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언론진흥재단의 ‘언론의 재난·재해 보도’ 연수 이틀째인 10월 11일 동국대 신문방송학과 김관규 교수의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유출사고 대응실태 소개가 계속됐다.

“원전 폭발 후 일본 정부와 동경전력은 방사성물질 오염 정도에 대해 끝까지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사고 후 2개월이 지난 시점에 재앙의 실체가 드러났다. 후생노동성의 한 방사선위생학 연구자가 오염상황을 조사하려고 했지만, 상사의 허가를 얻지 못하자 사직 후 조사에 나섰다. 여기에 NHK 취재팀이 동행했다. 충격적인 사실이 밝혀졌다. 피난해온 사람들의 대피소가 된 장소가 실은 방사능 오염도가 가장 높은 핫스팟이었다는 것이다. 정부가 피난처에서도 주민들이 방사성 물질에 피폭되도록 방치했다는 결론이다.”

김 교수는 이어 일본정부와 동경전력의 일방적 정보만 보도한 채 직접 나서서 진실을 확보하는 취재를 하지 않은 일본언론, 특히 신문의 보도실태를 전했다.

“사건발생 7개월 후인 10월 15일 아사히신문은 사설에서 ‘정부와 동경전력이 공표하는 자료와 견해를 그대로 보도하는 대본영발표(2차대전 당시 일본군 본부인 대본영의 정보를 그대로 발표하는 행태)가 되어버렸다’고 사과했다. 그간 전통미디어는 특히 재난보도에서 정부가 발표하는 공식정보만을 보도하는 행태를 취했다. 하지만 후쿠시마의 경우, 이로 인해 미디어가 정부의 정보 통제에 비의도적인 협력을 한 셈이 돼버렸다. 원자력발전소 폭발사고는 현장접근 규제와 전문성 결여, 사고의 광범위함, 계속되는 위기상황이라는 현대사회 재난의 특징을 그대로 드러냈다. 이로 인해 달라진 재난에 대비하고, 보도하는 매뉴얼이 달라져야 한다는 결론이 도출됐다.”

 

◇달라진 재난의 형태는 어떤 것?

연수 첫날인 10일 강의에서 부경대 신문방송학과 이상기 교수는 달라진 현대사회 재난 형태를 이해할만한 표를 하나 제시했다.(표 참고)

 

   

 

폴 슬로빅이 사이언스지에 실었던 ‘위험 인식’ 표였다. ‘현대사회에서 어떤 기술이나 행위가 가장 위험하다고 생각하는지’를 여성유권자와 대학생 등 일반인과 전문가에게 묻고, 그 간격을 드러낸 자료였다. 대표적인 게 원자력이었다. 전체 30명 답변자 중 여성유권자 1명, 대학생 1명만이 이를 위험하다고 한 반면, 전문가는 20명이 위험하다고 답했다. 반면, 전기나 엑스레이에 대해서는 이들 일반인이 각각 20명 안팎으로 위험하다고 했지만, 전문가는 10명이 채 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이상기 교수는 “전문가들이 위험하다고 평가하는 기준은 주로 연간 사망자 수다. 반면, 일반인은 위험의 크기를 끔찍한 결과, 위험에 노출된 사람 수 등을 주된 기준으로 잡는다”고 분석했다.
현대사회의 재난 대비와 보도는 그 간격을 메우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는 결론이었다. 대중과 전문가, 어느 한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대비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를 그는 ‘사전 대비’라는 말로 압축했다. 예상되는 위기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보다, 위기는 반드시 온다는 자세로 전환해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사고의 억제보다 피해의 최소화에 역점을 두자고 했다. 사고 발생 전에는 지속적 교육과 정보 제공을 통해 위험성에 대비하고, 사고가 발생하면 언론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위험에 노출되는 피해자 수를 최대한 줄이자는 내용이다.

 

◇국가 차원의 컨트롤타워 필요

연수 마지막 12일 강의에서 한국재난정보미디어포럼 이연 회장은 현대사회 재난대비를 위해 “국가 차원의 위기관리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했다. 장관급인 미국의 연방재난관리청과 일본의 방재담당부와 같은 위상으로 한국의 소방방재청을 승격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이를 통해 현대사회의 재난을 전쟁과 테러, 폭동과 같은 인위적 형태와 자연재해에 덧붙여 산업재난, 방사능유출 등의 다변화한 형태로 개념 자체를 바꾸어야 한다고 했다. 그것이 국가 차원의 위기관리의 기본이라는 것이다.