는 시간을 한 시간 정도로 끝내고 싶어한다. 나머지는 놀고 싶어 한다. 그래서 게임에 빠지게 되고 부모님은 그걸 못 봐주고 그래서 서로가 더 불행해진다. 손과 발을 놀게 하고 몸을 놀게한다는 말이 뭐라고 생각하는가? 그때 놀게 한다는 얘기는 부지런히 일하는 것이다. 부지런히 일할 수 있는 일을 많이 주게 할수록 일거리를 척척 해낼 수 있는 아이들로 자란다. 문 밖으로 쫓아내면 서로 행복할 수 있다. 어른들은 아이들이 눈앞에 안 보이고 애들도 잔소리 안 들어서 좋다. 그래서 밖으로 나가는 게 좋다. 산과 바다에 가서 놀면 더더욱 좋다. 교과서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보다 훨씬 값진 것을 얻을 수 있다."

<그럼 공부는 안 시켜도 돼요?>"현실적으로는 공부도 시켜야 한다. 그저 놀기만 한다면 아이가 해야할 공부에 대한 책임은?"

"김응룡이라는 사람이 있다. 7살 때 일본 방송에서 제일 가는 수학자가 낸 문제를 척척 풀었다. 뒤에 유학가서 불행해져서 한국으로 돌아왔는데, 이후 한국에서 평범한 대학생활을 했다. 대학 때 동아리만 9개를 들었다. 일부러 공부와 담을 쌓고 노는 동아리만 가입했다. 자신은 어릴 때부터 공부만 했고, 동무가 없었기 때문에 대학을 다니는 사람 사귀고 노는 것을 익혔다고 했다. 그는 지금 행복한 가정생활을 하고 있다. 이제야 스스로 행복을 찾은 것이다. 좋은 대학을 나와야 행복한 것이 아니다. 서울대학교를 나와 사회 요소요소의 높은 직책에서 일하는 이들이 많지만 그들이 다 행복한 것은 아니다. 때로는 범죄적 활동을 해서 법원에 들락거리기도 한다."

"지금 현실과 이상의 괴리 속에서 부모가 아이들에게 할 수 있는 최선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학교에 한 반에 40명 이상 모여 있으면 선생님은 아이들을 통제할 수밖에 없다. 잘못된 교육환경이다. 아이들의 생명력이 줄어들고 자율성이 줄어든다. 학교는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 놀고, 도서관도 있고 자율적인 공간이 돼야 한다. 좋은 도서관을 만들기 위해 부모님이 도와서 봉사해야 한다. 아이들이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3시간을 넘지 못한다. 나머지 시간은 마음껏 뛰놀면서 손발을 놀려야 튼튼한 몸으로 또다른 무언가를 집중해서 할 수 있다. 공부를 해야하는 강박관념은 두려움에서 생긴다. 부모가 가진 두려움에 의해서 대학에 가라고 강요하고 그래야만 성공한다고 말한다. 그러면 절대로 아이들을 행복하게 할 수 없다. 아이들은 다양한 개성을 갖고 있는 존재다. 예를 들어 목공·텃밭 가꾸기 등 자신들 만의 동아리를 이용해 아이들이 마음껏 자율성을 기르게 해야 한다. 손발 놀리는 게 정말로 중요하다. 억지로 시키면 집중력이 생길 수 없다.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머리 쓰는 시간을 무조건 3시간 이하로 줄이게 하고, 학부모들이 학교를 점령하라. 그래서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는 학교로 만들어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